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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의 城에 숨어버린 隱遁者|新東亞

幻想劇場

근심의 城에 숨어버린 隱遁者

  • 윤채근 단국대 敎授

    入力 2022-04-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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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채근 단국대 敎授가 우리 古典에 記錄된 敍事를 現代 感性으로 脚色한 짧은 이야기를 連載한다. 歷史와 小說, 過去와 현대가 어우러져 讀者의 想像力을 刺戟할 것이다.
    栗谷 李珥가 死亡한 直後 調整은 살얼음板처럼 위태로운 곳이 돼버렸다. 精神的 指導者를 잃은 庶人들은 더욱 緊密히 結集해 나갔고, 同人들은 權力의 空白을 틈타 主導權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東印度 서인도 아니었던 承政院 州서 윤군평은 병든 老母를 핑계로 자리에서 물러나 西村에 있던 맏兄 집에 寄食하며 술로 歲月을 보내고 있었다.

    西村에 낯선 손님이 訪問한 때는 여름의 初入. 유난히 더위가 빨리 찾아와 西村 사람들이 仁王山 아래 溪谷물로 뛰어들기 始作하던 무렵이었다. 군평 房에 들어선 손님은 自身을 이렇게 紹介했다.

    “尹 州서. 자넨 날 모르겠지만, 난 자넬 잘 아네. 나 弘文館 敎理 구봉령일세.”

    相對를 빤히 노려보던 軍坪이 볼멘소리로 물었다.

    “敎理詩라면 5品職 高官이신데, 저처럼 7品職에 그것도 이미 물러난 놈을 어인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야릇하게 微笑를 품은 表情이 된 棒令이 갓을 벗으며 對答했다.

    “栗谷 先生의 뜻을 傳하러 왔네.”

    緊張한 눈빛이 된 軍坪이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말했다.

    “分明히 말씀드립니다만 저희 집안은 黨爭에 關心이 없습니다. 栗谷 先生께서 돌아가시기 前에 서로 暫時 가까웠으나 그건 그저 官務 때문이었습니다.”

    “誤解 말게! 내가 西人인 건 맞지만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로 뭘 付託하러 온 건 絶對 아닐세.”

    “그럼 都大體 栗谷 先生께서 무슨 뜻을 제게 남기셨단 말씀입니까?”

    “栗谷 先生께서 일을 推進하실 때 몹시 緻密한 데다가 지나칠 程度로 計劃에 執着하셨다는 것 程度는 잘 알고 있겠지?”

    “아다마다요! 江原道에 御史로 派遣돼 죽다 살아남았지 뭡니까?”

    살며시 웃던 棒令이 나긋나긋한 音聲으로 말했다.

    “바로 그 일과도 관계된 일일세! 날도 더운데 우리 溪谷으로 자리를 옮길까? 어린 親舊가 술을 그리 좋아한다면서? 내 한盞 사지.”

    栗谷이 남긴 뜻

    君坪과 棒令은 淸雅한 달빛을 받으며 나란히 앉아 溪谷물에 발을 담갔다. 한기가 사르르 발끝으로 傳해졌다. 낮부터 마신 술로 醉氣가 오른 軍坪이 먼저 입을 뗐다.

    “이番엔 湖南으로 暗行을 다녀오라는 말씀입니까?”

    고개를 끄덕인 棒令이 물에서 발을 빼내며 對答했다.

    “그렇지! 栗谷 先生께서 숨을 거두시기 前에 내게 分明히 하신 말씀일세. 자네가 나이는 비록 어리지만 江原道 御史로서 일을 아주 잘했다고 하시던데?”

    相對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軍坪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栗谷 先生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여러 달입니다. 그동안 뭐 하시다 이제야 절 찾으신 겁니까? 보아하니 這番처럼 힘든 任務라 다들 避했던 건 아닙니까?”

    “絶對 그건 아닐세! 栗谷 先生께선 分明 자넬 指目하셨어! 믿어주게. 다만 자넬 조금 觀察해야만 했지.”

    “或是 제가 同人의 끄나풀인가 疑心하셨습니까?”

    흠칫 놀란 눈빛을 애써 감추며 棒令이 속삭였다.

    “否認하진 않겠네.”

    두 사람은 말없이 달을 바라보다 急히 눈을 감았다. 감미롭던 微風이 갑자기 거세져 正面으로 불어왔기 때문이다. 軍坪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結局 저더러 羅州로 가서 林悌의 그間 行跡을 調査하라는 말씀 아닙니까? 아울러 周邊 地域 方伯들의 言行도 監察하고 말입니다.”

    고개를 살며시 끄덕인 棒令이 차분한 表情으로 對答했다.

    “맞네! 林悌는 忠臣日 수도 있고 逆賊일 수도 있어. 生六臣人 援護를 推仰했다는 點에서 特히 그렇지. 魯山君의 忠臣이었던 生六臣이 只今의 住商께도 忠臣이라 여긴다면 林悌 亦是 忠臣이겠지만, 그 反對라면, 或是라도 그렇다면, 林悌는 世祖의 後孫이신 只今의 住商께는 反逆者가 아니겠나?”

    술盞을 들어 한 모금 마신 軍坪이 온몸을 가늘게 떨며 다시 물었다.

    “林悌가 反逆者인지를 알아내야 하는 거로군요?”

    君坪의 어깨를 살짝 토닥인 棒令이 詩를 읊조리듯 朗朗하게 對答했다.

    “그 任務를 왜 자네에게 맡기라고 하셨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 栗谷 先生께선 숨을 가두시기 直前까지도 國事에 걱정이 아주 많으셨어. 우리 그 얘기나 더 나누며 밤을 새워볼까?”

    世上에 품은 不便한 마음

    羅州牧使의 도움으로 官衙 客舍에 짐을 푼 君坪은 杜門不出한 채 林悌에 關한 資料를 읽어나갔다. 林悌의 家門은 오랜 歲月 羅州 地域의 有志였다. 湖南의 여러 土豪와 緊密히 連結돼 있었다. 이는 언뜻 文學으로 맺어진 純粹한 地域 結社體처럼도 보였지만 조금만 視角을 달리하면 中央 朝廷에 對抗할 수 있는 武裝團體로도 볼 餘地가 있었다. 둘은 종이 한 張 差異였다.

    어느 날 밤 客死를 몰래 訪問한 羅州牧使가 君坪에게 물었다.

    “우리 젊은 御史께서도 이제 깨달으셨겠지만, 林悌는 殊常한 者가 아니올시다! 內 그者와 술도 몇 番 對酌해 봤소만, 氣槪 있는 사내긴 하겠으나, 뭐랄까, 反逆을 圖謀할 爲人은 못 됩디다.”

    팔짱을 긴 채 눈을 감고 있던 軍坪이 낮은 목소리로 對答했다.

    “牧師께서는 舊 敎理님과 같은 해에 及第한 東方으로서 親分이 두터우시다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믿고 依支하고 있습니다.”

    들뜬 表情이 된 牧師가 반색을 하며 말했다.

    “親하다마다요! 區 敎理가 비록 貴한 弘文館 請要職에 올랐지만 如前히 親舊인 절 생각해 줍디다. 언젠가 이 사람을 調整 內職으로 이끌어줄 걸로 뭐 確信하고 있습니다만.”

    相對를 말없이 쏘아보던 軍坪이 資料를 이리저리 넘기며 말했다.

    “林悌는 매우 뛰어난 才能이 있었음에도 漢陽 高官大爵들과 隻을 지고 外職으로만 떠돌았더군요. 孤山都察房이라. 이건 下級 無職이 아닙니까? 德分에 武臣들과 交分도 꽤 깊었고, 또 젊은 裨將들이 只今도 이곳에 자주 訪問한다고 들었습니다.”

    군평 쪽으로 바싹 다가앉은 牧師가 唐慌한 表情으로 서둘러 말했다.

    “林悌가 젊은 時節 지나치게 曠達하여 조금 놀았습디다. 妓生들과 벌인 放恣한 놀음이 한두 番이 아니었지요. 그 불같은 性格이 漢陽에 간다고 變했겠습니까? 科擧에 及第하면 뭐 합니까? 於此彼 벼슬은 能力보단 人品 보고 내려지는 것이거늘. 只今도 예전에 親했던 下級 武將들이 羅州로 찾아오는 건 맞습니다. 한데 그저 술親舊들입디다. 제가 保障합죠!”

    “何如튼 타고난 재주에 비해 官歷은 몹시 초라하고, 別로 하는 일도 없이 故鄕 羅州에 눌러앉아 있군요? 들리는 所聞에는 世上에 不滿이 아주 많았다고도 합니다.”

    두 팔을 벌려 손사래를 치며 牧師가 對答했다.

    “아니, 아니올시다! 그 親舊 暴飮하는 習性이 있어 酒邪가 甚합니다. 醉하면 아무도 못 말린다고 합디다. 그저 注射올시다, 注射! 칼은 좀 쓰긴 하는데, 누굴 해친 적은 한 番도 없었고!”

    冊 몇 卷을 房바닥에 늘어놓으며 軍坪이 다시 말했다.

    “林悌가 지은 小說들입니다. ‘元生夢遊錄’은 아시다시피 生六臣人 원호 先生을 기린 作品입니다. 원호 先生이 魯山君께야 天下의 忠臣이겠지만, 世祖 賃金 立場에선 한낱 反逆者 아니겠습니까?”

    얼굴을 붉힌 牧師가 暫時 沈默에 잠겼다가 낮은 音聲으로 對答했다.

    “그 問題라면 只今의 主上께서 金時習을 生六臣으로 秋켜세우신 마당에 다 解決된 게 아닐까 합니다만. 栗谷 先生께선 生前에 ‘金時習傳’까지 지으시地 않았습니까?”

    고개를 까닥대던 軍坪이 다른 冊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건 ‘愁城誌’인데, 근심의 性에 對한 一種의 寓話입니다. 마음에 생긴 근심을 性에 比喩했지요. 그 性을 술의 힘으로 陷落시킨다는 이야기인데, 問題는 內容이 아닙니다. 內容이야 諧謔으로 置簿하면 그뿐입니다.”

    “그럼 뭐가 問題니까?”

    “근심의 城을 쌓는 過程이 지나치게 仔細하고, 또 그 城을 쌓는 人物들이 罪 不幸했던 歷史的 實存 人物들입니다. 楚나라 王에게 버려졌던 屈原 같은 不遇한 臣下들 말입니다. 이런 걸 不平知己, 世上에 품은 不平한 마음이라 부르지 않던가요? 逆賊이 어디 따로 있나요? 王에게 不平知己 품으면 그게 逆賊입니다.”
    “아니, 아니올시다! 易心이라니? 여기 羅州 고을을 어떻게 보시고?”

    “林悌와 交分을 나눈 湖南 人士들 目錄을 만들어주십시오. 근심의 城에 숨은 그者의 眞짜 얼굴을 봐야겠습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외딴 山寺의 殺戮

    君坪은 林悌 周邊에 出沒하는 모든 人物을 次例로 監察海 나갔다. 워낙 다양한 身分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언뜻 보기엔 그들 사이에 아무 系統이 없어 보였지만 無秩序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그 內部엔 분명한 흐름이 存在했다. 所屬이 不明確한 下級 武官이나 地方 官衙에 勤務하는 衙前들이 週期的으로 林悌의 羅州 집에 들렀는데, 그들과의 짧은 만남 直前엔 天下의 술꾼인 林悌가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짧은 會同이 끝나면 林悌는 어김없이 고주망태의 옛 모습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漢陽 捕盜廳 所屬 譏察捕校 한 名이 君坪을 돕기 爲해 羅州에 내려오고 한 달餘 지난 어느 날 君坪은 林悌를 訪問한 젊은 脾臟 한 무리를 追跡하기로 決心했다. 布敎와 함께 삯꾼 服裝으로 僞裝한 君坪은 榮山江 浦口 場터를 거쳐 靈巖 쪽으로 넘어가려는 무리를 바싹 따라붙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네 名의 悲壯은 무언가 길게 서로 얘기를 주고받더니 大路邊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몸이 단 軍坪이 그들 뒤를 쫓으려 하자 布敎가 이를 制止하며 낮게 속삭였다.

    “御史 나리! 기다리면 다시 나타납니다. 저쪽으로 길이 없잖습니까?”

    사라졌던 無理는 果然 다시 대로로 되돌아왔다. 한데 그 服色은 全혀 딴판이었다. 緊張한 軍坪이 침을 꼴깍 삼키고 나서 입을 열었다.

    “僧侶 服裝 아닌가? 저들 무슨 짓을 벌일 셈인 거지?”

    몸을 잔뜩 낮추고 그들을 엿보던 布敎가 가는 音聲으로 對答했다.

    “實은 浦口에서 저들이 하는 말을 지나가며 슬쩍 들어봤는데, 語套가 祕藏答紙 않았습니다. 巫夫에겐 獨特한 말套가 있는 法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戰鬪用 철릭을 格式에 맞춰 입지도 않았고 말입니다.”

    “假짜란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只今 저 네 名 다 삿갓을 썼는데, 畢竟 대머리일 겁니다. 裨將들이 아니었습니다.”

    “애初 僧侶들이었다는 말인가?”

    “그건 두고 봐야겠지요. 아무튼 變裝을 잘하는 거로 봐선, 凡常한 중들은 아닐 겁니다.”

    殊常한 無理는 靈巖 方向으로 한참을 移動하다 샛길로 빠지더니 제법 規模가 되는 한 山寺로 들어섰다. 君坪과 布敎는 길을 크게 迂廻해 大雄殿이 바라다보이는 山기슭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새벽에 이르도록 괴승 무리가 묵은 客房 쪽을 監視했다.

    事件이 벌어진 건 새벽 供養이 始作되기 直前이었다. 一列로 서서 大雄殿으로 向하려던 僧侶 無理 맨 끝에 서 있던 괴승들은 供養을 드리기보다는 절을 막 떠나려는 차림새였다. 갑자기 褓짐에서 短劍을 빼 든 그들은 한 치 망설임 없이 後尾의 僧侶들을 屠戮해 나갔는데, 先頭에 섰던 一部 나이 든 僧侶들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霎時間에 阿修羅場이 된 절 境內로 다른 寮舍에 묵던 僧侶들이 달려 나왔고, 뒤늦게 事態를 把握한 方丈스님의 絶叫가 울려 퍼졌다.

    괴승들을 追擊하는 譏察捕校의 솜씨는 想像 以上이었다. 君坪은 逃走하는 괴승들과의 距離를 빠르게 좁혀가는 布敎의 뒷모습을 멀리 바라보며 달리기를 멈춰야 했다. 氣盡脈盡한 채 가까스로 山寺 初入 大路邊에 다다른 君坪은 바위 옆에 웅크리고 앉은 布敎와 그 앞에 널브러진 괴승 한 名을 發見했다. 布敎가 칼에 찔린 옆구리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呻吟하듯 말했다.

    “나머지 셋은 놓치고 저 녀석만 잡았는데, 제가 그만 힘을 過하게 썼는지 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林悌는 죽어가고 있었다. 마흔도 되지 않은 나이였지만 豐盛했던 體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비쩍 마른 몸에선 生氣가 全혀 느껴지지 않았다. 居室 書案에 依支해 비스듬히 앉은 그는 마른 입술을 힘겹게 떼내며 말門을 열었다.

    “보다시피, 뭐 이 肉身은 只今 죽어가고 있소. 실컷 써먹었으니 달리 餘恨도 없고.”

    相對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軍坪이 천천히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런데도 그토록 술을 마셔댄 겁니까?”

    빙그레 微笑 짓던 林悌가 슬쩍 君坪을 노려봤는데, 그 瞬間 炯炯한 活氣가 눈瞳子에 맺혀 살기로 뿜어져 나왔다. 軍坪이 조금 움찔했다. 林悌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술도 없이 이 無道한 世上 어찌 사누? 날 監視했었소? 그래서 뭘 發見했는데? 어디 들어나 봅시다.”

    한숨을 크게 몰아쉰 君坪은 自身의 監察 業務에 對해 率直하게 털어놓았다. 곰곰이 그의 얘기를 듣기만 하던 林悌가 갑자기 손을 들어 말을 멈추게 한 뒤 房門 앞을 지키던 奴僕에게 酒案床을 차려오라 命했다. 暫時 後 君坪에게 濁酒 한 盞을 따라 勸한 그가 自身의 盞에도 술을 따르려다 멈추더니 아예 甁째 들이켜기 始作했다. 술甁 바닥까지 남김없이 倍速으로 털어 넣은 林悌는 눈을 치켜떠 君坪을 노려보더니 거침없이 말하기 始作했다.

    “忠과 不忠은 보기에 따라 뒤바뀌지. 중원의 個國 時調들도 以前 王朝 立場에서 따지면 모두 反逆者들 아닌가? 成功하면 創業 軍주고 失敗하면 力道가 된다 이 말이지. 반드시 薦度가 어떤 한 사람만 딱 指目해 깃든다고 누가 壯談하느냐 말이야. 御史는 遷都를 보았소? 그게 果然 어디 있습디까?”

    적잖이 唐慌한 軍坪이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갑자기 목이 메어 입을 뗄 수 없었다. 싱긋 微笑를 머금은 林悌가 奴僕에게 술甁을 더 注文하고 속삭였다.

    “한데 난 反逆者는 아니지. 어린 兩班은 모르겠지만 反逆徒 말이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때를 만난 反逆者는 天子가 되지만, 때를 못 만나면, 때가 찾아와 주지 않으면, 그저 소나 돼지를 잡는 白丁으로 삶을 마감하는 거야.”

    默默히 듣고만 있던 君坪은 相對를 告發하려던 마음을 고쳐먹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미치광이 선비를 押送한다 한들 治世에 得이 될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代身 山寺에서 벌어진 殺戮에 對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했다. 그 問題를 擧論하자 林悌의 表情이 急速히 굳어갔다.

    “朝鮮의 官軍들이 얼마나 强하다고 생각하지? 이를테면 이 山河가 塗炭에 빠지면 百姓들을 穩全히 求할 수 있겠소? 貪官汚吏는 넘쳐나고, 軍律은 흐려졌고, 戰場에서 싸울 勇猛한 將帥들은 不足하오. 난 이제 입을 다물 테니 此後 處分은 젊은 監察御史 마음대로 하구려!”

    林悌는 床에 오른 술甁을 잡아 다시 單숨에 들이켰고 君坪의 어떤 質問에도 더는 對答하지 않았다. 울相이 된 채 相對를 바라보다 엉거주춤 일어서려던 君坪을 向해 林悌가 슬쩍 덧붙였다.

    “내 季節은 여기서 끝났소. 任實縣監을 찾아가 보시오.”

    任實縣監

    山寺에서 벌어진 殺人事件은 異常하게 有耶無耶 덮이는 雰圍氣였다. 절의 僧侶들은 殺害된 者들의 身分을 쉬쉬하기에 汲汲했고, 審問官이 아무리 僧籍을 뒤져봐도 被殺者들 이름을 찾아낼 수 없었다. 犯人들의 行跡도 五里霧中인지라 林悌와의 關聯性은커녕 그들의 稀微한 자취조차 把握하기 힘들었다. 君坪은 自身을 除外한 唯一한 目擊者인 譏察捕校를 說得해 漢陽으로 그냥 돌려보냈다.

    官衙 客舍에 틀어박혀 事件의 實體를 따져보던 君坪은 막다른 壁에 부딪힌 氣分이었다. 逆謀는 勿論이려니와 그 흔한 財物이나 怨恨에 얽힌 關係도 成立되기 어려웠고, 有力한 端緖를 쥐고 있던 林悌마저 첫 만남 以後 얼마 지나지 않아 死亡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任實縣監뿐이었다.

    軍坪이 任實縣監을 찾아 나선 데에는 뚜렷한 理由가 없었다. 地方에서 벌어진 殺人事件은 自身의 所管 事項이 아닌 데다, 監察 對象인 林悌마저 죽고 없어진 마당에 더 수고할 何等의 必要가 없었다. 그건 그저 大闕 大小事를 記錄하던 承政院 週書로서 오래도록 몸에 밴 好奇心 때문이었다.

    君坪은 漢陽으로 돌아가는 經路를 조금 바꿔 任實에 들렀다. 縣監인 金千鎰은 딱 봐도 逆謀를 꾸밀 爲人은 못 됐는데, 愚直하고 꼼꼼하게 오직 官務에만 集中하는 類型이었다. 逆謀가 아니라면 御史로서 相對에게 더 따지고 캐물을 義務가 君坪에겐 없었다. 사나흘 厚한 待接을 받으며 官衙 別채에 묵었다 떠날 채비를 하던 그는 退廳하던 縣監과 偶然히 마주쳤다.

    “褓짐을 꾸리시는 걸 보아 하니 來日 떠나시나 봅니다그려?”

    상냥하게 微笑 지으며 人事하는 千日을 바라보던 君坪은 自己도 모르게 林悌 얘기를 꺼내고 말았다.

    “縣監께선 或是 林悌 先生을 잘 아시는지요?”

    表情이 굳어진 천일은 默默히 君坪을 쏘아보다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親했습니다. 羅州 商街에도 다녀왔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軍坪이 또 스스로를 統制하지 못하고 山寺에서 벌어진 事件을 言及했다. 별채 退마루에 털썩 주저앉은 천일이 긴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말했다.

    “結局 제 豫感이 맞았습니다그려! 本館도 눈치는 채고 있었습니다. 林悌를 監察하고 계셨던 거지요? 그렇지요? 當然히 저도 疑心하고 계신 거고.”

    意圖치 않은 自白에 唐慌한 軍坪이 손사래를 치려다 문득 멈추고 相對의 입을 바라봤다.

    “林悌와 前 같은 羅州 出身으로 각별한 사이였습니다. 勿論 나이만 많았지 제 재주는 그에 한참 못 미쳤지만 말이지요. 山寺에서 殺害된 僧侶들은 倭軍들이 보낸 間者들입니다.”

    “間者라니요? 僧侶들이었습니다!”

    “倭軍들은 間者들을 僧侶로 꾸며 朝鮮 三南 땅 곳곳으로 보냅니다. 調整에서만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그려. 더러 眞짜 倭僧이 間者로 오기도 합니다. 區分이 힘들지요. 놈들이 왜 오겠습니까? 朝鮮 傘下의 地形과 地勢를 把握하려는 酬酌 아니겠습니까? 未久에 戰亂이라도 벌어지면 어쩌겠습니까? 官軍이 못 하면 의로운 朝鮮 壯丁들이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暫時 멍한 表情을 하고 있던 軍坪이 서둘러 물었다.

    “그럼 그 괴승들은 士兵들이란 말입니까? 朝廷의 命令 없이 士兵을 發動하면 어찌 되는지 아십니까?”

    懇切한 눈빛을 한 千日이 沈痛한 音聲으로 천천히 對答했다.

    “다 士兵은 아니고 官兵들度 더러 섞여 있습니다. 의로운 者들입니다. 本館의 말을 제발 믿어주셨으면 합니다그려!”

    未完의 復命

    漢陽으로 돌아온 君坪은 調整에 복명하機 위해 아주 긴 報告書를 作成했지만 마지막에 찢어버렸다. 內容을 먼저 檢討한 敎理 구봉령의 忠告 때문이었다. 棒令은 이렇게 君坪을 說得했다.

    “朝鮮에 倭軍 間者들이 넘쳐나고 있음을 나도 이미 알고 있네. 하지만 이 問題를 키우면 朝廷은 또다시 亂場판이 되어 同人과 西人이 서로 물고 뜯고 싸우겠지. 政治란 때론 그런 것일세! 戰爭 얘기는 利害關係가 하도 얽히고설켜 함부로 꺼내지 못해. 理解하게.”

    “倭兵 間者들이 넘어오는 理由는 뻔하지 않습니까? 왜 官軍이 討伐하지 않는 겁니까?”

    “이보게! 그게 다 나랏돈 들어가는 일 아닌가? 게다가 外交로 解決하는 수도 있으니 너무 덤비면 안 되네.”

    어깨를 늘어뜨린 軍坪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다.

    “그럼 栗谷 先生께선 왜 저를 羅州로 派遣하라 하신 겁니까?”

    闕內各司人 弘文館에 비쳐드는 夕陽빛이 棒令의 얼굴 半쪽을 물들였다. 그 狀態로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栗谷 先生께선 10萬養兵說을 主張하셨지 않나? 有事時에 官兵이 10萬이 안 된다면, 그럼 어째야 하겠나? 義兵이라도 모여야겠지? 바로 그걸세! 湖南에서 꿈틀대는 士兵들이 驛道로 變하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結局 義兵이 될 테고, 모자란 館軍 兵力을 補充하는 셈이 되겠지? 그래서 林悌의 動向이 무척이나 重要했던 걸세.”

    * 이 作品은 林悌의 ‘愁城誌’를 모티프로 創作됐다.


    윤채근
    ● 1965年 忠北 淸州 出生
    ● 고려대 國語國文學 博士
    ● 檀國大 漢文敎育學科 敎授
    ● 著書 : ‘小說的 主體, 그 誕生과 轉變’ ‘漢文小說과 欲望의 構造’ ‘神話가 된 天才들’ ‘論語 感覺’ ‘每日같이 明心寶鑑’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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