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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식의 怪物餘地도] 戰爭을 막은 사슴 女人|新東亞

[곽재식의 怪物餘地도] 戰爭을 막은 사슴 女人

“사슴 발을 가진 女人이 戰爭을 막았다”

  • 곽재식 小說家

    gerecter@gmail.com

    入力 2020-06-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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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朝鮮時代 平壤 東北쪽 대성산에는 광法師라는 寺刹이 있었다. 1727年 이 절을 補修, 擴張하면서 절의 來歷을 記錄한 碑石을 세웠다. 이때 文身 이시항이 지은 碑文이 只今까지 남아 傳해지는데, 그 가운데 奇異한 內容이 있다. 當時 太油라는 僧侶가 이시항에게 들려줬다는 이야기로, 먼 옛날 대성산에 ‘綠族否認(鹿足夫人)’이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것에서 始作된다.
    일러스트레이션·이강훈/ 워크룸프레스 제공

    일러스트레이션·이강훈/ 워크룸프레스 提供

    綠族婦人을 말뜻 그대로 옮기면 ‘사슴 발을 가진 夫人’이라는 뜻이다. 다리가 사슴 模樣이라고 하니 下半身이 鹽素 모습인 그리스神話 속 ‘판(Π?ν)’이 떠오른다. 그러나 판이 男性으로 描寫되는 反面 綠族夫人은 ‘夫人’이라는 呼稱에서 알 수 있듯 女性이다. 또 판이 춤과 音樂을 즐기고 사람에게 快樂을 膳賜하는 存在로 흔히 描寫되는 데 反해 綠族夫人은 山속 깊은 곳에 숨어 사는 神聖한 存在 쪽에 가깝다. 北아메리카 原住民 傳說에도 깊은 숲에 살면서 男子를 홀리는 班(半)사람, 半(半)사슴 이야기가 있다. 이른바 ‘사슴 女子(deer woman)’다. 參考로 이 存在는 2005年 美國 TV시리즈 ‘마스터즈 오브 호러(Masters of Horror)’의 한 에피소드 素材로 登場한 적이 있다.

    아홉 部處의 傳說

    얼굴은 사람, 발은 사슴 모양인 존재가 그려진 경남 하동 쌍계사 감로왕도 일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얼굴은 사람, 發은 사슴 模樣인 存在가 그려진 慶南 河東 쌍계사 甘露王度 一部.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광法師 碑石에 記錄된 이야기를 ‘광法師私的悲鳴(廣法寺事蹟碑銘)’이라고 한다. 이시항은 여기에 綠族夫人 이야기를 簡略히 적었다. 이에 따르면 綠族夫人은 한 番에 아홉 名의 子息을 낳았다. 이것이 奇怪한 일이라 子息들을 箱子에 담아 바다에 떠내려가도록 했다. 子息들은 바다를 떠돌다 中國으로 흘러 들어가 자랐고, 以後 中國이 우리나라를 攻擊할 때 軍隊를 따라 韓半島에 들어온다. 그런데 中國 便에서 싸우던 그 아홉 子息은 뒤늦게 自身들이 綠族夫人의 子息이고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는 事實을 알고 크게 놀란다. 그리하여 싸움을 멈추고 佛敎 僧侶가 되기로 決心한다. 나중에 이들 아홉 모두 깨달음을 얻었는데, 그들이 僧侶 生活을 하며 깨달음을 얻은 場所가 바로 광法師 近處다. 太油는 대성산 周圍 사람들이 이들을 구불(九佛), 곧 아홉 부처라고 부른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깊은 山속에 사는 사슴 다리를 가진 女人과 그의 아홉 子息에 對한 이야기를 좀 더 仔細히 알아볼 수는 없을까. 18世紀 中葉, 朝鮮 各邑에서 編纂한 邑誌를 모아 엮은 冊 ‘여지도서’에도 이와 類似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여지도서에 따르면 綠族夫人이 살았던 곳은 平壤 대성산이 아니라 平安南道 按酒 地域이다. 이 女人은 高麗 한 임금의 어머니로, 한 番에 열두 아들을 낳았다. 뒤에 中國 唐나라에 對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여기서 高麗는 高句麗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綠族夫人이 낳은 子息들을 奇怪하다고 여겨 箱子에 담아 바다에 떠내려 보내고, 아이들은 中國 唐나라에 닿아 거기서 자라나게 된다. 綠族夫人이 王의 어머니 身分이고, 子息을 열둘 낳았다는 點 等을 빼면 광法師私的悲鳴에 실린 이야기와 거의 똑같다. 

    여지도서에서 綠族夫人의 子息들이 韓半島를 侵略하는 軍隊에 合流하는 點도 그렇다. 다만 이番에는 描寫가 훨씬 詳細하다. 열두 名의 아들은 唐나라 將帥가 됐으며, 各各 3000名의 兵士를 거느렸다. 高句麗와 唐나라는 熾烈하게 戰爭을 벌인 歷史를 갖고 있다. 綠族夫人 이야기가 具體的인 歷史를 背景으로 한層 精巧하게 發展한 셈이다. 

    열두 아들이 按酒 地域 어느 벌판에 到着했을 때 綠族夫人은 아들들이 이끌고 있는 都合 3萬6000의 唐나라 軍士 앞에 나아간다. 튼튼한 樓閣에 앉아 그곳으로 아들들을 불러들였다고 한다. 거기서 子息들에게 自己 젖을 맛보게 하고, 열두 켤레의 버선을 내려준다. 그러자 열두 아들은 綠族夫人이 自身들의 生모임을 깨닫고, 어머니 나라를 攻擊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降伏한 뒤 거기 城을 쌓고 지냈다고 한다. 그 地域을 只今도 三千벌(三千野) 또는 열두 三天罰이라고 부른다는 게 여지도서가 傳하는 이야기다. 子息들이 버선을 받은 뒤 綠族夫人이 自己 어머니임을 알았다는 대목을 보면 子息들 발 模樣도 사슴을 닮았고 어머니가 바로 그 模樣에 어울리는 버선을 준 게 아닌가 싶다. 




    녹족부인 전설이 실려 있는 여지도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綠族否認 傳說이 실려 있는 여지도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綠族夫人 이야기는 以後에도 繼續 傳해졌다. 後代에 記錄된 資料를 보면 背景이 乙支文德과 薩水大捷 時代로 바뀐 이야기가 돌기도 했고, 1919年 日本語로 나온 說話集 ‘傳說의 朝鮮(??の朝鮮)’에도 關聯된 이야기가 실렸다. 여기서는 綠族夫人이 아들들에게 버선을 신어 恒常 발 模樣을 숨기라고 했는데 막내가 버선을 벗어버리자 火가 나서 아이들을 大同江에 버린 것으로 돼 있다. 1940年 朴英만이 編纂한 ‘朝鮮傳來童話集’에도 童話 形態로 綠族夫人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傳說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世紀 學者 송병선이 쓴 紀行文 ‘西遊記(西遊記)’를 보면 이 疑問을 풀 端初가 보인다. 송병선은 黃海道 載寧 長壽山에 있는 綠族情(鹿足亭)이라는 亭子를 紹介하며 ‘綠族線(鹿足仙)이 놀던 場所라는 傳說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신비로운 存在를 일컫는 이름이 多少 다르지만 內容은 크게 다르지 않다. 눈에 띄는 것은 綠族線, 卽 綠族夫人의 어머니가 암사슴이라는 部分이다. ‘西遊記’에 따르면 이 암사슴은 이癌代謝(利巖大師)라는 僧侶를 熱烈히 思慕하다가 妊娠을 해 딸을 낳았다. 綠族夫人은 사람 아버지와 사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의 ‘長壽山’ 項目을 보면 李嵒大使는 長壽山 석동12曲 近處 庵子에서 修道했다. 그 近處에는 綠族情(鹿足井)이라는 우물이 있고, 우물 앞 돌바닥에는 아직 사슴 발자국 模樣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綠女婦人과 1000名의 아들

    ‘잡보장경’에는 사슴과 수도자 사이에서 태어난 ‘녹녀부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불교기록문화유산]

    ‘잡보장경’에는 사슴과 修道者 사이에서 태어난 ‘綠女否認’에 對한 이야기가 記錄돼 있다. [佛敎記錄文化遺産]

    이렇게 여러 史料에 남은 綠族夫人 이야기를 모으면 비로소 綠族否認 傳說의 起源이 보인다. 멀고 먼 印度 갠지스江 流域 都市, 바라나시(Varanasi)다. ‘八萬大藏經’에 收錄된 ‘잡보장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옛날 印度 바라나시 近處 어느 山에 修道者가 있었다. 그런데 암사슴 한 마리가 그 周圍를 맴돌며 修道者가 남긴 것들을 핥아 먹다 修道者의 精氣를 받아 妊娠했고 女子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잡보장경에는 이 아이 이름이 ‘녹녀부인(鹿女夫人)’이라고 記錄돼 있다. 말 그대로 ‘사슴의 딸’이다. 

    繼續 잡보장경을 보자. 綠女夫人은 바라나시 王의 눈에 띄어 두 番째 夫人이 된다. 載寧에서 流行한 綠族夫人 이야기에 나오는 高邁한 道 닦는 사람과 사슴 사이 子息 얘기와 一致한다. 또 按酒 綠族夫人 이야기에 나오는 綠族夫人이 임금의 아내였다는 이야기와도 通한다. 

    녹녀부인 子息들이 다른 나라로 가서 자라고 長成한 뒤 母國을 攻擊하러 왔다가 綠女夫人이 生모임을 알고 戰爭을 멈춘다는 줄거리도 事實上 同一하다. 다만 잡보장경 記錄에는 綠女否認 子息 數가 無慮 1000名이고, 綠女夫人이 높은 樓閣 위에서 同時에 1000名의 아들에게 젖을 내뿜어 自身이 어머니임을 證明했다고 돼 있다. 잡보장경은 釋迦牟尼 어머니인 摩耶夫人이 前生에 곧 綠女夫人이었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잡보장경의 記錄을 미루어 斟酌하면 朝鮮 後期, 平安道와 黃海道에서 널리 퍼진 綠族否認 民譚은 佛敎와 함께 傳해진 印度 傳說이 韓半島에서 變化하며 再誕生한 것으로 보인다. 亦是 印度에서 佛敎를 받아들인 日本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조은애 숭실대 敎授의 論文 ‘日本 民間傳承과 ‘녹녀부인’ 舌禍’에 따르면 日本 告廟皇后(光明皇后)가 僧侶와 사슴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는 傳說이 記錄돼 있다. 日本 說話 中에는 日本의 獨特한 버선人 다비(足袋) 模樣과 綠女婦人을 連結 짓는 內容도 있다고 한다. 다비는 발을 두 갈래로 가르는 模樣으로, 다비를 신으면 발이 마치 사슴 발처럼 보인다.

    18世紀 生命을 얻은 옛이야기

    이렇게 整理하고 보면 새로운 수수께끼가 생긴다. 綠族夫人 이야기가 韓半島에서는 왜 18世紀 들어, 그것도 中西部 地域을 中心으로 記錄되기 始作한 걸까. 이 땅에 佛敎가 傳來된 것은 三國時代 때다. ‘잡보장경’ 같은 佛敎 系統 印度 傳說이 輸入된 것 亦是 그 무렵일 것이다. 朝鮮 初期 出刊된 ‘釋譜詳節’에는 한 番에 500名의 아들을 낳은 사슴의 딸, ‘鹿毛否認(鹿母夫人)’ 이야기가 한글로 記錄돼 있기도 하다. 그러니 이 說話를 韓國人이 接할 機會는 充分히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1000年 歲月 동안이나 잠자고 있다 18世紀에 새롭게 生命을 얻은 것일까. 

    이곳저곳에 適當히 퍼져 있던 類似 이야기 中에 平壤 長壽山 近處에서 流行한 傳說이 광法師寺跡碑에 記錄된 게 契機가 됐을까. 아니면 丙子胡亂 以後 中國과의 戰爭에 對한 關心이 커지면서 이 이야기가 人氣를 얻었을까. 或은 17~18世紀 通信使가 日本을 자주 다녀오면서 現地에 퍼져 있던 녹녀부인 說話를 傳해 綠族夫人 이야기가 그 刺戟을 받아 流行하게 됐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綠族夫人에 比肩될 만한 實存 人物이 18世紀 朝鮮에 나타났던 것일까. 

    現在로서는 正確한 答을 알기 어렵다. 한 가지 안타까운 點은 綠族夫人 이야기가 北韓 地域에 뿌리를 두고 있어 우리는 그동안 이 內容을 充分히 硏究하지 못했다는 點이다. 綠族否認 傳說을 本格的으로 다룬 韓國 硏究者 論文이 登場하는 건 2000年代 以後부터다. 우리가 南北 分斷을 克服했다면, 最小限 文化 交流와 開放의 時代를 이룩했다면, 깊은 山속에 숨어 있던 綠族夫人의 正體에 對한 수수께끼를 이미 풀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곽재식 | 1982年 釜山 出生. 大學에서 兩者工學, 大學院에서 化學과 技術政策을 工夫했다. 2006年 短篇小說 ‘토끼의 아리아’로 作家 生活을 始作했으며 小說集 ‘當身과 꼭 結婚하고 싶습니다’, 敎養書 ‘로봇 共和國에서 살아남는 法’ ‘韓國 怪物 百科’ 等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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