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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그 맛|新東亞

에세이

여름 그 맛

  • 이진송 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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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入力 2020-07-2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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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치고 춥다 싶더니 성큼 여름이다. 무엇이든 미루고 보는 나는 아직 季節이 뒤섞인 옷欌에서 옷을 뽑아 입고 두툼한 이불을 덮고 잔다. 그래도 올여름 첫 콩국수는 먹었다. 설컹설컹 씹히는 오이소박이도, 신 김치 쫑쫑 썰어 넣고 참기름 한 바퀴 휙 둘러서 조물조물 무친 비빔국수度 먹었다. 天桃복숭아와 百度의 長點만 합쳤다는 ‘神祕 복숭아’와 입에 넣는 瞬間 단맛이 와글거리는 秒當 옥수수를 온라인 쇼핑 플랫폼 場바구니에 넣어놓고 每日 苦悶한다. 여름 特有의 쨍하고 아삭아삭한 맛은 때때로 皮膚에 닿는 뜨거운 空氣나 콧구멍을 찌르는 濕期보다 强烈하게 季節을 알린다. 여름은 그야말로 ‘빨간 맛’이다. 걸그룹 ‘레드벨벳’은 노래했지, “내가 第一 좋아하는 여름 그 맛.”

    水道꼭지 틀면 콩국 나올 듯한 어린 時節 記憶

    어떤 맛, 그리고 ‘제철’ 飮食이라는 槪念은 손바닥만 한 내 살림을 손안에서 直接 굴리면서부터 鮮明해졌다. 내가 製鐵 飮食을 알아보고 챙기는 데에는 오랜 期間 累積된 맛의 經驗이 한몫한다. 美化된 記憶 속의 어린 時節에는 水道꼭지를 틀면 콩국이 나오고 冷藏庫에서는 한입 크기로 네모반듯하게 자른 수박이 화수분처럼 샘솟았던 것 같다. 그게 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보다 더 빠른 엄마의 보이지 않는 勞動 德이었는데. 

    新鮮한 맛이 넘쳐나지만 그만큼 빨리 푹푹 시들어버리는 여름이면, 챙겨 먹는 일은 더욱 苦役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비지땀이 나는 여름에 불 앞에 서는 勇氣를 내도 싸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먹었으면 치워야지. ‘아 근데 나 아직 땀이 식지 않았는데…조금만 누웠다가…?’ 아차 하는 사이 싱크臺에는 醋파리가 高空行進을 하고 아끼는 컵에는 새로운 生命이 움튼다. 그래, 쟤도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싶다가도 울컥 火가 난다. 醋파리에게? 아니, 서른이 넘어서도 아직 요 模樣 요 꼴인 내 깜냥에. ‘엄마는 내 나이 때…’라는 생각이 들기 始作하면 自責의 늪에 걸어 들어가기 始作했다는 信號다. 빨리 첨벙거리며 가장자리로 걸어 나와야 한다. 

    나의 엄마는 이른바 ‘專業主婦’다. 主婦이자 엄마의 役割과 適性도 카테고리別로 다르기 마련인데(예를 들면 드라마 ‘SKY 캐슬’의 엄마들은 私敎育 特化 部隊다), 나의 엄마는 ‘먹이는’ 것이 主特技다. 只今도 내 앞에는 예순이 넘은 엄마가 냄비를 數百 番을 휘저어가며 만든 살구잼이 놓여 있다. 빵에도 발라 먹고 요거트에도 넣어 먹으면 나의 허벅지와 옆구리에 토실토실하게 붙을 여름의 맛, 엄마의 사랑, 먹고 치우며 산다는 것의 執拗한 握力. 甚至於 잼만 먹으면 심심할까 봐 걱정했는지 살區廳도 만들었다. 炭酸水에 팍팍 넣어서 쪽쪽 빨아먹으며 새삼 놀란다. 人間의 뼈와 살과 피를 만들고 여럿의 日常을 支撐하는 이 엄청난 일이 繼續된다는 事實에. 그리고 이런 勞動을 너무나 當然한 일 取扱하는 世上에. 

    밥벌이의 지겨움을 吐露하는 글은 많다. 家長의 苦惱, 信念과 生計의 衝突, ‘욕먹는 값’이라는 말이 돌돌 깎아가는 마음… 出版된 글뿐만 아니라 인터넷 上에 올라오는 이야기도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그런 글을 읽을 때면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이 글을 쓰는 사람은 누가 해준 밥을 먹고, 누가 다려준 옷을 입고, 누가 치워주는 房에 앉아 있을까? 兒童이야 保護者가 돌볼 義務가 있으니 먹이고 씻기는 것은 當然하고 兒童이 그 勞動을 헤아릴 必要도 없다. 그러나 높은 確率로, 只今쯤 物流 센터를 헤매고 있을 내 草堂 옥수수를 걸고 말하자면, 成人 大部分은 如前히 他人의 勞動을 빨아먹고 산다.



    ‘먹는다’ 앞뒤에 省略된 ‘만들다’와 ‘치우다’

    [GettyImage]

    [GettyImage]

    먹고사는 일은 碌碌지 않다. 우리 모두 잘 안다. 그런데 核心은 ‘먹는다’ 앞과 뒤에 無心히 省略된 ‘만들고’ ‘치우고’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먹는 것은 結果에 不過하고, 삶은 過程의 連續이니 그 사라지는 過程에 關해서 말하고 싶다. 그래야 할 것 같다. 

    늘 먹느라 바빴던 記憶이 난다. 봄이면 같이 쑥을 캐서 쑥떡을 하고 여름이면 끙끙거리며 반죽을 밀어 감자를 넣은 수제비가 냄비에 끓었다. 가을이면 살이 차오르는 게를 찌고 겨울이면 마주 앉아서 엄마가 直接 구운 슈크림에 같이 커스터드 크림을 채워 넣었다. 그러는 동안 지켜보았다. 흔히 ‘簡單히’ 먹자고 하는 국수 한 그릇을 만들고 치우는 데 얼마나 많은 품이 드는지. 

    먼저 밭을 고르듯 事前 作業이 必要하다. 冷藏庫에 무엇이 있는지, 各 食資材의 壽命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장 合理的이면서 只今 내 입맛에 들어맞는 組合이 무엇인지 苦悶해야 한다. 生菜蔬를 넣을지 신 김치를 넣을지, 간醬 비빔국수인지 醋고추醬 비빔국수인지, 국물을 써서 김치말이 국수를 할 것인지, 멸치 肉水를 내고 익힌 菜蔬를 고명으로 올릴지, 고춧가루를 풀어 칼칼하게…. 計劃이 서면 場을 보러 간다. 이때도 머릿속에서는 計算이 멈추지 않는다. 이미 있는 것과 必要한 것, 低廉한 것과 비싼 것, 限定된 豫算과 變數, 食資材의 流通期限과 앞으로 며칠間 計劃 等이 모두 包含된다. 바쁘다 바빠! 

    場 보고 오면 冷藏庫에 整理해서 넣고 材料를 다듬을 次例다. 簡單하다는 것은 相對的인 表現이다. 먹는 사람은 飮食이 簡素해 보이니 그렇게 말할지언정 만들기는 簡單하지 않다. 菜蔬를 다듬고 익히고, 放心하면 부르르 끓어 넘치는 국수에 適當히 찬물을 부어가며 쫄깃하게 삶는 데에도 손이 간다. 삶은 국수를 박박 문질러 씻는 동안 綠末이 하얗게 말라붙은 냄비는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는다. 국수를 비벼낸 양푼이나 접시 또한 언제까지나 나의 손길을 기다리며 벌겋게 웃는다. 

    최영미 詩人은 말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만들고 먹고 치워야 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만드는 건 힘들어도 먹는 건 잠깐이더군.” “먹는 건 쉬워도 치우는 건 한참이더군.” 설거지 亦是 至難한 過程이다. 單純히 그릇에 거품을 내 씻는 것만이 설거지가 아니다. 食器를 分類하는 것으로 始作해서 싱크臺의 물氣를 닦아내는 마무리까지 해야 끝난다. 여기에 또 남은 食資材 分類 및 保管, 排水口 淸掃, 飮食物 쓰레기 處理 等의 雜務가 小小하게 布陣한다. 그러니 아직 內功이 不足한 내가 여름이니 볶은 애호박을 올린 국수 한 그릇 먹겠다고 까불다가 땀범벅이 돼 드러눕는 게 딱히 異常한 일도 아니다. 

    만들고 먹고 치우는 것은 勞動을 넘어서는 일이다. 慶尙道에서 1990年代의 幼年 時節을 보내며 父母로부터 사랑한다거나 너를 만나서 多幸이라는, 最近의 育兒 트렌드에서는 自然스러운 말을 들을 機會는 흔치 않았다. 그러나 철마다 부지런히 지지고 볶는 엄마 곁에 쭈그리고 앉은 德에 나는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는 사랑을 꿀꺽꿀꺽 잘도 삼켰다. 김애란의 小說 ‘칼자국’에도 나오는 表現이지만, 간을 보라며 집어 넣어줄 때 입안 粘膜에 닿는 엄마 손가락의 미지근한 맛 같은 것. 오븐 안에서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는 빵을 기다리는 설렘, 기껏 말끔하게 닦아놓은 싱크臺에 다시 수박을 깨뜨릴 때 튀는 붉은 얼룩.

    부엌이 따뜻한 집, 엄마의 사랑 表現

    얼마 前 엔카 歌手 김연자가 서툴게 김치볶음밥을 하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봤다. 나의 엄마가 노래를 歌手처럼 잘 못 부르듯, 다른 일을 하거나 氣質이 다른 사람은 얼마든 부엌일에 서툴 수 있다. 當然한 말이다. 그런데도 ‘엄마’가 料理를 못하는 것은 오랫동안 非難과 嘲弄의 對象이었다. 異常한 일이다. 만들고 먹고 치우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데 어떻게 모두에게 똑같은 基準을 要求할까? 엄마가 料理를 못했다면 다른 方法으로 나에게 사랑을 주었을 것이다. 料理를 잘하고 살림에 能한 것은 한 사람의 特性이지 엄마의 本質은 아니니까. 여러 갈래의 삶 中에서 나는 부엌이 따뜻한 집에서 자랐고 엄마는 그런 方式으로 사랑을 表現하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저 偶然이고, 누가 더 잘했고 못했느냐는 比較는 必要 없다.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난 나는 이제 토실토실 나이 드는 中이다. 남에게 기대거나 나를 맡기지 않고, 좀 어설프더라도 熱心히 돌보면서. 그 季節에 가장 싱싱하고 물오른 것들을 골라 먹으며 나와 世界를 支撐하는 사랑과 勞動을 생각한다. 具體的으로 感覺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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