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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호박 堪當 못하는 當身, 땅콩호박이 있어요|신동아

늙은호박 堪當 못하는 當身, 땅콩호박이 있어요

김민경 ‘맛 이야기’ ?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入力 2020-10-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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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주머니처럼 생긴 땅콩호박. 길게 반으로 쪼개면 쉽게 손질할 수 있다. [GettyImage]

    물주머니처럼 생긴 땅콩호박. 길게 半으로 쪼개면 쉽게 손질할 수 있다. [GettyImage]

    엄마께서 어느 나이에 이르자 집에 들이지 않는 것이 있다. 늙은호박이다. 어릴 때 할머니 宅에 가면 늘 있었고, 우리집 베란다 어딘가에도 無心히 놓여 있던 늙은호박. 

    늙은호박은 단단하고 무겁기가 菜蔬 中엔 第一일 것이다. 옮기기 힘들고 쪼개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속이 꽉 찬, 촉촉한 늙은호박 한 덩이를 손질하면 여러 가지 맛좋은 飮食으로 탈바꿈하니 엄마는 용을 쓰면서 一 年에 한두 덩이는 꼭 ‘잡아’ 먹곤 했다.

    손목이 얼얼, 손은 바들바들

    단단하고 무겁지만 풍성한 맛 덕에 가을철 먹을거리로 인기 많은 늙은호박. [GettyImage]

    단단하고 무겁지만 豐盛한 맛 德에 가을철 먹을거리로 人氣 많은 늙은호박. [GettyImage]

    늙은호박은 큰 칼을 利用해 쩍쩍 쪼개 몇 덩이로 나눈다. 호박을 엎어 꼭지 反對便에서 칼을 넣으면 조금 수월하다. 그다음에 다시 適當한 크기로 썰어 씨를 긁어내고 껍질을 쳐낸다. 과일 껍질처럼 깎아 내기 힘드니 칼로 쳐낸다고 表現하는 게 맞다. 氏는 바싹 말려 間食으로 즐긴다. 잘 마른 호박씨는 껍질 벗겨가며 톡톡 씹어 먹는 재미가 좋다. 오렌지色 먹음직스러운 호박살 大部分은 설렁湯집 깍두기 마냥 큼직하게 썬다. 남은 것은 곱게 채를 썬다. 

    채 썬 호박살은 그 자리에서 부침개가 된다. 엄마는 내가 호박을 잡는 내내 일꾼 새참처럼 호박煎을 부쳐 나른다. 구수한 호박을 기름에 지졌으니 多디달高 부드럽다. 뜨거운 것을 입에 가득 넣고 먹으면 입天障이 벗겨지기 일쑤다. 얇고 넓게 父親 호박煎이 옆에 놓일 때마다 젓가락질하랴 칼질하랴 손이 바빠진다. 

    큼직하게 썬 호박으로는 粥을 끓인다. 냄비에 넣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푹 끓이며 국자로 눌러 大綱 으깬다. 으깬 호박에 찹쌀가루 넣고 弱한 불에서 잘 저어 끓이면 호박粥이 된다. 엄마는 미리 삶아 둔 통팥이나 콩, 여름에 발라둔 옥수수 알맹이 같은 것을 넣어 씹는 맛을 더해주셨다. 큼직하게 썬 호박은 冷凍室에 뒀다가 뽀얗게 국을 끓여 먹고, 갈비찜에 넣고, 채盤에 얹어 살캉하게 찐 다음 雪糖 솔솔 뿌려 겨울 間食으로도 먹곤 했다.



    늙은호박을 요리하려면 단단한 몸체를 쪼개고 두툼한 껍질을 칼로 쳐내는 ‘노동’ 과정을 거쳐야 한다. [GettyImage]

    늙은호박을 料理하려면 단단한 몸體를 쪼개고 두툼한 껍질을 칼로 쳐내는 ‘勞動’ 過程을 거쳐야 한다. [GettyImage]

    허리가 잘록한 땅콩호박의 魅力

    엄마랑 오순도순 갖은 수다를 떨며 호박을 잡던 날 먹던 구수한 부침개와 달콤한 粥이 때로는 그립다. 그러나 한 끼 밥 차리는 일도 버거운 내게 늙은호박은 그림의 떡보다 멀다. 늙은호박을 갈무리하는 건 普通 일이 아니다. 호박 한 덩이를 엄마와 둘이 손질하다 보면 손목이 얼얼하고 손이 바들바들 떨릴 程度로 힘이 든다. 이러니 나이든 엄마가 늙은호박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 

    단호박이 늙은호박 자리를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둘은 좀 다르다. 단호박의 단맛은 津하고 좋지만 果肉이 단단하고 水分이 훨씬 적다. 단호박을 밤호박으로 부르는 것도 그래서인 듯하다. 

    단호박이 뭔가 아쉬운 사람에게는 땅콩호박을 推薦한다. 땅콩처럼 허리가 잘록하게 생긴 호박인데 속살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단맛이 늙은호박보다 조금 덜하지만, 익으면 나아진다. 그걸로 充分하다. 

    물주머니처럼 생긴 땅콩호박을 길게 半으로 쪼개 손질한다. 늙은호박과 比較할 수 없이 부드러워 칼질이 쉽다. 料理도 수월하다. 씨를 파내고 오렌지色 果肉에 소금을 솔솔 뿌리고 올리브오일을 바른다. 버터를 작게 잘라 호박 위에 군데군데 올리고 180℃ 오븐이나 토스터器에 넣어 30分 以上 굽는다. 말랑하게 익으면 숟가락이나 포크로 똑똑 잘라 먹는다. 버터 香이 물씬 밴 촉촉하고 부드러운 호박살에서 달콤함, 짭짤함, 고소함이 배어난다. 손질할 때는 호박이 雅淡해 좋다고 생각하지만, 먹을 때는 좀 더 크면 좋겠다는 欲心이 들곤 한다.

    가을 호박의 豐盛하고 달콤한 맛

    땅콩호박으로 전을 부치면 부드러운 단맛에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이 더해져 여러 면에서 즐겁다. [GettyImage]

    땅콩호박으로 煎을 부치면 부드러운 단맛에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食感이 더해져 여러 面에서 즐겁다. [GettyImage]

    껍질을 벗겨 料理할 때는 필러로 쓱쓱 긁어내면 된다. 껍질 벗긴 땅콩호박은 한입 크기로 깍둑 썰어 소금, 후추에 잠깐 버무려 뒀다가 기름에 달달 볶는다. 이때 로즈마리 한 줄기를 뜯어 넣으면 더욱 좋겠다. 쌉싸래한 맛이 좋은 겨자菜, 라디치오, 루콜라 같은 菜蔬를 뜯어 커다란 그릇에 담고, 乾葡萄와 아몬드 슬라이스나 땅콩, 구운 땅콩호박을 넣어 올리브오일, 食醋, 소금을 뿌려 버무려 먹는다. 시큼한 리코打 치즈를 두어 숟가락 넣고, 꿀도 조금 뿌리면 훨씬 맛좋은 샐러드가 된다. 

    늙은호박처럼 가늘게 채를 썰어 煎을 부쳐도 맛있다. 호박煎 부치듯 밀가루를 아주 조금만 넣고, 슈레드 모차렐라나 덩어리 치즈를 잘게 썰어 섞는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팬케이크처럼 작게 넣고 튀기듯 앞뒤로 구워낸다. 부드러운 단맛에 告訴한 치즈 香이 어우러지고,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食感이 더해져 여러 面에서 즐겁다. 이맘때면 엄마도 나만큼 늙은호박의 豐盛하고 달콤한 맛이 그리울 게 틀림없으니 귀여운 땅콩호박 두어 個 求해서 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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