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虎狼이 女人의 죽음과 花郞의 後孫|新東亞

幻想劇場①

虎狼이 女人의 죽음과 花郞의 後孫

  • 윤채근 단국대 敎授

    .

    入力 2020-10-0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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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채근 단국대 敎授가 우리 古典에 記錄된 敍事를 現代 感性으로 脚色한 짧은 이야기를 連載한다. 歷史와 小說, 過去와 현대가 어우러져 讀者의 想像力을 刺戟할 것이다.
    半月城 北쪽 숲속으로 쫓기던 虎狼이 女人은 달리기를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自身을 追擊하는 新羅 兵士들이 내던 搖亂한 말발굽 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았다. 女人이 덤불 아래 땅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리자 조금 앞서 달리던 虎狼이가 되돌아와 그女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헐떡이는 虎狼이 목젖을 어루만지던 女人이 人기척을 느끼고 허리춤에서 短劍을 빼들었다. 

    덤불 가까이 다가오던 사내는 겁먹은 表情으로 한동안 周邊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살며시 몸을 일으킨 女人이 조금씩 다가갈 때도 그는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女人 뒤로 虎狼이가 모습을 나타내고서야 그는 움찔 놀라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女人이 平穩한 微笑를 띠며 말했다. 

    “金炫 郎徒시여. 나의 郞君, 나의 정인이시여. 이제 約束한 대로 하소서.” 

    머리를 천천히 가로저은 金炫이 對答했다. 

    “그대와 그저 하룻밤의 因緣이었을망정, 그래도 우리는 夫婦라면 夫婦요. 짝의 죽음으로 벼슬을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니요?” 



    斷乎한 눈빛을 한 女人이 虎狼이 목을 감싸고 短劍을 녀석 목울대 가까이 댔다. 虎狼이가 몇 次例 갸릉갸릉 하며 呻吟소리를 흘렸지만 反抗하지는 않았다. 女人이 속삭였다. 

    “이미 끝난 얘기입니다. 이 녀석은 제 血肉과 같지만 기꺼이 벨 것입니다, 우린 運命이 똑같거든요.” 

    短劍이 虎狼이 목을 파고들며 길게 號를 긋자 피가 뿜어져 나오기 始作했다. 차츰 氣力을 잃고 쓰러지는 虎狼이를 감싸고 있던 女人 옷이 피로 물들어갔다. 本能的으로 허우적대던 발動作마저 멈추자 虎狼이는 싸늘한 屍身으로 變했다. 벌떡 일어선 女人이 핏물과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짐승으로 살아왔지만 사람으로 죽고 싶습니다. 다음 生에서 뵙기를 빌 뿐입니다.” 

    短劍을 自身의 목에 가져다 댄 女人이 애모와 怨望의 感情이 뒤섞인 奇妙한 表情으로 金炫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金炫이 多急하게 울부짖었다. 

    “멈추시오. 제발 내 말을 들어보시오. 살길이 있소!” 

    천천히 검을 목에서 뗀 女人이 稀微하게 웃으며 말했다. 

    “살길이야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어디 사람의 삶인가요? 말씀해 보소서. 사람처럼 살길이 어디 있나이까?” 

    女人을 向해 조금씩 다가가며 金炫이 對答했다. 

    “그대와 婚姻까지 할 수야 없겠지만, 그렇지만 우리 더불어 살아갈 수는 있지 않겠소? 사람으로, 眞正 사람으로 말이요.” 

    短劍을 앞으로 내밀어 더는 다가오지 말라는 表示를 한 뒤 女人이 목멘 소리로 對答했다. 

    “그날 밤 興輪寺에서 郎君님을 만나지 말 걸 그랬습니다. 그랬더라면 그 달콤한 말씀에 부질없는 希望을 품는 이런 懦弱함도 없었을 테니까요. 그날 제가 塔을 돌며 뭘 빌었는지 아시나요?” 

    金炫이 말없이 고개를 젓자 女人이 말했다. 

    “딱 하루만, 딱 하루라도 좋으니 어엿한 사람으로 살게 해달라고 빌었나이다. 그리고 그 所願을 이룬 以上 少女는 餘恨이 없나이다.”

    虎狼이 女人과의 만남

    그날 밤, 五月의 감미로운 바람이 興輪寺 金堂 앞 뜨락으로 불어오고 있었다. 徐羅伐의 젊은 男女들은 뜨락 가운데 서 있는 塔 周圍를 돌며 各自 所願을 빌었다. 時間이 흐르면서 人跡은 차츰 뜸해졌고, 金炫 앞을 돌던 한 雙의 젊은이들마저 梵鍾壘 맞은便에 우뚝 서 있는 彌勒존上에 머리를 조아린 뒤 南쪽 길달문 方向으로 사라지자 完璧한 寂寞이 찾아왔다. 虛空을 向해 긴 한숨을 내쉰 金炫이 속삭였다. 

    “올해도 벼슬길에 期約이 없다면 내 삶은 깊은 어둠에 잠겨 덧없이 끝나는 것인가?” 

    境內를 환히 밝히던 石燈 불빛이 마침내 꺼지고 金堂을 지키던 僧侶들도 回廊을 돌아 各自의 針房으로 들어갔다. 한때 統一新羅 首都 東京의 最大 寺刹 中 하나였던 興輪寺는 어느덧 社勢가 기울어 斃死되기 直前 狀況에 놓여 있었다. 군데군데 기와가 무너져 내린 客房을 둘러보며 서성이던 金炫은 마지막으로 塔을 한 바퀴 더 돌기로 作定했다. 그가 塔 쪽으로 고개를 돌린 瞬間 한 女人이 눈에 띄었다. 

    東京 사람은 입지 않는 異邦人 服裝을 한 女人은 가죽으로 된 신발 코를 사뿐사뿐 들어 올리며 홀로 塔을 돌다 金炫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달빛을 등진 女人은 恰似 사람으로 和한 여우거나, 不死藥을 훔쳐 달로 도망갔다는 仙女 姮娥처럼 보였다. 女人 뒤로 바싹 다가선 金炫이 말없이 그女를 따라 塔을 돌기 始作했다. 그의 머리를 가득 채웠던 俗世 근심은 어느새 사라지고 젊은 女人에 對한 애타는 渴望만이 그 자리를 代身 채워갔다. 그가 살며시 물었다. 

    “어디 사시는 아가씨요? 보아하니 東京 분은 아닌 듯한데.” 

    문득 걸음을 멈춘 女人이 半쯤 고개를 돌리며 對答했다. 

    “徐羅伐 出身이 아닙니다. 먼 곳에서 얼마 前 옮겨왔답니다.” 

    相對가 다루기 쉬운 靑樓의 몸 파는 女子거나 떠돌이 歌舞團의 舞姬日 거라고 斟酌한 金炫은 조금 放心해 女人 어깨에 손을 얹었다. 女人이 그의 손 위로 自己 손을 포갰다. 손을 떼지 않은 채 몸을 돌린 女人 눈瞳子가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部處께서 벼슬 代身 女人을 보내주셨다고 믿은 金炫은 거침없이 相對를 껴안았다. 暫時 숨을 헐떡이던 女人이 金炫을 밀어내며 속삭였다. 

    “짐승도 아닌데 이런 데서 이럴 순 없습니다. 다른 곳을 찾으소서.” 

    多急히 이리저리 눈길을 돌리던 金炫의 視野 안으로 허물어진 客房이 들어왔다.

    女人의 슬픈 微笑

    옷매무새를 다듬은 女人이 경첩에 비스듬히 매달린 客房 門짝을 살짝 밀자 달빛이 다시 밀려들었다. 女人의 오뚝한 콧날에 입을 맞춘 金炫이 우중충한 房 안을 빙 둘러보았다. 熱望을 채우고 나면 갑자기 周邊이 온통 초라해 보이곤 했지만 이番엔 그렇지 않았다. 잠자리를 막 끝낸 뒤인데도 女人은 如前히 사랑스러웠고, 그의 가슴을 채웠던 飽滿感은 아직 길게 여울져 흐르고 있었다. 그가 속삭였다. 

    “아가씨가 내 運命의 짝인가 보오.” 

    그의 품으로 파고든 女人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對答했다. 

    “우린 運命이 아니에요. 전 곧 떠나오니 未練 갖지 마소서.” 

    女人의 눈瞳子를 바라보며 속마음을 읽으려 했지만 金炫은 그게 不可能함을 깨달았다. 女人의 눈瞳子는 聰氣로 빛났지만 아무 얘기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가 물었다. 

    “當身의 눈은 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소?” 

    슬픈 微笑를 가벼운 한숨에 실어 客房 空氣 속에 풀어놓은 뒤 女人이 對答했다. 

    “할 얘기가 없기 때문이에요. 少女는 사람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놀란 表情의 金炫이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나 또한 그러하오. 나 亦是 사람처럼 살지 못했소. 들어보시겠소?” 

    奇異한 表情으로 일그러지던 女人 얼굴이 一瞬間 虎狼이 形象으로 化하려다 갑자기 멈췄다. 金炫은 自身이 뭔가 헛것을 봤다고 여겨 두 눈을 비벼댔다. 다시 仔細히 들여다본 女人 얼굴은 塔을 돌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安心한 金炫이 속삭였다. 

    “나는 沒落한 花郞 家門의 子息이오. 이 崎嶇한 人生事를 들어주시구려.” 

    女人이 노래하는 듯, 念佛을 외는 듯 나지막이 對答했다. 

    “少女, 그 말씀까지만 듣고 떠나겠나이다.” 

    三國 統一에 큰 功을 세운 花郞 勢力은 太宗 武烈王 事後에 힘을 더욱 키워나갔다. 新羅의 强力한 護衛 勢力이던 그들은 權力 맛에 길들더니 끝내 王權까지 넘볼 水準에 이르렀다. 이에 큰 威脅을 느낀 新羅 王室은 피비린내 나는 肅淸 作業을 통해 花郞 巨物을 次例次例 除去해 나갔는데, 金庾信과 함께 戰場을 누빈 統一 英雄 죽지랑度 그 가운데 하나였다. 權力으로부터 조금씩 疏外되던 죽지랑은 末年에 이르러는 完全히 實勢했고, 명예로웠던 過去 追憶만 지닌 채 一介 匹夫로 삶을 마쳤다. 

    金炫의 먼 祖上은 죽지랑을 모시던 郎徒였다. 죽지랑 事後 다른 同僚들과 定處 없이 떠돌던 그는 입에 풀漆이라도 하고자 저잣거리에서 曲藝를 벌였다. 사람들은 말 위에서 춤추고, 높이 매단 밧줄 위에서 空中제비를 돌고, 몸을 굽혀 가랑이 사이로 화살을 쏘는 그를 ‘화랭이’라 놀려댔다. 화랭이 集團은 비록 떠돌이 재주꾼으로 身分이 賤해졌지만, 한때 護國 戰士였다는 마음속 自尊心만은 지키려고 努力했다. 언젠가 世上이 다시 혼란스러워진다면 꼭 쓰일 날이 있으리란 期待가 남아 있었다.

    金炫의 崎嶇한 運命

    하지만 世上은 그저 平和로웠다. 큰 戰爭은 일어나지 않았고, 王室은 옛 戰死 集團을 까맣게 잊었다. 그렇게 歲月이 자꾸 흐르자 화랭이 大部分은 뿔뿔이 흩어졌고, 싸움꾼 氣質을 維持한 一部 勢力만 騎馬曲藝團으로 生計를 꾸리며 修鍊을 이어나갔다. 金炫의 아비 김선은 그런 무리 속에서 우두머리가 돼 있었다.

    김선에게 機會는 느닷없이, 豫期치 못한 方式으로 찾아왔다. 如前히 녹슬지 않은 武藝 實力을 높은 價格에 사겠다며 다가온 낯선 사내는 이런 말로 金線을 誘惑했다. 

    “김선 狼島. 只今이 花郞의 옛 名聲을 回復할 絶好의 時點이라 이거요. 부디 놓치지 말았으면 하오만.” 

    好奇心에 달뜬 김선이 多急하게 물었다. 

    “우리를 官軍에라도 編入해 注視겠단 말씀이오? 오랑캐들이 쳐들어온답디까?” 

    한참을 이리저리 말을 돌리던 사내는 마지막에 이렇게 속삭였다. 

    “官軍들은 敢히 할 수 없는 일을 해주시게. 쯧쯧,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원. 잘 생각해 보시게. 꼭 聖骨만 王이 되란 法이 어디 있나? 聖骨이 뭔 대수야? 武烈王 피가 섞였다는 뜻 아닌가? 왜 武烈王 피붙이만 王이 돼야 하느냐 말이지. 훌륭한 眞骨度 많고 많지 않은가? 안 그래? 骨品制 自體가 이미 낡았다 이 말이야.” 

    망설이는 金線을 무섭게 노려보던 相對 말套가 漸漸 暴惡하게 變해갔다. 

    “一旦 내 입에서 이 말이 나간 以上 道路 물릴 순 없지. 우린 같은 배를 탄 거야. 王을 죽이자고!” 

    김선은 덫에 걸렸음을 깨달았지만 相對 提案을 拒絶하는 瞬間 이미 죽은 목숨이라는 걸 모를 程度의 바보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김선 無理는 新羅의 마지막 聖骨 出身 王인 惠恭王을 暗殺하는 데 動員됐고, 보이지 않는 帳幕 너머에서 이 殘忍한 殺戮을 計劃한 無名 眞骨 貴族이 다음 王位에 올라 宣德王이 됐다. 선덕왕 卽位 直後, 덫을 놓았던 사내가 다시 金線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수고했어. 새 王께서도 아주 滿足하고 계셔. 한데 말이지. 暫時 몸을 避해 있는 게 어때? 適當한 때 반드시 불러줄 테니.” 

    相對의 섬뜩한 눈초리에 氣가 꺾인 김선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자네 部下들은 어쩌지?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렸잖아? 處理하기 힘들면 우리 쪽이 해줄게. 뭘 놀라나? 對答하기 힘든 거 알아. 내가 벌써 손 써놨어. 部下들에게 未安한 마음, 그런 것일랑 갖지 마. 그리고 자네에게 아들 하나가 있지? 金炫이라고 했나? 그 아이는 내가 기르기로 하지. 나중에 찾으러 오든지.”

    끈질긴 기다림

    徐羅伐에서 추방당한 김선은 西京으로 居處를 옮겨 이름을 감추고 살았다. 以後 새 장가까지 들어 다시 아들 하나를 둔 그의 餘生은 悲劇으로 끝나버렸다. 後患을 없애려는 선덕왕 무리의 殺戮으로부터 艱辛히 목숨을 건진 몇몇 部下가 끝까지 그를 追跡해 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背信者 김선의 屍身을 토막 內 當時 半月城 한 貴族의 奴隸였던 아들 金炫에게 보냈다. 金炫은 아버지 屍身과 함께 配達된 옛 部下의 便紙를 읽고 事件 內幕을 모두 알게 됐지만, 果然 누구에게 怨讐를 갚아야 할지 都統 알 수 없었다. 아버지 옛 部下들을 죽이고자 길을 떠나자니 그는 너무 잘 길든 奴隸일 뿐이었고, 이 모든 일을 벌인 元兇인 主人 貴族을 베자니 선뜻 勇氣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決定을 내리셨나요?” 

    金炫의 가슴 안으로 파고들며 女人이 물었다. 

    “아무런 決定도 할 수 없었소.” 

    고개를 들어 金炫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던 女人이 싸늘하게 물었다. 

    “무슨 말씀이 그렇습니까? 그럼 아버님의 怨讐를 繼續 섬기셨어요?” 

    고개를 끄덕인 金炫이 다른 누군가의 瘦瘠한 그림자인 양 힘없이 부스스 일어나 앉으며 對答했다. 

    “그랬소. 아니, 只今도 如前히 그리하고 있소. 어쩌면 너무도 잘한 決定이었소. 들어보시오. 나의 主君께서 어느 날 밤 寢所로 날 부르지 않았겠소? 다 알고 계십디다. 아버님 屍身이 到着하던 날, 이미 다 把握하고 계셨던 거요. 그리고 굳은 約條까지 해주셨소. 언젠가 當身이 큰 꿈을 이루게 되면, 그리 되면 畫廊을 復活시키고 나도 크게 써주시기로!” 

    “只今 그리 되셨나요?” 

    “기다리고 있는 거요. 끈질기고 또 끈질기게. 내가 모시던 主人님이 누군지 아시오? 바로 선덕왕을 이어 얼마 前 王位에 오르신 분이요. 只今의 新羅王이란 말이요. 벌써 周邊에선 다들 나를 郎徒라고 부르고 있소.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 일 아니겠소?” 

    金炫의 凄凉한 視線을 애써 外面한 女人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우두커니 달빛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王은 約束을 지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만 떠나고자 합니다.”

    모두에게 복된 일

    [GettyImage]

    [GettyImage]

    急히 떠날 채비를 차린 뒤 客房을 나선 女人은 절을 벗어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速度로 걷기 始作했다. 그 뒤를 多急하게 쫓던 金炫이 그女를 向해 외쳤다. 

    “娘子, 같이 갑시다. 왜 그리 빠른 거요?” 

    성난 表情으로 뒤돌아보는 女人 얼굴에 虎狼이 줄무늬가 번지려다 이내 사라졌다. 恐怖로 엉거주춤 물러서는 金炫을 向해 그女가 말했다. 

    “돌아가소서. 우리는 갈 길이 다릅니다. 어서!” 

    다시 方向을 돌린 女人은 南山 쪽을 向해 敏捷하게 몸을 움직였다. 한동안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金炫은 무언가에 홀린 듯 발길을 재촉해 再次 그女를 따라잡으며 소리쳤다. 

    “娘子가 무엇이든 난 상관없소. 이것도 부처님께서 맺어준 因緣이지 않소?” 

    暫時 걸음을 멈췄던 女人은 뒤 돌아보기를 抛棄하고 다시 걷더니 山기슭 한 허름한 客店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客店 門 앞에서 하염없이 그女를 기다리던 金炫에게 늙은 할멈의 거친 音聲이 크게 들려왔다. 

    “네가 미친 게냐? 이를 어쩌면 좋으냐? 비록 좋은 일이었다만, 없느니만 못했구나. 곧 네 오라비들이 돌아올 텐데 어서 돌려보내라! 사람은 우리 分數가 아니다.” 

    이어서 女人 울음소리가 하염없이 이어졌다. 울음소리는 건너便 山에서 虎狼이 떼 울음소리가 鈍하게 들려올 무렵까지 멈추지 않았다. 쪼그리고 앉아있던 金炫이 숨을 곳을 찾으려 일어섰을 때, 무언가 强力한 힘이 그를 낚아채 어디론가 달리기 始作했다. 

    이름 모를 숲에서 깨어난 金炫 앞에 女人이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그女가 턱을 괴더니 마치 달에게 얘기하듯 無心히 입을 열었다. 

    “제가 누군지 궁금하신가요? 實은 저도 모릅니다. 짐승인지, 아니면 사람 비슷한 무엇인지. 하지만 分明히 사람은 아닌 模樣입니다.” 

    金炫이 아무 對答이 없자 그女가 돌아보지 않은 채 다시 말했다. 

    “前 이 運命이 싫습니다, 부처님께 祈禱하기도 이제 지쳤어요. 이럴 바엔 어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럼…, 그렇다면 차라리 이리 하시면 어떻겠나이까?” 

    벌떡 일어선 그女가 성큼 金炫 쪽으로 다가오더니 하려던 말을 마저 했다. 

    “저를 죽여주소서.” 

    바짝 다가선 그女가 얼어붙은 金炫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속삭였다. 

    “저를 죽이소서! 來日부터 제가 다루는 아우와 都城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害치겠나이다. 아무도 저희를 말릴 수 없을 겁니다. 民心이 사나워지겠지요? 王은 높은 벼슬을 걸고 저희를 잡을 사람을 求할 겁니다. 두려워 마시고 性 北쪽 숲으로 따라오소서. 기다리고 있겠나이다.” 

    말門이 막힌 金炫이 한참을 망설이다 얼빠진 表情으로 呻吟하듯 말했다. 

    “아니, 내가 어찌…, 어찌 그대를?” 

    “對答 마소서. 이미 定해졌습니다.” 

    金炫의 이마에 입술을 살짝 댄 그女가 다시 속삭였다. 

    “생각해 보소서. 모두에게 복된 일입니다.”

    虎狼이 울음

    官軍을 몰고 虎狼이를 쫓아갔던 金炫은 날이 어두워져서야 半月城으로 홀로 돌아왔다. 터덜터덜 느린 걸음으로 城門에 다다른 그의 손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虎狼이 가죽이 들려 있었다. 守門將은 아무 말 없이 門을 열어주었다. 여러 個의 中門을 지나 元聖王이 쉬고 있던 唐나라 樣式의 後援에 이를 무렵, 金炫의 얼굴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물로 뒤덮여 버렸다. 

    蓮못물에 발을 담그고 愛妾과 바둑을 두고 있던 元聖王은 金炫을 發見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不快한 感情 가득한 語套로 물었다. 

    “玄이, 네 녀석! 虎狼이를 잡아오라 했더니 그 무슨 거지꼴이냐? 손에 쥔 냄새나는 物件은 또 뭐냐?” 

    王에게 천천히 다가가 무릎 꿇은 金炫이 두 손으로 虎狼이 가죽을 들어 바치며 對答했다. 

    “長安을 휘젓고 다녔던 虎狼이 녀석의 가죽입니다. 지고 誤記엔 너무 무거워 가죽만 벗겨 가져왔습니다.” 

    가죽에 손가락 끝을 살짝 대보고 나서 냄새를 맡으려 코를 몇 番 킁킁대던 王이 말했다. 

    “가죽 냄새부터 없애고 무두장이에게 보내라. 사냥할 때 입으면 좋겠구나.” 

    가죽을 말아 허리춤에 움켜쥔 金炫이 말없이 서서 움직이지 않자 王이 힐끔 노려보며 다시 말했다. 

    “뭐? 뭣 때문에 그리 서 있느냐? 오호라! 約束을 지키라 그거냐? 에라 이 쩨쩨한 놈! 지 아비 닮아 貪慾이 가득하구나? 알았다, 이놈아! 내가 二級의 벼슬을 내린다고 했으니 지킬 거야. 어서 가 몸이나 씻어라, 이놈아!” 

    感謝의 뜻으로 몸을 엎드려 俯伏했던 金炫이 몸을 돌려 後援 뜰을 비틀대며 걸어 나왔다. 그의 등을 向해 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말이야, 이놈아! 그 왜 虎狼이를 부리며 함께 날뛰고 다녔다는 계집은 어찌 됐냐? 그년도 잡아왔어야지, 안 그래? 놓쳤느냐? 아니면 돈이라도 받고 놔줬느냐?” 

    비스듬히 몸을 돌린 金炫이 고개를 천천히 숙이며 對答했다. 

    “죽었습니다.” 

    왕이 비아냥대듯 볼을 씰룩이며 속삭였다. 

    “죽어? 그런 계집이 죽어? 네놈이 죽인 게 아니라?” 

    “네. 自決했습니다.” 

    “그런 慓毒한 년이 自決을 해?” 

    “그렇습니다. 정성스레 虎狼이 가죽을 벗겨주고는 그동안 未安했다며 목숨을 끊었습니다. 王께 鄭重히 謝罪드린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陰凶한 눈빛으로 金炫을 한참 동안 쏘아보던 왕이 낯빛을 환하게 바꾸며 말했다. 

    “알았어. 가봐. 世上이 洶洶하니 앞으로 날 잘 輔弼해라. 알았지?” 

    고개를 끄덕인 金炫이 돌아서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무두장이에게 가죽을 넘긴 그는 하염없이 어디론가 걸었다. 그는 이리저리 걷고 또 걸었다. 瞻星臺가 보였고 蓮꽃 흐드러진 蓮못물이 보였고, 月池의 소나무 숲도 보였다. 風磬이 거기 있었지만 마음은 그곳에 없었고, 世上은 空豁해 텅 빈 채였다. 발걸음에 方向을 내맡겼던 그의 눈에 어느새 興輪寺 金堂 앞 塔이 들어왔다. 달이 밝았다. 金炫은 새벽이 되도록 엉엉 울어댔는데, 針房에서 잠을 설치며 뒤척이던 僧侶들에게 그 소리는 虎狼이 울음으로 들려왔다.

    * 이 作品은 ‘三國遺事’에 收錄된 小說 ‘金炫監護(金現感虎)’를 現代的으로 脚色한 것이다.


    윤채근
    ● 1965年 忠北 淸州 出生
    ● 고려대 國語國文學 博士
    ● 檀國大 漢文敎育學科 敎授
    ● 著書 : ‘小說的 主體, 그 誕生과 轉變’ ‘漢文小說과 欲望의 構造’ ‘神話가 된 天才들’ ‘論語 感覺’ ‘每日같이 明心寶鑑’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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