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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왈츠를 추듯이|신동아

[에세이] 왈츠를 추듯이

  • 白手린 小說家

    入力 2022-02-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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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

    [GettyImage]

    年末年始에는 새 手帖을 마련하곤 한다. 요즘엔 携帶電話에 메모帳과 달曆 機能이 있어 예전만큼 手帖을 자주 쓰게 되진 않지만 그래도 如前히 새해가 되면 새 手帖에 365日値의 날짜를 적고, 小小한 目標나 虛荒된 計劃을 즐겨 적는다. ‘每日 運動하기’ ‘冷藏庫 淸掃하기’ ‘아침에 일찍 깨서 作業 始作하기’ 같은 生産的 目標부터 ‘한낮에 잔디밭에 누워 낮잠 自己’ ‘地下鐵 循環線을 타고 한 바퀴 돌아보기’처럼 舞踊해 보이는 計劃도 있다.

    每해 무언가 적긴 하지만 내가 새해 計劃과 目標를 手帖에 적는 건 無心히 흘려보내기 쉬운 時間의 마디마디마다 멈춰 서서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날들을 맞이하기 前 숨을 고르는 行爲 그 以上도, 以下도 아니다. 나에게 手帖에 적은 일들은 앞으로 다가올 한 해의 方向性을 提示해 주는 里程標일 뿐,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約束이 아니란 意味다. 그러니 作心三日이어도 크게 介意치는 않는다. 陰曆으로 해가 바뀌는 설에 다시 한番 始作하면 되니까. 이番에도 作心三日이 돼버린다면? 그때는 學生들이 入學하고, 開講하는 3月에 또다시 새롭게 出發하면 된다.

    無責任하고 虛浪放蕩하게 삶을 虛費하겠다는 宣言이나 내 痼疾的 게으름을 辨明하려는 게 아니다. 내게 重要한 것은 暫時 멈추어 나의 過去와 未來를 생각하는 일일 뿐, 나는 計劃을 얼마나 實踐했는지로 스스로를 斷罪하고 싶지는 않다. 內 하루하루가 目標한 대로 生産性 있게 흘러가지 않아 願하는 만큼 結果物을 내지 못했더라도, 그래서 내가 過去의 나보다 더 쓸모 있는 사람이 되지 못했더라도 나 自身을 非難하는 데 내 人生을 더는 浪費하고 싶지는 않다. 意志가 弱해 오늘 할 일을 來日로 미룬 뒤, 來日로 미룬 일을 또 그 이튿날로 미루는 나일지라도 그런 나 自身의 限界와 허물, 물러 움푹 패어 있는 部分이나 모난 部分까지 나 自身의 一部라고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고 싶다.

    쓸모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强迫

    率直히 告白하자면 나는 오랫동안 1年 中 3月을 가장 좋아하지 않았다. 3月에 내 生日이 있다는 것도, 入學과 開學의 어수선함도 견디기가 어려웠다. 3月의 부산스러운 活氣, 모두들 始作이라고 무언가를 다짐하는 雰圍氣, 무엇보다도 낯선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 환히 웃어야 하는 것이 내게는 모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轉學과 理事를 反復했던 나에게 어렵게 사귄 親舊들과 헤어져 새로 모든 것을 다시 始作해야 하는 3月은 不安과 두려움, 외로움과 無力感을 뜻하는 달이었다.

    어릴 적 나를 가장 두렵게 한 것은 내가 아무짝에 쓸모가 없는 存在라는 事實이 發覺되면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리란 豫感이었다. 이미 함께 놀 무리가 形成돼 있는 아이들 틈에 全學生이 돼 敎卓 뒤에 설 때 나는 언제나 切迫하게 商品을 파는 營業社員의 心情이었다. 팔아야 하는 物件은 勿論 나 自身이었다. 敎卓 뒤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고, 評價하고, 무리에 끼워줄 만한지 아닌지를 判斷하던 그 눈빛들. 아이들은 商品으로서의 價値가 있다는 생각이 들 때야 비로소 나에게 도시락을 같이 먹자거나 運動場이나 化粧室에 함께 가자고 提案했다.



    그런 理由에서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모든 것이 지겨워지고, 더는 다른 사람들의 認定과 愛情을 渴求하지 않아도 된다는 事實을 스스로 받아들이기 前까지) 누군가에게 나의 쓸모와 價値를 證明해야 한다는 强迫에 시달렸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면, 어떤 것으로도 代替되지 않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라면 나는 더는 외롭지도, 슬프지도 않을 거였으므로. 어둠 속에 빛나는 電光板처럼 온몸을 다해 반짝이려고 애쓰고 또 애쓰면서. 누구든 나를 發見해 줘요. 나를 찾아와 줘요. 그리고 그렇게 애를 써서 發散하는 나의 빛이 시시하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면 쉽게 鬱寂해졌다.

    卓越하지 않아도 幸福할 수 있다

    내가 그런 마음으로부터 距離를 두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다른 이의 視線은 魔法師가 呪文을 걸어놓은 거울과도 같아서, 그것에 비춰 自身을 바라보면 우리는 반드시 不幸해진다는 事實을 알게 된 것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어 外觀의 불을 밝게 켜놓아 봤자, 다른 사람들의 視線을 의식하면 할수록 내 안은 텅 비어가고, 아무도 살지 않는 컴컴한 房 안에서 나는 漸漸 초라해진다.

    다른 이들의 視線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워진 以後 예전보다는 쓸모에 對한 强迫이 많이 없어졌지만 이따금씩은 如前히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며 내 存在의 쓸모를 苦悶하던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움츠러들 때도 있다. 例를 들면 몸이 많이 疲困하거나 아파 마음마저 懦弱해져 있는데 글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거나 (글은 언제나 잘 풀리지 않지만!), 偶然히 내 글에 惡評을 남겨놓은 리뷰를 읽게 되는 (그런 사람들은 왜 親切히 내 이름에 태그까지 걸어두는 걸까?) 그런 날들 같은 때.

    내가 하는 일의 結果物이나 他人의 評價로 쉽게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게 되는 건 우리가 사는 世上에서 특별함이 卓越함으로 자주 誤解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나의 卓越함을 他人에게 證明하기 위해 무엇이든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안간힘을 써서 그걸 해내 봤자, 우리의 미션은 工夫에서 戀愛로, 就業에서 結婚으로 甚至於는 育兒로 탈바꿈할 뿐이라는 걸. 世上은 우리가 幸福해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말하지만 卓越해야만 특별해지는 世界에서 幸福은 永遠히 到達할 수 없는 꿈이다.

    서툴기 때문에 아름답다

    科學에 門外漢이지만 나는 宇宙에 關한 冊을 이따금씩 즐겨 읽는다. 한 人間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偶然이 끊임없이 發生해야만 하는지를 한결같이 이야기해 주기 때문이다. 한 人間이 태어나기 위해 38億 年 前부터 只今까지 蓄積돼야만 하는 幸運의 總量을 생각해 본다. 地球上의 人間은 單 한 名도 빠짐없이 수없는 幸運의 結果物로 인해 存在하고 있다는 事實을 떠올리면 人間의 삶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이 되는지.

    이토록 數없이 겹치는 偶然을 우리가 奇跡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卓越함으로 우리를 애써 證明할 必要 없이, 그 存在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充分히 특별한 게 아닐까. 우리는 王子의 눈에 띌 만큼 卓越한 美貌를 갖지 않더라도, 재투성이에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도 기꺼이 舞蹈會를 즐길 수 있다. 眞正한 나를 특별한 存在로 發見해 낼 사람은 나를 재투성이에서 華麗한 옷차림의 公主로 탈바꿈해 줄 料亭이나 하룻밤짜리 魔法의 힘이 없이는 초라한 나를 춤출 相對로 揀擇해 주지 않을 王子가 아니라, 나 自身이니까. 그리고 그것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안에서 흘러나오는 音樂에 몸을 맡기고 왈츠를 추듯 가볍고 優雅하게 스텝을 밟아가며 삶을 누리는 일뿐이리라. 때론 치맛자락을 밟거나 스텝이 꼬여도 괜찮다. 脊椎를 곧게 펴고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中心만 잘 잡고 있다면. 우리는 各自의 方式으로 特別하고, 서툴기 때문에 아름답다.


    白手린
    ● 1982年 仁川 出生
    ● 2011年 경향신문 新春文藝에서 小說 ‘거짓말 練習’ 當選으로 登壇
    ● 2015, 2017, 2019年 文學동네 젊은작가상 受賞
    ● 2020年 現代文學賞 受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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