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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暴政을 ‘多文化’라는 自稱 進步들에게|신동아

탈레반 暴政을 ‘多文化’라는 自稱 進步들에게

[노정태의 뷰파인더?] 카불 陷落에 對한 哲學的 解釋

  • 노정태 經濟社會硏究院 專門委員·哲學

    basil83@gmail.com

    入力 2021-09-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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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帝國의 무덤’ 아프가니스탄

    • 美 民主·共和 共히 아프간 撤軍 選好

    • ‘歷史의 終焉’ 以後의 正體性 政治

    • 탈레반의 ‘文化’도 尊重의 對象인가

    • ‘多文化’라 쓰고 ‘抑壓’이라 읽는다!

    뷰파인더는 1983年生 筆者가 陣營 論理와 묵은 觀念에 얽매이지 않고 써 내려가는 ‘時代 診斷書’입니다.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의 지도부들이 8월 15일(현지 시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 모여 있다. [AP 뉴시스]

    아프가니스탄 武裝團體 탈레반의 指導部들이 8月 15日(現地 時間) 首都 카불의 大統領宮에 모여 있다. [AP 뉴시스]

    歷史의 終焉(The End of the History). 美國의 政治哲學者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提示한 槪念이다. 獨逸 베를린 障壁이 무너지고 東歐圈 國家들의 離脫과 激動이 可視化되던 1989年,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發表한 論文에서 후쿠야마는 野心찬 主張을 내놨다.

    歷史는 끝났다. 여기서 우리는 후쿠야마가 ‘歷史’라는 單語를 一般的인 뜻으로 쓰고 있지 않다는 點에 注目해야 한다. 歲月이 흐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次元의 歷史라면 人類가 單番에 滅亡하지 않는 다음에야 終焉을 告할 수 없다.

    후쿠야마가 말하는 ‘歷史’란 巨大 談論과 鬪爭의 歷史다. 모든 사람이 法 앞에 平等한 權利를 갖고 市場에서 자유로운 競爭을 하면 더 나은 世上에 到達할 수 있다는 自由民主主義와, 모든 生産手段을 國家가 獨占 管理할 때 人類가 더 나은 未來에 到達할 수 있다는 共産主義의 鬪爭이, 共産主義의 敗北로 마무리됐다는 意味다.

    그 結果, 짧게 보면 소비에트 聯邦의 誕生인 1917年부터 東歐圈이 解體되기 始作한 1989年까지, 或은 19世紀부터 20世紀 末까지, 熾烈하게 이어져온 巨大 談論과 鬪爭의 時代가 끝났다. 地球上에 存在하는 모든 國家는 民主主義를 標榜하며 資本主義 國際 經濟 體制의 一部가 될 것이다. 共産主義 革命을 위해 獻身하던 靑年들, 民主主義를 守護하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우던 이들은 一瞬間 삶의 目的을 잃어버렸다.



    후쿠야마는 歷史의 終焉으로 인해 니체가 말한 ‘마지막 人間’만이 남게 될 것이라 보았다. 니체의 ‘마지막 人間’이란 그 어떤 崇高하고 偉大한 業績에도 關心이 없고 그저 末梢的인 快樂과 安全에만 沒頭하는 者다. 歷史의 偉大한 鬪爭이 사라졌으므로 偉大한 人間도 없다. 歷史의 終焉, 資本主義의 勝利로 인해 온 世上은 資本主義의 單一한 秩序 속으로 編入됐다. 모든 人間은 資本主義가 提供하는 感覺的 快樂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正體性 政治’의 魅惑

    8월 30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은행 앞에 현금을 찾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 현금 인출 수요가 폭증하자 탈레반은 시민들의 인출 금액을 한 주에 200달러로 제한했다. [AP 뉴시스]

    8月 30日(現地 時間) 아프가니스탄 首都 카불의 銀行 앞에 現金을 찾으려는 市民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掌握한 後 現金 引出 需要가 폭증하자 탈레반은 市民들의 引出 金額을 한 週에 200달러로 制限했다. [AP 뉴시스]

    이 大汎한 主張은 論文의 形態로 發表되었던 1989年부터 큰 衝擊과 話題를 불러일으켰다. 1991年 蘇聯의 崩壞를 目擊한 後 1992年 論文을 擴張하여 ‘歷史의 終末’이라는 單行本을 出刊했을 때, 후쿠야마의 名聲은 하늘 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그의 主張에 同意하지 않고 反撥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데올로기의 時代가 끝났다”는 大前提를 反駁할 수는 없었다.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事實이 그러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進步 運動 自體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現 體制에 不滿을 갖고 있는 사람, 더 나은 世上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共産主義의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理念 或은 最小限의 方向이 切實했다. 하지만 冷戰은 끝났고 20世紀 進步 運動의 가장 큰 밑거름이었던 社會主義 或은 共産主義는 現實에서 破綻을 맞이했다. 大體 무엇으로 그 빈자리를 代替할 수 있단 말인가?

    1990年代부터 文化, 特히 ‘多文化主義’가 大勢로 자리 잡은 것은 그래서였다. 資本主義 體制 克服을 위한 代案 論理를 社會主義 理論과 現實 共産主義 國家에서 찾는 것은 不可能해졌다. 代身 文化, 人種, 宗敎, 젠더 等 多樣한 ‘差異’의 要素를 發見하고 드러내어 論爭하는 談論이 힘을 얻었다.

    資本主義와 自由主義를 代表하는 나라 美國에서 ‘歷史의 終焉’은 곧 美國을 向한 愛國心의 終焉을 뜻했다. 美國의 엘리트 知識人, 特히 進步 性向이 剛한 知識人들은 愛國心을 드러내는 것, 或은 아예 이야기하는 것 自體를 꺼리게 됐다. 代身 그들은 文化의 ‘差異’를 直視하기 始作했다. 하버드대에서 후쿠야마에게 國際政治學을 가르친 스승인 새뮤얼 헌팅턴은 ‘새뮤얼 헌팅턴의 美國’에서 그러한 雰圍氣를 이렇게 傳하고 있다.

    “敎育받은 美國의 엘리트 階層에서 國家的 正體性은 때로 멀리 사라져버린 것 같았다. 世界化, 多文化主義, 汎世界主義, 移民, 下部國家注意, 그리고 反國家主義가 美國人들의 意識을 약화시켰다. 代身에 民族的, 人種的, 그리고 性的 正體性이 前面에 浮上했다.”

    이는 ‘歷史의 終焉’과 함께 놓고 보면 어렵지 않게 理解할 수 있는 일이다. 自由民主主義와 共産主義의 鬪爭이 살아있던 時節을 떠올려보자. 美國 知識人에게 國家的 正體性을 肯定하는 것은 自由民主主義의 便에 선다는 말과 同一했다. 反對로 國家的 正體性을 否定하는 것은 共産主義, 或은 共産主義가 標榜하는 國際主義와 理想主義의 便에 선다는 말과 같았다.

    그러나 冷戰이 끝나고 巨大 敍事가 사라졌으므로, 엘리트 知識人들은 國家나 理念이 아닌 다양한 ‘正體性 政治’에 魅惑되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美國과 蘇聯, 그리고 ‘帝國의 무덤’

    多少 길고 複雜한 說明을 내놓은 理由가 있다. 美國의 아프가니스탄 撤軍과 그에 따른 餘波를 穩全히 理解하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흔히 아프가니스탄을 ‘帝國의 무덤’이라 부른다. 蘇聯이 아프가니스탄에서 實속 없는 戰爭을 벌이다 退却하고 말았던 그 電鐵을 美國 또한 밟고 있다. 蘇聯이 치렀던 20世紀의 아프가니스탄 戰爭은 蘇聯의 國力을 약화시켰고 冷戰의 終末을 불러온 重要한 起點이 됐다. 그렇다면 美國이 蘇聯과 마찬가지로 불명예스럽게 傷處투성이의 退却을 하고 만 것 亦是, 巨大한 意味를 지니는 歷史的 事件으로 解釋해볼 必要가 있지 않을까?

    아프가니스탄 撤軍은 中東에의 軍事的 介入을 줄이고자 하는 美國의 戰略的 方向에 따른 行爲다. 바이든 大統領이 性急하게 美軍을 撤收시키면서 狀況이 急激히 惡化되고 말았지만, 中東에서 발을 뺀다는 全般的 方向은 민주당과 공화당 가릴 것 없이 美國 政界가 大體로 共有하고 있었다.

    앞서 說明했듯 冷戰의 終熄과 人類 歷史上 유례없는 超强大國 美國의 誕生은 사람들의 精神世界에도 直接的인 影響을 미쳤다. 거칠게 要約하면 巨大 談論을 中心으로 한 進步 運動의 時代가 저물고, 正體性 政治와 多文化主義 等을 앞세운 새로운 進步 運動의 時代가 開幕했다.

    그러한 흐름은 1960年代에 始作돼 1990年代에 絶頂에 이르렀다. 다시 한 番 헌팅턴의 冊을 引用해보자.

    “1990年代에 이르러 專門家들은 解體主義者들의 勝利를 宣言하기 始作했다…그리고 1997年에 하버드 大學校의 社會學者 네이던 글레이저는 이렇게 結論 내렸다. ‘우리 모두는 多文化主義者다’.”

    헌팅턴은 2001年 發生한 9·11 테러와 그 餘波는 多文化主義의 勝利에 若干의 制動을 걸었지만 根本的인 方向 轉換을 불러오지는 못했다고 指摘한다. 20世紀 末과 21世紀 初는 多文化主義의 時代였다고 해도 過言이 아니다. ‘다름을 認定하라! 差異를 尊重하라!’ 이와 같은 要求를 하는 것만으로 進步的 論議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소총으로 무장한 탈레반 군인들이 8월 28일(현지 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픽업트럭을 타고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AP 뉴시스]

    小銃으로 武裝한 탈레반 軍人들이 8月 28日(現地 時間) 아프가니스탄 首都 카불에서 픽업트럭을 타고 市內를 巡察하고 있다. [AP 뉴시스]

    그 文化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

    8月 15日 카불 陷落은 그런 面에서 國際政治的 事件을 넘어서는 哲學的 事件이다. ‘歷史의 終焉’ 以後의 知性界를 支配해온 多文化主義의 破局을 全 世界人에게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勿論 2021年 現在도 共産主義 運動을 하는 사람들이 存在한다. 多文化主義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文化, 特히 大衆文化의 많은 領域에서 큰 影響力을 發揮할 테다. 하지만 多文化主義에 基盤을 둔 政策은 眞摯한 挑戰과 檢討를 避할 수 없게 됐다. 아프가니스탄이라는 悽絶한 失敗 事例가 登場했기 때문이다.

    카불 陷落 以後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일을 살펴보자. 탈레반은 마치 自身들이 달라진 것처럼 弘報했지만, 막상 占領이 始作되고 나니 그들의 行態는 以前과 다를 바 없다. 온 몸을 두르고 눈까지 가려야 하는 抑壓的인 衣裳 ‘부르카’를 마련하지 못한 女性들은 出退勤도 하지 못한 채 집에 갇혀 있다. 現場을 中繼 中이던 CNN의 女性 記者가 탈레반에게 暴行당하는 일도 있었다.

    탈레반의 抑壓이 오직 女性에게만 向하는 것도 아니다. 宗敎的 嚴肅主義와 戒律에서 벗어난 그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暴力으로 짓눌러야 할 무언가로 여겨진다. 탈레반을 諷刺하던 코미디언, 아프가니스탄 傳統 民謠를 發掘하고 부르며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던 歌手 等도 悲慘하게 목숨을 잃었다.

    多文化主義는 모든 文化와 慣習에 나름의 價値가 있고, 그것을 公的 領域에서 認定해야 한다는 內容을 核心으로 한다. 때로는 지나치거나 消耗的인 論難을 불러일으킬 때도 있지만, 特定 國家 안에서 多文化主義 談論과 그에 따른 論爭은 그間 疏外돼 있던 이들의 人權을 保障한다는 面에서 有益할 때가 많다.

    ‘多文化主義의 終焉’

    問題는 多文化主義 觀點을 他國의 境遇에도, 或은 他國에 存在하는 常識的으로 理解하고 納得할 수 없는 ‘文化’에도 適用할 수 있느냐다. 모든 文化와 慣習에 나름의 理由와 存在의 當爲가 있다는 主張을, 탈레반의 蠻行을 지켜보며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反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世上의 모든 文化, 宗敎, 慣習 等을 ‘다르다’며 認定하고 尊重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탈레반의 極端主義도 하나의 文化라고 한다면, 그 文化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것’이다.

    勿論 美國은 20年間 아프가니스탄의 首都 카불을 占領했지만 아프가니스탄의 平凡한 사람들 相當數가 支持하는 文化와 慣習을 바꾸는 데에는 失敗했다. 實際로 많은 地域에서는 政府軍이 아닌 탈레반이 ‘民衆’의 支持를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틀린 文化’를 尊重의 對象으로 삼아야 하는가.

    카불 陷落은 衝擊的인 事件이다. 韓國戰爭을 몸소 겪은 이들이 如前히 生存해 있는 우리의 눈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 事件에 對한 論議가 駐韓美軍 撤收라던가 自由의 所重함 같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主題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歷史의 終焉’을 넘어 ‘多文化主義의 終焉’을 目擊하고 있는 中일 수도 있다.

    #탈레반 #카불陷落 #多文化主義 #부르카 #新東亞


    노정태
    ● 1983年 出生
    ● 高麗大 法學科 卒業, 서강대 大學院 哲學科 碩士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韓國語版 編輯長
    ● 著書 : ‘論客時代’ ‘탄탈로스의 神話’
    ● 曆書 : ‘밀레니얼 宣言’ ‘民主主義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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