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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國 뒤흔든 高校 壁畫 論爭|新東亞

샌프란시스코 通信

美國 뒤흔든 高校 壁畫 論爭

조지 워싱턴 生涯 그림 지워라?

  • 글·寫眞 黃長石 ‘실리콘밸리 스토리’ 作家·前 동아일보 記者

    surono@naver.com

    入力 2019-06-05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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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國 샌프란시스코의 한 高等學校에 있는 壁畫가 最近 거센 論難의 中心에 섰다. 아메리카 原住民을 몰아내고 奴隸를 所有했던 美國 初代 大統領 조지 워싱턴의 모습을 담은 ‘워싱턴의 生涯(The Life of Washington)’라는 題目의 壁畫다. 이 그림을 지워달라는 要求가 커지면서 贊成 反對 陣營이 激烈하게 맞붙었다. 샌프란시스코를 달군 歷史 지우기 論難의 現場을 取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조지 워싱턴 고등학교 현관 계단 양쪽에 그려진 ‘워싱턴의 생애’ 벽화.

    美國 샌프란시스코 조지 워싱턴 高等學校 玄關 階段 兩쪽에 그려진 ‘워싱턴의 生涯’ 壁畫.

    風光이 빼어난 太平洋 沿岸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조지 워싱턴 高等學校’. 美國 學校 이름은 人物, 地域, 아니면 地域에 大規模로 自生하는 植物 이름 等을 붙인 境遇가 많다. 이 學校는 初代 大統領 이름을 붙였다. ‘조지 워싱턴’은 學校 이름으로 제법 人氣가 높다. 美國敎育統計센터(NCES) 웹사이트에서 찾아보면 美國 全域에 初代 大統領 이름을 딴 公立學校가 54곳 있다. 

    5月 4日 午前 10時 5分, 相當히 가파른 언덕에 자리한 이 學校를 찾았다. 특별한 境遇가 아니면 安全 等의 問題로 休日에도 開放하지 않는데, 이날은 午前 10時부터 正午까지 2時間 동안 一部 區域을 住民에게 開放했다. 學校 正門을 열고 들어서니 階段을 통해 위에 있는 中央홀로 올라가게 돼 있었다. 바로 그곳에 問題의 壁畫가 있었다.

    原住民 虐殺, 奴隸制의 歷史

    벽화 ‘워싱턴의 생애’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작품. 아메리카 원주민 주검이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조지 워싱턴으로 표현된 인물이 참모들과 뭔가 논의하고 있다.

    壁畫 ‘워싱턴의 生涯’ 中에서 가장 論難이 되는 作品. 아메리카 原住民 주검이 널브러져 있는 가운데 조지 워싱턴으로 表現된 人物이 參謀들과 뭔가 論議하고 있다.

    階段 兩옆, 그리고 階段 위 中央홀의 壁과 通路 兩옆에 그려진 壁畫들. ‘워싱턴의 生涯’라는 題目의 한 作品을 構成하는 13點의 그림이었다. 階段 위 조지 워싱턴 銅像 옆의 한 面에 그려진 壁畫가 特히 눈길을 끌었다. 이날 學校를 訪問한 사람들 視線이 가장 많이 머문 그림이기도 했다. 

    아메리카 原住民 주검 옆에 銃을 든 兵士들이 있고, 주검과 兵士들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參謀들과 뭔가 論議하는 조지 워싱턴이 있다. 美國 建國 時期 原住民 虐殺 歷史를 담은 壁畫다. 다른 壁畫엔 워싱턴이 살았던 大邸宅 마운트 버넌(Mount Vernon)에서 그의 所有 奴隸들이 고된 勞動을 하는 모습이 描寫돼 있었다. 壁畫는 奴隸를 사들이고 죽을 때까지 所有했으며, 그들을 苛酷하게 對했던 워싱턴을 떠올리게 했다. 

    모여든 住民이 50餘 名쯤 됐을 때, 나이 지긋한 白人 男性 한 名이 워싱턴 銅像 앞에 섰다. 그 男性은 自身을 “존 로스먼 워싱턴高等學校 同門會長”이라고 紹介했다. 로스먼은 이 壁畫를 保存하자는 사람들 意見을 代辯했다. 그러자 키가 큰 女性 한 名이 그의 말을 끊으며 나섰다. 아메리카 原住民의 後裔이자 아들이 이 學校에 다닌다는 이 女性 이름은 에이미 앤더슨. 샌프란시스코 公立學校 敎師라는 앤더슨은 壁畫를 지워야 한다는 그룹의 中心에 있었다. 



    “여러분, 이 壁畫는 지워야 합니다. 이건 白人 優越主義를 보여주는 그림이에요. 이 땅에 살고 있던 原住民을 虐殺하고 몰아낸 끔찍한 記憶, 奴隸를 부렸던 行爲를 學生들에게 每日 보여주는 게 옳습니까. 이건 藝術을 憑藉해 學生들을 괴롭히는 겁니다. 제 아이가 이 學校에 다니고 있어요. 登校할 때마다, 이곳을 오갈 때마다 보기 싫어도 이 壁畫를 보게 된단 말입니다.” 

    그러자 同門會長 로스먼이 上氣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歷史를 批判的으로 담은 藝術作品입니다. 過去를 숨기자는 게 아니잖소. 畫家가 이걸 왜 그렸는지 보자는 말입니다. 오늘은 公式 討論하는 날도 아니고 贊反 論難이 있는 問題니까 그냥 궁금한 분들에게 答辯하려는 것 아닙니까. 말을 막지 말아요. 나도 ‘白人 優越主義者’ ‘쓰레기 같은 白人’은 아니란 말이오. 그리고 이건 아이들에게 歷史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의 問題입니다. 歷史를 그냥 지워버릴 건지, 歷史를 마주할 것인지.”

    이番엔 한 白人 女性이 끼어들었다. 

    “조지 워싱턴은 우리 初代 大統領이에요. 批判할 部分도, 評價할 部分도 있지 않나요? 無條件 否定하는 건 옳지 않아요.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겁니다. 壁畫를 지우는 게 能事가 아니에요.” 

    原住民 後裔라는 다른 女性도 나섰다. 

    “奴隸를 부리고 原住民을 虐殺한 게 事實이죠. 아무리 歷史를 批判的으로 그렸다고 해도, 畫家의 意圖가 重要합니까, 아니면 學生들에게 주는 影響이 더 重要한가요. 敎育 目的이면 디지털로 保存하는 方法도 있어요.” 

    意見을 提示하는 住民들이 하나둘 더 끼어들면서 모두의 목소리가 漸漸 커졌다. 物理的 衝突이 일어나진 않았다. 兩側이 住民들을 相對로 輿論戰을 하는 느낌이었다. 

    最近 들어 壁畫를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그에 反對하는 氣流도 작지 않다. 最終 結論은 샌프란시스코統合敎育區(SFUSD·市敎育廳)에 맡긴 狀況. 이날 學校 壁畫를 住民들에게 公開한 것도 市敎育廳 決定에 따른 것이다. 壁畫를 둘러싼 論難이 커지는 狀況에서 市敎育廳이 壁畫의 運命을 決定할 것이라는 言論 報道가 나오자, 敎育廳에 壁畫를 보고 싶다는 要求가 빗발쳤다고 한다.

    ‘없애자’ ‘保存하자’ 妥協 없는 攻防戰

    조지 워싱턴 高等學校의 이 壁畫가 完成된 건 1936年의 일이다. 畫家는 러시아 出身으로 以後 스탠퍼드대 敎授로 在職한 빅터 아노토프(Victor Arnautoff·1896~1979)다. 歷史學者 로버트 처니(Robert W. Cherny) 샌프란시스코주립대 名譽敎授는 아노토프가 1930年代 샌프란시스코 地域을 代表하는 最高의 壁畫 畫家였다고 評價한다. 처니 敎授가 스탠퍼드歷史會 季刊誌 ‘Sandstone & Tile’ 2013年 가을號에 寄稿한 글을 보면 아노토프의 活動을 엿볼 수 있다. 

    寄稿文에 따르면 아노吐프는 美國 西部 名文 藝術大學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SFAI)’에 留學하면서 美國 生活을 始作했다. 그는 自身을 아낀 學校 스승의 勸告로 멕시코에 건너가 當代 最高의 壁畫 畫家이자 民衆畫家로 推仰받던 디에고 리베라의 弟子가 된다. 

    以後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많은 作品을 남겼는데, 그中 하나가 바로 이番 壁畫다. 當時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大統領 時節로, 뉴딜 政策의 延長線에서 藝術家들에게도 일자리를 提供했다. 아노吐프는 그 프로젝트의 支援을 받아 워싱턴 高等學校 壁畫를 그렸다. 처니 敎授는 寄稿文에서 워싱턴 高等學校 壁畫와 關聯해 이렇게 썼다. 

    “아노吐프는 이 壁畫에서 當時 大部分의 高等學校에서 가르치던 典型的인 內容의 美國 歷史에 對抗했다. 워싱턴 大統領의 邸宅 마운트 버넌을 描寫하면서 黑人 奴隸들을 中心에 配置했다. 그의 壁畫는 마운트 버넌에 있던 奴隸의 存在를 감추던 大部分의 高等學校 歷史 授業 內容을 正面으로 批判했다. 또한 (워싱턴 大統領을 包含해) 奴隸 所有主들이 ‘모든 人間은 平等하게 태어났다’는 原則을 앞세워 싸우는 自己矛盾을 指摘하는 것이기도 했다. 西部 開拓이 原住民의 주검을 밟고 이뤄진 點도 壁畫에서 劇的으로 表現했다.”

    當代 最高 畫家의 現實 批判 作品

    ‘워싱턴의 생애’ 벽화를 지워야 한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1974년 추가된 벽화. 흑인의 정치 사회 이슈를 벽화로 그려온 화가 듀이 크럼플러가 ‘제3세계의 투쟁’이란 주제로 그린 작품이다.

    ‘워싱턴의 生涯’ 壁畫를 지워야 한다는 學生들의 要求가 거세지자 1974年 追加된 壁畫. 黑人의 政治 社會 이슈를 壁畫로 그려온 畫家 듀이 크럼플러가 ‘第3世界의 鬪爭’이란 主題로 그린 作品이다.

    美國에서는 建國 初期 아메리카 原住民을 虐殺하고 奴隸制를 維持했던 歷史를 表現한 藝術品을 없애자는 要求가 漸漸 높아지는 趨勢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지난해 9月 市廳 周邊 시빅센터플라자(Civic Center Plaza)에 設置돼 있던 ‘初期 나날들(Early Days)’이란 造形物이 撤去됐다. 샌프란시스코 歷史學者 다니엘라 블레이는 지난해 10月 4日 스미소니언박물관 웹사이트에 이와 關聯한 글을 寄稿했다. 그는 1894年 設置된 이 造形物이 原住民을 虐殺하며 캘리포니아를 占領한 유럽人의 行爲를 正當化하고 있다는 理由로 撤去됐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中心 都市인 팰로앨토에선 中學校 두 곳의 이름이 過去 優生學을 主唱했던 人物의 이름이라는 理由로 變更되기도 했다. 스탠퍼드大 初代 總長으로 優生學을 擁護했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름을 붙인 ‘조던 中學校’는 실리콘밸리 黑人 메모리칩 發明家의 이름을 딴 ‘프랭크 그린 주니어 中學校’가 됐다. 또 스탠퍼드대 敎授로 아이큐(IQ) 테스트를 發明한 敎育心理學者 루이스 터먼의 이름을 붙인 ‘터먼 中學校’는 홀로코스트 生存者이자 팰로앨토 市長을 지낸 人物의 이름을 딴 ‘엘렌 플레처 中學校’로 改名했다. 

    그런데 이番 壁畫를 둘러싼 論難은 조금 더 複雜하다. 壁畫를 그린 畫家가 美國 初期 歷史에서 감추고 싶은 恥部를 드러내며 매우 批判的인 作品을 完成했다는 評價를 받았기 때문이다. 처음 壁畫가 完成됐을 때는 그런 側面에서 讚辭를 받았다고 한다. 다만 時間이 지나면서 漸次 壁畫를 지워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特히 1968年 黑人 學生들을 中心으로 ‘壁畫에 黑人과 原住民이 賤하고 卑屈하게 보이도록 描寫돼 있으니 지우고 새로운 壁畫를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壁畫를 지우고 새로 그려야 할지를 놓고 贊成 反對 陣營이 對立하면서 敎育廳이 나섰다. 결론적으로는 妥協이 이뤄졌다. 壁畫는 그대로 두되 複道 다른 壁에 學生들이 選定하는 畫家로 하여금 그들이 願하는 主題의 새로운 壁畫를 그리도록 한 것이다. 

    現在 아노토프 壁畫를 지나 옆 複道로 가면 다른 畫家가 그린 3點의 壁畫가 있다. 1974年 完成된 이 3點의 作品은 黑人의 社會 政治 이슈를 壁畫로 그려온 畫家 듀이 크럼플러(Dewey Crumpler)가 學生들이 選定한 ‘第3世界의 鬪爭’이란 主題로 그린 것들이다. 歷史를 批判하는 完成度 높은 藝術作品을 그냥 지워버려선 안 된다는 意見이 反映되면서 이뤄진 妥協이었다. 學校 側은 只今도 3點의 壁畫 아래 이런 內容을 담은 說明文을 붙여놓고 있다.

    지워야 할 過誤인가, 곱씹을 藝術인가

    이날 壁畫 公開 行事에 學生들은 參與하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削除를 願하는 學生과 保存을 願하는 學生 比率이 어떤지 等은 確認할 수 없었다. 4月 8日 現地新聞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記事에는 워싱턴 高等學校 學生 두 名의 인터뷰가 揭載됐다. 인터뷰에서 12學年 學生 에밀리는 “뭐든 人種差別과 關聯 없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며 壁畫를 지우는 데 贊成했다. 反面 10學年 學生 에이미는 “過去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喚起해주는 것 아니냐”며 壁畫 保存 主張에 힘을 실었다. 

    壁畫의 運命은 이제 敎育廳 손에 달렸다. 學生, 學父母, 敎師, 그 外 住民 等의 意見을 들어 最終 決定을 내린다고 하지만 論難이 빠른 時日 內에 終結될 可能性은 낮아 보인다. 保存을 主張하는 側에선 壁畫를 없애기로 結論 날 境遇 法院에 訴訟을 提起하겠다고 밝혀둔 狀況이다. 

    美國 歷史의 恥部를 드러낸 完成度 높은 藝術作品이라는 評價와 더불어 原住民과 黑人 社會의 傷處를 들추고 있다는 批判을 받는 샌프란시스코 한 高等學校의 壁畫. 그 그림을 보고 學校를 나오는데 太平洋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갑게 얼굴을 때렸다. 머릿속이 맑아졌지만 ‘壁畫를 어떻게 處分하는 게 정의로운가’ 하는 물음의 答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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