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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形의 집’ 속 노라와 ‘조국의 집’ 속 鄭慶心|週刊東亞

週刊東亞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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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示唆 레슨

‘人形의 집’ 속 노라와 ‘조국의 집’ 속 鄭慶心

140年 묵은 노라의 꿈은 언제쯤 이 땅에서 實現될까

  • 권재현 記者

    confetti@donga.com

    入力 2019-11-03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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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영국 런던에서 공연된 연극 ‘인형의 집’. 노라 역의 여배우는 ‘X파일’의 스컬리 요원으로 유명한 질리안 앤더슨이다. [gettyimages]

    2009年 英國 런던에서 공연된 演劇 ‘人形의 집’. 노라 役의 女俳優는 ‘X파일’의 스컬리 要員으로 有名한 질리안 앤더슨이다. [gettyimages]

    아내는 새카맣게 속이 탔다. 法學을 專攻한 男便의 뒷바라지를 위해 목돈을 마련하려던 게 올가미가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當時엔 家族을 위한 길이라는 생각에 깊이 苦悶하지 않고 決定한 일인데, 이제 겨우 날개를 펴고 雄志를 펼치려는 男便의 발목을 잡게 될 줄이야. 

    그로 인해 高位職 就任을 눈앞에 둔 男便은 큰 弱點을 잡히게 됐고, 이를 撫摩하려면 男便이 ‘積弊’로 烙印찍었던 人事의 손아귀에 굴러떨어질 게 明若觀火했다. 剛直한 男便은 차라리 옷을 벗는 길을 擇할 可能性이 컸다. 그런 男便에게 너무 未安했지만 아내에겐 믿는 구석이 따로 있었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누구를 떠올렸는가. 얼핏 曺國 前 法務部 長官의 아내 정경심 東洋大 敎授를 떠올린 讀者가 많으리라. 하지만 正確히 말하면 이는 노르웨이 劇作家 헨리크 입센의 戱曲 ‘人形의 집’(1879)의 女主人公 노라가 處한 딜레마다.

    金融 詐欺에 連累된 노라

    原作을 接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노라가 男便의 家父長的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人形 같은 삶을 拒否하고 主體的 삶을 살고자 家出을 敢行한다는 結論만 記憶할 것이다. 하지만 原作에서 노라의 男便 토르發은 一般의 豫想과 달리 抑壓的 假裝이 아니다. 

    그는 노라를 ‘종달새’ ‘다람쥐’라는 愛稱으로 부르는 至極히 多情한 男便에 社會的 責任意識이 透徹한 올곧은 知識人이다. 自身에겐 丈人인 노라의 아버지가 公職에 있을 때 저지른 잘못을 눈감아준 적이 있긴 해도 不淨腐敗 問題에 斷乎한 淸廉 剛直한 선비에 가깝다. 그래서 辯護士로 活動하면서도 큰돈을 벌지 못했다. 게다가 健康이 極度로 惡化돼 이탈리아에서 오랜 歲月 療養生活을 해야 했다. 



    하지만 人生萬事 塞翁之馬라고, 이런 試鍊이 轉禍爲福의 契機가 됐다. 다시 健康해져 노르웨이로 돌아오고 얼마 안 돼 큰 銀行의 最高經營者(CEO)로 電擊 拔擢됐기 때문이다. 온갖 世波에 시달리면서도 志操를 잃지 않았다는 點이 벼락 出世의 발板이 된 것이리라. 

    그렇게 就任을 앞두고 銀行 經營 刷新을 準備하는 토르發에게 淸算해야 할 積弊가 하나 있었다. 自身의 法大 同窓이자 그 銀行 職員으로 있는 닐스 크로그스타드다. 署名 僞造 問題로 辯護士業界에 발을 못 붙이자 銀行에 就業했지만 如前히 評判이 좋지 못했다. 토르發은 한때 親舊였던 그를 整理解雇함으로써 經營革新의 本으로 삼을 計劃을 세웠다. 

    하지만 크로그스타드에겐 反擊할 會心의 카드가 숨겨져 있었다. 토르發이 匠人이 남긴 遺産으로 充當했다고 알고 있는 自身의 海外療養資金이 실은 크로그스타드의 紙匣에서 나간 것이라는 點이다. 노라가 危篤한 男便을 살리려 巨額의 빚을 져놓고선 마침 그때 숨진 아버지가 물려준 遺産이라고 둘러댔던 것이다. 그리고 다달이 그 利子를 갚기 위한 方便으로 浪費癖 甚한 철不知 마나님을 演技해온 것이다. 

    크로그스타드는 이를 빌미로 노라를 脅迫한다. 自身의 자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昇進까지 要求한다. 처음 노라의 反應은 男便이 곧 高額 年俸者가 되니 ‘빚을 갚으면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男子들의 法’李 노라의 발목을 잡는다. 當時 노르웨이에선 女性이 借用證書를 作成할 때 그를 保證해주는 男子의 署名이 必須的이었다. 노라는 죽은 아버지의 署名을 僞造했는데 크로그스타드는 그 署名 날짜가 노라 아버지가 死亡하고 사흘 뒤라는 點을 파고들었다. 銀行 總帥가 될 사람의 夫人이 書類 僞造犯人 事實이 밝혀지는 건 致命的 打擊이 될 수밖에 없었다. 

    노라는 마지막 瞬間까지 이를 토르發에게 숨긴다. 男便의 威信을 傷하게 하고 집안을 困境에 몰아넣었다고 非難받을 게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한便으론 男便의 自尊心을 지켜주고자 自身이 남몰래 겪었던 艱難辛苦가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워서였고, 다른 한便으론 그 모든 것이 自身에 對한 獻身的 사랑 때문임을 알게 된다면 男便이 自己 代身 十字架를 짊어질 것임을 믿어 疑心치 않아서였다.

    노라의 眞짜 家出 事由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 ‘인형의 집’(1917) 포스터.

    美國에서 製作된 映畫 ‘人形의 집’(1917) 포스터.

    甚至於 노라는 모든 祕密이 밝혀지는 瞬間 男便이 보여줄 殉愛보의 瞬間에 對한 期待로 妙한 興奮 狀態에 빠져 있었다. 男便의 앞길을 막았다는 罪意識 때문에 江물에 뛰어들어 自殺하겠다는 決心은 男便이 펼쳐낼 ‘江 같은 사랑’ 속에 溺死하겠다는 浪漫的 想像의 等價物이나 다름없었다. 

    모든 事實이 밝혀지기 直前 假裝舞蹈會에서 노라가 춘 춤이 ‘타란텔라’라는 點이 意味深長한 理由도 여기 있다. 이탈리아 南部에서 流行한 이 舞曲은 王거미(타란튤라)에게 물리고 난 뒤 狂氣 어린 狀態에서 추는 춤 같다고 해 그런 이름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 춤은 노라와 토르發 夫婦의 이탈리아 時節을 想起케 하는 同時에 노라가 꿈꿔온 사랑이 絶頂을 向해 치닫는 瞬間을 象徵한다. 

    하지만 노라가 믿었던 ‘사랑의 奇跡’은 到來하지 않는다. 眞實을 알게 된 토르發은 “분별없는 한 女性의 行動 때문에 초라하게 沒落하게 됐다”며 노라에게 憤怒와 非難을 쏟아낸다. 노라를 詐欺꾼, 거짓말쟁이, 犯罪者라고 非難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責任感 없고 倫理意識 不足한 丈人의 輕薄한 性向을 물려받은 탓이라며 血統까지 非難의 도마에 올린다. 甚至於 노라가 낳고 키운 3名의 子女에게 惡影響을 끼칠 것이라며 子女 養育에서 손을 떼라고까지 한다. 

    더욱 可觀은 그다음이다. 眞正한 사랑을 찾은 크로그스타드가 노라의 借用證書를 아무런 條件 없이 돌려보내자 安堵한 토르發은 突變한다. “내가 했던 甚한 말에 얽매이지 마시오”라며 “當身을 容恕하겠소”라고 一方的으로 宣布한다. 그 庸劣한 모습을 보고 노라는 깨닫는다. 自身의 사랑이 蜃氣樓였음을. 올곧은 줄 알았던 男便은 ‘積弊’라고 非難했던 크로그스타드와 別般 다를 바 없는 俗物이고, 自身은 그 俗物이 심심할 때 갖고 노는 노리개에 不過했음을. 그래서 “나는 모든 일에 對해 스스로 생각하고 說明을 찾아야 해요”라며 男子들로부터 獨立을 宣言한다. 

    여기서 가장 重要한 토르發議 辨明이 登場한다. “自己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名譽를 犧牲하는 男子는 없어.” 노라가 바로 反駁한다. “數十萬 名의 女子가 그렇게 했어요.” 

    토르發 같은 拙丈夫는 韓國 社會에 넘쳐난다. 特히 高位公職者가 되겠다는 이들일수록 聽聞會나 記者懇談會에서 “아내가 나도 모르게 한 일일 뿐이며 나는 몰랐다”는 말로 아내에게 責任 轉嫁해오지 않았던가.

    노라였다면 뭐라고 했을까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월 23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정경심 東洋大 敎授가 10月 23日 資本市場法 違反 等의 嫌疑에 對한 令狀實質審査를 위해 서울中央地方法院에 出席하고 있다. [박해윤 記者]

    그래도 ‘페미니즘 政府’라는 말까지 듣는 文在寅 政府의 人士들은 좀 다를 줄 알았다. 特히 이 政府의 아이콘으로 불린 曺國 前 長官이라면 노라가 꿈꾸던 ‘사랑의 奇跡’을 보여줄 줄 알았다. 하지만 決定的 瞬間에 돌아온 答은 “修身齊家治國平天下(修身齊家治國平天下)에서 제가(齊家)를 잘하지 못했다는 點을 認定한다”였다. ‘政治人 曺國’으로서 成功하고자 ‘鄭慶心의 男便’이라는 十字架를 내려놓은 것이다. 

    結局 拘束 搜査를 받게 된 鄭 敎授의 私募펀드 投資 및 經營 介入의 不法性 與否는 노라가 理解할 수 없던 ‘法의 잣대’에 따라 決定될 問題다. 하지만 男便을 사랑하는 마음에 저지른 아내의 失手와 잘못까지 男便이 모두 뒤집어쓰느냐 아니냐로 決定되는 노라의 ‘사랑의 잣대’에 따르면 조 前 長官은 有罪를 避하기 어렵다. 

    鄭 敎授가 無數한 拙丈夫 男便들을 代身해 十字架를 짊어진 大丈夫 같은 韓國 아내들의 傳統에 忠實하다면 그런 노라의 잣대에 同意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40年 前 發表된 페미니즘 古典 속 노라의 목소리는 예나 只今이나 同一하다. “當身이 아주 確實하게 모든 責任을 지고 ‘모두 내 잘못입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어요. (中略) 只今의 나는 더 以上 當身의 아내가 아니에요. (中略) 나는 더 以上 奇跡을 믿지 않아요.” 

    노라가 믿지 않는다는 그 奇跡을 실현시켜줄 高官大爵의 男便은 언제쯤 이 땅에 到來하게 될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名譽를 犧牲할 줄 아는, 드라마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그런 男子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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