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單語를 수수깡 삼아 글 만들기|주간동아

週刊東亞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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單語를 수수깡 삼아 글 만들기

  • 入力 2012-05-29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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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어를 수수깡 삼아 글 만들기
    人形놀이

    강정



    그날은 비칠대기만 하는 골 속을 뒤집어 가마를 만들었더랬습니다

    이글거리는 번개가 눈을 뚫고 虛空에 검은 窓을 열었더랬습니다



    무슨 애벌레 같은 게 들끓고 있었더랬습니다

    뚝뚝 마디가 끊긴 淚液이 먼 길을 동여매고 있었더랬습니다

    어제는 異常하게 굽어진 소리의 波形을 目擊했습니다

    새들이 全速力으로 蒼空에 머리 부딪쳐 金싸라기 같은 音樂을 뿌렸습니다

    펄럭거리는 귓속에 怔忡들이 말라 죽어 있었습니다

    빗소리가 동그란 접시 안에 地圖를 그렸습니다

    來日은 토끼를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토끼 귀는 千里 바깥의 消息들 이끌고 더 높은 물음標로 걸리었습니다

    누구는 背信을 하고 누구는 사랑을 하였다 합니다

    來日은 오늘 안에서 썩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팔다리를 떼어 기나긴 기둥으로 세워놓을 겁니다

    天障도 없이 길들이 오늘 안에 기다랗게 갇힐 겁니다

    數千 張을 읽어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每番 새롭게 始作될 겁니다

    몸통만 남은 銅像이 눈알을 굴리며 빗방울 속으로 굴러갑니다

    ― 강정 ‘人形놀이’(‘활’ 文藝中央, 2011)에서

    單語를 수수깡 삼아 글 만들기

    나는 만들기는 그야말로 젬병이었다. 放學 때마다 있었던 만들기 宿題를 혼자 힘으로 해낸 적이 손꼽을 程度다. 開學하기 며칠 前, 손재주가 좋은 兄에게 머리를 긁적이며 울相을 지었다. 兄은 커터로 수수깡을 썰어 집 한 채를 뚝딱 만들어냈다. 절로 입이 벌어졌다. “뚝뚝 마디가 끊긴” 수수깡 조각을 손에 한番 쥐어보았다. 이것을 利用해 작은 집을 만들어야겠어. 주먹을 펴자 수수깡 조각이 죽은 “애벌레”처럼 힘없이 떨어졌다. 머릿속으로 지었던 집도 금세 허물어졌다.

    다음 날, 옆집에 놀러 갔다. 中學生인 누나는 趣味로 縫製人形을 만들었다. 딱 봐도 손놀림이 야무진 걸 알 수 있었다. 누나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나는 커서 料理師가 될 거야.” 누나가 만든 色色의 飮食이 “동그란 접시 안에” 담긴 場面을 想像해보았다.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 나는 다소곳이 앉아 누나가 헝겊 안에 솜을 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깍쟁이였던 누나는 이따금 곱게 눈 흘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때마다 나는 엿보다 들킨 아이처럼 흠칫흠칫 놀랐다. 이런 珍貴한 구경을 날로 하는 걸 고맙게 생각하라는 눈빛이었다.

    한참 동안 헝겊을 깁던 누나는 허겁지겁 房에 들어갔다. 暫時 後 누나는 구멍난 洋襪 한 켤레를 들고 나왔다. 내 앞에서 그것을 時計錘처럼 흔들어 보이며 환히 웃기까지 했다. 가지런히 자리잡은 하얀 이가 눈부셨다. 저 洋襪을 大體 어디에 쓰려는 걸까. 누나가 洋襪 속에 熱心히 솜을 집어넣는 光景을 보며 내 表情은 “더 높은 물음標로 걸리었”다. 마루에 앉아 고등어 한 손을 손질하는 누나의 모습을 가만히 그려보았다. 누나는 왠지 近似한 料理師가 될 것 같았다.

    단어를 수수깡 삼아 글 만들기
    딴생각에 빠져 허우적대는데, 난데없이 누나가 完成된 人形을 쓱 내밀었다. 누나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예쁜 토끼 人形이 方今 前의 누나처럼 환히 웃고 있었다. 그렇다. 누나는 “토끼를 만들”려고 房에서 해진 洋襪을 가져온 것이다. 토끼의 兩쪽 귀는 “千里 바깥의 消息”까지 다 들을 氣勢로 꼿꼿이 서 있었다. 그 귀에 대고 내가 아는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 뒤로 20年이 흘렀다. 만들기에 젬병이던 나는 單語를 수수깡 삼아 글 만들기를 한다. 내가 지을 집 안에서 “누구는 背信을 하고 누구는 사랑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人形놀이는 글을 쓸 때마다 “每番 새롭게 始作될” 것이다.

    *오은 1982年 出生. 서울대 社會學科와 카이스트 文化技術大學院 卒業. 2002年 ‘현대시’로 登壇. 詩集으로 ‘호텔 타셀의 돼지들’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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