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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근쌔근 감이 익어갑니다|주간동아

週刊東亞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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쌔근쌔근 감이 익어갑니다

  • 入力 2012-09-17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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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쌔근쌔근 감이 익어갑니다
    푸른 감

    담벼락 위로

    푸른 감들이 매달려 있다

    골목은 비틀려 있다

    비틀린 골목에서는 判斷과 區分을 잘해야 한다



    한곳만 보고 가면

    나오는 길이 지워진다

    감들은 한곳만 보며 익는다

    떫을 만큼 떫은 後에

    붉게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다

    감들이 매달려 있다

    골목을 지우며 當到한

    곧은 햇빛이

    푸른 感을 감싸 안는다

    判斷도 區分도 안 하고

    꼭 감싸 안는다

    ―博施하 ‘푸른 감’(‘눈사람의 社會’ 文藝中央, 2012 中에서)

    쌔근쌔근 감이 익어갑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날이었다. 親舊 付託으로 猝地에 一日 敎師가 된 나는 敎卓 앞에 어리어리하게 섰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한결 마음이 便해진다.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연다. 여러분, 푸른色을 생각하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 시원해요! 차가워요! 炭酸飮料 맛이 나요! 날아가고 싶어요! 헤엄치고 싶어요! 눈이 부셔요! 아이들은 입을 모아 對答한다. 多彩로운 對答이 쏟아져 나온다. 푸른色 하나가 이렇게 많은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니. 아이들의 눈은 透明하고 제멋대로다. 그것이 푸른色을 살아 있게 한다. 푸른色을 푸른色답게 만들어준다.

    아이들이 圖畫紙 위에 크레파스를 대는 瞬間, 四方에 빛이 차오른다. 나는 고사리 같은 손이 꼼지락거리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신비롭다. 근데 왜 돌고래 몸에 푸른色을 漆했니? 이 돌고래는 바닷물에 물든 거예요. 水泳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對答을 할 때 아이의 또랑또랑한 눈망울에는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비틀린 골목”에 들어서기 前 아이들은 이처럼 종잡을 수 없다. 어디로 달려갈지 알 수 없다. “判斷과 區分”에 익숙지 않으므로. 白紙를 氷板 삼아 자유롭게 미끄러지므로.

    한 아이는 마당에 있는 감나무를 그렸다. 只今은 여름인데 왜 감을 붉은色으로 漆했니? “푸른 감들이 매달려 있”어야 하는 거 아니니? 익을 거니까요. 只今도 熱心히 익고 있으니까요. 앞니가 다 빠진 아이가 熱心히 對答하더니, 이윽고 “곧은 햇빛”처럼 환히 웃는다. 아무래도 네 웃음이 감을 익게 만들 거 같구나. 아이는 벌써부터 變化와 可能性에 對해 생각하는 것이다. “한곳만 보고 가”지 않는 것이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것이다. 窓門에 들이치는 햇빛이 唯獨 따사롭다.

    아이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아이들에게 圖畫紙는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든다. 想像力은 아지랑이처럼 무럭무럭 피어오르므로. 꿈은 變化無雙하므로. 붉은 感을 그린 아이가 떠올라 자꾸 웃음이 나온다. “떫을 만큼 떫은 後에” 自身이 그린 그 그림을 보며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익는다”를 ‘읽는다’로 바꾸어 發音해보며,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한 番 더듬어본다. 햇빛이 골목 어귀에 접어드는 내 몸을 “꼭 감싸 안는다”, 엄마처럼. “푸른 감”은 쌔근쌔근 익고 있다, 아이처럼. 마당이 豐盛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골목길 안에서 가슴이 뛰놀기 始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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