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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詩, 그 안에 우리 家族 이야기가 있었네 [김민경 ‘맛 이야기’]|新東亞

맛있는 詩, 그 안에 우리 家族 이야기가 있었네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入力 2021-07-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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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먹자/ 이 房에 대고 저 房에 대고/ 아내가 소리치니/ 바깥에 어스름이 내렸다…(중략)…아침밥 먹자/ 어머니가 소리치니/ 별이 처마 아래로 들어오고/ 煙氣가 굴뚝을 떠났다.”

    • 하종오 時(詩) ‘밥 먹자’의 한 대목이다. 詩人들이 섬세하게 써 내려간 飮食에 對한 詩를 읽으면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食口의 얼굴이 동그랗게 떠오른다.

    칙칙폭폭 밥 끓는 소리와 훈훈한 밥 냄새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GettyImage]

    칙칙폭폭 밥 끓는 소리와 薰薰한 밥 냄새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GettyImage]

    高等學校 들어가기 前으로 記憶된다. 아빠가 우리 男妹 함께 읽으라며 ‘盜賊놈 셋이서’라는 詩集을 사오셨다. 詩人 千祥炳, 作家 李外秀, 스님 重光이 各各 지은 詩와 그림을 한 卷으로 엮은 冊이다. 工夫한답시고 讀書室에 틀어박혀 밤늦도록 라디오 들으며 말랑말랑한 感受性을 키워내던 나는 이 冊에서 ‘人生 時’ 한 篇을 發見했다.

    비록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죽은 것은 아니었어요/ 날개 없는 이 世上 모든 것들이/ 멎은 채로 가슴 안에 키우는 꿈/ 푸른 하늘이지요/ 當身은 겨우 나를 후라이팬에 튀겨/ 김밥 속에 쑤셔 넣고 있지만요/ 조금 前까지만 해도/ 내 가슴 안에는/ 작은 아침 해 하나/ 金빛 꿈으로 들어앉아 있었다구요

    李外秀 詩人의 ‘鷄卵’을 읽고 大學에 갈 둥 말 둥 하는 不安한 내 處地가 떠올라 눈물이 찔끔 났다. 고운 便紙紙에 詩를 옮겨 적어 고만고만한 親舊들에게 膳物도 했다. 우리는 언젠가 프라이팬에 튀겨질지언정 金빛 꿈은 품고 있자고. 그런데 함께 詩를 읽고 “좋구나” 했던 엄마, 아빠, 오빠는 하늘도 보지 못한 안쓰러운 달걀을 굽고 삶아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다. 나는 한참 동안 우리 家族이 野俗하게 느껴졌다.

    가슴에 들어앉아 있던 金빛 꿈

    시인 이외수는 달걀노른자를 ‘작은 아침 해’ ‘금빛 꿈’ 등의 아름다운 시어로 묘사했다. [GettyImage]

    詩人 이외수는 달걀노른자를 ‘작은 아침 해’ ‘金빛 꿈’ 等의 아름다운 詩語로 描寫했다. [GettyImage]

    食卓을 보라/ 죽지 않은 것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食卓 위에 오른 푸성귀랑/ 고등어자반은 얼마나 즐거워하는가/ 남의 입에 들어가기 直前인데도/ 그들은 생글생글 웃고 있다 (中略) 풋고추 몇 個는 食卓에 올라와서도 누가 꽉 깨물 때까지 쉬지 않고 누런 씨앗을 영글고 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터지는 食卓의 즐거움/ 아, 난 누군가의 밥이 되었으면 좋겠네

    한참 後 읽게 된 정철훈 詩人의 ‘食卓의 즐거움’이다. 그래, 和睦한 우리 집 飯饌으로 올랐던 數많은 달걀은 어쩌면 까르르 웃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리숙한 나는 달걀 걱정을 하느라 스스로 누구의 밥이 돼야겠다는 어진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어느새 어른이 돼버렸다.
    歲月은 나만 貫通해 나이도 나만 먹는 것 같았는데, 얼마 前 엄마가 일흔아홉 番째 生日을 맞았다. 오랜만에 모인 아들, 딸, 며느리와 사위는 食堂에서 남의 손으로 차린 저녁 한 끼 같이 하고는 집에 돌아와 다음 날 點心까지 엄마 밥을 얻어먹었다. 當身 生日인데 當身은 먹지도 않는 온갖 밑飯饌을 만들어두고, 미역국도 아닌 解酲국거리 장만하고, 生김치 빨갛게 담가두고, 데친 오징어에 절인 무 섞어 칼칼하게 무쳐두고, 다 큰 손주 먹일 牛乳에 갖가지 과일까지 사두셨다. 엄마 冷藏庫를 열어보고 기막혀하는 나를 보고 “에미가 다 그렇다”고만 하신다.

    꽃게가 간醬 속에/ 半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醬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中略) 껍질이 먹먹해지기 前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時間이야 _ 安度眩 詩 ‘스며드는 것’

    始球에 담긴 限없이 좋은 우리 엄마

    엄마는 채소 하나도 ‘지지고, 다듬고, 다지고, 버무려’ 풍성한 밥상을 만들어주셨다. [김도균]

    엄마는 菜蔬 하나도 ‘지지고, 다듬고, 다지고, 버무려’ 豐盛한 밥床을 만들어주셨다. [金度均]

    冷藏庫는 우리가 떠날 때 엄마 집처럼 다시 텅 비었다. 돌아오는 길에, 겨우 하룻밤이지만 當身 품에서 철不知처럼 웃고 떠드는 나이 많은 子息들 보는 게 엄마는 기뻤을 거라고. 내 멋대로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도 텅 빈 冷藏庫와 함께 텅 빈 집에 앉아 TV와 親口할 엄마를 떠올리니 ‘꽃게 뱃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싶어 하는 알’ 같은 나의 無力함과 무심함에 속이 되게 쓰리다.



    어릴 적엔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재깍 뛰어와 食卓에 앉은 적이 거의 없다. 하던 거 마저 하고, 보던 거 마저 보는 게 먼저였다. 그럼에도 엄마가 밥을 안치고, 찌개를 끓이고, 生鮮을 굽는 소리와 냄새가 집 안에 차오르는 時間은 무척이나 좋았다.

    땅거미가 져서야 들어온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뛰노느라 하루를 다 보내고/ 終日 일한 애비보다 더 밥을 맛나게 먹는다/ 오늘 하루가, 저 半그릇의 밥이/ 다 아이들의 몸이 되어가는 瞬間이다 (中略) 아이들의 밥 위에 구운 갈치 한토막씩 올려놓는다/ 잘 크거라, 나의 몸 나의 生/ 죽는 일이 하나도 抑鬱할 것 같지 않은/ 時間이 맴돌이를 하는 어느 저녁 때다 ?황규관 詩 ‘어느 저녁 때’

    나의 父母님은 季節 좋은 봄이 오면 어린 우리 男妹를 데리고 어디든 가서 뭐라도 보여주려고 애를 쓰셨다. 當時에는 집 나서서 끼니를 解決하는 方法이 主로 도시락이어서, 엄마는 團欒한 한 끼를 準備하느라 逍風 가기 前날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분주하셨다.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金承禧 詩人의 ‘새벽밥’을 읽을 때마다 희뿌연 아침에 엄마가 부엌에서 만들어내던 달그락 소리와 薰薰한 밥 냄새가 떠오른다. 朴亨埈 詩人은 食堂에 가서 食事를 注文하고 나면 自己 앞에 밥이 차려질 때까지 밥 짓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미 퍼놓은 밥 한 空氣를 溫藏庫에서 꺼내주지만 마음속에서는 칙칙폭폭 밥 끓는 소리가 난단다. 밥 끓는 소리와 냄새 속에 자란 사람이라면 이토록 氣分을 좋게 하는, 薰薰한 催眠에 걸릴 수밖에 없다.

    無頉하고 平和로운 家族의 日常

    어린 時節 學校 逍風엔 김밥을 가져가곤 했지만, 家族 逍風엔 땅콩과 雜穀을 넣어 지은 밥과 여러 가지 마른飯饌, 달걀말이, 김치, 길게 썬 오이와 고추醬 듬뿍 그리고 마른 오징어 한 마리가 늘 함께했다. 길가에 작은 亭子나 閑寂한 駐車場이 나오면 그곳에서 도시락을 나눠 먹고, 保溫甁에서 바로 따라낸 따뜻한 보리茶로 입가심을 했다.

    어머니 뭐해요 김밥 싸야지요/ 오늘은 休日인데 아침해도 밝네요/ 고단하신 아버진 가을볕을 먹어야 해요/ 푸른 하늘물에 시린 눈瞳子 씻어야 해요 (中略) 오늘은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에/ 천천히 흙길을 걸어보아요/ 우린 가슴샘에서 솟아나는 참얘기를/ 오롯이 나눈 지가 너무 오래 되었어요 (後略)

    박노해 詩人이 쓴 ‘김밥 싸야지요’의 一部다. 勞動運動家로 길고 고단한 時節을 지낸 그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하는 素朴한 한 끼, 아무렇지도 않은 散策 같은 바람을 김밥에 담았다. 詩人의 ‘김밥’이 우리들 도시락처럼 潑剌할 수는 없지만, 無頉하고 平和로운 家族의 日常이 얼마나 貴한 것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

    모두가 쉬는 날 떠나는 逍風은 어딜 가나 車가 막히고, 어디에 到着해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幸福한 家族들 소리로 가득 찬 公園 잔디밭에 우리 家族도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무릎과 무릎을 맞대고 앉아 이내 하늘에 눈을 씻고, 바람같이 크게 웃는다.

    秋夕 前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온 食口가 모여서/ 松편 빚을 때/ 그 속 푸른 풋콩 말아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어 오고/ 뒷山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네// 저 달빛엔 꽃가지度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내어 깔깔거렸네 (後略)

    서정주 詩人의 ‘秋夕 前날 달밤에 松편 빚을 때’의 風景과 닮은 家族이 三三五五 모여 있다. 우리가 깔고 앉은 이곳에 돋아난 모든 풀이, 꽃이, 지나가는 나비가 함께 웃는 것 같은 氣分이다.

    작은 울타리에 우리 네 食口

    함께 밥 먹을 가족이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축복이다. [GettyImage]

    함께 밥 먹을 家族이 있다는 건 奇跡 같은 祝福이다. [GettyImage]

    박지웅 詩人의 ‘즐거운 祭祀’라는 詩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나와 오빠는 ‘三色나물처럼 붙어 다니며’ 뛰었고, 그러다 지치면 엄마 아빠 품에 푹 엎어져서 숨을 돌렸다. 그렇게 과일 몇 쪽 삼키고, 菓子 한두 封止 까먹고, 공 좀 차다 보면 어느새 해가 기울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저기에서 짐을 싸고 하나둘 떠난다. 돌아오는 길은 恒常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엄마의 다리를 베고, 오빠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꿀잠을 잤다.

    저녁 때가 지나 다 늦게 집에 돌아와도 엄마는 餘地없이 새 밥을 짓고 된醬찌개를 끓여 내셨다. 飯饌은 도시락에 들었던 것과 똑같은 것이지만 집에서 먹으면 그 맛이 또 달랐다.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 새 맛이 든 것 같다.

    작은 울타리에/ 우리 네 食口/ 하루의 먼지/ 서로 털어주며/ 저녁 食卓에 둘러앉으면/ 日常의 五萬가지 티끌들마저/ 꽃이 되고 별이 되지// 삶의 中心點 위에 서서/ 온 마음 모은 작은 손으로/ 저녁床 차리노라면/ 오늘도 쉴 곳 찾아/ 窓가에 서성이는/ 어둠 한 줄기마저/ 불러들여 /함께 하고프다

    이 詩는 최봄샘 詩人의 ‘저녁 食卓’이다. 집에 돌아왔을 때 느끼는 安堵感과 포근함이야말로 짧은 旅行이 주는 眞짜 기쁨이다. 함께 저녁밥 먹고 밤을 보낼 수 있는 家族이 있다는 平凡함이, 只今 돌이켜보니 奇跡 같은 祝福이었다.

    #집밥 #엄마밥 #밥먹자 #安度眩 #박노해 #李外秀 #新東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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