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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고, 뜸들이고, 묵히고, 한소끔 끓이고… 엄마의 부엌 鍊金術[김민경 ‘맛 이야기’]|新東亞

안치고, 뜸들이고, 묵히고, 한소끔 끓이고… 엄마의 부엌 鍊金術[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入力 2021-05-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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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수한 멸치 국물에 할랑하게 말아 내는 ‘엄마표 잔치국수’는 우리 외삼촌들에게 추억의 음식이다. [GettyImage]

    구수한 멸치 국물에 할랑하게 말아 내는 ‘엄마表 잔치국수’는 우리 外三寸들에게 追憶의 飮食이다. [GettyImage]

    며칠 前 엄마 生辰이라 正말 오랜만에 家族이 모였다. 歲月은 나만 貫通해 나이도 나만 먹는 것 같았는데 엄마가 어느새 일흔아홉 番째 生日에 到着했다. 하나뿐인 조카는 나보다 키가 훌쩍 더 커서 나타났다. 엄마를 모시고 재빨리 豫約해 둔 食堂으로 가려고 집에 들어섰는데 어쩐지 어수선하다. 웬일인가 물으니 近處에 계신 外三寸이 다녀가셨단다. 엄마는 三寸에게 땅두릅 넣은 봄 香 가득 부침개 한 張 부쳐주느라 나갈 채비도 못 한 채였다. 엄마는 주섬주섬 옷을 챙기는 中에도 “멸치국수 한 그릇 삶아 먹여 보냈어야 하는데 어쩌냐”라고만 하신다.

    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흰 땅

    뻔한 푸성귀를 ‘지지고, 다듬고, 다지고, 버무리는’ 일도 엄마가 하면 ‘연금술’이 된다. [김도균]

    뻔한 푸성귀를 ‘지지고, 다듬고, 다지고, 버무리는’ 일도 엄마가 하면 ‘鍊金術’李 된다. [金度均]

    아흔 門턱을 채 넘지 못하고 外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外三寸은 別로 울지 않았다. 엄마가 葬禮를 마치고 “너는 왜 실컷 울지도 않느냐”고 물으니 “나한테는 엄마 같은 누나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엄마는 그때부터 손위 오빠 둘, 손아래 男동생 넷의 엄마가 됐다. 김종해 詩人은 “어머니 손맛이 밴 잔치국수를 찾아 在來市場 곳곳을 뒤진다”고 했는데, 우리 外三寸들은 運이 좋게도 種種 모여 구수한 멸치 국물에 할랑하게 말아 내는 엄마標 잔치국수를 드신다. 間或 ‘認證샷’을 찍어 내게도 보내주신다. 그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덩달아 푸짐한 국수처럼 잔치가 된다.

    어머니, 여름날 저녁 칼국수 반죽을 밀었다/ 둥글게 둥글게 어둠을 밀어내면/ 달무리만하게 놓이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흰 땅,/ 나는 거기 살平牀에 누워 별 돋는 거 보았는데 (中略) 솥 열면 자욱한 김 마당에 깔려...... 아 구름 구름밭,/ 부연 기와 추녀 끝 삐죽히 날아 오른다 _文人數 詩‘ 칼국수’

    배추는 굵은 소금으로 숨을 죽인다/ 미나리는 뜨거운 국물에 데치고/ 移越 냉이는 잘 씻어 고추醬에 무친다/ 機長멸치는 달달 볶고/ 도토리묵은 푹 쑤고/ 갈빗살은 살짝 구워내고/ 아가미젓갈은 窟 속에서 곰삭힌다/ 세발낙지는 한 손으로 주욱 훑고// 안치고, 뜸들이고, 묵히고, 한소끔 끓이고/ 익히고, 삶고, 찌고, 지지고, 다듬고, 다지고, 버무리고/ 비비고, 푹 고고, 빻고, 찧고, 잘게 찢고/ 썰고, 까고, 갈고, 짜고, 까불고, 우려내고, 덖고(후략) _이문재 詩 ‘鍊金術’

    엄마가 부엌에서 피워내던 밥 냄새

    지금도 엄마 집에 가면 엄마 품에 안겨 철부지처럼 웃고 떠든다. 그런 자식 모습을 보는 게 엄마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GettyImage]

    只今도 엄마 집에 가면 엄마 품에 안겨 철不知처럼 웃고 떠든다. 그런 子息 모습을 보는 게 엄마도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GettyImage]

    어릴 적에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면 재깍 뛰어와 食卓에 앉은 적이 거의 없다. 하던 거 마저 하고, 보던 거 마저 보는 게 먼저였다. 그럼에도 엄마가 밥을 안치고, 찌개를 끓이고, 生鮮을 굽는 소리와 냄새가 집 안에 차오르는 時間은 무척이나 좋았다.



    흔하디흔한 밀가루 반죽이라도 엄마가 칼국수를 밀麵 ‘부드러운 흰 땅’李 되고, 멸치를 달달 볶는 일도 ‘鍊金術’李 돼 입에는 맛이 되고, 마음에는 安定과 幸福이 됐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엄마가 부엌에서 맛있는 냄새를 마냥 피워내는 게 철없이 좋기만 했다.

    땅거미가 져서야 들어온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뛰노느라 하루를 다 보내고/ 終日 일한 애비보다 더 밥을 맛나게 먹는다/ 오늘 하루가, 저 半그릇의 밥이/ 다 아이들의 몸이 되어가는 瞬間이다 (中略) 아이들의 밥 위에 구운 갈치 한토막씩 올려놓는다/ 잘 크거라, 나의 몸 나의 生/ 죽는 일이 하나도 抑鬱할 것 같지 않은/ 時間이 맴돌이를 하는 어느 저녁 때다 ?황규관 詩 ‘어느 저녁 때’

    엄마 生日이라고 모인 아들, 딸, 며느리와 사위는 남의 손으로 차린 저녁 한 끼 같이 하고 돌아와서는 다음날 點心까지 엄마 밥을 얻어먹었다. 當身 生日인데 當身은 먹지도 않는 온갖 밑飯饌을 만들어두고, 미역국도 아닌 解酲국거리 장만하고, 生김치 빨갛게 담가두고, 데친 오징어에 절인 무 섞어 칼칼하게 무쳐두고, 다 큰 손주 먹일 牛乳에 갖가지 과일까지 사두셨다. 엄마 冷藏庫를 열어보고 기막혀하는 나를 보고 “에미가 다 그렇다”고만 하신다.

    꽃게가 간醬 속에/ 半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醬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中略) 껍질이 먹먹해지기 前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時間이야 _ 安度眩 詩 ‘스며드는 것’

    冷藏庫는 우리가 떠날 때 엄마 집처럼 다시 텅 비었다. 돌아오는 길에, 겨우 하룻밤이지만 當身 품에서 철不知처럼 웃고 떠드는 나이 많은 子息들 보는 게 엄마는 기뻤을 거라고. 내 멋대로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도 텅 빈 冷藏庫와 함께 텅 빈 집에 앉아 TV와 親口할 엄마를 떠올리니 ‘꽃게 뱃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싶어하는 알’ 같은 나의 無力함과 무심함에 속이 되게 쓰리다.

    #집밥 #엄마밥 #스며드는것 #安度眩 #新東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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