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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가 韓國 드라마? 그 泰然한 沒廉恥가 무섭다|신동아

‘파친코’가 韓國 드라마? 그 泰然한 沒廉恥가 무섭다

[노정태의 뷰파인더] ‘K-콘텐츠’라고 으스대는 이들에게

  • 노정태 經濟社會硏究院 專門委員·哲學

    basil83@gmail.com

    入力 2022-04-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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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 게임’과 明確히 다른 境遇

    • 多分히 ‘美國的’인 캐릭터 設定

    • 넷플릭스 ‘나르코스’와의 共通點

    • 이제와 者이니치를 ‘우리’라고?

    드라마 ‘파친코’에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10대인 선자(김민하 분)가 자신의 엄마가 운영하는 부산 영도의 하숙집 방에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앉아 있다.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日帝强占期인 1930年代, 10代인 선자(김민하 分)가 自身의 엄마가 運營하는 釜山 影島의 下宿집 房에 深刻한 表情을 한 채 앉아 있다. [애플TV+]

    ‘寄生蟲’ ‘오징어 게임’ 뒤를 이은 또 다른 K-콘텐츠, ‘파친코’. 요즘 言論을 통해 흔히 들을 수 있는 讚辭다. 그런데, 果然 그럴까. ‘파친코’가 애플TV+의 看板 作品으로 選定·製作·流通되는 것을 ‘우리’의 文化的 勝利로 봐도 될까. 現實은 그렇게 單純하지 않다. ‘파친코’라는 作品은 그 原作부터 드라마까지, 只今껏 ‘우리’가 갖고 있던 世界觀과 다른 觀點을 要求하기 때문이다.

    結論부터 말하자. ‘파친코’는 韓國 드라마가 아니다.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援助 한류 드라마와는 比較할 것도 없고, 甚至於 ‘오징어 게임’과도 다른 境遇다. 넓은 意味의 ‘K-컬처’에 屬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一角에서는 “애플이 日本 市場을 버리고 代身 韓國을 擇했다”며 마치 蹴球 韓日戰에 이겼다는 듯한 말套로 ‘파친코’를 다루는 記事를 냈다. 너무도 異常하고 우려스러운 視角이 아닐 수 없다.

    ‘파친코’는 大韓民國이라는 나라가 태어날 때 그 나라에 함께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다. ‘韓國 드라마’가 아닌 것은 勿論이거니와, 只今껏 大韓民國이 海外僑胞, 그 中에서도 ‘자이니치’를 다뤄온 脈絡에서 보자면 ‘우리 이야기’조차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只今 우리는 ‘파친코’를 좀 더 眞摯하게 論議할 必要가 있다.

    넷플릭스의 冒險

    드라마 ‘파친코’ 포스터.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포스터. [애플TV+]

    韓國 드라마는 裵勇浚, 최지우 主演의 2002年 作 ‘겨울연가’가 日本에서 큰 히트를 친 뒤부터 海外에서 關心을 모으기 始作했다. ‘韓流’라는 用語가 日本에서 韓國으로 逆輸入됐다. ‘大長今’ 같은 境遇는 이란에서 國民 드라마의 班列에 올랐다.

    어떤 나라의 드라마가 外國에서 큰 人氣를 끄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다. 臺灣 드라마 ‘判官 포청천’은 韓國에서 國民 드라마의 班列에 올라 主演 俳優가 廣告를 찍기도 했으니 말이다. 卽 2000年代 初의 韓流는 異例的이고 반가운 現象이었지만,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確率的으로 생길 수 있는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脈絡이 달라진 것은 미디어 環境 自體가 變化하면서부터다. 넷플릭스는 草創期에 데이비드 핀처 監督이 演出하고 케빈 스페이시가 主演한 ‘하우스 오브 카드’로 興行뿐 아니라 批評 面에서도 큰 成功을 거뒀다. 그러곤 콜롬비아의 傳說的 痲藥王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實話를 바탕으로 한 痲藥 犯罪 搜査物 ‘나르코스’를 내놨다.

    ‘나르코스’에는 잠깐이나마 美國 플로리다와 뉴욕 等이 背景으로 나오긴 하지만 基本的으로 라틴아메리카, 特히 콜롬비아의 都市 메데인과 그 밖의 정글을 舞臺로 삼는 이야기다.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고 流入됐을 美國人 視聽者에게 多少 낯설고 당혹스럽게 느껴질 可能性이 充分했다. 美國과 無關하지 않지만 結局은 美國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다른 나라의 言語로 만드는 글로벌 프로젝트가 바로 ‘나르코스’다.

    넷플릭스는 왜 그런 冒險을 敢行했을까. 理由는 簡單했다. ‘글로벌 콘텐츠’가 必要했기 때문이다. 2019年 現在, 英語를 使用하는 人口는 3億8000萬餘 名으로 世界 3位다. 反面 스페인語는 4億8000萬餘 名의 母國語로 世界 2位다. 게다가 美國 現地에도 南部 地方과 캘리포니아 等을 中心으로 수많은 스페인語 話者가 살고 있다.

    넷플릭스는 더 넓은 世上을 向해 뻗어나가야만 할 運命이었다. 이에 가장 가까운 라틴아메리카를 먼저 攻掠하기로 했다. 美國 會社가 콜롬비아 痲藥王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그것도 莫大한 製作費를 投入해 製作하는 異例的인 現象은 그래서 벌어졌다.

    釜山 사투리로 飜譯된 美國 情緖

    드라마 ‘파친코’에서 노년에 이른 선자를 연기한 배우 윤여정의 극중 모습. [애플TV+]

    드라마 ‘파친코’에서 老年에 이른 선자를 演技한 俳優 尹汝貞의 劇中 모습. [애플TV+]

    OTT(Over The Top?온라인 動映像 서비스) 業體들의 글로벌 콘텐츠 戰略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特定 地域에서 開發돼 그 地域 視聽者를 타깃으로 한 콘텐츠가 世界的 呼應을 얻기를 期待한다. 韓國 視聽者를 노리고 韓國에서 製作한 作品이지만 世界 視聽者들의 關心을 끌며 一種의 文化 現象으로 솟아오른 ‘오징어 게임’이 代表的이다. 그 前에 넷플릭스에서 興行한 ‘종이의 집’은 스페인 드라마인데, 그 또한 비슷한 境遇다.

    反面 앞서 言及한 ‘나르코스’나 ‘파친코’처럼 OTT 本社에서 만든 글로벌 콘텐츠도 存在한다. 이는 ‘內需用’으로 만든 作品이 海外에서 人氣를 끄는 現象과는 다른 境遇다. 美國이 아닌 다른 나라를 背景으로 하며, 該當 地域의 風土 및 現地人의 情緖를 十分 反映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基本的으로는 ‘美國 드라마’다.

    우리는 ‘나르코스’를 콜롬비아 드라마라고 하지 않는다. 콜롬비아 痲藥王이 主人公이고 콜롬비아를 中心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美國人 搜査官을 除外한 거의 모든 캐릭터가 스페인語로 對話하지만, ‘나르코스’는 어디까지나 넷플릭스에서 만든 美國 드라마다.

    같은 觀點에서 바라볼 必要가 있다. ‘파친코’ 또한 美國 드라마다. ‘파친코’는 애플TV+에서 製作한 作品이다. 일곱 살에 父母와 함께 移民을 간 韓國系 美國人 이민진 作家의 小說을 原作으로, 美國 作家들이 脚本을 쓰고, 韓國系 美國人 두 사람이 演出한, 儼然한 美國 드라마다. 主要 登場人物의 性格과 內的·外的 葛藤, 事件이 展開되는 方式, 作品이 遵守하는 倫理的 基準 等 모든 面에서 美國 映畫·드라마 業界의 標準的 作法과 價値觀을 따르고 있다.

    ‘파친코’의 主人公 선자(김민하 分)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큰 외동딸이다. 어려서부터 똑 부러지는 性格에 셈이 밝다. 아버지는 딸을 잘 교육시키고 主體的 人間으로 키우기 위해 애쓴다. 이러한 人物 設定은 多分히 ‘美國的’이다. 1900年代 初의 朝鮮人 아버지가 딸을 그렇게 키운다? 現實에서 그런 事例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美國人 視聽者들에게 선자의 캐릭터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같은 人物을 直接 聯想시킬 수밖에 없다.

    선자의 첫사랑이자 첫 아이의 아버지인 고한수(이민호 분)는 어떨까. 日本 야쿠자의 中間 보스 程度 되는 位置를 차지한 朝鮮人이다. 조선인을 輕蔑하지만 同時에 朝鮮人을 保護한다. 理財에 밝은 現實主義者지만 가슴 속에 뜨거운 한줄기 純情이 있다. 亦是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빗대어 보자면, 20世紀 初 東아시아에 出現한 레트 버틀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한首가 扇子에게 사랑을 告白하며 온 世上을 다 주겠다고 하지만 선자는 拒絶한다. 拒絶의 理由를 나중에 털어놓는 선자의 말. ‘나 自身을 半으로 갈라놓고 살 수는 없데이.’ 釜山 사투리로 飜譯된 大使지만 여기 담긴 情緖는 韓國보다는 美國 드라마의 그것이다. ‘스스로에게 充實할 것’ ‘自己 自身에게 거짓말하지 말 것’ 같은, 실로 美國人다운 健全한 態度가 담겼다.

    ‘K-콘텐츠’라고 으스댈 일 아니다

    ‘파친코’는 美國 視聽者에게 퍽 친숙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設定과 構圖 위에 이야기와 主題가 展開된다. 實際로 ‘파친코’의 作家와 製作陣은 시즌 1을 만들 때, 過去와 現在를 오가며 進行되는 ‘대부 2’의 이야기 構造를 積極 參考했다고 한다. ‘대부 2’는 이탈리아 移民者들의 이야기지만 疑問의 여지없는 美國 映畫다. 마찬가지로 ‘파친코’는 朝鮮에서 건너가 오사카에 뿌리를 내린 在日僑胞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美國 드라마다.

    ‘파친코’를 餘他 다른 韓國産 콘텐츠와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이 不便한 理由도 거기에 있다. ‘파친코’는 歷史의 激變 속에 태어난 디아스포라, 자이니치(在日 朝鮮人)를 다룬 大河物이다. 6禍에서 數十 年 만에 故鄕 釜山에 찾아온 선자는 韓國의 公務員에게 스스로를 ‘特別永住權者’라고 한다. 解放이 오기 前 日本으로 건너갔지만 韓國人도 北韓印度 日本人도 아닌 ‘朝鮮 國籍’을 維持하며 살아간 자이니치의 現實을 反映한 設定이다.

    우리, 卽 韓國에서 태어나고 자란 韓國人들은 在日僑胞, ‘자이니치’를 ‘우리’의 一員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儼然한 事實이다. ‘파친코’와 마찬가지로 오사카의 字이니치를 다룬 映畫 ‘피와 뼈’는 國內 觀客들에게 싸늘하게 無視當했다. 그런데 그 자이니치의 이야기를 美國 OTT 業體가 큰 豫算을 動員해 드라마로 만들자, 이제 와서 ‘우리 이야기’라고 거들먹거리는 것은 廉恥없는 일 아닐까.

    이는 마치 駐韓美軍의 子女인 混血人들이 韓國에 있을 때는 ‘튀기’라고 嘲弄하다가, 하인즈 워드가 NFL 스타가 되자 ‘우리의 핏줄’로 認定하며 호들갑스럽게 歡迎하던 모습마저 聯想시킨다. 韓國과 日本의 漸移地帶에서 힘겹게 살아간 在日僑胞의 이야기, 그 貴重하면서도 쓰라린 歷史的 經驗에 對해 모른 隻으로 一貫하더니, 在美僑胞의 小說을 美國 企業이 드라마로 만든 걸 보면서 ‘K-콘텐츠’ 운운한다. 實로 부끄러운 일이다.

    韓國의 保守 政治는 在日僑胞 團體들을 ‘間諜의 溫床’ 쯤으로 取扱하며 政治的 必要에 따라 搾取했다. 韓國의 進步 政治는 者이니치를 感性과 煽動의 道具로 活用하며 保守와 마찬가지로 政治的으로 利用했다. 小說 ‘파친코’의 그 有名한 첫 文章, “歷史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는 말을, 마치 日本에 對한 糾彈으로 받아들이며 ‘國뽕’의 素材로 삼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자이니치들에게 韓國과 韓國人은 日本만큼이나 그들을 ‘망쳐놓은’ 歷史의 一部다. 우리는 부끄러워하고 未安해하며 建設的 方向으로 손을 내밀어야지, ‘그래, 이것이 우리 民族의 힘이며 K-콘텐츠’라고 으스댈 일이 아니다.

    ‘우리’가 얽매어 있는 동안 者이니치는…

    韓半島의 歷史는 韓半島 內에서만 이뤄지지 않았다. 朝鮮의 王家가 國權을 日本에 넘긴 後 벌어진 歷史的 桎梏 속에서, 韓半島 居住民은 들어가고 나가고 섞이며 살아왔다. 單一民族의 허구, 日本을 向한 끝없는 被害者 意識, 스스로의 野蠻性을 드러내기 위한 알리바이로 動員되는 近現代 歷史觀에 ‘우리’가 얽매어 있는 동안, 애플이라는 多國籍 企業은 者이니치들의 險難한 삶 속에서 魅力的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디아스포라의 스토리텔링을 發掘했다. 이런 狀況 에서 무슨 ‘K-콘텐츠’를 운운한단 말인가.

    歷史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우리 또한 그 ‘歷史’의 一部다. 그런 自己客觀化에 到達하지 못하는 限,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파친코’ 같은 作品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民族主義的 世界觀과 怨恨 感情으로만 얼룩진 歷史意識을 넘어, 世界에 통할 수 있는 普遍的 感性과 스토리텔링을 苦悶할 때다.


    노정태
    ● 1983年 出生
    ● 高麗大 法學科 卒業, 서강대 大學院 哲學科 碩士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韓國語版 編輯長
    ● 著書 : ‘不良 政治’ ‘論客時代’ ‘탄탈로스의 神話’
    ● 曆書 : ‘밀레니얼 宣言’ ‘民主主義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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