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冊의 香氣]掠奪로 몸집 키운 ‘甲의 文明’만 文明인가

東亞日報
入力 2021年 1月 9日 03時 00分

김민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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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明은 왜 사라지는가/하랄트 下르만 지음·이수영 옮김/332쪽·1만8000원·돌베개

카파도키아인들은
초기 기독교인보다 3000년 전부터 이곳 지형의 원뿔 바위에 구멍을 뚫어 주거용 탑을 만들었다. 11세기까지 이렇게 응회암을
깎아서 만든 석굴 교회는 3000개에 달한다. 위키피디아 — 카파도키아人들은 初期基督敎人보다 3000年前부터 이곳 地形의 圓뿔 바위에 구멍을 뚫어 住居用塔을 만들었다. 11世紀까지 이렇게 凝灰巖을 깎아서 만든 石窟敎會는 3000個에 達한다. 위키피디아

地中海 크레타섬에 남아 있던 크노소스 宮殿은 1900年이 되어서야 發掘이 이뤄졌다. 英國人 아서 에번스는 섬을 管轄하는 터키 當局의 許可를 받아 이곳을 探索한다. 그러다 宮殿에서 아름답고 不可思議한 壁畫를 發見했다.

이 壁畫엔 커다란 소 한 마리와 세 人物이 登場한다. 한 사람은 소의 뿔을 붙잡고, 다른 사람은 空中에 떠 있으며, 나머지 한 名은 소를 向해 팔을 뻗었다. 에번스는 이 壁畫의 主題를 성난 황소를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鬪牛’라고 推測했다. 그러나 그것은 古代文明이 好戰的日 거라고만 생각했던 英國人의 偏見이었다.

古代 그리스·로마보다 앞섰던 미노아 文明은 海上交易으로 富를 이뤘다. 미케네 그리스인이 쳐들어왔을 때도 文化的共生關係를 維持했다. 溫乾한 社會雰圍氣에 비추어 最近硏究는 이 壁畫가 宗敎意識을 다뤘다고 본다. 그림을 봐도 鬪牛에 使用되는 칼이나 槍은 登場하지 않는다.

그間 우리가 배운 世界史는 中央集權國家를 發達된 形態로 봤다. 强力한 君主가 있으며, 戰爭과 掠奪로 몸집을 키운 文化만을 ‘文明’이라고 했다. 이 冊은 그러한 視角이 帝國主義의 産物임을 보여준다. 그리스·로마 유럽 中心의 歷史敍述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은 25個世界文明의 多樣한 面面을 通해서다.

왼쪽 사진은 미노아 문명이 있었던 크레타섬 크노소스 궁전의 벽화. 영국인 고고학자는
그림 속 모습을 ‘투우’라고 착각했지만 이후 학계는 소를 뛰어넘는 성스러운 의식을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위키피디아 — 왼쪽 寫眞은 미노아 文明이 있었던 크레타섬 크노소스 宮殿의 壁畫. 英國人考古學者는 그림 속 모습을 ‘鬪牛’라고 錯覺했지만 以後學界는 소를 뛰어넘는 성스러운 意識을 表現한 것일 可能性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위키피디아

그리스보다 앞선 ‘高유럽 文明’으로 最近認定된 도나우 文明은 平等社會로 推定된다. 이들의 居住地와 무덤에는 社會的位階秩序나 貧富隔差를 보여주는 特徵이 없다. 建物의 크기가 비슷하며 무덤도 뚜렷한 差異가 捕捉되지 않아서다. 이 文明은 紀元前 6000∼紀元前 3000年存在했음에도 葡萄와 올리브를 栽培하고, 陶藝나 金屬加工技術도 갖고 있었다. 著者는 이 文明이 位階秩序에 따라 組織되지 않은 共同體에서도 社會나 經濟, 技術水準이 高度로 發展할 수 있음을 示唆한다고 說明한다.

冊張을 넘기며 記錄되지 않은 文明의 다채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過程은 놀라움의 連續이다. 터키 아나톨리아 高原의 新石器遺跡地車脫會이위크에서는 女性에게 重要한 文化的役割을 附與한 痕跡이 남아 있다. 當時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땅에 埋葬하고 皮膚가 썩고 나면 머리뼈만 가져와 집 안에 모셨다. 그런데 發見된 머리뼈가 모두 女性의 것이었다. 이는 女性祖上을 家庭에서 重要하게 여겼다는 意味로 解釋된다. 穀食貯藏庫에서는 豹범 두 마리의 護衛를 받는 女人像이 發見되기도 했다.

中國 신장 自治區에서 發見된 가장 오래된 미라(紀元前 2000∼紀元前 1800年)는 DNA 檢査結果 유럽人의 先祖로 밝혀졌다. 그러자 發掘作業에 參加했던 中國考古學者들은 ‘異邦의 惡魔’라고 不快해하거나, 이 미라의 展示를 拒否하기도 했다. 國家主義를 中心으로 한 歷史의 限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文明이 사라지는 理由도 가지各色이다. 數百年間交易으로 蕃盛한 미노아 文明은 火山爆發로 한瞬間에 무너졌다. 車奪回이위크는 紀元前 7800年 무렵 發生한 氣候溫暖化로 登場한 말라리아모기가 가져온 傳染病으로 終末을 맞았다. 이스터섬과 인더스 文明은 小氷河期가 닥치자 滅亡했다.

著者는 핀란드에 居住하는 獨逸人言語·文化學者다. 그는 여러 文明을 分析해 커다란 傾向性을 보여주기보다 最新硏究結果를 充實히 羅列하는 데 集中했다. 베일에 가려진 歷史의 여러 可能性을 想像하는 것은 讀者의 몫이다.

김민 記者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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