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南極에서 보낸 한 달[동아廣場/김금희]|東亞日報

南極에서 보낸 한 달[동아廣場/김금희]

  • 東亞日報
  • 入力 2024年 2月 27日 23時 39分


코멘트

氷壁이 무너지고, 流氷들이 바다 덮고…
自然에 適應하고 싶은 存在에 不過한 나
발로 뛰는 科學者들이 만든 데이터에 感謝

김금희 객원논설위원·소설가
김금희 客員論說委員·小說家
어제는 꿈을 꾸었다. 洞네에서 하루를 보내는 日常的 風景에 關한 것이었다. 五거리의 複雜한 車線들, 君臨하듯 서 있는 빌딩들, 바쁜 걸음의 사람들. ‘南極을 떠나 韓國으로 돌아왔구나’ 꿈에서 생각했고 차디찬 아쉬움을 느끼며 깨어났다. 그런데 눈을 뜨자 當然히 南極이었다. 그 瞬間 몰려드는 安堵感, 나는 只今은 이곳이 내 집이구나 생각했다.

南極 세종기지에서 2月을 보냈다. 韓國은 봄기운이 조금씩 느껴진다는데 여기는 이제 여름을 지나 가을로 넘어가고 있다. 날씨를 基準으로 한다면 南極의 하루는 時時刻刻 다른 날들로 記錄될 것이다. 오늘만 해도 안개가 껴서 基地 앞 맥스웰만이 全혀 보이지 않더니 午前이 지날 즈음에는 모두 걷혀 外部 活動을 나갈 準備를 하게 됐다. 하지만 “異域萬里 南極에 맛과 멋을 傳하는” 南極 1號 食堂 ‘世宗會館’에서 淸麴醬을 먹는 사이 波濤가 높아져 다이빙팀은 活動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只今은 비가 내린다.

이곳에서 우리는 날씨의 支配를 받는다. 曜日과 날짜 區分은 意味가 없고 바람, 물, 하늘, 空氣가 우리의 하루를 決定한다. 설 連休에도 當日을 빼고는 每日 科學者들을 따라 現場으로 나갔다. 이곳에 와서 나는 ‘필드 科學者’들의 存在를 알게 되었다. 現場에서 발로 뛰는 그들은 探險家와 科學者와 登山家와 夢想家를 합친 獨特한 이들이었다. 100kg의 裝備를 나눠 든 채 數十 km를 오가고 世上 티끌보다 작은 이끼를 分析하기 위해 終日 땅바닥에 붙어 있기도 한다. 全 世界 氣象學者들이 每日 같은 時間에 센서를 裝着한 風船을 띄운다는 것도 처음 안 事實이었다. 우리가 간편히 確認하는 수많은 데이터들은 그들의 발자국이 만들어 낸 莊嚴한 記錄이었다.

처음 따라다닐 때는 對話의 大部分을 理解하지 못했다. ‘KGL1, KGL2……’ 하는 말을 자주 해서 뭔가 했더니, ‘킹조지섬 長期 生態 모니터링’의 준말로 硏究 裝備를 開設해 놓은 섹터를 가리켰다. 指名보다 그런 略語가 더 通用됐다. KGL13은 해표 마을쪽이었고 KGL9은 基地의 體育館 쪽, KGL1은 펭귄 마을 너머 해표 마을 方向이었다. “來日 KGL1으로 같이 걸어가 볼래?” 하는 말은 “秒速 10m 바닷바람에 兩 볼을 두들겨 맞으며 자갈과 바위, 펭귄들의 排泄物 밭 위를 두 時間 동안 쉼 없이 걸어 볼래?” 하는 뜻이었다. 多情한 提案에 따라나섰다가 제발 넘어지지 않기만을 祈禱하며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科學者들은 날씨가 許諾하는 限 하루도 室內에 있지 않았다. 먼 거리와 무거운 짐은 當然히 堪當해야 하는 部分이었고 그렇게 해서 모은 데이터가 이룰 未來의 價値를 信賴했다. 映畫에서 흔히 그리듯 新技術을 利用해 資本과 結託한 某種의 陰謀를 꾸미고 있으리라 想像했던 모습과는 달랐다. 그들은 南極 大陸을 다니며 이 世界를 解釋할 所重한 眞實을 求하고 있었다. 나는 곧 그들의 活氣에 젖어 들었고 아무리 疲困한 날을 보내도 다음 날이면 쌩쌩했으며 對話를 듣는 것만으로도 熱烈한 興味를 느꼈다. 簡單히 말해 너무나 幸福했다.

3週가 지난 只今, 나도 꽤 南極人의 面貌를 갖게 되었다. 섬에 位置하는 세종기지는 고무보트의 一種인 조디惡을 타고 移動할 때가 잦은데, 波高가 높아도 이제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어제 中國의 將星基地 生日을 맞아 祝賀 使節團으로 바다 건너 筆데스 半島를 찾았을 때 同乘했던 G 總務가 “이제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시죠?” 하고 물었다. 두 발로 버티고 있어도 엉덩이가 들썩이는 조디惡 위에서 나는 “그럼, 當然하죠” 하고 외쳤다.

고무처럼 두껍고 질긴 質感으로 팽팽하게 움직이는 南極海, 멀리 숨을 쉬러 나오는 고래의 등, 윌슨바다제비가 한참을 따라오며 우리 조디惡과 競走를 했다.

南極에서 나는 어떻게든 이 自然에 適應하고 싶은 存在에 不過했다. 바람이 밀어주지 않으면 巨大한 몸 때문에 날 수 없는 자이언트 패트롤이나 父母가 바다에 나간 사이 ‘크레슈(cr?che)’라고 하는 一種의 幼稚園에서 하루를 보내는 보송보송한 솜털의 펭귄들과 다를 바 없었다. 氷壁이 무너지는 소리와 振動을 알게 되었고 그러고 나면 하루 이틀 사이에 流氷들이 바다를 덮는다는 事實도 攄得했다. 그런 날이면 나는 花崗巖 자갈을 操心스레 밟고 海邊으로 가 갖가지 模樣의 얼음덩어리에 귀를 대보았다. 空氣가 빠져나가며 流氷들은 마치 呼吸하듯 일정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그렇게 流氷 소리를 듣는 건 뚜렷한 目的이 없는 本能에 가까운 動作이었지만 空中으로 떠오르는 數萬 年 前 南極 大陸의 소리를 들을 때 나는 이 瞬間이 平生을 살아갈 根源的 힘이 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어느 나라, 어느 누구에게도 屬하지 않은 이 大汎하고 아름다운 얼음 나라의 날들이 말이다.

김금희 客員論說委員·小說家
#南極 #科學者 #데이터
  • 좋아요
    0
  • 슬퍼요
    0
  • 火나요
    0
  • 推薦해요

댓글 0

只今 뜨는 뉴스

- "漢字路" 한글한자자동변환 서비스는 교육부 고전문헌국역지원사업의 지원으로 구축되었습니다.
- "漢字路" 한글한자자동변환 서비스는 전통문화연구회 "울산대학교한국어처리연구실 옥철영(IT융합전공)교수팀"에서 개발한 한글한자자동변환기를 바탕하여 지속적으로 공동 연구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 현재 고유명사(인명, 지명등)을 비롯한 여러 변환오류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많은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지하시고 다른 곳에서 인용시 한자 변환 결과를 한번 더 검토하시고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변환오류 및 건의,문의사항은 juntong@juntong.or.kr로 메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opyright ⓒ 2020 By '전통문화연구회(傳統文化硏究會)' All Rights reserved.
 한국   대만   중국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