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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순 데 맘 붙이고 살면 살아져”[관계의 再發見/고수리]|東亞日報

“따순 데 맘 붙이고 살면 살아져”[관계의 再發見/고수리]

  • 東亞日報
  • 入力 2024年 2月 8日 23時 24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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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粉食집이 있었다. 大學街에서도 오랜 名所 같은 粉食집, 덮밥으로 有名했다. 제肉, 오징어, 雜菜덮밥이 단돈 三千 원. 손님들은 粉食집 主人을 ‘姨母’라고 불렀다. “姨母, 제肉덮밥 하나요.” 그러면 姨母님이 대접에 밥을 山처럼 퍼담고는 쏟아질 듯 수북하게 제肉볶음을 덮어주었다. 손 큰 姨母님은 손맛도 대단했다. 밑飯饌도 단무지만 달랑 주는 法이 없었다. 粉紅소시지浮沈, 魚묵볶음, 오이무침, 깍두기에 말간 鷄卵局까지 야무지게 챙겨 줬다. 둘이 하나 먹기에도 배불렀다. 中學生 때부터 다니던 단골들이 넥타이를 매고 다시 찾아오는 곳이었다.

고수리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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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包裝만 해가던 좀 별난 단골이었다. 洞네 土박이도 大學生도 아니었다. 上京 後 低廉한 月貰를 찾아 近方의 考試院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軟膏도 이웃도 없이 떠도는 마음이 데면데면해서였을까. 洞네에 쉬이 情을 붙이지 못했다. 日課를 마치고 밤늦게야 덮밥을 鋪裝하러 갔다. 한 끼 包裝이면 하루치 나눠 먹으며 든든하게 버틸 수 있었다.

늦은 밤, 粉食집 門을 열면 밥 짓는 薰氣가 나를 와락 안아 주었다. 姨母님이랑 이런저런 얘길 나누다가 學窓 時節 留學했던 곳이 姨母님 故鄕인 걸 알았다. “全羅道에서 留學했는데 本家는 江原道고요. 근데 家族들은 흩어져 살고…이래저래 複雜해요.” 姨母님은 갓 지은 밥을 살살 퍼담으며 말했다. “事緣이 많은가 보네. 사는 게 참 그렇지. 그래도 어디라도 따순 데 맘 붙이고 살다 보면 살아진다.” 덮밥처럼 덮어두면 同鄕 사람이라고 한 주걱 더 담아주었다.

설을 앞두고, 집엔 내려가느냐고 姨母님이 묻기에 對答했다. “連休도 짧고 바빠서요. 혼자 보내요.” 名目은 就業 準備였지만 안팎으로 事情이 如意찮았다. 그러자 姨母님이 꽁꽁 묶어둔 封紙를 내밀었다. “나물 조금 무쳤어. 설에는 여기도 門 닫으니까. 秋夕보단 說이 더 마음이 쓰여. 겨울이라 춥잖아. 추운데 배고프면 서럽거든. 그저 맛있게 먹어. 福 많이 받고.” 兩손 묵직하게 돌아가던 겨울밤. 그믐달이 빙그레 웃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單칸房에 달랑 나 혼자였어도 설날에는 나물 비빔밥을 비벼 먹었다.

어느덧 十數 年이 지났다. 粉食집은 오래前에 사라졌고 그 洞네는 찾아갈 일이 없다. 姨母님은 잘 지낼까. 故鄕에 돌아갔을까. 恩惠는 어떻게 갚을까. 돌아보니 ‘그래도 맘 붙이던 따순 데’가 내게도 있었다. 福은 베푸는 거라고 이름도 모르는 姨母님이 알려주었다. 마음 쓰는 데 인색하지 말자. 덮어두고서 베풀며 살아야지. 빙그레 웃는 그믐달을 올려다본다. 밥 짓는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 只今에야 속절없이 뭉클, 마음이 뜨거워진다.



고수리 에세이스트



#단골 #粉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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