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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畫家는 손이 아닌 눈으로…” 그들은 왜 누드크로키를 그리나[전승훈 記者의 디자인&콜라보]|東亞日報

“畫家는 손이 아닌 눈으로…” 그들은 왜 누드크로키를 그리나[전승훈 記者의 디자인&콜라보]

  • 東亞日報
  • 入力 2020年 11月 20日 14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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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隣近에는 由緖깊은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그랑 쇼미에르’가 있다. 모딜리아니, 마르크 샤갈, 쟈코메티, 후안 迷路와 같은 有名 畫家도 다녔던 곳이다. 5年 前 쯤 파리特派員으로 勤務하던 時節. 親分이 있던 畫家로부터 自身이 다니는 누드크로키 講座에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는 提案을 받았다. 參加費는 단돈 5유로(當時 約 7500원). 學窓時節 美術時間 以後로 한番도 그림을 그려본 일이 없던 터라 自信이 없었고, 바쁜 業務에 치여 結局 가보지 못했다.

올해 5月初. 메일函을 열어보니 서울 鍾路區 인사동의 갤러리 討捕하우스에서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講座가 열린다는 報道資料가 있었다. 파리에서 한次例 機會를 놓친 아쉬움이 가슴 속 한켠에 남아 있던 것일까. 메일을 받자마자 갤러리 側에 電話를 걸었다. “저 이거 배우고 싶은데요!”
파리의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그랑 쇼미에르’
파리의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그랑 쇼미에르’


●‘선을 探究하는 藝術’ 크로키


每週 木曜日 退勤 後 7時에 인사동을 찾았다. 受講生들의 職業과 年齡帶는 다양했다. 現職 畫家와 美大 敎授부터 패션디자이너, 産業디자인科 敎授, 寫眞作家, 필라테스 講師, 80代 製藥會社 會長, IT企業 會社員, 公務員…. 다양한 職種의 사람들이 人體드로잉에 心醉해 있었다. 그들은 都大體 왜 크로키를 하는 것일까.
토포하우스 누드 크로키 강좌
討捕하우스 누드 크로키 講座


10餘 名의 受講生들이 이젤을 놓고 둥그렇게 앉아 있다. 가운데 있는 모델의 動作을 그리는 데 주어진 時間은 3分. 곧바로 새로운 포즈로 바꾸기 때문에 눈과 손을 最大限 빨리 움직여야 했다. 3分에 그린 나의 첫 그림은 겨우 얼굴 部分에 동그라미 하나 程度 밖에 그리지 못했다. 그리는 사람은 아마추어지만, 모델은 프로였다.

모델은 本格的으로 姿勢를 잡기 前에 스마트폰으로 準備해온 音樂을 틀었다. 클래식부터 歌謠, 팝송과 샹송까지…. 잔잔하고 아름답고, 때로는 슬픈 音樂은 그리는 사람과 모델사이의 語塞한 空間을 채워주었다. 모델協會에서 보내오는 모델은 每日 바뀌었다. 舞踊手 出身의 한 모델은 등을 활처럼 휘고, 온몸을 비트는 아크로바틱한 動作을 이어가다가, 마지막엔 기다란 莫大 小品을 들고 自身의 배를 찌르는 듯한 悲劇的인 몸짓으로 마무리지었다. 비록 停止된 動作이었지만 마치 한 篇의 現代舞踊을 본 듯한 퍼포먼스였다. 그 움직임을 제대로 畫幅에 담지 못하는 내 實力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男性 모델은 또다른 魅力이 있었다. 탄탄한 筋肉이 다져진 몸을 스케치할 때는 ‘내가 살아있는 다비드像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錯覺이 들 程度였다.
토포하우스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수업
討捕하우스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授業


6個月 程度 꾸준히 누드크로키를 練習하면서 크로키란 ‘善意 藝術’이라는 걸 느꼈다. 人體에는 수많은 線(線)李 있다. 마른 모델에게는 마치 解剖學 敎科書를 보는 듯 울퉁불퉁한 뼈가 鮮明하게 보였다. 등뼈와 鎖骨, 股關節, 갈비뼈, 恥骨…. 反面 豐滿한 體型의 모델은 부드러운 曲線의 饗宴이다. 그러나 3分 안에 이 모든 線을 다 그릴 수는 없다. 畫家는 그 中에서 選擇해야 한다. 살아 움직이는 모델의 퍼포먼스에서 내 感情을 뒤흔든 線을 探究하고 記錄하다보면, 어느덧 그림에서도 力動的인 움직임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전승훈 기자의 누드 크로키 작품
전승훈 記者의 누드 크로키 作品

또한 크로키는 冥想을 하듯 高度의 集中을 하는 ‘先(禪)’ 修鍊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3分마다 바뀌는 姿勢를 精神없이 스케치하다보면 어느 샌가 2時間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受講生인 채승진 연세대 産業디자인科 敎授는 “工夫를 할 때 3分을 하더라도 沒入하는 境遇와 2時間 工夫해도 딴 생각을 한 사람은 差異가 많이 나게 마련”이라며 “크로키 할 때의 ‘沒入效果’가 머릿 속의 雜생각을 비워줘 精神健康에도 좋다”고 말했다.

采 敎授는 “디자이너를 包含해 造形藝術을 하는 사람은 觀察力과 正確한 表現力이 必要한데, 누드크로키 만큼 좋은 練習은 없다”고 말한다. 그의 人體 드로잉에서는 뼈대나 救助, 解剖學에 기초한 탄탄한 造形物 같은 느낌이 든다. 采 敎授는 “每週 모델이 바뀌는데다 動作도 時時刻刻 變化하기 때문에 누드 크로키는 디자이너로서 自己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늘 새로운 挑戰”이라고 말했다.

채승진 교수의 누드 크로키
채승진 敎授의 누드 크로키


東區바이오製藥 이경옥 會長(82)은 受講生 中 最高齡이다. 2年 前 八旬의 나이에 누드 크로키를 처음 始作했다. 白髮이 星星한 할머니인 李 會長은 요즘 누드크로키 外에도 都市風景을 펜과 水彩물감으로 描寫하는 어반스케치도 배우고 있다.

“이 나이에 누드크로키를 배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感謝하고 幸福한 일입니다. 나이 들어서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은 내 삶을 더 挑戰的으로 위를 바라보게 합니다. 趣味活動은 閑暇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느슨할 때보다 오히려 바빠야 내 時間을 더 效率的으로 체크하고, 빠르게 움직이게 됩니다.”

●나는 왜 크로키를 그리는가


백범영 龍仁大 東洋畫科 敎授는 소나무 그림과 山水畫로 有名한 畫家. 大部分 受講生들이 鉛筆과 木炭으로 누드 크로키를 그리는 反面, 먹물을 묻힌 붓으로 果敢하게 人體를 表現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感歎詞가 절로 나왔다.

“畫家는 손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눈으로 그려야합니다. 觀察에서 ‘棺(觀)’은 넓게 보는 것이고, ‘찰(察)’은 細細하게 보는 것입니다. 人體 드로잉은 먼저 크게 骨格을 報告, 細心하게 條目條目 그려야 하죠. 이 方法은 飮食을 料理하는 法, 企業體 經營에도 다 適用돼요. 그림을 그려보면 世上의 理致도 알게 되는 法이죠.”
백범영 교수의 누드 크로키
백범영 敎授의 누드 크로키


白 敎授는 “西洋畫든 東洋畫든 繪畫는 같은 것”이라며 “畫家에게 드로잉은 ‘밥’과 같은 것”이라고 說明했다. 藥처럼 特別할 때 먹는 것이 아니라 밥먹는 것처럼 每日 訓鍊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佛敎美術과 西洋畫를 椄木시키는 作業을 하는 장용주 畫伯度 “東洋畫를 하는 사람은 每日 四君子를 그리듯이, 西洋畫의 基本인 데생력을 키우기 爲해서는 크로키가 必須”라고 말했다.
장용주 화백의 누드 크로키
장용주 畫伯의 누드 크로키


필라테스 講師 샤샤情(오산대 健康再活 兼任敎授)은 2000年度부터 헬스클럽 퍼스널트레이닝(PT)에 필라테스를 椄木해 大衆化시킨 主人公이다. 그가 運營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샤샤필라테스는 아나운서 최은경, 이정민과 俳優 남규리 안선영 等 수많은 有名 演藝人들의 몸을 管理해주는 곳으로 有名하다. 大學院에서 스포츠醫科學을 專攻하면서 몸에 對한 關心을 갖게 된 그는 6年 前부터 누드크로키를 始作해 個人展을 열기도 했다. 그가 필라테스 運動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아크릴畫度 센터 곳곳에 걸려있기도 하다.

“사람들의 몸에 關心이 생기면서 人體드로잉은 몸을 硏究하는 데 좋은 道具이기도 합니다. 모델의 動作을 보면서 筋肉과 뼈의 움직임을 봅니다. 모델이 몸에 힘을 줘 筋肉을 수축시킨채 3分 동안 버티는 動作은 엄청나게 高難易度의 ‘等尺性(等尺性) 運動’이예요. 2時間 동안 音樂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 自體가 제 삶의 힐링타임이기도 합니다.”
샤샤정의 누드 크로키
샤샤正義 누드 크로키

샤샤정의 필라테스 하는 사람들 아크릴화
샤샤正義 필라테스 하는 사람들 아크릴畫


패션브랜드 ‘데무(DEMOO)’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박춘무 氏는 2018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데뷔 30周年 記念展示會에서 自身이 그동안 만들어 온 衣裳을 展示하면서, 한쪽 壁에는 自身이 그려 온 누드크로키 100餘 點을 빼곡히 展示했다. 特有의 無彩色의 아름다움을 펼치는 그의 衣裳과 텍스타일 디자인도 人氣가 높았지만, 아름다운 누드크로키 그림 앞에서 認證샷을 찍는 觀覽客들이 殺到했다고 한다. 朴 氏는 “패션디자인은 結局 사람의 몸에 옷을 입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人體에 對한 ‘感覺’을 維持하기 위해 누드 크로키를 10年이 넘도록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박춘무의 누드크로키
디자이너 박춘무의 누드크로키


이달 初에는 인사동 갤러리 討捕하우스에서 누드크로키 아카데미 受講生들의 그룹 展示會가 열렸다. 똑같은 모델을 보고 그렸는데도, 各自의 職業이나 性格에 따라 個性있는 線으로 表現해낸 人體 드로잉은 比較鑑賞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1週日에 한番 하는 누드 크로키 아카데미의 受講料는 4個月에 40萬원. 한달에 10萬원 꼴인셈. 平生 記者로서 다른 藝術家를 取材하고, 批評하는 일만 해왔던 내가 그림을 그리고, 그 作品이 갤러리에 걸리게 될 줄은 꿈에도 想像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누드 크로키 講座를 指導하는 이은규 畫伯은 “그림은 ‘그리움’에서 태어난 것”이라며 “洞窟壁畫에서 누군가 그리운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가장 簡單한 道具로 이미지를 남긴 것이 크로키의 始作”이라고 말했다. 이 畫伯은 自身의 크로키 畫集人 ‘이은규 Nude Croquis’ 序文에 이런 글을 남겼다.

“사람의 모습도 宇宙의 歷史만큼이나 無窮無盡하다.

숨이 차 오를 때 벌떡이는 뱃골은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고

筋肉과 皮膚는 뼈의 움직임에 따라 波濤처럼 튀어오르며

뭉치고 뒤틀리며 맺히고 풀어지고 흐르면서 사라진다.

地上에서 오직 사람만이 내딛는 발은 大地를 할퀴듯 발가락을 꼬부리고

꼬부린 발가락은 神經줄이 팽팽하다.

곧게 뻗은 허벅지는 世上을 헤쳐나갈 꿋꿋한 버팀木이요,

자유로운 팔과 손은 空間을 휘젓고 조그만 눈은 먼 곳을 凝視힌다.

봉긋이 솟아오른 가슴은 豐饒로운 사랑이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柔軟한 線은 벌판을 휘감고 도는 江줄기 같고

부드러운 허리線과 骨盤을 싸안은 엉덩이는 生命 그 自體이다.”
김나미 작가의 누드 크로키
김나미 作家의 누드 크로키


전승훈 記者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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