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念의 壁에 가로막힌 K벤처[동아廣場/이지홍]

東亞日報
入力 2021年 9月 10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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移職·解雇自由로운 美실리콘밸리
悠然한 勞動市場, 企業補償體系改善시켜
4次革命 외치면서 人力·知識 흐름 막는 韓
政府支援 앞서 ‘열린 競爭’ 先行돼야

이지홍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이지홍 客員論說委員·서울대 經濟學部敎授

실리콘밸리를 ‘革新의 聖地’로 만든 一等功臣은 人的資本이다. 인재가 넘쳐나기도 하지만 이들이 能力發揮를 하는 데는 이곳의 制度와 文化亦是重要한 役割을 한다. 벤처企業의 核心資産은 結局技術을 保有한 人力이기 때문에 核心人材가 退社해 競爭業體로 移職하거나 直接創業을 해버리면 큰 威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벤처의 天國인 실리콘밸리에선 敵對性移職과 創業이 자연스럽고 頻繁하다. 나가는 게 쉬운 만큼 내보내는 것도 자유롭다. ‘잡호핑(job hopping)’은 이곳의 傳統이다.

이 같은 現象을 理解하려면 먼저 美國內에서도 獨特한 캘리포니아州(州)의 制度를 살펴볼 必要가 있다. 人力과 知識의 流出에서 오는 被害를 막고자 企業은 特定期間과 地域內에서 競爭社로 移職을 禁止하는 ‘非競爭合意(non-compete agreement)’를 活用하곤 하는데, 캘리포니아는 이를 許容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營業祕密’ 流出을 立證하는 過程도 다른 株들보다 더 까다롭게 設計돼 있다. 오늘 出勤한 職員이 같은 날 競爭社所屬으로 退勤해도 束手無策인 곳이 실리콘밸리다.

얼핏 보면 背信과 搾取가 亂舞하는 非情하고 索莫한 곳일 것 같지만 實體는 그렇지 않다. 移職과 解雇가 자유로운 悠然한 勞動市場은 意外로 企業文化와 補償體系를 改善시키고 있다. 인재가 무엇보다 重要한 超競爭社會에서 企業이 살아남으려면 勤勞者에게 親和的이란 評判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써 키워 競爭社로 떠나는 人材들에게도 실리콘밸리 企業들은 유난히 寬大하다. 이들을 牽制할 制度的裝置가 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人材들이 여러 會社를 옮겨 다니며 蓄積한 知識이 窮極的으로 社會全體로 퍼지고 파이를 키워 모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믿는 膽大한 文化를 만들었다.

韓國에서 지난해 新規 벤처投資額이 4兆 원을 突破했다. 史上最大規模다. 벤처企業들마저 없었으면 靑年失業率은 아마 想像조차 하기 싫은 水準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功勞를 認定했는지 靑瓦臺가 얼마 前創業·벤처人들을 모아 ‘K+벤처’ 行事를 열고 4次産業革命發 벤처 붐의 現在와 未來를 짚었다. 文在寅大統領도 이 자리에서 “創業부터 成長, 回收와 再挑戰까지 촘촘히 支援해 世界 4代 벤처强國으로 確實하게 跳躍하겠다”라며 벤처産業에 積極 힘을 실었다.

技術과 革新에 基盤한 벤처産業이 先進國의 成長動力人 것은 틀림없다. 知識은 公共財이기 때문에 政府의 役割도 重要하다. 革新과 創業에 對한 政府의 支援意志는 歡迎할 만하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벤처産業發展에 있어 가장 根本的인 部分에서 韓國社會가 如前히 過去와 理念의 壁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點이다. 4次産業革命을 외치면서 정작 人材의 자유로운 移動엔 눈을 감고 있다. 所得主導成長이란 美名 아래 한層 더 기울어진 勞動市場은 人材輸血을 어렵게 해 組織을 停滯시키고 創業과 成長意欲을 떨어뜨린다. 애初에 人材풀이 豐富해야 人力의 流動性이 생길 텐데 꽉 막힌 敎育 시스템은 하겠다는 工夫도 못 하게 막고 있다.

營業祕密侵害補償도 大幅强化되고 있다. 關聯訴訟 또한 急增하고 있다고 한다. 한 推算에 따르면 韓國에서 每年營業祕密流出로 發生하는 損失이 많게는 60兆 원에 達한다. 總硏究開發(R&D) 支出이 年 100兆 원 안팎인 것을 勘案하면 큰 規模라는 指摘이 나오지만 事實 여기서 損失은 다른 企業의 利得이기 때문에 問題를 좀 더 폭넓게 眺望할 必要가 있다. 실리콘밸리의 觀點은 ‘열린 競爭’李革新을 늘리고 全體 파이를 키우는 ‘플러스섬’ 效果를 가져온다는 것인데, 實際 이곳에선 營業祕密에 對한 保護가 相對的으로 弱함에도 革新이 끊이지 않는다.

이番 벤처 붐은 人工知能 같은 새로운 ‘汎用技術(GPT·general purpose technology)’의 普及에 起因한다. 그러나 인터넷의 波及效果가 스마트폰 出現以後에 와서야 本格化된 것처럼, 汎用技術이 日常 구석구석으로 퍼지기까진 相當한 時間이 必要하다. 新技術이 어떤 形態로 鎭火할지도 아직 未知數다. 韓國經濟가 3次産業革命에 成功的으로 올라탈 수 있었던 理由는 製造業을 中心으로 잘 準備된 敎育과 産業構造를 이미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只今의 構造로 4次産業革命의 險難한 過程을 果然克服할 수 있을지 疑問이다. 基礎體力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어떤 政府支援도 ‘버블’만 키울 公算이 크다. 人力과 知識이 거침없이 흐르게끔 自由롭고 柔軟한 市場環境을 만드는 것이 急先務다.

이지홍 客員論說委員·서울대 經濟學部敎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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