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칠칠맞다고? 웃어야 할까, 화내야 할까[손진호의 只今 우리말글]

東亞日報
入力 2021年 2月 28日 09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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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자리지만 꼭 參席해 주세요.” 請牒狀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表現이다. 이때 ‘조촐하다’의 뜻은 ‘변변치 못하다는’, 우리네 謙讓의 表現이다. 집에 손님을 맞이하면서, 애써 갖은 飮食을 準備하고도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라고 謙遜해하는 것과 같다. 많은 이가 이처럼 謙讓의 뜻으로 조촐하다를 입에 올리지만, 辭典的意味는 ‘雅淡하고 깨끗하다’ ‘호젓하고 단출하다’란 뜻이다.

이 뜻풀이에서 뭔가 異常하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는지. 그렇다. 이 낱말은 자리를 마련한 쪽에서 쓰는 게 아니라, 招待받은 손님이 主人에게 “조촐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즐거웠습니다” 하고 稱讚할 때 쓰는 말이다. 雅淡하고 깨끗한 자리에 만족했다는 人士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낱말의 쓰임새를 잘못 알고 使用하는 例가 꽤 있다. ‘칠칠하다’와 ‘칠칠맞다’, ‘변변하다’도 그中 하나다.

‘칠칠하다’는 ‘주접이 들지 않고 깨끗하고 端正하다’ ‘性質이나 일 處理가 반듯하고 야무지다’는 뜻이고, ‘칠칠맞다’는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異常한 건, 言衆은 大部分事前과는 正反對의 뜻으로 쓴다는 點이다. 드라마 속 大使도 그랬다. 相對方에게 핀잔을 주며 “아유, 칠칠맞긴…”이라고 하는가 하면, 食事를 하다 옷에 飮食을 흘리고선 “칠칠맞게 왜 이러지”라고 한다. 單語의 쓰임새대로라면 ‘칠칠맞지 못하긴’ ‘칠칠맞지 못하게’라고 해야 옳다. 왜 이런 現象이 일어날까. 이는 否定的인 느낌을 주는 ‘-맞다’의 影響 때문인 듯하다. 능글맞다 쌀쌀맞다 等에서 보듯 ‘맞다’가 붙은 낱말은 大槪가 否定的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칠칠맞다’도 지레斟酌으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칠칠맞다를 否定的인 意味로 쓰려면 ‘못하다’ ‘않다’와 함께 쓰면 된다. “너는 꼴이 그게 뭐니? 칠칠맞지(칠칠하지) 못하게”처럼 말이다.

‘칠칠맞다’처럼 否定的인 뜻으로 쓸 때 ‘못하다’를 붙여 써야 하는 말이 또 있다. ‘안절부절못하다’가 그것. 한 낱말이므로 붙여 써야 한다. 흔히 ‘안절부절하지 말고’처럼 쓰기 쉽지만 ‘안절부절못하지 말고’라고 해야 한다. 영 語塞하면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다’처럼 쓰면 된다.

‘변변하다’도 ‘보잘것없다’는 뜻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가 意外로 많다. 이 낱말의 쓰임새가 헷갈린다면 ‘변변한 집안’이 제대로 된 집안인지 아닌지를 생각해 보시길. 이 또한 否定的으로 表現하려면 ‘않다’를 붙여 ‘변변하지 않다’, 줄여서 ‘변변치 않다’, ‘변변찮다’로 쓰면 된다.

칠칠맞다를 辭典의 뜻풀이와는 달리 使用하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言衆의 말 씀씀이가 只今처럼 繼續된다면 언젠가는 ‘칠칠맞지 못하다’와 같은 뜻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일 處理가 너만큼 칠칠맞은 사람도 드물다”는 소리를 듣고 웃는 사람보다 火를 내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렇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