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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첫 발자국]當身의 손|東亞日報

[첫 마음, 첫 발자국]當身의 손

  • 東亞日報
  • 入力 2020年 3月 16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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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희 2020년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자
이민희 2020年 新春文藝 中篇小說 當選者
나는 種種 他人의 손을 읽는다. 習慣을 따라 굽은 關節들과 바짝 짧게 깎은 손톱,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은 흉터나 點 같은 것들을 無心결에 觀察한다. 특별한 意圖 없이도 보게 되고 읽게 된다. 어디에서든 脈絡을 찾고 敍事를 構築하려는 習慣 때문일 수도 있고 視線에 닿는 모든 것을 읽고자 하는 衝動 때문일 수도 있다.

이야기를 찾는 者에게는 이야기가 보인다. 어쩌면 作家란 아직 發見되지 않은 그 이야기들을 目擊하고 第一 먼저 感動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正直한 經驗이 배어난 他人의 손에도 나름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季節에 따라 生長 速度를 달리하면서 짙고 옅은 나이테가 만들어지듯 사람의 손 또한 苦痛과 歡喜의 記憶을 제 몸에 刻印한다. 世上에 單 하나밖에 없는 指紋처럼 그가 겪어 낸 人生의 소용돌이를 獨特한 文樣으로 갈무리한다. 그래서인지 마냥 멀끔하게 흰 손, 맷맷한 손에는 別般 感興이 일지 않는다. 견디고 살아낸 者의 哀愁는 勿論 어떤 勞動의 痕跡도 읽혀지지 않아 영 떨떠름할 뿐이다.

언젠가 ‘作家 일흔일곱의 風景’(한영희 지음·열화당·2001년)이라는 寫眞集에서 故人이 된 小說家 박경리의 손을 본 적이 있다. 寫眞 속의 先生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少女처럼 웃고 있었다. 그 無垢한 웃음과 辛酸한 손의 결이 사뭇 달라서 어쩐지 쉽게 冊張을 넘길 수 없었다. 거칠고 투박한 손등과 마디마디 關節이 불거진 손가락들. 그 모두가 아이를 기르고 밥을 짓고 冊을 쓰고 밭을 일구었던 한 生의 勳章이자 자취였다.

누군가의 人生이 궁금하다면 相對의 손을 가만히 지켜보라. 이를테면 只今 내 눈높이에는 검은 비닐封套를 쥔 한 老人의 손이 걸려 있다. 地下鐵 에스컬레이터에 나보다 두어 階段쯤 위에 선 老人. 그는 자꾸 아래로 처지는 封套 속 무엇인가의 무게를 저승꽃 가득한 손으로 단단히 추어올린다. 그것은 몇 年 前, 移徙를 하면서 보았던 한 靑年의 손을 떠올리게 했다. 줄곧 快活한 弄談을 던지던 靑年은 엄지손가락 한 마디가 없는 손으로 낡은 冷藏庫를 번쩍 들어 옮겼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變奏되는 人間의 자리에 다양한 表情을 지닌 손이 있다. 한때 나는 그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멀리 달아나려는 뒷걸음질로 속절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즈음 내가 반한 손들에는 그에 비해 限없이 淡淡하면서도 애틋한 그 무엇이 있다. 한 사람의 삶이 오롯하게 내려앉아 自身을 스스로 證據하는 손. 나는 그 손들이 안간힘을 다해 살아온 時間들을 尊重하고 사랑한다.
 
이민희 2020年 新春文藝 中篇小說 當選者
#當身의 손 #이민희 #新春文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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