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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데리러 올까?|동아일보

누가 나를 데리러 올까?

  • 東亞日報
  • 入力 2020年 10月 29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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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內容은 第289回 韓國語敎育學會(2020.6.27.)에서 發表한 內容을 一部 修正한 것입니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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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영(백석대 교수)
홍인영(白石大 敎授)
뭉근한 햇살 아래에서 나른하게 졸 때, 또는 한가롭게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때, 그것도 아니면 담牆을 보고 어쩐지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을 때, 내가 或是 고양이가 아닐까 생각해보지 않았는가? 기다리시라. 고양이 夫婦가 當身을 데리러 올 수도 있다.

송미경의 童話 ‘나를 데리러 온 고양이 夫婦’(송미경 ‘돌 씹어 먹는 아이’, 文學동네 2019年, 57∼75쪽, 以下 ‘고양이 夫婦’로 表記)는 ‘나’에게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가 말을 걸면서 始作된다. 遲刻을 한 어느 날 室內靴를 허둥대며 갈아 신는 ‘나’에게 고양이 夫婦는 서두를 것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自身들이 父母라며, 더 빨리 데리러 오지 못해서 未安하다고 한다. ‘나’는 苦悶한다. 나는 누구일까? 사람일까, 고양이일까?

自身의 存在에 對한 물음의 答을 찾는 過程은 곧 正體性 探究와 關聯된다. 個人의 固有한 特性이자 社會的으로 形成되는 다양한 役割에 對한 認識인 正體性은 平生에 걸쳐 發達하지만 特히 靑少年 또는 靑年期의 主要한 發達課題로 提示된다. 따라서 敎育에서는 學習者가 삶의 過程에서 正體性을 認識하고 確立하는 것을 窮極的인 目標로 삼는다. 文學敎育에서도 正體性 認識의 問題는 重要하게 다루어진다. 文學作品은 그 自體로 人間이 正體性을 찾아가는 이야기이자 正體性을 찾는 데 어떻게 失敗하는지, 或은 얼마나 複雜한 過程을 거쳐서 正體性을 마주하는 데 到達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양이 夫婦’는 外部의 刺戟(고양이 夫婦의 登場)을 통해 自己 正體性을 省察하고 探索하는 아이의 이야기이다. 作品에서 ‘나’에게 다가온 고양이 夫婦가 하는 말들의 要旨는 ‘느긋하게 살아도 된다’이며, 그것이 ‘너의 本性에 어울린다’이다. 그리고 이것은 ‘나’의 人間 父母가 그동안 보여준 삶의 態度와는 相反된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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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쿠키를 먹는 고양이 夫婦를 보면서 그들이 眞짜 나의 父母일 거라는 생각을 한 番 더 하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쿠키를 먹을 때 한입에 다 넣지 않아 엄마에게 魂이 난다. 쿠키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갉아 먹는 것을 좋아하고 접시에 남은 菓子 가루까지 핥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 엄마는 조금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내가 느릿느릿 집 안을 돌아다니며 空想에 빠져 있으면 엄마는 바람 빠진 風船이 떠다니는 것 같으니 房에 들어가서 冊床 앞에 딱 붙어 있으라고 한다. 放學이나 休日에도 낮잠이란 許諾되지 않는다.(‘고양이 夫婦’ 68쪽)

現代社會의 一般的인 父母들이 그러하듯 ‘나’의 父母도 子息이 남들과의 速度 競爭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速度戰에서 勝利하는 것이 곧 成功한 人生과 直結된다는 굳은 믿음은 ‘나’의 性向과는 맞지 않았고, 이런 父母에게 養育되면서 ‘나’는 ‘正體感 昏迷(identity diffusion)’를 겪게 된다. 發達心理學者 마르시아(James E Marcia)의 正體性 理論에 따르면 이것은 自身의 信念을 分明히 表現하지 못하고, 自身에게 주어진 役割에 沒入하지 못하며, 스스로 意思決定을 하는 能動性이 缺如된 狀態를 뜻한다. ‘正體感 昏迷’ 段階에서는 무엇보다 삶의 方向性을 設定하는 것이 必要하다.

作品에서 ‘나’는 自身을 두고 서로 自己 子息이라고 우기는 두 父母들 사이에서 當惑感을 느끼지만 漸次 自身이 그동안 願하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苦悶 끝에 고양이 夫婦를 따라 나선다. 이야기의 마지막 場面에서 ‘날렵하고 부드럽게’ 담牆 위로 뛰어오른 ‘나’의 모습은 앞으로 ‘나’가 고양이의 삶을 살아갈 것을 暗示한다.

人間에서 고양이로의 變身은 곧 ‘나’의 正體性을 찾는 行爲이다. 文學에서 變身 모티프는 變化를 渴望하는 欲望의 實體가 무엇인지, 變身을 통해서 벗어나려는 現實的인 삶의 制約이 무엇인지 살펴봄으로써 變身하기 前과 後의 모습을 통해 存在의 本質을 確認하기 위해 主로 使用된다. ‘고양이 夫婦’에서는 ‘나’가 變身을 꿈꾸는 過程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結局 變身을 主導的으로 選擇함으로써 ‘正體感 昏迷’ 段階에서 ‘正體感 成就’ 段階로의 跳躍을 試圖하는 主體的인 모습을 그린다.

讀者는 이 作品을 읽으며 人物이 變身에 이르기까지의 苦悶을 함께 따라가며 變身의 意味를 熟考할 수 있다. 왜 變身을 願하는가? 變身을 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童話에서는 人物이 自身이 願하면 變身을 할 수 있었는데, 現實에서는 내가 무엇인가를 願할 때 어떤 形態로 變身이 可能할 것인가? 現實에서 變身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變身에 對한 이 質問들은 곧 正體性에 對한 質問이기도 하다.

바쁘게 흘러가는 日常 속에서 누군가 나를 데리러 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면, 바로 只今이다. 變身을 꿈꾸는 ‘나’의 正體性에 對해 苦悶할 수 있는 最適의 때가.
#에듀플러스 #敎育 #韓僑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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