祈禱만 남는다면[왕은철의 스토리와 治癒]〈257〉

東亞日報
入力 2022年 8月 24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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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初旬에 世上을 떠난 英國作家 레이먼드 브릭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童話를 많이 남겼다. 그中에서도 으뜸은 글이 없고 그림만으로 感動的인 이야기를 펼치는 ‘눈사람 아저씨’다. 그런데 그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만으로 滿足할 수 없었던지 어른들을 위한 그래픽 小說들도 남겼다. 1982年에 나온 ‘바람이 불 때에’도 그中 하나다. 圖書館에서는 幼兒用圖書로 分類하지만 아이들에게 읽히기에는 너무 섬뜩한 이야기다.

런던에 살던 夫婦는 男便이 隱退하자 시골로 移徙를 했다. 閑寂한 시골에서 老年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한가롭고 너무 좋았다. 그런데 英國과 러시아 사이에 核戰爭이 勃發하려 한다. 夫婦는 政府가 펴낸 어설픈 指針書에 따라 쿠션, 冊, 뜯어낸 門짝을 利用하여 다락房을 屋內待避所로 만든다. 琉璃窓에 흰 페인트도 漆하고 非常食糧도 챙긴다.

그사이, 먼 하늘과 바다와 陸地에서 發射된 核미사일이 런던에 떨어진다. 老夫婦는 런던을 떠나 시골에 온 것을 多幸으로 여긴다. 純眞한 생각이다. 시골이라고 자유로운 게 아니다. 바람이 放射能을 실어 나른다. ‘바람이 불 때에’라는 題目에서 바람은 放射能을 실어 나르는 致命的인 바람이다. 콩과 洋상추가 말라 죽고 沙果나무 잎들이 다 떨어지고 푸른 풀밭은 廢墟가 된다. 老夫婦는 放射能에 露出된다. 頭痛이 생기고 嘔吐를 하고 피가 나고 머리가 빠지기 始作한다. 餘生을 시골집에서 평화롭게 보내려던 老夫婦는 조금씩 죽어가기 始作한다. 평화롭게 죽을 權利마저 박탈당한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푸른 풀밭에서 쉬게 해달라고 祈禱하는 것뿐이다.

1980年代冷戰狀況에서 發表된 브릭스의 그래픽 小說은 逆說的이게도 21世紀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다. 核戰爭에 對한 恐怖와 두려움, 不安은 우리의 日常이 되었다. 老夫婦의 境遇처럼 언젠가 우리에게도 남은 게 祈禱밖에 없게 되면 어떻게 될까. “푸른 풀밭에서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引導하시라”는 祈禱밖에 없게 되면.

왕은철 文學評論家·전북대 碩座敎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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