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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음, 첫 발자국]告白과 抱擁|東亞日報

[첫 마음, 첫 발자국]告白과 抱擁

  • 東亞日報
  • 入力 2020年 3月 26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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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균 2020년 신춘문예 시 당선자
김동균 2020年 新春文藝 詩 當選者
얼마 前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日程이 變更되는 일이 種種 있어서 鉛筆을 使用하는 게 簡便했다. 鉛筆을 쓰다 보니 自然히 鉛筆깎이를 찾게 됐다. 네모난 檢索窓에 ‘鉛筆깎이’를 入力하고 여러 製品을 살폈다. 唯獨 눈이 간 건 獨逸製 黃銅 鉛筆깎이였다. 獨逸에서(어쩌면 世上에서) 가장 오래된 鉛筆깎이 會社. 100年이 넘는 業曆을 자랑하는 鉛筆깎이 製造社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을까. 그렇지만 鉛筆 따위나 깎을 수 있는 本然의 機能치곤 값비싼 物件이었다.

살까 말까. 苦悶을 거듭했고, 사더라도 내가 갖기보다는 누군가에게 건네는 게 좋겠단 結論을 내렸다. 그러나 鉛筆心 굵기를 3段으로 調節할 수 있는 黃銅 鉛筆깎이라면 죽을 때까지 쓸 수 있진 않을까, 하면서 結論을 뒤집고 또 뒤집었다. 칼(날)의 歷史를 論할 때 獨逸은 늘 첫 番째라는 걸 알고 있던 바였다. 거기에서도 悠久한 歷史를 자랑한다는 ‘事實’ 때문에 나는 여태 苦悶 中이다.

鉛筆깎이 苦悶보다 조금 더 오래前에는 아니 에르노의 글을 몇 個 읽었다. 에르노는 自傳小說로 有名한 作家다. 이를테면 落胎하게 된 어떤 날의 이야기부터 사랑이라 할 수 있는 뜨거운 瞬間들까지…. 깊숙한 곳에 棲息하는 記憶이 오늘에 와서는 物性이 있는 物件처럼 鮮明하게 復元된다. 單숨에 읽게 되는 것과는 달리 冊을 덮고 난 다음에도 그女는 자주 말을 걸었다. 印象 깊게 본 건 ‘事件’이었다. ‘事件’에는 젊은 날 겪은 落胎 이야기가 主를 이룬다. 거의 그것뿐이다. 落胎까지의 至難하고 險難한 이야기. 어떤 文章을 여러 番 곱씹기도 했다. “이런 種類의 이야기는 嫌惡感을 刺戟할 수도 있을 테고, 不快感을 불러일으켜 非難을 살지도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間에 무엇을 經驗했다는 事實은, 그 일을 쓸 수 있다는 絶對的인 權利를 附與한다. 低級한 眞實이란 없다.”

쉽사리 理解될 수 없는 個人의 經驗이 普遍性을 獲得하는 것. 作家는 非倫理的이거나 非難받을 만한 일이 萬人에게 돌아갈 때 平凡한 것으로 溶解되길 願한다. 그는 分明히 말한다. “그저 事件이 내게 닥쳤기에, 나는 그것을 이야기할 따름이다. 내 삶에 眞正한 目標가 있다면 아마도 이것뿐”이라고.

에르노의 健康하고 믿음직한 抱擁 앞에서, 그러니까 나는 조금 작아지고 말았다. 어떤 告白은 單純히 告白으로 끝나지 않고 眞實로 昇華된다는 걸 모르진 않았지만, 나아가 “眞實은 低級하지 않다”고 말하는 에르노를 힘껏 껴안고 싶었다. 쓰면 쓸수록 짧아지는 鉛筆을, 다시금 뾰족하게 心을 세우는 일을 에르노와 함께 엮고 싶었던 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껴안기 위해서 에르노는 直視한다. 果然 나는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일까. 베란다 밖으론 木蓮이 가득 피었고, 그것은 빛나고 있다. 생각해보면 어렴풋이 피는 꽃 같은 건 없었다.
 
김동균 2020年 新春文藝 詩 當選者
#告白과 抱擁 #김동균 #新春文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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