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댓국과 ‘돼지 오마카세’… 오래된 것은 無害하다[김도언의 너희가 老鋪를 아느냐]|동아일보

순댓국과 ‘돼지 오마카세’… 오래된 것은 無害하다[김도언의 너희가 老鋪를 아느냐]

  • 東亞日報
  • 入力 2024年 4月 25日 23時 24分


코멘트
서울 은평구 응암동 ‘모래내순대’집의 순댓국(위쪽 사진)과 ‘돼지 한 마리’. 김도언 소설가 제공
서울 은평구 응암동 ‘모래내순대’집의 순댓국(위쪽 寫眞)과 ‘돼지 한 마리’. 金道彦 小說家 提供
그런 心理를 正確히 뭐라고 부르는 게 適當할지는 모르나 사람에게는 오래된 것을 信賴하는 本能 같은 게 있다. 恒久性 또는 永遠性 같은 것에 對한 憧憬이 反映된 結果일 텐데, 좀 더 쉽게 말하면 오래 살아남은 것에 對한 애틋한 憐憫 같은 것일 테다.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存在한다는 것은 해롭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은 해로운 것이 오래도록 自己 곁에 있도록 내버려두는 法이 없다. 오히려 멀리 바깥으로 쫓아내지 않던가. 그러므로 老圃는 곧 사람들에게 無害한 空間이라는 말도 成立이 可能하다. 이 집은 모래내순대라는 看板을 내걸고 있지만, 가게의 位置는 모래내(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가 아니고 은평구 응암동이다. 正確히 말하면 대림市場 안쪽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大林市場도 그 이름 때문에 永登浦 대림동에 있는 市場이리라고 지레斟酌하는 분들이 많은데 은평구에 있는 由緖 깊은 傳統市場의 이름이다.

김도언 소설가
金道彦 小說家
모래내순대는 이 자리에서 장사를 始作한 지 13年 됐단다. 以前에는 모래내에서 15年 장사를 했다고. 職場 生活을 하던 夫婦가 1年餘 순댓국집에서 일을 배우곤 創業했단다. 고기는 독산동 牛市場에서 生고기를 떼어다가 直接 삶아서 낸다고 했다. 이곳의 代表 메뉴는 當然히 순댓국이다. 국물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맑은 便이고, 그것과 무슨 關係가 있는지 순대와 거기에 더해지는 머릿고기에 군내가 全혀 없다. ‘서비스’로 내어지는 內臟까지 더해 讓渡 넉넉해서 새벽부터 일하는 市場 사람들의 虛飢를 넉넉히 달래준다. 오픈된 廚房도 勿論이거니와 化粧室도 모두 깨끗하다. 老圃라고 하면 普通 衛生이나 淸潔 狀態를 未必的(?)으로 放置하는 境遇가 없지 않은데, 모래내순대는 그런 嫌疑로부터 자유롭다. 장사를 좀 고지식하게 하는 느낌이랄까.

이곳엔 순댓국 말고 꼭 紹介하고 싶은 特記할 만한 메뉴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돼지 한 마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수肉 한 접시다. 말 그대로 돼지 한 마리의 部位別 고기를 한 접시에 서너 點씩 골고루 다 담아내는 것이다. 왜 참치나 民魚 같은 몸體가 큰 生鮮 같은 境遇도 맛과 食感이 다른 것을 部位別로 내놓아 사람들의 味覺을 다채롭게 刺戟하는 境遇가 있잖은가. 모래내순대의 ‘돼지 한 마리’라는 메뉴가 바로 그런 셈이다. 이 한 접시를 먹고서 돼지 한 마리를 다 먹었다고 誇張을 해도 큰 흉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그때그때 準備된 材料를 내어준다는 日本式 메뉴 오마카세가 人氣라는데 그렇다면 모래내순대는 돼지 오마카세人 셈이다.

여기 단골손님들은 市場 사람들, 市場을 찾은 住民들이 大部分이다. 그래서 飮食을 파는 사람이나 사 먹는 사람이나 形便과 事情을 속속들이 안다. 서로 形便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쉬운 게 있을 理 없다. 서로의 困窮과 疲勞를 알고, 슬픔과 傷處를 아는데 多情하지 않을 道理가 없는 것이다.

앞서서 老圃는 사람들에게 해롭지 않은, 無害한 空間이 아닐까라는 말을 했지만, 이쯤 되면 老圃는 無害한 곳을 넘어 사람들에게 꼭 必要한 곳이란 생각에 이른다. 그러니까 퍼블릭 에어리어人 것. 언제든 갈 때마다 내게 必要한 것을 내주는 곳이 곧 老圃인데, 거기가 바로 安息處高 禮拜所다.

金道彦 小說家
#순댓국 #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火나요
    0
  • 推薦해요

댓글 0

只今 뜨는 뉴스

- "漢字路" 한글한자자동변환 서비스는 교육부 고전문헌국역지원사업의 지원으로 구축되었습니다.
- "漢字路" 한글한자자동변환 서비스는 전통문화연구회 "울산대학교한국어처리연구실 옥철영(IT융합전공)교수팀"에서 개발한 한글한자자동변환기를 바탕하여 지속적으로 공동 연구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 현재 고유명사(인명, 지명등)을 비롯한 여러 변환오류가 있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많은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를 인지하시고 다른 곳에서 인용시 한자 변환 결과를 한번 더 검토하시고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변환오류 및 건의,문의사항은 juntong@juntong.or.kr로 메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opyright ⓒ 2020 By '전통문화연구회(傳統文化硏究會)' All Rights reserved.
 한국   대만   중국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