伴侶者 돌보는 할아버지의 品格[삶의 再發見/김범석]

東亞日報
入力 2021年 9月 3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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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生님, 집사람 抗癌治療를 잘 付託합니다. 저는 집사람 없으면 안 돼요. 여태까지 집안일이며 애들 키우는 일이며, 돈 管理까지 全部 집사람이 했거든요. 저는 혼자서 그런 거 못해요. 집사람 꼭 살려주세요.” 나이든 男子保護者들로부터 間或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婦人을 걱정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仔細히 들어보면 夫人이 死亡하고 난 뒤 혼자 남겨지는 自己自身을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看病人을 불러 놓고 病院에는 잘 오지도 않는다.

萬一男便이 平素에도 基本的인 집안일, 子女養育, 財務管理等을 어느 程度 함께해서 獨立的으로 生活할 수 있다면, 穩全히 婦人을 걱정하고 돌보는 데 本人의 熱情을 쏟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獨立的인 生活이 不可能한 狀態였기에 두려움이나 不安이 더 클 것이다.

女子와 男子는 나이가 들수록 많은 點이 달라진다. 할머니들은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役割과 能力, 卽機能(器能)을 갖춘다. 집안일을 맡아 하는 것 外에 손주들을 키우는 養育者役割, 새로운 親舊들을 사귀는 能力, 남의 집 大小事 챙기기 等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하지만 할아버지들은 나이 들수록 機能을 잃는다. 特히 ‘돈 벌어오는 機能’이 사라지는 瞬間 다른 能力까지 한꺼번에 잃고 瞬息間에 집안의 賤덕꾸러기가 된다. 一部 할아버지에게는 追加機能이 생기기도 하는데, 三時 세끼 누군가 차려주는 밥만 먹는 ‘三食이’ 機能, 손주들 學院에 데려다 달라는 付託에 귀를 막는 ‘사오정’ 機能, 飮食物쓰레기 좀 버리고 오라는데 當身은 손발이 없냐고 되받아치는 ‘肝 커짐’ 機能等이다. 이런 할아버지는 癌에 걸린 할머니의 病勢가 깊어질수록 꾀죄죄해진다.

그 渦中에 새롭게 自己役割을 받아들이는 할아버지도 있다. 이들은 育兒機能까지는 무리더라도 스스로 三時 세끼 차려먹고 집안일을 어느 程度 맡아서 한다. 우리 社會가 워낙 男性爲主로 흘러왔기에 집안일만 할 줄 알아도 훌륭한 할아버지 축에 낄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 半平生을 함께해 온 伴侶者가 아플 때 그를 보살피며 食事라도 챙겨줄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한 할아버지 隊列에 낄 수 있다.

이른바 삼식이 할아버지들을 많이 봐온 나는 스스로 밥하고 빨래하는 할아버지에게서 깊은 品格을 느낀다. 오랜 伴侶者가 몸져누워 大小便을 못 가눌 때, 成人用 기저귀를 갈아주며 속옷을 代身 빨아주는 할아버지에게서 高潔한 氣品을 느낀다. 아픈 누군가의 옆을 지키면서 自己自身을 걱정하기보다 穩全히 相對方을 돌봐주는 것, 나이가 들어서도 스스로를 維持하며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分明品格 있는 일이다.

김범석 서울大血液腫瘍內科敎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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