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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 英雄主義를 拒否한 英雄[석영중 길 위에서 만난 文學]|東亞日報

체호프, 英雄主義를 拒否한 英雄[석영중 길 위에서 만난 文學]

  • 東亞日報
  • 入力 2021年 5月 21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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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리호보 체호프기념관 내 소극장 앞에 세워진 체호프 동상(왼쪽 사진)과 체호프가 환자를 치료했던 진료소를 재현한 건물. 작가 체호프는 이곳에서 희곡 ‘갈매기’ 등 대표작을 집필하며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한편 의사로서 주민들을 무료로 진료함으로써 행동하는 지식인의 책임감을 보여줬다. 석영중 교수 제공
멜리虎步 체호프記念館 내 小劇場 앞에 세워진 체호프 銅像(왼쪽 寫眞)과 체호프가 患者를 治療했던 診療所를 再現한 建物. 作家 체호프는 이곳에서 戱曲 ‘갈매기’ 等 代表作을 執筆하며 人間의 內面을 探究하는 한便 醫師로서 住民들을 無料로 진료함으로써 行動하는 知識人의 責任感을 보여줬다. 석영중 敎授 提供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南쪽으로 約 60km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 멜리虎步. 醫師이자 作家인 안톤 체호프(1860∼1904)가 1892年부터 7年 半 동안 居住했던 곳이다. 여기서 그는 戱曲 ‘갈매기’를 비롯한 여러 篇의 代表作들을 執筆했고 診療所를 열어 住民들을 無料로 治療해 주었다.》

知識人의 德目은 人間의 道理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석영중 高麗大 露語路文學科 敎授
現在 멜리虎步에는 自宅, 診療所, 小劇場 等 여러 채의 建物로 이루어진 체호프 文學 記念館 團地가 造成되어 있다. 平生 醫學과 文學을 같이 품었던 체호프의 足跡은 世紀末 러시아를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知識人의 本質에 關해 示唆하는 바가 크다.

知人들에게 보낸 便紙를 綜合해 보건대 체호프는 進步와 科學을 믿었고 知識人의 熱情을 믿었다. 그러나 集團으로서의 러시아 知識人의 말뿐인 道德主義와 無能한 理想主義는 輕蔑했다. “나는 우리의 知識人을 믿지 않습니다. 그들은 僞善的이고 거룩한 척하고 神經質的이고 無禮하고 게으릅니다.”

그는 이념적 便 가르기와 牌거리 政治도 拒否했다. “저는 自由主義者도 아니고 保守主義者도 아니고 漸進主義者도 아니고 首都사도 아니고 無關心主義者도 아닙니다. 꼬리票와 라벨은 偏見입니다.”

그는 虛荒된 談論과 英雄主義 代身 얼핏 너무나도 素朴하고 平凡하게 들리는 德目을 知識人의 條件으로 提示했다. 체호프가 말하는 知識人은 他人의 人格을 尊重하며, 他人의 財産을 尊重하며, 빚은 반드시 갚으며, 아무리 些少한 일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知識人은 健康한 몸과 健康한 마음을 維持해야 한다. 知識人은 鄭重하고 禮儀 바르게 處身해야 하며 法을 遵守해야 한다. 이 程度면 知識人의 德目이라기보다 그냥 人間의 道理라 해도 좋을 것 같다.

醫師는 疾病 아닌 사람을 治療


멜리호보 체호프 기념관에 재현된 진료소 내부. 소박한 진료소 내부 모습이 직관적으로 지식인 체호프의 위상을 보여준다. 석영중 교수 제공
멜리虎步 체호프 記念館에 再現된 診療所 內部. 素朴한 診療所 內部 모습이 直觀的으로 知識人 체호프의 位相을 보여준다. 석영중 敎授 提供
反面, 醫師 체호프의 活動은 이런 小小한 생각을 完全히 뒤집는다. 모스크바대 醫學部를 卒業하고 修鍊醫로 勤務하기 始作한 以後 世上을 下直할 때까지 그가 醫療 및 社會奉仕 領域에 남긴 業績은 實로 巨大했다. 체호프는 “醫師는 疾病을 治療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治療하는 것이다”를 平生 座右銘으로 삼았고 “醫師란 모름지기 손가락 끝까지 人道的이어야 한다”는 信念에 文字 그대로 投身했다. 그는 醫療奉仕는 勿論 學校와 公共 圖書館 設立에 돈과 時間을 아끼지 않았다. 1890年에는 惡名 높은 流配地 사할린섬에 가서 孤兒들과 賣春 女性을 위한 機關 設立을 支援했으며 모스크바로 돌아와서는 貧民 救護活動에 邁進했다. 멜리虎步 居住 時節에는 隣近 地域에 猖獗한 콜레라 防疫에 앞장섰고 새벽 5時부터 診療所에 몰려오는 患者들을 無料로 治療해 주었다. 20世紀 中盤까지도 멜리虎步 住民들이 체호프를 作家가 아닌 ‘醫師 先生님’으로 記憶하는 理由다.

醫師 체호프가 人間의 肉體的이고 精神的인 苦痛 輕減에 集中했다면 作家 체호프는 人間 條件에 스며들어 있는 실존적 苦痛에 注目했다. 체호프의 短篇들은 잔잔하고 簡潔하다. 뚜렷한 플롯조차 없을 때도 많다. 그는 孤獨하고 不安하고 어리석고 無能하고 小心한 사람들을 그렸다. 高尙한 사람, 鄙陋한 사람, 多情한 사람, 無情한 사람도 그렸다. 그 모든 人物들이 아파하고 갈팡질팡하고 슬퍼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것은 知識人이건 無識쟁이件, 富者건 가난뱅이건 그 누구도 避해갈 수 없는 缺乏과 衰落이다.

‘지루한 이야기’의 主人公 니콜라이 敎授는 醫學界의 巨物로 世界的인 名聲을 누려왔다. 그런데 不治病에 걸려 죽음을 目前에 둔 只今 그는 巨大한 虛無 앞에서 괴로워한다. 그 누구보다 誠實하고 高潔하게 살아온 그의 人生과 그가 獻身한 學問에는 무엇인가 缺如되어 있다. 그는 苦痛스러운 省察 끝에 그것이 ‘共通 理念’이라는 結論에 到達한다. “이 모든 생각과 感情, 그리고 내가 森羅萬象과 關聯하여 定立하는 槪念들에는 모든 것을 하나의 全體로 엮어주는 共通的인 무언가가 빠져 있다. 그것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正말 그럴까? 그의 삶이 缺如하는 것이 果然 저 어마어마하게 들리는 ‘共通 理念’일까?

信念이 執念인 時節의 英雄


‘개를 데리고 다니는 婦人’은 迂廻的으로 이 質問에 答을 提供한다. 平生 사랑 없는 結婚生活 속에서 亦是 사랑 없는 習慣的 外道만 일삼아온 中年의 바람둥이 舊로프는 偶然히 만난 젊은 有夫女 안나에게 사랑과도 비슷한 感情을 느낀다. 그들은 陋醜한 모텔 房에서 期約 없는 未來를 아쉬워하며 密會를 거듭한다. 그들의 그렇고 그런 密會는 어느 날 舊로프가 모텔房의 거울에 비친 自身의 모습을 보는 瞬間 갑자기 달라진다. “머리는 벌써 희끗해지기 始作했다. 自身이 最近 몇 年 새에 이토록 늙고 시들어 버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의 두 손이 얹혀 있는 따스한 어깨가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只今은 이토록 따스하고 아름답지만 畢竟 그의 삶처럼 벌써 退色과 疲弊의 始作點에 가까워지고 있을 이 女人의 삶에 憐憫을 느꼈다.” 이 대목에서 小說은 戀愛 小說도 不倫 小說도 아닌 다른 次元의 記錄으로 넘어가고 鄙陋한 不倫男 舊로프는 不知不識間에 著者 체호프의 代辯者가 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衰落을 거쳐 消滅한다. 例外는 없다. 이 嚴正한 現實에서 憐憫은 한 有限한 人間이 다른 有限한 同僚 人間에게, 그리고 窮極的으로는 自己 自身에게 줄 수 있는 거의 全部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체호프가 數百 篇의 短篇을 통해 傳하려 했던 메시지의 核心이다.

체호프는 젊은 時節부터 여러 가지 疾病으로 苦痛을 當했다. 그中에서도 가장 深刻했던 것은 當時 不治病으로 看做되던 肺結核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咯血한 것은 醫科大學 卒業 즈음이라 傳해진다. 그러니까 마흔넷의 나이에 肺結核으로 世上을 下直할 때까지 그는 거의 成人 時節 全體를 時時刻刻 다가오는 죽음의 恐怖와 더불어 살아야 했다는 얘기다. 他人의 苦痛에 對한 憐憫과 奉仕는 人間 체호프가 自身의 必滅에 應答한 方式이었던 것이다.

체호프는 大部分의 自稱 타칭 知識人들이 世上을 當場 바꿀 듯 口號를 외쳐대던 時節에 行動으로써 存在의 證據를 남겼다. 信念을 執念으로 변질시킨 사람들이 넘쳐나던 時節에 信念을 哲學으로 승화시켰다. 評論家 존 머리는 체호프를 ‘우리 時代의 英雄’이라 불렀다. 맞다. 그는 英雄主義를 拒否한 英雄이었다.

석영중 高麗大 露語路文學科 敎授
#체호프 #英雄主義 #拒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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