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人文學]낮은 곳에 서야 높은 곳을 向할 수 있다

東亞日報
入力 2018年 1月 30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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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서어나무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서어나무숲. — 全北 남원시 운봉읍 行政里 서어나무숲.

자작나뭇科의 갈잎큰키나무人 서어나무는 漢字書目(西木)에서 由來한 이름이다. 書目은 ‘西쪽나무’라는 뜻이다. 書目은 어릴 때도 陰地에서 잘 자라는 陰獸(陰樹)라는 것을 暗示한다. 서어나무가 우리나라에 많이 살고 있는 것도 이 나무의 特性과 密接한 關係가 있다. 서어나무는 우리나라 溫帶林의 極相林(極相林) 中 많이 分布하고 있는 代表 나무다. 極相林은 植物社會 천이(遷移·같은 場所에서 時間의 흐름에 따라 이뤄지는 植物群集의 變化)의 마지막 段階에서 發達하는 숲이다. 그래서 서어나무는 다른 나무와의 競爭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存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나무는 서어나무와의 競爭에서 이길 수 없다.

서어나무의 特徵中 하나는 줄기다. 어느 程度 자란 灰色에 검은빛 얼룩이 섞인 서어나무의 줄기는 筋肉처럼 울퉁불퉁하다. 그래서 서어나무를 ‘筋肉나무’를 의미하는 ‘머슬 트리(muscle tree)’라 부른다. 네덜란드의 植物學者 카를 루트비히 폰 블루메(1796∼1862)가 붙인 學名中에서는 잎보다 먼저 피는 꽃도 强調하고 있다.

우리나라 全域에서 서어나무를 만날 수 있지만 나는 全北 남원시 운봉읍 行政里의 서어나무숲을 잊을 수 없다. 마을 들판에 살고 있는 이곳 서어나무 숲은 ‘아름다운 마을 숲’으로 選定될 만큼 有名하다. 이곳 서어나무 숲처럼 우리나라에서 서어나무를 마을 숲으로 造成한 事例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全南務安에 서어나무와 닮은 개서어나무(天然記念物第82號) 20餘 그루가 살고 있다. 마을 숲의 機能은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의 마을 숲은 大部分不足한 것을 補完하는 悲報(裨補)의 機能을 갖고 있다. 이곳의 서어나무 숲도 바람과 厄運을 막아주는 機能을 擔當한다. 서어나무 숲에 들어가서 한 그루 한 그루 줄기를 바라보거나 나무를 안고 하늘을 바라보면 夢幻的인 雰圍氣를 자아낸다. 어느 映畫에 使用한 그네에 앉아 서어나무 숲을 바라보는 時間은 平生 잊지 못할 追憶을 膳賜한다.

서어나무는 햇볕이 적은 陰地에서 살아가면서도 自身의 存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나무다. 그래서 서어나무는 王弼(王弼) 週(注) ‘老子道德經(老子道德經)’ 第61張 “큰 나라는 江의 下流, 온 世上이 모여든 곳(大國者下流, 天下之交)”이라는 句節처럼 언제나 낮은 곳에 位置하면서 모든 것을 품는다. 바다가 가장 낮은 곳에 位置하면서 世上의 모든 물을 담듯이, 自身을 낮추는 서어나무의 態度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原動力이다.

강판권 啓明大史學科敎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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