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當身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곽재구의 神(新) 浦口奇行/곽재구 지음·최수연 찍음/368쪽·1만6800원·해냄
한참, 冊꽂이를 서성거렸다.
몇 番의 理事. 여러 冊을 떠나보냈다. 그 渦中에 男兒준 이들. 愛情이라 부르며 執着으로 붙잡았다. 귀퉁이에서 곰삭은 먼지의 때깔. 겨우 찾아든 옛 親舊는 無表情했다. 그래도, ‘곽재구의 浦口奇行’(열림원)은 다시 곁을 내줬다.
16年. 닳아빠진 歲月은 刹那의 永劫. 2002年 우린 어디서 무얼 했던가. 몇 줄로 채워질 追憶에 섞이지 않는 마음. 하지만 神奇하게도, 魔法처럼. 冊을 펼치면 몽실몽실 빚어지는 黑白寫眞. 操心스레 兩손에 담아 ‘곽재구의 神(新) 浦口奇行’을 맞아들였다.
詩人은 왜 다시 浦口로 돌아온 걸까. 電話를 걸어 愚問(愚問)을 던지려다 꾹 눌렀다. 答은 冊에서 求해야지. 作家는 글로 傳했건만. 지름길만 찾는 心보 같으니. 길이 어긋나도, 或은 가로막혀도. 目的地는 各自의 몫이다.
“生의 어느 神 하나는 내게 이 浦口마을의 불빛들을 느낄 수 있는 時間을 膳物로 주었습니다. 이 時間들 속에서 나는 慰勞받고, 渴望뿐인 나의 詩가 더 좋은 人間의 世上으로 나아가는 작은 물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 하늘과 땅이 함께 아름다운 色 圖畫紙가 됩니다. 다시 새로운 生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限없이 平凡하고 陋醜하면서도 꿈이 있는 새로운 詩를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를 따라 떠난 두 番째 旅行은 옹골지다. 뭉툭한 現實에서 길어 올린 詩語(詩語)가 메마른 목젖을 두들긴다. 고맙고 未安하다. 주머니 털어 詩集 한 卷 샀던 게 언제였던가. 남 탓, 世上 탓하며 바스러진 記憶. 부끄러워 성마르다 짐짓 外面한 채 잊어버린. 매몰찼던 우리네를 浦口는 나지막이 불러 세웠다. 그래도 詩人은, 詩를 쓰노라고. 當身과 나의 노래를.
勿論 前作과 新作은 ‘다르다’. 文章은 簡明한데도 깊어졌다. 船艙을 때리던 波濤는 잦아들었건만, 발목을 적시는 물살은 더 찐득해졌다. 외로운 絶唱이 餘白마저 채우던 지난날. 오늘은 마주 잡은 合唱이 굳이 空間을 비워낸다. 後悔件 希望이건 想念이건 다짐이건. 퍼 담든지 게워 내든지 알아서 할밖에.
“妄想 海邊으로 가는 동안 妄想이란 이름의 意味가 궁금해졌다. 헛된 꿈(妄想)이라면 衝擊일 것이다. 里程標에서 妄想(望祥)을 보는 瞬間 安堵의 한숨을 쉬었다. 삶은 如前히 꿈꾸는 者의 것이며 쓸쓸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期約하는 이의 것이 아니겠는가. 東海의 波濤소리가 손에 잡힐 듯 들려왔다.”
詩人은 如前히, 때로는 아프다. 팽목항에서 삼킨 울음. 學童에서 짊어진 서글픔. 그래도 그는 다독인다. 서럽다 읊조린들 붙잡지 못하는 離別. 잊지 말되 걸음을 옮기자고. 時計가 만든 因緣의 씨줄날줄을 고르게 펴가며. 當身이 찾아와서, 만나서, 알아봐서 참 좋았단 기척을 보낸다.
어쩌면 뒷목을 움켜쥐던 熱情은 다시 오지 않겠지. 悽然했던 생채기度 이미 浦口 멀리 휩쓸렸을 테니. 그런들 바다가 아닐까. 詩가 아닐까. 우리가 아닐까. 滿船의 뿌듯함은 지워졌을지언정. 櫓를 젓는 삶은, 지난해도 期待가 영근다. 詩人이 발걸음마다 반겼던 붉은 郵遞筒처럼. “郵遞筒은 終日 그 자리에 서있을 것이고 노을은 하루에 한 番 꼭꼭 그 郵遞筒을 쓰다듬고 지나갈 것”이기에. 우린 또,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정양환 記者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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