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옷을 벗어라/김화영 엮음 구본창 寫眞/120쪽 1萬원 시와시학사
文學評論家 김화영 敎授(高麗大)가 가려 뽑은 ‘여름의 光彩로 빛나는 41篇의 詩’를 만나보자. 푸른 詩篇들과 함께 휘파람 소리 같은 輕快한 壇上이 빛을 發한다.
‘맑은 하늘 한복판/새소리의 무늬도 놓쳐버리고/한 處女를 사랑할 힘도 잃어버리고/네댓 살짜리 아기의/발 뻗는 투정으로 울고 싶은 나를/천만 뜻밖에도 無期懲役(無期懲役)을 때려/이만치 떼어놓고/환장할 듯 換腸할 듯/햇빛이 흐르나니/바람이 흐르나니.’
박재삼의 時 ‘맑은 하늘 한복판’을 읽으며 著者는 ‘平牀에 팔베개하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詩人의 夏安居(夏安居), 그 한瞬間’을 본다. 새도 사랑도 아무 것도 없는 世上, 다만 存在하는 것은 맑은 하늘과 햇빛, 그리고 바람 뿐. ‘없음’은 더없이 아름답고 世界는 나의 ‘밖’에 있다.
편자는 ‘삶의 비어있는 中心을 向해 곧장 달려가서 여름의 벼락 치는 詩人이 되어보자’(자서)고 손을 내민다. 오규원의 ‘빈자리가 必要하다’, 김종해의 ‘섬 하나’, 김명인의 ‘바다의 아코디언’, 이성복의 ‘歸鄕’, 이문재의 ‘黃昏病3’ 等이 여름의 空間을 가로지른다.
조이영記者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