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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上散策]한수산/딸의 書架에 조지훈全集을 꽂으며|동아일보

[世上散策]한수산/딸의 書架에 조지훈全集을 꽂으며

  • 入力 1997年 3月 15日 19時 56分


딸아이가 大學엘 가게 되었다. 집을 나서서 처음 幼稚園엘 갈 때만 해도 버스에 오르는 뒷모습이 뒤뚱거리던 그 작은 것이, 어려서 沙果를 좋아해서 늘 한쪽 볼이 불룩하게 謝過를 베어물고 다니곤 하던 아이가, 자라서 大學生이 된 것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의 흐뭇하고 대견스러움은 다른 父母와 다를 것이 없었다. 이제 成人이 되었으니 집안의 좀 더 넓은 房으로 아이의 房을 바꿔주기로 하였다. 지난 해의 受驗書로 뒤덮여 있던 아이의 書架가 휑하니 빈 것을 바라보면서, 거기에 어떤 다른 冊을 꽂아줄 것인지를 이것저것 생각하는 마음은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내 書齋에서 아이의 冊꽂이로 옮겨주고 싶은 冊들에는 셰익스피어全集度 있었고, 希臘悲劇度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趙芝薰(趙芝薰)全集 10卷을 꽂아주는 것으로 入學膳物을 代身하기로 했다. ▼成人이 되었으니 꼭…▼ 先生의 人品과 氣槪, 그리고 그 도도한 글들을 나 또한 늘 尊敬해 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西洋의 人文社會科學 冊으로 現實認識을 始作하는 요즘 大學生들의 讀書風土를 생각할 때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그토록 눈부셨던 지훈先生의 글을 感受性 强한 나이에 꼭 읽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로서 成人이 된 아이와 함께 요즈음의 世上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부끄러운 때라는, 나의 요즈음 世上을 보는 憂鬱함도 거기 얹힐 수밖에 없었다. 贅言임을 알면서도 덧붙이자면, 조지훈全集 序文에 쓰여 있듯이, 先生은 素月(素月)과 永郎(영랑)에서 비롯하여 서정주와 柳致環을 거쳐 靑鹿派에 이르는 韓國現代詩의 主流를 完成함으로써 前半期와 後半期를 連結해 준 큰 詩人이다.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지훈이 차지하는 位置는 어느 누구도 毁損하지 못할 만큼 確固不動하다. 어디 그뿐인가. 梅泉(梅泉) 黃玹(黃玹)과 萬海(萬海) 韓龍雲(韓龍雲)을 이어 지훈先生은 志操를 목숨처럼 重히 여기는 知事(志士)의 典型을 보여주었다. 韓國現代史를 理解하려는 사람은 韓國現代精神史의 地形을 理解해야 하며, 바로 그 韓國現代精神史의 地圖를 理解하려는데 조지훈 全集은 크게 寄與하리라는 編輯委員들의 全集 序文에 나 또한 同感이었다. 지훈을 따르려는 사람에게도, 지훈을 批判하고 克服하려는 사람에게도 지훈의 全貌를 客觀的으로 理解하는데 이 全集은 必要하다는 생각도 거기 있었다. ▼亂世에 되새기는 志操▼ 冊을 꽂아주던 날 저녁 나는 딸아이에게 이 冊에 얽힌 뒷이야기 하나를 더 들려주었다. 『이 冊에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法學徒였던 한 젊은이가 欽慕하던 스승이 계셨다. 지훈 조동탁 先生이 그분이었다. 그 젊은이는 後날 出版人이 되어, 文學과 言論關係 冊을 主로 내는 出版社를 키워냈다. 아들을 낳자 이름을 지훈이라고 지었으니, 스승에 對한 欽慕와 그 마음 끌림의 깊이는 너도 斟酌이 가리라. 그리고 그는 自身의 出版社가 처음으로 번듯한 社屋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 社屋 이름을 지훈빌딩으로 붙였다. 어디 그뿐이었겠니. 社屋을 마련한 後의 첫 일로 그는 學界의 여러분들로 조지훈全集 編輯委員을 構成하고, 全 10卷의 厖大한 조지훈 全集을 펴내기에 이르렀다. 아들의 이름도, 會社 빌딩도 지훈으로 지은 이 會社가 조지훈 全集을 펴낸 것이다』 亂世라는 느낌마저 드는 요즘의 이 國家的 危機에, 우리에게도 尊敬해 마지않는 스승이 있었음을, 지훈先生의 글과 함께 젊은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요즈음이다. 지훈先生의 「志操論」과 「韓國民族運動史」와 「韓國文化史序說」을 비롯한 지훈文學과 思想의 바다에서 젊은 날의 마음밭을 가는 일을 始作하면 어떻겠는가, 말해 주고 싶다. 한수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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