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주의 ‘삶과 죽음 이야기’] <17>患者는 을(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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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力 2012年 12月 11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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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北電柱에서 한참 벗어난 깊은 山골짜기의 比丘尼 스님들이 參禪하는 寺刹에 머문 적이 있었다. 겨울 추위로 溫氣조차 간데없는 善防이라 冊을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이런 窮理 저런 窮理 하고 있을 때 住持 스님이 들어와서 며칠 前 손님 이야기를 꺼냈다. 副總理를 지낸 한 분이 一週日程度滯留하면서 每日 아침 일찍 일어나 빗자루를 들고 절 마당 淸掃에 熱中하기에 그 緣由를 물어보았단다.

그랬더니 그가 하는 말이 오랜 官僚生活에서 自身이 部下職員이나 民願人들에게 너무 말을 함부로 했던 게 늘 마음에 걸려서 뭔가 쓸어내고 싶은 贖罪感이 淸掃로 나타난 게 아닌가 여겨진다는 것이다. 내가 고개를 저으며 그분은 그렇게 甚한 말을 하는 분이 아니라고 했더니 스님은 言語에 傷處를 받은 사람들을 나중에 目擊하게 된 그 副總理의 告白이 眞實일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醫師가 어머니뻘 患者에 半말

自身이 無心결에 뱉은 거친 말에 마음이 傷한 사람들을 뒤늦게 發見한 前職副總理의 깨우침을 내가 몸으로 느낀 것은 醫療現場에서였다. 한 開業醫가 몸이 아파 大學病院에 갔을 때 한참 人生後輩가 되는 專門醫로부터 下待를 받은 屈辱感을 吐露하는 場面을 보았고 엄마 나이 또래의 患者들에게조차 半말하는 젊은 女醫師의 뒷모습도 눈에 담았다. 어머니뻘 患者는 診療室을 나서며 ‘내가 이런 待接 받으며 살아야 하느냐’고 울먹일 때 찌르는 듯한 痛症이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人生살이가 참 고달프고 漠漠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렇게 世上을 한 꺼풀 벗기고 들어가면 우리가 미처 들여다보지 못한 內面이 나타나기 始作한다.

아내가 綜合病院에 入院해 있을 때 6個의 寢臺가 配置되어 있는 좁은 病室로 갑자기 20餘名이 몰려들었다. 나는 病院勞組가 示威를 하는 것인 줄 알고 잔뜩 怯을 먹었다. 그런데 그 團體中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한 患者 곁에 서서 큰 목소리로 祈禱를 하고 讚頌歌를 불렀다. 한 曲이 끝나면 그 다음 曲이 이어졌다. 누워 있던 다른 患者들이 잔뜩 불만스러운 表情을 지으며 하나둘 그들 사이를 비집고 病室을 빠져나갔다. 우리나라 最高一流病院에서 더구나 많은 患者가 入院해 있는 病室에서 이런 式의 ‘宗敎活動’이 可能하다는 것은 想像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토록 傲慢한 ‘위로 行事’가 대낮에 病室에서 열릴 수 있을까.

看護師들도 이를 막을 方道가 없다며 손을 들었다. 한 사람의 患者를 위한 集團祈禱는 다른 患者의 安定을 해치고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汚染과 疾病의 傳染까지 覺悟한 行爲였다. 聖職者로 보이는 그 團體의 리더는 病室의 다른 患者들에게 事前諒解를 求한 적도 없고 나중에 未安하다는 말 한마디도 남기지 않았다. 그들은 病院 앞에 待機해 놓은 大型 버스를 타고 우르르 사라졌다. 다인 病室에서라면 搖亂한 祈禱와 노래가 아니라 조용한 默想이 必要할 것이고 보여주기 위한 說敎가 아니라 마음으로 傳達되는 짧고 따뜻한 한마디 말이 必要했을 것이다.

나는 어느 모임에서 마주친 그 宗派의 責任者에게 病室에서까지 宗敎活動을 벌이는 ‘集團慰問祈禱’가 누구를 爲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에게서 “競爭的인 慰問行事가 深刻한 問題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統制가 어려워 聖職者良識에 맡길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몹시 失望했다.

그런데 그들이 몸이 아픈 患者나 家族에게 들려주는 慰勞나 祈禱는 너무나 形式的이고 訓戒調人 데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말뿐이었다. 苦痛에 짓눌린 患者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말이 準備되지 않았다면 따뜻한 視線만으로도 充分하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聖職者들조차 患者를 慰勞할 줄 모르는 境遇가 많았다. 삶과 죽음의 警戒線에서 煩悶하며 밤낮으로 몸을 뒤척이는 末期重症患者들과 家族에게 慰勞한답시고 잘못 들려주는 말은 큰 傷處로 남기 十常이다.

無心코 던진 한마디가 큰傷處 남겨

腦腫瘍으로 세 살짜리 딸을 떠나보낸 정은주 氏는 聖職者들이 찾아와서 “딸이 좋은 데로 간다. 걱정하지 마라”고 慰勞할 때마다 귀를 막고 싶었다고 吐露했다. “죽은 아이 빨리 잊어버리고 얼른 아이 하나 또 낳아라”며 무턱대고 말을 내던지는 사람들을 멀리 했다. 그리고는 ‘沈默으로 견뎌라’며 自身을 스스로 慰勞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相對方 마음에 傷處를 남기거나 慰勞의 말조차 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의 무게가 重要하다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해 주어야 할까 곰곰 생각하다 나는 癌鬪病中인 이해인 修女의 글을 웰다잉 講師들에게 들려주기로 作定했다. 自身이 抗癌劑治療를 받고 있던 中世上을 떠나기 前인 金壽煥樞機卿을 만났을 때의 이야기였다.

‘樞機卿님은 (그때 나에게) ‘苦痛을 참아라’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대단한 高位聖職者이시고 德이 깊으신 그분의 입에서 나온 말씀은 主님이라든가 信仰, 거룩함, 氣도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대단하다, 修女’ 그 한마디, 人間的인 慰勞가 제게는 큰 感動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해인 修女는 좋은 말이라 해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고 慰勞에도 智慧가 必要하다는 것을 되새겨 본다고 했다. 나는 그의 詩 가운데 ‘종이에 손을 베고’를 愛誦한다. 그 詩를 웰다잉 講師들에게 또 朗讀해 주었다. 거기에는 ‘내가 생각 없이 내뱉은/가벼운 말들이/남을 피 흘리게 한 일 없는지/반성하고 또 反省한다’는 句節이 들어 있다.

마음이 아픈 이는 언제나 乙(乙)의 立場이다. 몸도 아픈 患者는 이도저도 못할 乙이다. 末期患者는 을 가운데서도 最下位乙이다. 乙은 甲이 된 病院과 醫師에게 매달리고 健康한 사람들의 慰勞를 기다린다. 甲이 乙을 理解하고 따뜻한 말도 건네기 위한 實驗으로 醫師들의 患者體驗이 實施된 적이 있었다.

聖職者들의 죽음 體驗이나 獅子(死者) 體驗하는 프로그램도 進行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實驗은 잠깐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예전으로 돌아간 듯 다시 말이 거칠어졌다. 病院이 患者들을 위한 權利憲章을 만들고 親切한 醫療施設이라고 캠페인을 벌여도 變化는 더디기만 하다. 거친 말을 贖罪하는 心情으로 빗자루까지 든 前職副總理의 마음이 오히려 薰薰하게 느껴질 뿐이다.

좋은 말이라도 함부로 해선 안돼

나는 醫師들이나 聖職者들의 告白 가운데 막상 自身이 아파 보니 그동안 잘못한 게 많았다고 내놓고 하는 이야기가 第一 듣기 싫다. 그냥 反省하면 될 일이다. 어느 有名病院院長이나 宗敎團體責任者가 말기 狀態를 지나 無意味한 延命治療를 繼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傳해들을 때 나는 더욱 沈默을 지키고 싶다.

최철주 칼럼니스트 choicj114@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