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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프로방스를 걷다]야외 카페에서 만나는 ‘손님 俳優들’|東亞日報

[이승우의 프로방스를 걷다]야외 카페에서 만나는 ‘손님 俳優들’

  • 東亞日報
  • 入力 2018年 3月 13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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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記者 yankeey@donga.com
발이 있어서 발로 걷고, 길이 있어서 길을 걷는다. 그러나 걷기 위해 必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눈은 걷기 위해서도 重要하다. 나는 이 세 가지를 걷기의 3要素쯤으로 생각한다.

道具的으로 꼭 必要하지는 않으면서도 어떤 일을 始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個人마다 있는데, 假令 내 境遇 冊을 읽으려고 할 때 꼭 鉛筆을 챙긴다든지 하는 것이 그렇다. 鉛筆이 없으면 冊이 안 읽힌다는 건 鉛筆로 冊을 읽는 게 아니니까 論理的으로 矛盾인 것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어떤 契機에 依해 習得되었다가 오랜 時間 維持되어온 些少한 習慣이 우리 行動에 미치는 影響은 생각보다 크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걷고 싶지 않거나 잘 걸어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이 自己가 보기 좋아하는 것이면 걷는 게 힘들지 않다. 그럴 境遇에는 걷기가 기쁨인데, 그렇지 않을 境遇에는 勞動이 된다. 鉛筆이 있어야 冊을 읽는다는 말은 結局 鉛筆로 冊을 읽는다는 뜻도 될 것이다. 볼 것이 있어야 걷는다는 말은, 結局 눈으로 걷는다는 뜻도 될 것이다.

볼 것이 많은 곳, 보기 좋아하는 것이 많은 곳은 都市이다. 都市의 廣場과 뒷골목과 市場과 看板들이 걷게 한다. 自然은 크게 誘引하지 않는다. 假令 높은 山이나 눈부신 하늘이나 끝없는 바다는 우리를 壓倒한다. 그것들은 神이 써놓은 글과 같아서 敬畏心을 가지고 멈춰 서게 한다. 그 앞을 그냥 지나가는 것은 어떤 意味에서 佛經이다. 그러나 都市는, 엄청난 높이의 建物이든 얼마나 오래된 物件이든 結局 사람이 만든 것, 그러니까 만만하다.

그러니까 내 基準에 依하면, 걷기 좋은 길은 넓은 길이나 잘 닦인 길이 아니고 볼 것이 많은 길이다. ‘볼 것’ 가운데 으뜸은 사람이다. 廣場이나 뒷골목을 걷고 싶게 만드는 것도 그곳에 廣場이나 뒷골목의 한 部分인 것처럼 存在하는 다양한 種類의 사람들 때문이다. 비어 있는 廣場이나 市長이나 골목이 어딘가 허전하고 完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理由, 그곳에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風景이 完成되는 것같이 여겨지는 理由가 이것이다.

프랑스 印象의 첫머리에 나오는 카페 亦是 사람들에 依해 完成된 風景이라는 데에 다른 意見을 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카페마다 어떤 有名한 이가 자주 찾아와 冊을 읽었다는 留意 傳說 같은 이야기들을 保有하고 있다. 엑상프로방스의 由緖 깊은 카페 ‘레 되 가르송’은 폴 세잔과 에밀 졸라가 들른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最近에 한 프랑스 敎授로부터 알베르 카뮈가 交通事故로 죽기 하루 前에 그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내 關心을 끌어당기는 것은 그런 事緣들이 아니라 조그맣고 둥근 卓子가 놓인 野外 카페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사람들이 늘 神奇하고 궁금했다. 커피는 그렇다 쳐도, 壅塞하기 그지없는 그 작은 卓子에서 食事를 하는 모습은 꼭 飛行機의 이코노미席에 앉아 밥을 먹는 것처럼 답답해 보인다. 옆자리 손님들과 어깨를 부딪칠 程度로 가까이서, 그러나 부딪치지는 않고 어떻게들 그렇게 오래, 그렇게 쉴 새 없이 이야기인가를 하며 먹고 마시는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길거리 카페에 앉은 사람들 大部分이 거리를 向해 있다. 혼자 온 境遇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럿이 온 사람들도 거리를 向해 나란히 앉아 햇볕을 쐬고 있다. 마치 公演을 보고 있는 觀客을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椅子가 아예 觀客席처럼 配置되어 있다. 거리(舞臺)에서 實時間으로 펼쳐지는 公演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 同時에 距離에 있는 사람들에게 볼 것이 되어준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거나 人事를 건네기도 하는 것은 이들이 觀客이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意思 表現으로 읽힌다. 舞臺의 俳優와 客席의 觀客이 相互 疏通하는 열린 演劇이 거리에서 卽興的으로, 그리고 隨時로 演出된다고 할까.

거리를 向해 椅子를 놓고 카페에 앉은 이 사람들은 먹거나 마시려고 온 것 같지 않다. 무언가를 먹거나 마시지만 그것 때문에 온 것 같지 않다. 그들은 이야기를 하러 온 것 같지도 않다. 그들은 카페에 앉아 말을 아주 많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온 것 같지도 않다. 그들은 사람들을 보러 온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보러만 온 것 같지도 않다. 그랬다면 밖을 잘 내려다볼 수 있는 2層 窓가가 좋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카페는 1層에 있고, 그리고 길가에 椅子를 내놓고 있다. 1層, 特히 室外는 視線을 감출 수 없는 곳이다. 그들은 볼 뿐 아니라 보여주기도 하려고 카페에 앉아 있다. 그들은 觀客이면서 同時에 俳優이다. 勿論 거리를 걷는 사람도 俳優가 되었다가 觀客이 되었다가 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의 都市 風景이 完成된다는 것을, 아마도 이 카페의 市民들은, 無意識的으로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그 앞을 걷는 異國의 旅行者는 생각한다.

이승우 小說家·造船臺 文藝創作科 敎授
#野外카페 #俳優 #레 되 가르송 #길거리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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