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만나는 詩]남아있는 時間에… 남아있는 달曆에 感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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入力 2012年 2月 2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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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記者 soojin@donga.com

《해가 바뀐다. 달曆을 바꾼다. 어느새 이렇게 홀쭉해졌나. 파르르 떨리는 한 張 남은 달曆을 떼고 나니 네모반듯한 흰 자리가 드러난다. 하얀 空白이 一年 만에 얼굴을 내민다. 까맣게 一年을 채웠던 數字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歲月의 검댕을 홀로 避해간 하얀 空白을 보니 하루가, 한달이, 一年이 덧없다. 하릴없이, 다시 달曆을 건다. 빈 독에 다시 쌀 채우듯이.》

‘이달에 만나는 詩’ 2月推薦作으로 文人數是認(67)의 ‘空白이 뚜렷하다’를 選定했다. 지난달 나온 詩集 ‘寂寞 소리’(創批)에 收錄된 시다. 是認 이건청 장석주 김요일 利原 손택수 氏가 推薦에 參與했다.

文詩人의 집에는 房마다 ‘寄贈用 달曆’이 걸려 있다. 約束이 있으면 數字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連絡處를 적기도 한다. 바깥일을 보다가 집으로 電話를 걸어 달曆에 쓴 메모를 불러달라고 한다. 익숙했던 우리 家庭의 風景이다.

살가웠던 달曆을 뗀 자리. 詩人의 흰 머리처럼 허옇다. “빈자리를 처음 봤을 때 우리네 삶과 어떤 式으로든 連結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삶의 現場을 드나드는 門짝이나, 삶의 끝에 만나는 棺 뚜껑 같기도 했습니다.”

하얀 門은 저승으로 통할 것 같다. 詩人은 껄껄 웃는다. “四方壁을 더럽히는 삶의 內容이야말로 싫든 좋든 산 者의 몫이요, 希望이죠. 누가 저 門을 열고 나가고 싶어 하겠어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지요.”

김요일 詩人은 “文人數의 詩는 번지르르하지 않다. 곳곳에 歲月의 때, 傷處의 때, 欲望의 때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하지만 그는 군더더기 없이 節制된 言語를 통해 鄙陋한 日常을 깊고 아름다운 事由로 置換시킨다”고 推薦理由를 밝혔다.

“앞으로 살아야 할 저 새까만 날짜들이 흰 餘白을 더욱 분명하게 하리라, 뒤에 숨어 있는 寂寞이 남은 時間들을 더욱 懇切하게 하리라. 이것이 가난한 詩人이 지닌 地上의 唯一한 ‘投資證券’인 셈이다.” 손택수 詩人의 추천사多.

利原詩人의 推薦思惟는 이렇다. “害 넘긴 달曆을 떼어낸 자국이 있는 곳에 ‘올해도 亦是韓國投資證券’을 아무렇지 않게 내걸 수 있다. 所有하고 싶은 欲望이 아니라 다만 時間을 살아가고 싶은 것이므로….”

이건청 詩人은 이상호 詩人의 詩集 ‘揮發性’(市現實)을 推薦했다. 그는 “至近距離의 事物들 속에서 새로움을 發見해내는 强한 透視力을 지니고 있다. 逸脫과 破滅을 이끌어 주는 따사로움이 넘쳐난다”고 評했다. 장석주 詩人은 김형술 詩人의 詩集 ‘武器와 樂器’(문학동네)를 꼽았다. “詩的想像力이 매끄럽고 溫乾한 抒情主義에로 安着하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익숙한 것들의 背後를 疑心하는 觀念과 形而上學의 執拗한 눈길이 느껴져 더 깊이 있게 읽고 싶어진다.”

황인찬 記者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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