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家 최인호氏(58)는 웬만해선 講演을 잘 하지 않는다. ‘나이 들면서 紙匣은 열고 말門은 닫으라’는 말이 眞理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0日 午後2時 국민대에서 ‘世界인 場보고’라는 主題로 特講을 갖는다. 이 學校에서만 열 番 以上 要請을 받고도 拒絶했던 그가 이番 講演을 欣快히 受諾한 데는 ‘각별한 因緣’이 있다.
그 因緣은 25年 前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男便 있는 女子가 다른 男子를 사랑한다는 內容의 連載小說을 쓸 때였다. 한 讀者가 長文의 便紙를 보냈는데 發信人을 보니 釜山의 한 平檢事였다. 作家는 當然히 不倫을 非難하는 內容이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達筆로 쓴 便紙에는 自身이 印象的으로 小說을 보고 있다는 文學的 感想과 함께, 主人公이 姦通 때문에 監獄에 들어가는 場面이 나오는데 한 대목이 實際 法律과 다르게 描寫됐다는 ‘愛情어린 指摘’도 담겨 있었다.
小說을 쓰면서 수많은 讀者의 便紙를 받았지만 그 便紙만은 늘 가슴 한便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얼마 前 知人들과의 모임에서 그 便紙의 主人公인 ‘釜山 平檢事’를 만나게 됐다. 大檢 中搜部長을 거쳐 大學敎授로 자리를 옮긴 국민대 정성진 總長(63)이었다.
“사람 因緣이라는 게 참 異常해요. 그날 만났을 때 또 잊지 못할 얘기를 들려주시더라고요. 얼마 前 自身이 큰 賞을 받게 됐는데 ‘檢査場을 거쳐 大學 總長도 됐는데 이처럼 큰 賞마저 받게 돼 우리 아이들한테 갈 福을 내가 가로채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생기더래요. 그때 나도 衝擊을 받았어요. 내가 잘난 아버지는 아니지만, 社會的으로 알려진 아버지로서 우리 아이들의 몫, 그 아이들에게 갈 햇빛을 내가 가로채 온 건 아닌가 하고요….”
고미석記者 mskoh119@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