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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날 오랜 밤|동아新春文藝

동아신춘문예

오랜 날 오랜 밤

by   임택수

  • 作品專門
  • 審査評
  • 當選所感
  •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記者 choky@donga.com

    머릿고기, 순댓국, 附屬 一切. 樂器店 옆 빈대떡집 看板은 언제 봐도 曖昧했다. 두희가 읽어내지 못하는 樂譜 같았다. 附屬이라는 말도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빈대떡집에서 하는 것이 더 妙했다. 두희는 저도 모르게 報道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누가 지켜보는 것 같은 視線이 느껴져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대여섯 사람이 건널목 앞에 서 있을 뿐, 딱히 수상쩍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거리는 微細 먼지 때문에 遠近感이 사라져 낡은 스크린 속의 風景을 보는 것 같았다.

    二百萬 달러짜리 플루트는 어떤 소리를 내는 걸까. 두희는 잰걸음으로 걸으면서 아까 樂器店에서 들은 갖가지 플루트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價格에 놀라 웃음만 지었는데 率도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겸연쩍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二千萬 원은커녕 二百萬 원도 想像할 수 없는 價格이었다. 그나저나 律은 왜 한 番도 自身의 樂器에 對해 不平하지 않았을까. 두희는 率이 하는 말을 허투루 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音樂에는 門外漢이고 몸까지 疲困하니 아이가 떠드는 소리가 때론 騷音처럼 들리기도 했다. 가끔은 아이조차 귀찮아질 때가 있었다.



    노래演習場의 바깥 出入門을 열어젖히자 옅은 곰팡내가 地下에서 올라왔다. 階段站에 구정물 같은 어둠이 고여 있었다.

    두희는 壁을 짚으며 천천히 階段을 내려갔다. 琉璃門을 밀고 들어가 壁을 더듬어 스위치를 올렸다. 瞬息間에 어둠이 달아나고 기역 字로 꺾인 複道가 눈앞에 나타났다. 두희는 空氣淸淨器의 電源을 켰다. 空氣淸淨器가 무서운 速度로 돌아가기 始作했다. 外套를 벗고 카운터 서랍에서 浮症 防止用 토시를 꺼내 손에 끼운 後 어깨까지 끌어올렸다. 手術한 지 五 年이 다 되어가지만 몸은 如前히 均衡 感覺을 놓치곤 했다. 放射線 治療를 包含한 모든 治療 過程을 마치자 두희를 기다리는 건 記憶力 衰退와 팔에 생기는 浮症이었다. 나빠진 記憶力은 누가 짚어주지 않으면 모르고 넘어가기도 했지만 浮症은 當場에 드러나는 痛症이었다. 治療 初期에, 두희는 아이를 안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달려오기라도 하면 두 팔로 가슴부터 가리게 되었다. 바느질을 할 때도 찌릿찌릿 쏘는 痛症이 손끝에서 始作해 어깻죽지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주먹을 움켜쥘 수 없게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룸의 門을 全部 열어두고 換氣를 시켰다. 倉庫에서 자루걸레를 가져와 바닥을 닦았다. 機械처럼 손을 움직이면서 머리로는 樂器店에서 본 플루트를 생각했다. 두희는 한 달 前부터 樂器店 밖에서 가게 안에 陳列된 樂器들을 들여다보고는 했다. 率이 英才院에서 만난 한 아이의 이름을 再次 말하고 난 後였다. 律은 로즈골드色 플루트를 가진 아이를 ‘그 樂器로 그 程度밖에 演奏를 못 한다’고 非難했다. 大體 어떤 소리를 내는 樂器일까. 두희는 처음으로 樂器가 궁금해졌다. 이름처럼 둥글고 환한 소리가 樂器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 끝에 아이의 플루트가 故障 났다는 事實이 불쑥 떠올랐다. 두희는 그길로 아이의 플루트를 챙겨 樂器店으로 갔다. 樂器들이 陳列된 가게 안쪽에 社長으로 보이는 男子가 앉아 있었다. 이 거리의 가게들 事情이 거의 그런 것처럼 樂器店度 閑暇해 보였다. 代身 配達을 서두르는 오토바이들이 거리에 늘어났다. 한番은 가게 안쪽을 살피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그가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하더니 두희가 如前히 망설이고 있자 벌떡 일어나 出入口 쪽으로 다가왔다. 두희는 唐慌한 나머지 逃亡치듯 자리를 뜨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두희를 알아보고 男子가 掌匣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 좀 보라는 듯 그가 몸을 틀어 作業臺 위에 널린 것들을 보여주었다. 두희가 무슨 樂器냐고 물어보았다. 男子가 색소폰이라고 알려주었다.

    “색소폰은 덩치와 소리에 비해 銳敏한 樂器죠. 덜렁대느라 케이스 지퍼가 열린 것도 모르고 들었다가 그냥 바닥에 떨어뜨린 거죠. 우리 색소폰 同好會 總務님 겁니다. 마우스피스며 키 레버며, 다 휘어지고 우그러졌어요.”

    두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들고 온 소프트 케이스를 男子에게 건넸다. 男子가 케이스를 열어 세 部分으로 分離해놓은 플루트를 꺼냈다.

    “소리가 나질 않는대요.” 두희가 말했다.

    男子가 플루트 中間 마디에 새겨진 메이커와 數字를 엄지로 쓱 문질렀다.

    “야마하 221, 眞짜 오랜만에 보는 모델이네요.”

    男子가 能熟하게 管을 組立한 後 마스크를 턱으로 내리고서 플루트를 불었다.

    “보세요, 키 하나를 눌렀는데 여러 個가 同時에 움직이죠? 키 아래 패드가 찢어졌거나 키 덮개 調節 螺絲에 問題가 있어요.”

    두희가 걱정스러운 表情을 지었는지 男子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사야 調節하면 되고 패드는 交替하거나 矯正하면 되니까, 한 이틀 걸릴 것 같은데요.”

    두희는 對答 代身 가방에서 携帶電話를 꺼내 율에게 電話를 걸었다. 律은 電話를 받지 않았다. 英才院 授業이 다음 週부터 始作되니까 아직 時間은 充分히 남아 있었다.

    “아이가 英才院 授業에 가야 해서요.”

    “英才院요?”

    男子가 眉間을 모으며 두희를 쳐다보았다.

    “演奏를 잘하나 보네요?”

    “글쎄요, 前 音樂은 잘 몰라서요. 그래서 애가 어느 程度의 實力인지도 모르겠고요.”

    웃느라 두희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윗니들이 드러났다. 그女는 正色하듯 입을 꾹 다물었다. 입을 다물고 나서야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요사이 이런 일이 잦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을 잊을 때가 있고 잠깐 마스크를 벗고 있다는 걸 잊을 때도 있었다. 송곳니가 부러진 자리는 검게 變해 두희가 봐도 어딘가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携帶電話에 貯藏된 律儀 動映像이 생각났다.

    “社長님은 보면 아시겠죠? 專門家시니까.”

    두희는 只今껏 數十 番도 더 되돌려 본 映像을 찾아 男子에게 보여주었다. 畵面에는 허리가 잘록한 보라色 드레스를 입고 커트 머리를 한 率이 登場했다. 律은 舞臺 衣裳을 直接 골랐고, 修了式의 曲도 알아서 選擇했다. 律은 테두리가 번진 둥근 照明을 받으며 演奏를 始作했다. 사분의사 拍子로 이어지는 導入部부터 曲을 掌握했다고 審査委員이 評을 했는데, 두희로서는 그 말의 意味를 대충 理解할 듯하다가도 理解하지 못했다. 다만, 舞臺 위의 率이 조금도 緊張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나중에는 自身이 어디에 있는지도 잊은 것처럼 演奏에 集中하고 있었다. 그때만큼 率이 낯설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都大體 저 아이는 누구인가 싶었다.

    “염소의 춤.” 男子가 말했다.

    두희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염소가 춤을 추는 內容이라고 率이 말한 뒤로 曲을 들을 때마다 그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자 리듬이 빨라지면서 不安定하게 튀는 部分에서 폴짝대는 염소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三 分 四十五 秒 동안의 演奏가 끝났다. 男子가 고개를 주억였다.

    “이 曲엔 샤프와 플랫 따위의 臨時標가 붙어 쉴 새 없이 呼吸을 붙들고 내달려야 하는데, 이런 入門者龍 플루트로 이 程度까지 表現한다는 건 分明 특별한 才能인 거죠.”

    두희는 마치 自身이 稱讚을 들은 것처럼 으쓱해졌다.

    “勿論 작은 失手가 있었지만요.”

    그렇게 말하고 男子는 다시 아이의 動映像을 再生했다. 失手? 그것에 關해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외우다시피 한 旋律이 다시 귓속으로 흘러들었다.

    “로즈골드 程度만 되어도 소리는 더 華麗하고 豐富했을 겁니다.”

    男子는 무슨 뜻인지 아느냐는 듯 마스크 위로 드러난 두희의 눈을 쳐다보았다. 두희는 男子의 눈을 멍하니 바라보며 團地 플루트 하나로 얼마나 華麗하고 豐富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疑問이 들었다. 男子가 琉璃 陳列欌 쪽으로 가서 플루트 하나를 집어 왔다. 몸體가 金빛으로 반짝거렸다.

    “樂器 才質이 音色을 낳지요. 니켈 材質에 銀鍍金한 플루트부터 실버 플루트, 로즈골드, 鍍金한 것, 골드 플루트, 플래티넘 플루트까지 다 다르죠. 價格도 千差萬別이고요. 좋은 건 二百萬 달러가 넘습니다.”

    半은 알아듣고 半은 무슨 意味인지 理解되지 않았지만 두희는 全部 알아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렸다.

    “樂器가 演奏者의 實力에 적합하면 더 좋아요. 이 아이는 當然히 演奏用을 使用해야 하고요.”

    이番에도 男子는 두희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헤드 部分만 실버로 바꿔도 소리는 훨씬 더 좋아질 겁니다. 아니면…….”

    金빛 플루트를 陳列欌에 도로 가져다 놓으며 男子가 말을 이었다.

    “아이 거보다 한 段階 업그레이드된 모델도 있어요.”

    두희는 겨우 한 段階 나아진 樂器가 얼마나 달라진 소리를 낼지 궁금했다.

    “옵션 키 하나가 追加되면서 3옥타브 ‘米’음을 좀 더 쉽게 낼 수 있죠.”

    “只今 볼 수 있나요?” 두희가 물었다.

    “來日이라도 가져다 둘게요. 그런데 하루에 練習을 얼마나 하고 있어요?”

    男子가 律의 플루트를 안쪽 作業臺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두희는 아이의 練習時間을 一一이 체크하지 않았다. 집안일을 하거나 가게에 나가기 前 잠깐 눈을 붙일 때도 아이의 房에서 플루트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딱 세 時間, 每日 練習만 한다면 이 아이는 우리나라 最高의 플루티스트가 될 겁니다.’ 플루트 專攻者들을 오래 指導한 敎授가 했던 말을 男子에게 傳했다.

    “그렇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세 時間. 그런데 그게 어렵죠.”

    두희의 생각에도 初等學校 5學年이 날마다 세 時間씩 樂器를 練習한다는 것은 無理일 것 같았다. 律은 工夫에도 欲心이 많았다.

    “怜悧한 아이일수록 機械的인 反復을 싫어하고 自己 才能에 對해 疑心하면서 빨리 싫症을 낼 수도 있으니까요.”

    두희는 가방에서 작은 手帖을 꺼내 男子의 말을 적었다.

    “제가 健忘症이 甚해서요.”

    두희는 아무렇지 않게 健忘症이라는 單語를 내뱉은 自身을 못마땅해하며 手帖에 樂器 모델名과 樂器店 電話番號를 적어두었다.

    가게를 나서다 두희는 고개를 돌리고 우물거리듯 말했다.

    “只今 樂器보다 좋은 거라면요. 소리만 더 좋다면요. 좋아요, 中古라도.”

    “네네, 準備해 두겠습니다.”

    가게 門이 닫히면서 男子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倉庫에서 飮料水 박스를 드는데 銳利한 痛症이 팔을 貫通했다. 두희는 化粧室로 가서 거울 앞에 섰다. 타일 壁에 붙여 둔 芳香劑에서 옅은 코코넛 香이 噴射되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浮症 防止用 壓迫 토시를 팔에서 벗겨 냈다. 손끝이 저렸다. 두희는 두 팔을 높이 쳐든 채 후후 숨을 내쉬었다. 어디쯤에서 失手를 했다는 걸까. 動映像을 본 樂器店 男子는 律의 작은 失手를 알아차렸다. 두희는 動映像을 다시 봤지만 그 地點을 알아낼 수 없었다.

    率이 平凡하고 適當히 약게 살아간다면 더는 바랄 게 없었다. 無難한 世界. 그 世界에서 숭굴숭굴하고 圓滿히 살아가기를 두희는 바랐다. 率이 플루트를 처음 만진 건 初等學校 3學年 때였다. 地域福祉館에서 兒童福祉團體의 後援을 받아 音樂 敎室을 開設했는데 最少 人員이 채워지지 않자 學校로 連絡을 했다. 福祉擔當 先生님의 推薦을 받은 律은 프로그램에 參與하게 되었고, 먼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다. 律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빠르게 習得했다.

    두희는 아이에게 플루트를 勸했다. 簡便하게 携帶할 수 있고 싫症이라도 나게 되면 한쪽에 치워두기가 수월할 것 같았다. 아이들은 坐式 冊床 위에 樂譜집을 올려놓고 音大生에게 基礎를 배웠다. 初見 實力이 뛰어난 律은 금세 才能을 發揮했다. 모든 樂器는 福祉館을 벗어날 수 없어, 律은 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와 想像의 플루트를 만지며 오래 놀았다. 그러던 中, 洞네 音樂學院에서 十萬 원이 안 되는 中古 플루트를 내놓아 사게 되었다. 樂器는 낡아 구릿빛을 띠었다. 福祉館의 音大生이 律儀 才能을 알아보고 따로 時間을 만들어 個人 指導를 해주었다. 律은 집에 오면 지치지도 않고 樂器를 만졌다. 하나씩 音을 찾아가며 마디를 完成하고 마침내 두희가 듣기에도 그럴듯한 曲을 만들기도 했다.

    3學年을 마칠 무렵 擔任 先生님이 주었다면서 率이 英才院 志願書를 가지고 왔다. 두희는 대수롭지 않게 書類를 한쪽에 치워두었다. 英才院에 對해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携帶電話로 連絡이 왔다. 律儀 擔任 先生이었다. 두희는 집에서 十 分 距離에 있는 學校로 擔任을 만나러 갔다.

    二十 代 後半인 擔任은 結婚을 앞두고 있었다. 서둘러 家庭을 만들고 싶어 하는 그女는 律儀 집안 環境을 안타까워했다. 律儀 才能에 對해 여러 修飾語를 붙여 가며 稱讚을 했다. 그러나 두희는 律儀 才能에 對한 擔任의 評價가 多少 誇張된 것 같았고, 擔任이 豫想하는 律儀 未來는 두희에겐 非現實的으로 느껴졌다. 두희는 自身도 모르게 言聲을 높이고 말았다.

    “나중에 아이가 이도 저도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죠?”

    “樂器 해서 損害 볼 건 없지 않을까요?”

    擔任은 沈着했다. 나중에 中斷한다 해도 한番 배운 樂器는 아이에게 肯定的으로 作用할 거라고 말했다. 두희는 英才院에서 音樂을 專攻하는 아이들의 家庭環境에 對해 들은 적이 있었다. 不足하지 않게 支援받는 아이들 틈에서 律이 괜스레 주눅이 들지 않을까 念慮되었다. 두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擔任의 冊床에 놓인 花盆을 보았다. 필레兒였다. 窓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先生님, 저 植物은 그늘을 좋아해요.” 두희가 花草를 가리켰다. “直射光線에 露出되면 火傷을 입거든요, 그늘진 곳에 두면 아주 작고 흰 꽃을 피울 거예요.”

    “그래서 시들했나 봐요.” 擔任이 일어나 花盆을 그늘에 옮겼다.



    一 年 中 날이 가장 맑다는 때. 두희는 낱말 퍼즐을 풀다가 여기서 멈추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나머지 힌트를 마저 읽어 보았다. 春分과 穀雨 사이에 있는 節氣. 두희는 貫子놀이가 지끈거렸다. 午後 네 時가 되면 가게 바깥門을 열어야 했다. 距離 두기가 緩和되면서 낮에 들어오는 손님도 생겼다. 손님이 있든 없든 平日에는 子正까지 가게를 지켜야 했다. 코로나 前에는 아르바이트生을 雇用해 같이 새벽까지 營業했지만, 只今은 收入이 적어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生을 잘라야 했다. 두희는 룸을 돌아다니며 물티슈로 테이블을 훔쳤다.

    階段을 뛰어 내려오는 발짝 소리가 들렸다. 누가 琉璃門을 밀고 들어올지 발소리만으로도 斟酌이 갔다. 두희가 일을 始作한 지난해 가을부터 단골처럼 찾아오는 學生들이었다. 가게로 들어선 男子애가 마스크를 내리고는 눈짓으로 人事했다. 어디선가 먼지 냄새가 확 풍겨왔다. 女子애는 가운데 가르마를 타서 兩 갈래로 머리를 땋았다. 아예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뽀얀 얼굴에 새빨갛게 漆한 입술이 强烈했다. 두희는 마스크 着用을 알리는 案內文을 손으로 가리켰다. 女子애가 혀를 날름거리고는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냈다. 지난番에 化粧이 좀 津하다고 半弄談調로 말했다가 되레 女子애에게 面駁을 當했던 記憶이 떠올랐다. 女子애는 化粧하지 않은 검고 거칠한 두희의 얼굴을 쓱 훑더니 뭘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는 套로 쏘아붙였다. “아줌마, 化粧은 元來 눈에 띄라고 하는 거예요.”

    放學에는 사흘에 한 番은 찾아오더니 開學을 하고 나자 一週日에 한 番으로 回數가 줄었다.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 房에서 쏟아지는 소리가 複道에 고여 웅웅댔다. 여러 番 듣다 보면 저절로 노랫말이 외워졌다. 지난番에는 노랫소리가 한참이나 들리지 않아 뭔가 機械가 잘못되었나, 룸의 작은 窓으로 안을 살펴보았다. 노래는 하지 않고 둘은 테이블에 엎드려 장난을 치고 있었다. 女學生이 男學生의 아래턱을 손끝으로 간지럽혔다. 男學生이 꺽꺽대며 웃더니 女學生의 손목에서 팔오금까지 검指와 中指로 살금살금 기어오르다 또 자지러지게 웃었다.

    오늘 男學生이 부른 노래는 모두 離別과 關聯된 노래였다. 男子애의 노래가 끝나고 한참 뒤에 女子애가 노래를 불렀다. 前奏와 看做 部分이 귀에 익었다. 조지 윈스턴의 音盤을 온終日 듣던 이복언니 옆에서 樂譜를 외워 피아노로 연주해보겠다고 큰소리치게 만들던 曲이었다. 只今 그 音盤은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있는지 언니도 모를 것이다. 女子애의 노래가 띄엄띄엄 이어지다가 아예 끊겼다.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고 伴奏만 되풀이되었다. 두희는 女子애의 목소리를 흉내 내 몇 小節 웅얼거렸다.

    門을 열어젖히는 소리가 들리고, 뛰쳐나온 男學生이 階段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두희는 心臟이 펄떡대는 것을 느꼈다. 女子애가 卓子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울고 있었다. 두희는 또 한 番 주제넘게 參見하는 것 같아 망설이다가 女子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女子애가 고개를 들고 흘낏 두희를 쳐다보았다. 또 한 소리 듣겠구나, 움찔했는데 女子애가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두희는 女子애가 鎭靜할 때까지 말없이 곁에 앉아 있었다. 우는 모습이 낯익은데 누구를 닮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女子애가 고개를 들었다. 검은 얼룩이 눈가에 번져 있었다. 두희는 카운터에서 물티슈를 가져와 女子애에게 건넸다.

    “고맙습니다.” 女子애가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왜, 헤어지자 그래?”

    두희가 操心스레 입을 열었다. 女子애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비죽거렸다. 언제 울었냐는 듯 말짱해진 목소리로 쏘듯 말했다.

    “아줌마, 헤어지자고 한 건 저예요, 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걔가 좋아하는 사람이 女子면 얼마든지 自身 있어요.”

    女子애는 입을 꾹 다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룸을 나가던 女子애가 돌아섰다.

    “아줌마, 患者처럼 그러지 말고요. 어떻게 좀 해봐요. 네? 서비스業이잖아요.”

    두희는 唐慌했다. 女子애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가끔 率이 립 틴트를 들고 와 자는 두희의 입술에 바르곤 했다. 率이 크면 女子애처럼 男學生과 戀愛도 하고 노래演習場의 아줌마에게 잔소리도 늘어놓을까, 두희는 想像해보았다. 率이 크는 만큼 自身은 늙어가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면서도 홀가분했다.



    이番에도 律은 電話를 받지 않았다. 代身 모르는 番號로 한 通의 文字가 와 있었다. ‘手帖 두고 가셨어요. 來日 오시면 찾아가세요.’ 樂器店 社長이었다. 허겁지겁 가방을 뒤져보니 手帖이 보이지 않았다. 手帖을 놓고 오고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感謝합니다. 제가 요즘 記憶力이’라고 쳤다가 지웠다. 노랫소리가 쏟아지는 룸을 등지고 電話를 걸었다. 暫時 뒤 樂器店 男子가 電話를 받았다.

    男子는 距離가 멀지 않으니 노래演習場으로 手帖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고 했다. 두희는 그깟 手帖을 핑계 삼아 男子가 가게에 오는 걸 바라지 않았다. 다만 手帖에 적어둔 온갖 메모를 男子가 눈여겨보지 않았기만을 바랐다. 男子는 來日 낮에 時間을 낼 수 있는지 물어왔다. 自身이 會長을 맡은 색소폰 同好會에서 野外 公演을 하는데 雰圍氣를 본 後 會員加入을 하라고 했다. 樂器 하는 사람들이니 사귀어두면 害될 건 없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두희는 뜸을 들였다. 그러자 男子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며 아이도 거기에 데려가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아이를 위한 後援會를 打診해보면 좋겠어요. 勿論 저도 그 영재를 보고 싶고요.”

    두희의 입에서 버릇처럼 感謝하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電話를 끊으려는데 男子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求했어요, 樂器.”

    電話를 끊고 바로 율에게 連絡했지만 律은 電話를 받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손님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네 個의 룸에서 拍子와 템포와 장르가 다른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율에게 連絡이 되지 않아 마음이 急해졌다. 피아노 學院과 親舊 집에도 連絡해보았지만, 律은 없었다. 漠然했던 恐怖感은 漸漸 具體的인 그림으로 눈앞에 떠올랐다. 그러다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別일 없을 거라고 自己 催眠을 걸었지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飮料가 엎질러진 바닥을 닦고 소파 위 새우깡 가루를 쓸어내고 보니 어느새 時間이 열 時에 가까웠다.

    “엄마!”

    열 時 半쯤에야 율에게서 電話가 왔다.

    “야! 너 都大體…….”

    律儀 밝은 목소리를 듣자 거짓말처럼 率이 只今까지 어디에 있었는지가 떠올랐다. 律은 오랫동안 모차르트 클라리넷 名曲 콘서트를 기다려 왔다. 아침에도 두희에게 종알종알 콘서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깜빡하고 만 것이다. 두희는 낮時間이나 日曜日을 活用해 律科 함께 外出하곤 했다. 함께 갈 수 없는 날이면 이렇게 率이 혼자 다녀오기도 했다.

    “율아, 콘서트는 어땠어?”

    두희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律은 무척 滿足한 것 같았다. 아직 가시지 않은 興奮氣가 고스란히 목소리에 묻어 나왔다.

    “欄干에 가려 舞臺가 잘 안 보였지만 괜찮았어. 於此彼 귀로 듣는 연주니까, 히히.”

    “우리 딸, 추웠겠다. 엄마 오늘은 좀 일찍 들어갈게. 그때까지…….”

    率이 두희의 말을 자르고 말했다.

    “알았어요, 무서우면 有進 姨母네 가 있을게.”

    두희는 電話를 끊고 複道 안쪽 特室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를 들었다. 웃고 떠들고,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싶었다. 樂器店 男子가 말한 後援會에 對해 생각했다. 율에게 後援會가 생긴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세 時間씩 아이가 플루트를 연주할 수 있다면.



    일찍 門을 닫은 商店들로 距離는 어둑했다. 두희는 불이 꺼진 꽃가게 앞에서 暫時 걸음을 멈추었다. 가게 안쪽 冷藏庫에서 푸르스름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室內는 커다란 水族館처럼 보였다. 小國과 마리골드와 펜타스가 琉璃꽃甁에 꽂혀 있었다. 卒業과 入學 시즌이 끝났으니 꽃집은 五月 대목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두희는 十 年 동안 꽃집을 했었다. 病이 나고서도 繼續하려고 했지만 欲心이었다. 가위질을 더는 할 수 없었다. 손에 힘을 줄 때마다 感電된 것처럼 날카로운 痛症이 팔 全體로 뻗어갔다. 都賣 市場에서 꽃을 떼 오고, 시들지 않게 管理하는 모든 일이 이제는 무리한 勞動이 되었다. 꽃은 무거웠고 며칠이 지나면 쓰레기가 되었다. 두희의 事情을 잘 알고 있던 이福언니가 노래演習場을 두희에게 맡겼다. 언니는 다른 業所 하나를 知人에게 넘겨받아 地方에서 몇 年을 버틸 생각이었다.

    學校 담牆을 따라 난 길은, 特히 放學 때가 되면 人跡이 끊겼다. 두희는 일을 마치고 이 길을 지나 집으로 갈 때면 每番 試驗을 치르는 心情이었다. 그럴 때면 銳利한 칼을 품에 숨긴 사람처럼 銳敏해졌다. 얼마나 緊張했는지 車들이 全速力으로 오가는 四거리에 다다르면 다리에 힘이 풀려 信號燈 기둥을 짚고 서 있어야 했다.

    窓門마다 뿌옇게 먼지가 낀 집들을 지나면 오르막이 나타났다. 오르막 끝에는 登山路가 始作되는 山 初入이었는데 거기에 못 미쳐 두희가 社는 多家口住宅이 있었다. 녹슬고 삭은 大門이 늘 열려 있는 집. 地下 房에는 東南亞人들이 居住하고, 一 層에는 할머니와 아들이 살고, 이 層에는 두희네와 率이 姨母라고 부르는 유진이 살았다.

    두희는 유진이 移徙 오던 날을 記憶했다. 바쁘게 짐을 나르는 젊은 女子는 가뿐하고 깨끗한 印象이었다. 果然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까 싶은 커다란 寢臺와 運動 器具가 두희는 걱정스러웠다. 처음 人事를 나누는데 유진이 손을 내밀며 握手를 請했다. 自身을 요가先生이라고 紹介했다. 結局, 유진의 퀸사이즈 寢臺와 筋力 運動 器具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트럭에 실려 再活用센터로 갔다.

    두희는 마당에 들어서며 환하게 불이 켜진 유진의 집 窓門을 올려다보았다. 유진은 不眠症에 시달려 새벽 다섯 時쯤에야 잠이 든다고 했다. 다음날에 授業이 있으면 아예 자는 걸 抛棄했고, 일이 없는 날이면 서너 時間 눈을 붙인 後 깨어 있었다.

    유진은 出入門 앞에 커다란 쇼핑백을 내놓았다. 잘 개킨 옷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유진은 換節期마다 옷을 整理했는데 입지 않거나 작아진 옷들을 죄다 두희에게 주었다. 高價의 옷들이었지만 大部分 몸에 들러붙는 素材여서 두희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엄마!”

    率이 유진의 집에서 뛰어나와 춤추듯 두희의 周邊을 맴돌았다. 두희는 律儀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유진이 出入門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律은 興奮해 풀쩍거리면서 有進 姨母와 아까 콘서트에서 들은 曲들을 찾아 들었다고 했다. “좋았죠? 姨母, 眞짜 좋았죠?”

    두희는 律儀 손을 잡고 집으로 오면서 來日 樂器店 社長님을 만날 건데 너도 같이 만날 거냐고 넌지시 물어보았다. 律은 오늘 갔던 콘서트 때문에 氣分이 좋아 보였다. 오래 생각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율아, 昨年 英才院 修了式 演奏에서 或是 失手했었니?”

    두희가 律儀 젖은 머리를 말리는 동안에도 律은 두희의 종아리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키 누르듯 繼續 움직였다.

    “아, 그거? 十六分쉼標에서 빨리 숨 쉬고, 크게 소리를 내야 하는데 숨이 차서 못했어요.”

    率이 고개를 휙 돌려 그런데 그걸 엄마가 어떻게 알았어요? 라는 눈빛으로 두희를 올려다보곤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흥얼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어딘가로 달려가듯 빨라지더니 漸漸 더 커졌다. 소리는 멀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작아졌다가 느려지고 끝내 잔잔해졌다. 律은 드라이어 바람에 눈이 시린지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낡은 보일러가 點火되며 搖亂한 소리를 냈다. 두희는 倉庫 구석에 놓인 缸아리 앞에 쭈그려 앉아 뚜껑을 열었다. 소금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缸아리 밑바닥까지 손을 찔러 넣자 비닐封紙가 바스락대는 소리가 났다. 검은 封紙 속에 五萬 원券 紙幣 뭉치가 들어있었다. 癌 診斷費와 手術費, 入院 一黨까지 쳐서 받은 保險金이었다. 保險에 加入한 지 채 一 年이 되지 않아 約定 金額의 五十 퍼센트만 받을 수 있었다. 소금 團地라니, 自身이 생각해도 우스웠다. 電話 金融詐欺나 해킹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돈이 사라지는 想像을 한 뒤로 그女는 무서워졌다. 그럴 때면 이제는 再發해도 保障받으실 수 없습니다, 라는 保險 設計士의 事務的인 말套가 떠올랐다.

    五 年 동안 癌細胞의 轉移가 없으면 安定期에 접어든 셈이라고 主治醫가 말했다. 다음 달이면 五 年이 된다. 두희는 紙幣 다발에서 스무 張을 뽑아내었다. 아이가 現在 使用하는 플루트보다 한 段階 좋은 樂器의 中古 價格이었다.

    두희는 아이 房의 불을 끄고 어둑한 廚房으로 나왔다. 廚房 窓으로 保安燈 불빛이 스며들었다. 바람이 부는지 屋上에서 地下 房으로 늘어진 검은 有線放送 케이블이 부엌 窓門을 탁탁 쳤다.

    電燈이 나가듯 어느 날 많은 것들이 제 機能을 잃어 아이조차 못 알아보게 될 自身을 想像하면 두희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숨이 찼다. 그때는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樂器店 男子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클래식 放送에 周波數를 맞추었다. 律은 낯가림하는 것처럼 車를 탄 以後로 窓밖 風景만 바라보았다.

    “男子親舊 있니?”

    男子의 말에 率이 두희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헐’하고 誇張된 表情을 지어 보였다. 男子는 律의 反應을 본 건지 만 건지 “그래그래, 男子親舊는 천천히 사귀고”라고 말했다.

    “율이는 플루트가 왜 좋니?” 백미러에서 男子의 두 눈이 웃었다.

    “플루트는요, 하나의 멜로디만 연주할 수 있어 아쉽지만, 그래도 소리가 부드럽고 아름다워 좋아요.”

    車가 江을 건너기 始作했다. 두희는 車窓 밖으로 스치는 風景을 눈에 담았다. 오랜만에 나들이하는 것처럼 마음이 설렜다. 한낮의 햇빛이 江물 위에 떨어져 함석板처럼 反射되었다. 街路樹가 춤을 추듯 바람에 흔들렸다. 바람은 지난밤보다 氣勢騰騰해졌다. 바람이 불면 微細 먼지가 덜하니 차라리 쌀쌀해도 그게 나은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 車는 江邊 쪽으로 方向을 틀어 裏面道路 위로 올라섰다. 律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멀미를 하는 模樣이었다. 두희는 손手巾으로 律儀 턱을 받쳤다.

    유럽 스타일로 內部를 꾸몄다고 廣告 中인 카페에서 뜨거운 飮料를 마셨다. 뜨거운 코코아를 마시는 律을 보던 男子가 瞥眼間 自身에게도 率이 같은 아이가 한 名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環境에서 잘 키워 本人이 이루지 못한, 世界的인 演奏者로 成長한다면 더 以上 바랄 게 없겠다고 했다. 오랜 時間 애썼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두희는 難堪해졌다.

    空氣가 제법 차가웠다. 바람은 잦아들다 거세지다 하며 變德을 부렸다. 바람이 새어들지 못하도록 두희는 自身의 스카프로 아이의 목을 친친 둘러주었다.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들려왔다. 男子의 눈이 활짝 웃었다. 江邊에 設置된 野外舞臺 周邊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率이 손가락으로 舞臺 쪽을 가리켰다. 색소폰을 목에 건 채 사람들은 自身의 順序를 기다리고 있었다. 크기가 더 작은 색소폰을 목에 건 女子들도 보였다. 사람들이 樂器店 男子를 알아보고는 소리를 질렀다. 한 女子가 따뜻한 꿀車를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男子가 두희를 向해 눈짓을 했다.

    “네?”

    “색소폰요.”

    “네?”

    “어제 색소폰요, 망가지고 우그러진. 하하.”

    바로 그 사람이었다. 덜렁대다가 색소폰을 망가뜨린 사람. 두희는 웃음이 나서 마스크 속의 입을 벌리고 소리 내어 웃었다.

    두희는 律儀 손을 잡고 江가로 갔다. 검푸른 水面이 한눈에도 깊은 물 속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창창히 흐르는 江물을 내려다보았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팔짱을 낀 戀人들이 포토존, 이라고 쓰인 牌말 앞에서 寫眞을 찍었다. 텐트 안에서 家族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飮食을 먹고 있었다. 두희는 步道블록이 깔린 길을 따라 걷다가 뒤돌아보았다. 周邊을 두리번대던 樂器店 男子는 以內 무리 속으로 섞여들었다. 길 끝에서 始作된 階段을 올라가니 비닐하우스로 만든 事務室이 보였다. 坐板에 개망초와 쇠별꽃이 나와 있었다. 사람들이 밭에서 검은 비닐을 걷어내고 흙을 골랐다. 길 가장자리를 따라 심겨 있는 탱자나무에 자잘한 꽃들이 매달려 있었다. “엄마, 여기 좀 보세요!” 率이 말한 곳에 大型 거울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午前 해가 눈부시게 거울에 되비치고 있었다. 거울 속에는 바람이 없었다. 野外 나무 울타리에 세워둔 거울은 어딘가 생뚱맞아 보였다. 率이 두희의 팔을 잡아끌었다. 거울 앞 흙밭 가장자리에 이 미터는 되어 보이는 나무가 있었는데 이파리 하나 없는 나무는 옮겨 심은 것처럼 周邊과 어울리지 않았다. 긴 줄 兩 끝에 물이 담긴 페트甁을 묶어 가지마다 걸쳐 두었다. 率이 고개를 갸웃하며 두희에게 까닭을 물었다. 두희는 對答 代身 페트甁을 단 나무처럼 두 팔을 벌려보았다. 두희는 自身의 눈앞에 펼쳐진 이 風景이 殘忍한 弄談 같았다. 나무의 成長에 없어서는 안 될 물, 그러나 나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물. 두희는 율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바람이 불어도 꼼짝하지 않는 나무를, 오랜 날 오랜 밤을 견뎌왔을 나무를 오래 바라보았다.
    임택수

    임택수

    1968年 慶南 진주시 出生

    서울예대 文藝創作學科 卒業

    프랑스 폴 베를렌 메츠 大學 佛文學 碩士 卒業·博士 準備過程 修了

  • 최윤·성석제 小說家

    本心에서 다루어진 短篇小說에서 비슷한 類型, 性向의 作品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各自의 목소리를 내며 小說을 쓰는 사람(作者)李 많아지고 있다는 反證처럼 여겨졌다. 問題는 一旦 쓰여진 以上 혼자만의 것이 아닌 그 小說에 讀者의 關心과 注意를 끌 만한 說得力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漸漸 衰殘해가는 純粹藝術을 象徵하는 듯한 劇場의 리모델링 過程을 보여주는 <劇場에서>는 차분하고 精巧하다. 다만 메타포로 읽힐 때의 힘이 豫想된 結末을 뒤집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닮은 그림 찾기’는 ‘읽을 맛’이 나게 하는 ‘말맛’이 있다. 比較的 긴 分量임에도 술술 잘 읽히는 것도 强點이다. 하지만 豐盛한 敍述에 비해 이야기 自體가 弱하다는 點이 아쉬웠다.

    ‘저먼핀셔가 잠드는 새벽’은 ‘答이 없는 質問’으로 뒤덮인 時代的 徵候를 보여주는 듯한 作品이다. 多少 抽象的이고 複雜해 보인다는 點에서 細工이 더 必要할 듯하다.

    當選作인 ‘오랜 날 오랜 밤’은 다른 作品들에 비해 相對的으로 이야기가 豐富하면서 살아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主人公의 內面과 日常이 讀者에게 쉽게 傳達되고 자연스럽게 共感과 共鳴을 이끌어내는 듯하다. 誇張 없이 삶을 바라보는 成熟한 視線이 느껴지고 節制된 敍述과 그에 相應하는 適切한 呼吸의 文體로 어딘지 익숙하면서도 자꾸 돌아보게 하는 點도 돋보인다. 다음에도 이 新春에 맞은 새로운 作家의 잔잔하고도 斬新한 이야기에 기꺼이 귀를 기울이게 될 것 같다.

    當選者에게는 祝賀를, 다음으로 機會를 미루게 된 분들에게 激勵의 人事를 보낸다.
  • 임택수

    임택수

    1968年 慶南 진주시 出生

    서울예대 文藝創作學科 卒業

    프랑스 폴 베를렌 메츠 大學 佛文學 碩士 卒業·博士 準備過程 修了

    해 지는 줄도 모르고 플루트를 가지고 놀던 어린 조카는 이제 大學生이 되었습니다. 齒牙 矯正裝置를 하고서 미팅에 나갑니다. 조카의 房 壁에는 언젠가 만들어 준 허브 스머지 스틱이 조용히 말라갑니다. 올해가 가기 前, 새것으로 바꿔주어야겠습니다.

    “오!!!!!!!!!!!!”

    라고, 當選 消息을 들은 y가 느낌標 열두 個를 보내왔습니다. 그리고 沈默. 그렇죠, 할 말을 잃은 것이죠. 非現實的인 거죠. 百 番쯤 떨어지면 當然한 거죠.

    저 代身 歡呼해 준 사람들, 뜻밖에 울거나 울먹인 사람들, 눈치 없이 祝賀 文字를 繼續 보내온 사람까지, 모두 사랑한다고 적어 봅니다. 그런데 저는, 저도 모르게 辱이 나오더라고요. 너무너무 좋아도 辱이 나오나 봅니다.

    지난 여름, 플로베르와 제임스 설터를 챙겨 地方으로 내려왔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니 앞뒤가 좀 안 맞지만 事實입니다. 열다섯. 을지로 入口 印刷 골목. 그때는 집을 돕겠다고 일했었지요. 잉크 묻은 손에 떨어지던 봄햇살이 아련합니다. 잘 마른 슬픔이 只今은 없어진 그 골목길을 돌아다닙니다.

    얼마 前 또 한 사람이 떠났습니다. 이제는 몸이 傷하도록 슬퍼하지 않습니다.

    只今 쓰지 않으면 平生 쓰지 못한다고 글쓰기의 現在性을 말하던 사람. 그의 平生에 없었던 일이 드디어 일어났습니다,

    約束 時間에 좀 늦은 氣分입니다.

    이 자리에 저를 불러주신 동아일보사와 審査委員님들께 感謝드립니다.

    그리운 이름, 김혜순 先生님.

    小說의 그늘을 마련해주신 강영숙 先輩님과 하성란 先輩님께 오래 感謝드립니다.

    영일과 치규의 健筆을 祈願합니다. 아트스테이에서 만난 사람들, 白庵山 家族들. 모두 所重한 因緣입니다. 宗規가 늘 幸福하길 所望하고요, 루멘과 릴리안,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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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審査評
  • 當選所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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