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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能力인 世上|新東亞

幻想劇場

돈이 能力인 世上

  • 윤채근 단국대 敎授

    入力 2023-03-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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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채근 단국대 敎授가 우리 古典에 記錄된 敍事를 現代 感性으로 脚色한 짧은 이야기를 連載한다. 歷史와 小說, 過去와 현대가 어우러져 讀者의 想像力을 刺戟할 것이다.
    [Gettyimage]

    [Gettyimage]

    아버님께서 危篤하시다는 消息에 한달음에 달려 街回榜 집에 到着하고 보니 마당에서 닭을 삶고 있던 계집종 末年이가 태연스레 싱긋 웃더니 놀리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속으셨습니까?”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쪼그리고 앉은 내가 살며시 물었다.

    “이番엔 眞짜라고 울고불고 亂離였다. 燕巖 어른께선 別故 없으신 게 맞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솥 안의 狀態를 點檢한 末年이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對答했다.



    “高 앙큼한 筆덕이에게 다시 속으셨지요? 아까 신나서 나가며 휘파람까지 불던걸요.”

    한숨을 몰아쉰 내가 뒷짐을 진 채 末年이 周邊을 어슬렁대자 그女가 귀찮다는 表情을 지으며 속삭였다.

    “어서 안房으로 들어가세요. 어르신께서 親舊 분들과 술床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태 나를? 술도 잘 못하는데 그냥 여기서 뭉개다 천천히 들어가련다.”

    슬쩍 날 올려다본 末年이가 퉁명스레 쏘아붙였다.

    “그러다 罰酒만 더 늘겠어요. 언젠가처럼 大醉해 업혀 나오기 싫으시면 빨리 들어가세요! 자꾸 계집종 옆에 맴도시면 헛所聞 새나갈지 알게 뭐냐고요?”

    껄껄 웃어젖힌 내가 末年이 머리를 손가락으로 밀며 對答했다.

    “예끼! 내 이미 成家한 어엿한 家長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의 上典인데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벌떡 일어선 末年이가 입술을 삐쭉 내밀며 對答했다.

    “그럼 쇤네가 계집으로 안 보인단 말씀이세요? 저도 곧 열여섯 살이에요! 좋은 데 시집가고 싶단 말이에요!”

    唐慌한 내가 末年이를 구슬리며 이리저리 애를 쓰고 있을 때, 마침 筆덕이가 멀리서 操心스레 다가오고 있었다. 치마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천천히 다가온 그女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罪悚해요. 어르신께서 시키셔서 어쩔 수 없었어요.”

    안房에 계신 아버님 들으실까 火를 낼 수도 없어 筆덕이를 노려만 보고 있자 末年이가 審査가 꼬였는지 볼멘목소리로 말했다.

    “筆德이 년한테는 그리 잘도 속으시면서 왜 꼼짝도 못 하세요? 왜 許久한 날 저만 닭 모가지를 비틀어야 되느냐 그 말인 거죠. 筆德아, 네년도 입이 있으면 뭐라고 말을 해봐라!”

    平素부터 일 같지도 않은 작은 일들로 서로 티격태격하는 둘로부터 서둘러 벗어난 나는 떠들썩한 안房 쪽으로 움직였다.

    자꾸 잔치 벌이는 燕巖

    술에 醉해 비틀대며 房에 들어선 내가 艱辛히 잠자리에 들자 아내가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아버님께선 손님들과 밤을 꼬박 새우실 料量이신 게죠?”

    醉氣가 올라 혀가 꼬인 發音으로 내가 겨우 對答했다.

    “病勢가 좋지 않으신 게 분명한데도, 저러시니 난들 어쩌겠소? 자네도 할 만큼 했으니 便히 주무시오. 來日 꿀물이나 일찍 들입시다.”

    몸을 자꾸 뒤척이던 아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筆덕이가 또 當身을 속였다고 들었어요. 자꾸 종들에게 얕보이시면 안 됩니다. 우리 집안 體統이 뭐가 되겠어요?”

    아내 어깨를 토닥이며 내가 對答했다.

    “아버님 性品 잘 알지 않소? 元來 常것들과도 위아래 없이 莫逆하시지 않소? 우리 집안 家風이라 여겨주시오.”

    “하지만 當身 親舊들은 또 어찌 생각하겠어요? 걸핏하면 아버님 危篤하시다는 거짓말을 傳하는 종들이 들이닥치니, 속으로 놀리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부스스 이불을 걷고 일어나 앉은 나는 窓門을 半쯤 열어 淸凉한 가을바람을 들인 뒤 천천히 속삭였다.

    “살아 계신 아버님을 모실 날도 그리 많이 남지는 않은 것 같소.”

    놀란 눈으로 벌떡 몸을 일으킨 아내가 急히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리 혈기왕성하게 며칠 밤을 이어 잔치를 벌이시는 분이신데?”

    房바닥에 놓인 沙鉢을 집어 冷水를 들이켠 나는 천천히 對答했다.

    “저건 다 離別의 人事 같은 거요.”

    “離別 人事요?”

    “그렇소. 몇 年 前 襄陽府使를 그만두실 때부터 묏자리를 보러 다니셨거든. 그리고 올해 初부터 잔치 벌이시는 回數가 부쩍 잦아지지 않았소?”

    “한 달에 한 番은 꼭 그러시는 것 같아요.”

    “언제 갑자기 떠날지 알 수 없으시니, 時間을 아껴가며 많은 벗과 마지막 情을 나누시려는 것 같소.”

    “그게 왜 꼭 술과 함께여야 하는 건가요? 좋은 藥材와 議員을 쓰면 壽命이 늘어나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내를 그윽이 바라보던 나는 슬픈 表情으로 이렇게 對答했다.

    “지난달 成均館 벗들과 三淸洞천에 逍風 갔다 急히 歸家했던 날을 記憶하시오?”

    “그럼요! 그날도 筆덕이가 쫓아가 아버님께서 危篤하시다며 다짜고짜 當身을 끌고 왔잖아요?”

    피식 웃은 내가 對答했다.

    “그날은 용케 새벽까지 술을 버텨냈잖소?”

    “當身답지 않게 밤을 새우고 아침 伴奏까지 모셨던 걸로 記憶해요.”

    “그날 아침, 손님들 모두 떠나고 아버님과 단둘이 나눈 말들이 있소.”

    “네 兄 가끔은 만나고 있니?”

    불콰하게 醉하신 아버님께선 찬란히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伴奏 삼아 아껴두셨던 홍로주 한 盞을 시원스레 들이켜며 물으셨다.

    죽음이라는 놀이

    “네. 가끔 만납니다. 兄嫂 돌아가신 뒤론 더 쓸쓸해하는 것도 같고.”

    對答하는 내게 盞을 건네 가득 따라주신 아버님께서 말을 이으셨다.

    “너희 큰아버지, 그러니까 希願 兄님도 홀아비 인데다, 그분께 養子로 들인 네 兄 宗意魔저 홀아비가 됐어. 비록 兄님에게 入籍시켰다만 種意義 아내는 내 맏며느리나 마찬가지였다. 집안 宗婦가 사라진 셈이지. 종채野, 무슨 말인지 아니?”

    차오르는 醉氣를 누르며 난 겨우 對答했다.

    “집안 運命이 제게 달렸다는 말씀 아니신지요?”

    고개를 若干 숙이新 아버님께선 내가 건네는 盞을 받아 쥐시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나마저 네 어미를 오래前 잃었으니 집안이 쓸쓸하기 그지없다. 부디 어서 子息을 낳아 이 집에 溫氣를 불어넣어라. 살아서 그 녀석들을 볼 순 없겠다만, 마음속에선 이미 五六月 봄바람처럼 살랑대며 할아버지 하고 부르는 것 같구나.”

    고개를 끄덕인 나는 처음으로 아버님께서 弱해지셨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 생각을 읽으신 양 아버님께서 기운찬 목소리로 말을 이으셨다.

    “종채野, 벼슬은 하지 마라. 하더라도 높이 오르려 마라. 나처럼 調整과 距離를 둬라.”

    “왜 그래야 합니까?”

    鬚髥을 몇 次例 쓰다듬으신 아버님께선 언제 그 많은 술을 드셨냐는 듯 炯炯한 눈빛으로 對答하셨다.

    “世上에서 溫情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따뜻한 情이 없다는 건 뭘 뜻하는 걸까?”

    “뭘 뜻하는 것인지요?”

    “식었다는 거야! 차갑게 식은 거지.”

    “體溫이 식었다는, 그런 뜻인지요?”

    “그래. 죽었다는 거야. 사람이 죽으면 몸부터 식는다. 차가워지지. 世上도 똑같아. 죽어갈수록 體溫이 式다가 마침내 차가워지지.”

    “朝鮮이 죽고 있습니까?”

    야릇한 微笑를 띤 아버님께선 쉽게 對答하려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홍로주 한 甁을 다 비울 동안 沈默으로 一貫하시던 當身께서 마침내 입을 떼셨다.

    “朝鮮은 죽기 直前이다. 何必 이런 世上에 태어난 것도 運命이라면 運命이다.”

    “바꿀 순 없겠습니까? 그 運命?”

    고개를 가로저으신 아버님께서 沈痛하게 對答하셨다.

    “暫時 延命이야 할 수 있겠지. 한 番 생겨나면 한 番은 사라지는 게 宇宙의 生理 아니겠니? 사람이 태어나 結局은 죽듯이, 모든 건 時限이 定해져 있다.”

    憂鬱하게 바닥을 바라보는 아들이 가엾으셨는지 아버님께서 덧붙이셨다.

    “난 요즘 죽기 前에 마음껏 노는 中이야. 죽는 게 왜 꼭 슬퍼야만 하지? 量껏 살다 名을 채우고 떠나니 즐거운 일 아니냐? 살아서 맺은 因緣들과 다른 惡業 쌓지 않고 떠나게 됐으니 이 얼마나 多幸이냐? 죽음은 누구나 當然히 가야 할 定해진 旅行이다. 울고불고할 일이 아니야.”

    “아버님과 더 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잘 들어라. 내가 죽고 나면 너에게 子息이 태어날 거야. 하나가 죽어야 다른 하나가 태어나는 거다. 마찬가지로 朝鮮이 죽어야 다른 게 태어난다. 世上이 죽어간다면 그걸 억지로 막으려 말고 나처럼 즐겨라. 그래야 새로운 게 태어나지.”

    허생

    “아버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군요?”

    물끄러미 내 눈을 바라보며 아내가 가늘게 속삭였다. 바람이 車 窓門을 닫으며 내가 말을 이었다.

    “머잖아 世上에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거요. 아버님께선 그걸 誕生의 苦痛이라고 하셨소.”

    “뭐가 誕生하는데요?”

    “나도 잘 모르겠소. 人力이 堪當할 일이 아니니 自重自愛하라고만 하시더군. 우리 같은 平凡한 사람들이 理解할 수 없는 분이시잖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아내가 多情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어서 아이를 낳긴 해야겠어요. 아버님 살아 계실 때 後孫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상냥한 아내의 얼굴이 窓戶紙에 스며드는 달빛에 더욱 곱게 보였다. 그女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내가 말했다.

    “只今 저 안房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손님들 中에 異常한 사람이 하나 있소.”

    好奇心에 눈瞳子가 휘둥그레진 아내가 急히 물었다.

    “누군데요?”

    목소리를 잔뜩 낮춘 내가 속삭였다.

    “아버님께서 쓰신 글 가운데 허생 이야기가 있지 않소? 그 글에 나온 허생이 只今 저기 있소.”

    稀微하게 웃음을 머금은 아내가 물었다.

    “그건 小說이잖아요? 허생이 있다면 이름이 虛風일 거라며 사람들이 웃었잖아요? 그런데 안房에 그가 와 있다니, 當身 많이 取하신 거 아니에요?”

    고개를 크게 저은 내가 말했다.

    “勿論 只今 꽤 醉한 건 맞소. 하지만 分明 그가 하는 얘길 들었고, 아버님께서 그를 허생이라 부르는 것도 틀림없이 이 귀로 들었소.”

    “우리 집에 워낙 長安의 怪짜들이 많이 몰려오잖아요? 아버님께서 사귀시던 曳引 아닐까요?”

    아내 말을 듣다 보니 그 또한 一理가 있었다. 하지만 허생이 한 말은 非凡해 市井의 曳引 따위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慇懃한 목소리로 그女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아까 그에게 들은 얘길 자네에게 해볼 테니 들어보겠소?”

    財貨福德 平等世界

    “未來란 본디 佛經에 나오는 말 아닙니까? 彌勒 부처가 바로 未來 世界의 部處지요. 그러니 제가 말하는 未來世界는 彌勒이 꿈꾸던 臺平等界日 것이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를 허생이라 紹介한 者는 밤늦도록 벌어진 말의 잔치에서 斷然 頭角을 나타냈다. 아버님을 座長으로 떠받들던 다른 學者들과 달리 그는 自己 意見을 펼치는 데 어떤 巨浸도 없었고 때로는 너무 엉뚱해 危險해 보였다. 그는 이렇게 떠들기도 했다.

    “四海가 絶對 平等하다는 말을 잘들 알고 계시지요? 알고나 떠드는 걸까요? 四海가 어찌 平等합니까? 平等이란 無窮無盡한 宇宙의 因緣 運動, 흔히들 演技法이라 하는 그런 巨大한 觀點에선 可能합니다. 하지만 이 娑婆世界의 움직임이 果然 絶對的으로 平等할까요? 平等하다면 選擇의 機會가 平等하다는 뜻일 뿐입니다. 따라서 平等界는 各自 自己가 自己 삶의 賃金으로 사는 世界인 거지요. 우리 모두가 王이라 그겁니다! 한데 王은 누구의 도움 없이 오직 自己 힘으로 삶을 헤쳐나가야만 합니다. 臣下나 종들에게 依支해야 살 수 있다면 그건 奴隸지요.”

    座中의 누군가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럼 모두가 王이 되는 世上, 自己가 自己 삶을 責任지는 世上이 그대가 말하는 彌勒의 未來平等系인 건가?”

    팔짱을 낀 채 相對를 지긋이 노려보던 허생이 對答했다.

    “그렇습니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各自 決定해 힘껏 살아보는 거지요. 그러다 失敗하면 다시 挑戰할 機會는 또 올 테니 크게 걱정할 必要도 없습니다. 自己만의 무늬와 色깔로 自由自在한 삶을 사는 겁니다.”

    또 다른 사람이 물었다.

    “모두 王이 되겠다고 하면 어쩌오? 왕이 둘이나 셋이 될 수는 없는 法 아니오?”

    히죽 웃은 허생이 卽時 對答했다.

    “돌아가며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瞬間 座中이 조용해졌다. 머쓱해진 허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世上은 바뀝니다. 地位나 자리가 힘을 만들어주는 時代는 곧 끝납니다. 그 사람이 지닌 能力이 가장 重要해지는 거지요. 뭐가 能力을 證明할까요? 兩班님들이 가장 賤하게 여기던 것, 바로 돈이 能力이라 이겁니다. 돈만 있으면 燕京에 땅도 살 수 있고, 그 땅에 商店을 지을 수도 있으며, 商店으로 번 돈을 財貨로 바꿔 朝鮮으로 가져올 수도 있겠지요? 朝鮮에 王이 있다한들 그만한 힘을 지닐 수 있을까요? 다들 모른 척 僞善을 꾸며내고 있지만, 돈이야말로 世上을 움직이는 가장 强力한 힘입니다! 누군가 이 엄청난 힘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데, 슬기롭게 다룰 줄 아는 者들이 번갈아 王을 하면 되는 겁니다.”

    처음 質問했던 者가 다시 물었다.

    “돈을 잘 다루는 누군가가 그 힘으로 王이 돼 世上을 支配한다면 그게 秦始皇帝가 아니면 뭔가? 天下에 無識한 常것 中 하나가 돈 버는 재주 하나로 王이 됐다 治世. 그게 地獄이 아니면 뭔가?”

    허생이 목소리를 낮춰 천천히 對答했다.

    “참으로 神奇하게도 돈은 한 사람에게만 모이질 않습니다. 돌고 돌며 또 돕니다! 그래서 돈이지요. 돈을 잘 벌며 同時에 王 노릇도 잘하기는 不可能합니다. 어쨌든 運勢의 수레바퀴는 돌고 또 돕니다. 다 같이 平等하게 그 바퀴에 올라탈 機會를 附與받는 거지요. 이것이야말로 財貨福德의 相對的 平等界이며 미륵부처가 現世 다음에 만들어놓은 未來世界입니다. 宇宙法界의 絶對平等界는 因緣法 너머에서 遊戱하는 더 높은 段階지요. 우리가 사는 世界에서 論할 일이 아닙니다.”

    未來에서 온 사나이

    “어머 奇異해라! 허생이란 그분이 했다는 말이 놀랍고도 駭怪합니다. 그런데 妙하게 깨달음을 주는 것도 같아요.”

    아내가 안房 쪽으로 귀를 기울이며 속삭였다. 그런 그女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자네도 加虐이 깊어서인지 世上 物情을 짐짓 잘 아는 것 같소?”

    내 가슴을 슬쩍 밀치며 아내가 웃음氣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어려서부터 親庭아버님으로부터 제법 많은 걸 배웠어요. 只今은 媤아버님이 되셨지만 한때는 燕巖 先生님 글도 곧잘 읽고 꽤 理解했답니다.”

    結局 나와 아내는 잠들지 못하고 그날 밤을 꼬박 새우고야 말았다. 그러는 途中 술이 차츰 깨버렸고 내친김에 아내를 도와 아침 解酲국을 끓이는 걸 도와주고 싶었다. 부엌에 들어서자 아내에게 한소리 들은 듯한 筆덕이가 분한 表情으로 큰 솥에 肉水를 들이붓고 있었고, 아내와 末年이는 커다란 床에 밑飯饌들을 陳設하고 있었다. 다진 양념을 솥에 부어 넣은 내가 大파를 썰려 하자 아내가 挽留하며 말했다.

    “이런 건 손님들 없을 때나 하세요. 어서 안房으로 가서 形便이 어떤지 살피고나 오시고요.”

    詰難하는 듯한 낯빛으로 날 쏘아보던 末年이가 퉁명스레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요! 벌써 몇 分 가시는 것 같던데요. 잘못하단 이걸 우리가 다 먹어야 할 판이에요.”

    서둘러 안房으로 간 나는 房門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손님 大部分이 壁에 기댄 채 잠들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아버님께서 젊은 손님 둘과 남들이 잠에서 깰까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緊한 얘기를 속삭이고 계셨다.

    “종채 왔구나. 아침 準備는 다 됐니?”

    날 發見하신 아버님께서 밝은 表情으로 물으셨다. 고개를 끄덕이며 손님 數字를 헤아리던 내가 操心스레 여쭸다.

    “한 분이 모자랍니다. 歸家하신 것인지요?”

    그제야 손님들을 쭉 둘러보시던 아바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구나. 허생이 안 보이는구나. 소피보러 갔나 했더니 아예 가버린 게로군.”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房門을 닫으려던 나는 暫時 망설이다 다시 여쭸다.

    “그런데 아버님. 허생이란 分, 어디 사시는 분이신지요?”

    날 멀뚱히 바라만보시던 아버님께서 헝클어진 머리를 틀어 올리시며 들릴 듯 말 듯 對答하셨다.

    “모른다.”

    나 亦是 아버님을 한참 바라만보다가 겨우 입을 뗐다.

    “모르신다고요?”

    천천히 고개만 끄덕이신 아버님께서 異常한 表情으로 웃으시더니 젊은 손님들을 둘러본 뒤 속삭이듯 말씀하셨다.

    “未來에서 왔다는 건 안다.”

    갑자기 젊은 손님 둘이 키득거리며 웃기 始作했다.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아버님께서 익살맞은 音聲으로 덧붙이셨다.

    “自由自在한 財貨福德 平等世界에서 왔다 하지 않았니? 그게 우리 未來 아니냐?”

    街回榜 甓돌집은 아버님께서 손수 지으신 것이다. 漢陽 北村 어디에도 비슷한 집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地方에서 올라온 선비들이 가끔 집을 구경하러 들르기도 했다. 그럴 때면 아내는 자랑스레 집안 구석구석을 紹介하며 즐거워했다. 그런 그女도 첫째가 태어나자 몸이 무거워져 안房에만 누워 있기 일쑤였다.

    아내를 代身해 집을 紹介하는 일을 맡은 건 末年이었다. 같은 洞네 머슴에게 시집간 그女는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前에 贖良해 주셔서 자유로운 身分이었는데도 每日 집안일을 도우러 들르곤 했다. 어떤 때는 벼슬 없이 놀고 있는 내게 타박을 일삼기도 했지만 계집종치고는 꽤나 義理가 있었다.

    末年이가 우리 집의 特異한 構造와 그 科學的 意味에 對해 손님들에게 長廣舌을 늘어놓고 있을 때면 如前히 老處女 身世로 우리 집에 寄食하고 있던 筆덕이가 심심하던 次에 잘됐다는 表情으로 그 周邊을 서성거리곤 했다. 世上事는 주변머리 없이 고지식하던 그女는 아버님께서 危篤하시다는 거짓말이 自己가 할 수 있는 第一 至毒한 장난이었는데 이제 그마저 할 수 없는 身世였다.

    末年이가 流暢한 말솜씨로 生前의 燕巖 先生에 對해 떠들고 있을 때, 안房에 들어가 첫째를 안고 나온 筆덕이가 내 옆으로 살금살금 다가왔다. 그女가 襁褓에 싸인 첫째 얼굴을 내게 보이며 말했다.

    “아기 도련님 좀 보세요. 돌아가신 燕巖 어르신과 빼쏘았어요. 風采 좋으신 것 하며.”

    첫째를 바라보며 내가 속삭였다.

    “우리 閨秀野. 박규수野. 할아버님 닮겠느냐? 아니면 나 박종채를 닮겠느냐?”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末年이가 筆덕이가 안고 있던 閨秀를 덥석 뺏어 自己 가슴에 품더니 손님들 쪽으로 걸어가며 큰소리로 말하기 始作했다.

    “여기들 보시오! 이 아기 도령이 바로 燕巖 先生 손字십니다. 姓銜은 박규수! 앞으로 크게 되실 분이니 미리 잘 봐두시오. 저기 종채인지 총채인지 하는 분은 關心 끄시고!”

    *이 作品은 朴趾源의 ‘許生傳’을 모티프로 創作됐다.



    윤채근
    ● 1965年 忠北 淸州 出生
    ● 고려대 國語國文學 博士
    ● 檀國大 漢文敎育學科 敎授
    ● 著書 : ‘小說的 主體, 그 誕生과 轉變’ ‘漢文小說과 欲望의 構造’ ‘神話가 된 天才들’ ‘論語 感覺’ ‘每日같이 明心寶鑑’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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