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爆笑/권지예 지음/296쪽 8500원 문학동네
‘시지프’라는 아이디를 가진 이가 느닷없이 한 通의 e메일을 보내왔다. 希望도 絶望도 無意味해진 삶을 푸른 바다에 던지겠다는 內容. 아마도 그는 바윗덩이와 함께 바다에 묻힐 模樣이었다.
標題作 ‘爆笑’에 登場하는 小說家는 컴퓨터 앞에 앉아 苦悶한다. 答狀을 할까? 억지스러운 答을 하기에는 어쩐지 망설여지는데….
‘삶이란 건 숨이 막힐 程度로 아귀가 꼭 맞게 돌아가야 하는 바퀴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自身이 願하는 方向으로 自身만의 굴렁쇠를 굴리다가 때로는 놓치기도 하는 것. 놓쳐버린 굴렁쇠처럼, 가끔은 삶이 주는 그런 偶然性. 삶이란 것이 얼마나 人間의 意志를 배반하는 우스꽝스러운 것일 수 있는지를, 나는 그에게 말하고 싶은 걸까.’
권지예(43)는 이 두 番째 小說集을 통해 아이러니로 點綴된 삶의 모습, 알고 나면 失笑를 터뜨릴 수밖에 없는 日常의 面面과 人間의 손 밖에 놓인 偶然을 놀라운 反轉과 速度感으로 그려낸다.
女子는 말없는 電話와 낯선 郵便物 攻勢에 시달린다. 두려움을 被害 언니의 집에 暫時 머무르지만 癡呆로 精神을 놓아버린 媤아버지도 언니에게는 스토커나 다름없었다. 女子는 携帶電話에 標示된 發信者 番號로 繼續 電話를 걸고, 언니는 女子에게 ‘네가 스토커 같다’고 말한다. 作家는 讀者에게만 ‘마수(魔手)’의 正體를 넌지시 일러준다. 그는 어이없게도 不安 心理를 利用해 保險 實績을 올리는, 女子의 단골顧客. (‘스토커’)
‘爆笑’의 ‘시지프’는 한때 幸福에 젖어 日記를 쓴 적도 있다. 개나리꽃에서 아기 새들의 여린 부리를 보는 아내, 結婚 3年 만에 얻은 아들, 널 지키겠다는 아빠로서의 다짐…. 늦된다고 생각했던 아이는 父母조차 알 수 없는 世界에 自身을 隱蔽시키고 있었다. 아내는 職場을 그만두고 아이에게 獻身하지만 希望은 더 큰 苦痛을 부를 뿐. 無條件的인 사랑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不可抗力的인 苦痛은 ‘爆笑’가 돼 아내에게서 터져 나온다.
作家가 풀어내는 人生은 극악스럽고, 人間을 우습게 배반한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境界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맞잡은 손처럼(‘폭소’) 한 番쯤은 웃으며 뒤돌아 봐주는 生(生)에의 肯定이 있어 乾燥하지 않다.
前作들에서 家族史와 죽음에 穿鑿해 온 作家는 이제 自身의 房에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窓門을 열었다. 他人의 움직임에 가닿는 視線이 精巧하고 細心하다.
조이영記者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