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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굴을 가진 사나이|新東亞

세 얼굴을 가진 사나이

[고담奇談]

  • 윤채근 단국대 敎授

    入力 2024-02-1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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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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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투성이가 된 채 禮曹判書 宅 안채 뜰로 들어선 女종 紅蓮은 自身을 부축해 데려와 준 廳지기 할아범을 돌아보며 물었다.

    “禮曹判書 大監께선 正말 房 안에 계신가요?”

    안쓰러운 表情을 지은 할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對答했다.

    “자네가 아까 大門 앞에서 내게 한 말을 그대로 傳해드렸네. 이리로 데려와 기다리게 하라 分付하셨으니 조금 기다려보게.”

    紅蓮은 늦가을 추위로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둥그렇게 빛나는 달도 그女의 不安한 마음을 다독여줄 순 없었다. 그女는 한참 동안 自身의 悲慘한 運命을 어찌 잘 說明하면 이 모진 목숨을 지킬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침내 房門이 열리고 禮曹判書가 大廳마루로 모습을 나타냈다.



    “다들 잠든 깊은 밤에 이 무슨 騷亂이란 말이냐? 廳지기로부터 대충 얘기는 들었다만, 어디 더 仔細히 말해 보아라.”

    두 눈을 잔뜩 찌푸리며 呼吸을 가다듬은 紅蓮이 얼굴에 흐르는 피를 소매로 훔치고 입을 뗐다.

    “쇤네는 戶曹判書이신 老응린 大監 宅의 女종 홍련이라 하옵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紅蓮을 노려본 禮曹判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 말해 두겠다. 함부로 날 속이려 들면 넌 죽는다. 或是 老응린이 날 떠보려 널 보낸 것이라면 只今 當場 以實直告하고 목숨을 求乞하는 게 좋을 것이야. 난 너 따위에 속는 사람이 아니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 紅蓮이 목청을 돋웠다.

    “저희 大監과 禮曹判書 어르신께서 靜寂 사이란 걸 쇤네도 잘 압니다. 그래서 이리로 달려온 것입니다. 비록 하찮으나 이 목숨 扶持해 보려 이리 달려왔습니다.”

    “그 얘긴 좀 前에 傳해 들었다. 好판이 널 죽이려 했다고? 그리 말한 게 맞느냐?”

    “그러하옵니다. 이제 제 목숨줄은 禮曹判書 大監께서 쥐셨습니다.”

    “老응린 그者가 失性하지 않고서야 왜 너처럼 賤한 계집종을 죽이려들었을까? 或是 네가 알아선 안 될 무슨 祕密이라도 알았기 때문이더냐?”

    크게 고개를 끄덕인 紅蓮이 懇切한 목소리로 對答했다.

    “그렇습니다! 노 大監님 조카로 近者에 弘文館 要職에 오른 노정환이란 者가 實은 제 男便이었습니다. 그 짐승 같은 者가 제 입을 막으려 노 大監님과 짜고 오늘 절 죽이려들었습니다. 노정환은 얼굴이 세 個인 天下의 詐欺꾼입니다. 只今부터 쇤네가 알아낸 그 怪物의 正體를 昭詳히 아뢸 것이오니 부디 놀라지 마시고 들어주소서.”

    怪物의 誕生

    慶南 昌寧 땅에 살던 선비 유장현은 至毒한 가난 탓에 제대로 글工夫조차 할 수 없었다. 抱負만큼은 야무지고 컸던 그에게 가난은 地獄일 뿐이었다. 그는 地獄으로부터 벗어나보려 이웃 마을 富者집 딸에게 接近해 마침내 장가들었지만 財物運은 本디 그의 것이 아니었다. 丈人 丈母가 次例로 怪疾에 걸려 죽자 欲心 많은 妻男이 妻家 財産을 獨차지해 버린 것이다.

    “내 運命은 이게 全部인가? 이리 보잘것없는 것이던가?”

    변변한 家具 하나 없이 썰렁한 自己 집 안房을 둘러보며 장현이 凄凉하게 되뇌었다. 未安한 表情을 한 아내가 구석에 누워 잠든 두 딸을 돌아보며 흐느껴 울었다. 장현이 그런 그女의 어깨를 부여잡고 속삭였다.

    “이렇게 삶을 浪費만 하고 있을 순 없소. 내 재주는 내가 아오. 漢陽에 올라가 반드시 成功하고야 말 거요. 그러니 삯바느질이라도 해서 몇 年 버텨줄 수 있겠소? 내 꼭 큰돈 벌어 돌아오리다!”

    큰 苦生 모르고 자라며 世上일에 어두웠던 純眞한 아내는 男便의 말에 담긴 무서운 속셈을 눈치챌 수 없었다. 그女는 男便의 虛荒한 말을 철썩같이 믿고 親庭 父母로부터 물려받은 金붙이를 路資돈으로 내놓았다.

    장현의 漢陽살이는 碌碌지 않았다. 돈이 많이 돈다는 時前 周邊을 맴돌아봤지만, 시골에서 막 上京한 沒落 兩班에게 機會가 쉬이 찾아올 理 萬無했다. 그는 漢陽 藜藿을 이리저리 떠돌며 아내가 준 돈을 야금야금 蕩盡했고, 마침내 몸을 써서 生活費를 벌어야 하는 삯꾼이 됐다.

    南漢江을 따라 漢陽으로 올라오는 三南의 菜蔬를 왕십리에서 받아 城內로 옮기는 일을 하던 장현은 차라리 常놈 行世를 하는 게 유리하다는 걸 깨닫자 아예 身分을 바꿔버렸다. 그렇게 그는 姓도 없는 떡쇠가 됐다. 떡쇠는 漢陽 下層民의 老鍊한 삶의 技術을 온몸으로 익히며 漸漸 더 靈惡해졌고 場터에서 亂舞하는 야바위에도 精通하게 됐다. 남을 속이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달은 그는 판을 키워보기로 했다.

    장현은 漢陽에서 屬望받는 新任 文官들 가운데 性格 豪宕한 者를 物色했다. 自身이 넝쿨이 돼 타고 오를 나무라면 되도록 높이 자랄 材木이어야만 했다. 그렇게 選擇된 自家 司憲府 地平이던 盧응린이었다. 떡쇠는 西北度에서 내려온 뜨내기로 身分을 僞裝하고 응린의 집 下人으로 들어갔다.

    下人 生活 亦是 쉽지 않았다. 고된 勞役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기도 바쁜 판局에 응린에게 接近할 꾀를 내기란 아예 不可能했다. 그런 그에게 紅蓮이란 계집종이 눈에 들어왔다. 응隣誼 妻를 수발하던 紅蓮은 몸종치곤 꽤 怜悧하고 일솜씨 또한 빈틈이 없어 主人 內外에겐 勿論이고 奴僕들 사이에서도 稱讚이 藉藉했다.

    “날 戀慕한단 말인가? 떡쇠 넌 人物도 제법 좋고, 또 언뜻 듣자 하니 西北도에선 한때 兩班 身分이었다던데?”

    疑心 가득한 表情이 된 紅蓮은 떡쇠의 첫 告白에는 눈도 끔쩍하지 않았다. 그런 그女를 이리저리 구슬리며 脾胃를 맞추던 떡쇠는 어느 날 저녁 이렇게 말했다.

    “어려서 父母를 여의고 天涯 孤兒로 살아온 나야. 兩班 뭐 그런 게 밥 먹여주진 않더군. 오직 내 힘으로 죽지 않고 여기까지 왔어. 紅蓮아! 너도 婚期를 지나친 지 오래고 나 亦是 홀몸으로 이 世上이 외로워. 함께 智慧를 모아 큰 財産 이뤄 떵떵거리며 살아보지 않으련?”

    말재주 하나는 氣가 막혔던 떡쇠의 甘言利說에 마침내 紅蓮의 마음도 움직였다. 둘은 地平 內外의 도움으로 婚姻해 바깥채 房 한 칸을 얻어 살림을 차렸다.

    野心家의 本心

    新婚 期間이 저물어갈 무렵, 子息을 懇切히 願하는 紅蓮에게 떡쇠는 이런 말로 應酬하곤 했다.

    “돈이 없으면 子息도 怨讐가 돼. 于先 財物을 모아 살 집을 求하자. 요즘이야 돈만 많으면 兩班도 부리면서 살 수 있는 世上 아냐? 좋은 꾀를 내야 해.”

    紅蓮은 男便이 말하는 좋은 꾀가 무얼까 늘 궁금했지만 선뜻 물어보진 못했다. 떡쇠는 깊은 잠이 들지 못해 새벽녘이면 홀로 일어나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는데, 아마 그 꾀란 걸 내는 中이려니 여길 뿐이었다. 그러던 次에 무슨 決心을 했는지 떡쇠가 紅蓮에게 넌지시 말을 붙여왔다.

    “임자! 아무래도 우리 힘만으론 가난을 벗어나기 힘들겠어. 노응린을 움직여야 할 것 같아.”

    主人님 이름을 함부로 올리는 男便의 불경한 말套에 더럭 怯이 난 紅蓮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만 보자 떡쇠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난 本是 꿈이 큰 사람이야. 임자가 地平 아내를 통해 내가 地平과 獨對할 수 있도록 周旋하면 안 될까? 一旦 그와 마주하면 일은 半은 成功이야.”

    “안房마님을 곁에서 모시니 말을 넣어볼 순 있겠어. 하지만 當身이 무슨 말을 올리려는지 알기는 해야 입이라도 떼지.”

    平素와 달리 눈빛이 날카로워진 떡쇠가 힘주어 對答했다.

    “地平에게 平安道觀察使로 나가라고 助言할 셈이야.”

    “司憲府 地平이란 좋은 內職을 놔두고 險地人 서북면 外職으로 나가시라고? 可當키나 한 소리를 해.”

    “임자는 요즘 情勢를 잘 몰라서 그래. 다 생각이 있으니 一旦 地平 아내를 움직여봐. 於此彼 언젠가 한 番은 크게 한판 걸어야 해. 地平 어깨를 딛고 더 높이 오를 거야. 임자는 貞敬夫人이 될 거고. 선뜻 믿기지 않겠지만 속는 셈치고 날 한 番만 믿어줘.”

    男便의 虛無孟浪한 말이 到底히 믿기지 않았지만, 紅蓮은 연이은 成火에 못 이겨 地平 아내에게 自身의 뜻을 살짝 풀어놓았다. 地平의 아내는 自己를 代身해 어려운 일을 척척 해내는 紅蓮의 付託을 딱 잘라 拒絶할 수 없었기에 地平이 氣分 좋아진 틈을 타 이 엉뚱한 提案을 끝내 성사시키고야 말았다.

    平安道의 大成功

    첫 獨對에서 떡쇠의 提案을 默默히 듣고만 있던 응린은 한참을 房바닥만 쳐다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只今 黨派 싸움에서 우리 黨이 不利하다? 그러니 于先 外職人 平安道觀察使로 나가 저들의 攻勢를 暫時 避하라 그 말 아니더냐?”

    고개를 크게 끄덕인 떡쇠가 마른침을 삼키고 對答했다.

    “그렇습니다. 司憲府는 威嚴 넘치는 힘이 센 組織이오나 그만큼 危險한 곳이기도 합니다. 糖이 守勢에 몰리면 누가 第一 먼저 犧牲되겠습니까? 바른말 많이 하고 사람들 弱點을 두루 틀어쥔 地平 어르신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觀察使 品階는 地平보다 훨씬 높습니다. 다들 忌避하는 곳에서 큰 功을 세우고 돌아오신다면 出世는 保障된 거나 다름없습니다.”

    떡쇠를 지긋이 노려보던 응린이 다시 물었다.

    “나처럼 內職에만 있던 官員이 民心 險惡한 西北度에서 어찌 큰 功을 세울 수 있느냐?”

    “그건 쇤네에게 맡겨주십시오. 어려서부터 場바닥에서 구르며 財物 굴리는 데엔 道가 텄습니다. 平安道엔 軍資金이 豐富하게 普及되지 않습니까? 그걸 잘만 運用한다면 몇 倍의 財物로 불릴 수 있고, 또 그걸 基盤으로 人心도 얻고 또 調整에 널리 德을 베풀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只今 나보고 官家의 資金을 騙取해 賂物로 쓰라는 말이더냐?”

    “그게 아니오라, 길게 보시고 敵도 同志로 만들어두시란 뜻입니다. 큰일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작은 義理로 나라의 큰 利益을 저버린다면 그건 一介 匹夫가 아닐까 합니다.”

    잔뜩 두 주먹을 움켜줬던 응린이 表情을 느긋하게 풀며 물었다.

    “너 누구냐?”

    “네? 무슨 말씀이신지?”

    “누구냐고 물었다. 네놈 말이다. 賤出이 아니라 본디 兩班이었다던데? 朝廷 消息은 어찌 그리 잘 알며, 무엇보다 그 陰凶한 策士 氣質로 너 自身은 끝내 무얼 얻으려 하느냐?”

    한 呼吸 길게 내쉰 떡쇠가 自身의 本名과 살아온 來歷을 길게 陳述하고 한 마디 덧붙였다.

    “선비 유장현의 삶을 저버리고 제가 끝내 얻으려 하는 것, 그건 바로 돈입니다!”

    “돈? 돈이라고? 그저 돈이란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이놈에게는 오직 돈만이 必要합니다. 돈에 굶주리며 살아왔기에 돈에 恨이 맺힌 놈입니다. 後날 홍련이를 데리고 정실 아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 高臺廣室 짓고 떵떵거리며 살다 죽고자 합니다. 그거면 됩니다.”

    입가의 웃음氣를 감추며 응린이 천천히 입을 뗐다.

    “알았다. 앞으로 자주 獨對하자꾸나. 그런데 홍련이는 네가 有婦男인 걸 모를 텐데, 앞으로 어찌 堪當하려고?”

    “그건 平安道에서 成功하고 난 뒤 걱정하려 합니다. 나리와 전 이제 같은 運命에 올라탔습니다. 오직 나리를 政丞으로 만드는 일에만 熱中하려 합니다. 나머지 일은 하늘에 맡겨둬도 좋겠습니다.”

    그날 獨對에서 떡쇠는 地平의 숨겨진 어떤 마음을 흡족히 만족시켰고 마침내 平安道行을 決心하게 이끌었다. 以後 觀察使가 된 응린은 邊方 官務에 그리 神通치 않은 成果를 냈지만, 財政 業務를 擔當한 떡쇠의 祕密 事業만은 大成功을 거두었다. 監營의 公式 會計士들을 몰아낸 떡쇠는 온갖 利權 事業에 公金을 投資해 財物을 몇 倍로 불렸다. 불어난 利益의 半은 平安道 國防費와 百姓 救恤에 써서 人心을 얻었으며, 나머지는 漢陽 調整에 뿌려 노응린이란 이름 석 字를 朝野에 널리 알렸다. 응隣誼 大闕 要職 復歸는 時間問題였다.

    危險한 契約

    漢陽 調整으로 華麗하게 復歸한 응린은 떡쇠의 助言에 따라 戶曹에서 經歷을 쌓아 올렸다. 平安道에서 부리던 金融 技術을 漢陽에서도 마음껏 發揮한 떡쇠는 마침내 응린을 戶曹判書 班列에 올려놓는 데 成功했다. 이렇게 눈부신 成功 街道를 달리던 응린은 이제 떡쇠와 訣別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내 이제 約束한 대로 네게 巨金을 주려 한다. 홍련이를 데리고 故鄕으로 내려가 天壽를 누리며 잘 살거라. 기다리는 家族들도 생각해야지. 네 恩功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으마.”

    늦은 밤 處所에서 떡쇠를 마주한 응린이 이렇게 말할 때만 해도 그는 相對가 自身에 버금갈 만만찮은 貪慾의 化身이자 찰거머리 같은 執着의 所有者란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능글능글한 微笑를 띤 떡쇠가 對答했다.

    “그건 合當한 計算이 아니지요. 잘 생각해 보십시오. 나리께서 제게 주신단 그 돈 말입니다. 그건 平安道에서 제가 이룬 成果에 對한 報酬 아니겠습니까? 漢陽에 돌아오셔서 이제 戶曹判書에 오르셨습니다. 그게 또 누구 공입니까? 그에 對한 保守는 別途로 計算해 주셔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떡쇠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응린이 거친 쇳소리로 물었다.

    “얼마를 願하느냐? 5萬 냥이 不足하다면 내 나중에 더 얹어주마. 한데 넌 날 政丞으로 만들어준다 하지 않았더냐? 그 目標를 아직 이루지 않았거늘, 자꾸 뭘 더 要求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心보가 조금 고약하구나.”

    팔짱을 낀 떡쇠가 天障을 바라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고 對答했다.

    “그러게 約束엔 반드시 契約 文書가 必要한 法입니다. 政丞 만들어드린단 건 제 마음이었고, 成功의 階段마다 各其 다른 成功報酬가 있는 게 世上事 當然한 理致 아니겠습니까? 願하신다면 政丞까지 만들어드리리다! 그러니 契約을 여기서 確實히 해뒀으면 합니다만.”

    “무슨 契約 말이더냐? 10萬 兩을 願하느냐?”

    “돈은 됐습니다. 까짓 돈이야 地位를 따라 저절로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자리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뭐라? 자리를? 常것 主題에 무슨 자리를 願한단 말이더냐?”

    몸을 살짝 앞으로 구부린 떡쇠가 微妙한 웃음을 흘리며 對答했다.

    “이래 봬도 저 兩班이올시다. 나리 집안 族譜에 節 올려주십시오. 조카 하나 만들어내는 건 戶曹에서 일도 아닙니다. 제가 直接 나서도 되고요. 아무튼 나리와 血緣으로 얽혀 죽을 때까지 輔弼해 드리지요. 그리 되면 우리 사이의 祕密도 무덤까지 지켜지지 않겠습니까?”

    狼狽를 본 表情의 응린이 虛脫하게 웃었다. 벌떡 일어선 떡쇠가 房門을 열며 속삭였다.

    “아, 그리고 過去는 나리가 조금만 힘을 보태주시면, 뭐 제힘으로 通過하겠습니다. 基本技는 닦아놨으니 집안 뒷배만 있다면, 까짓거 當場 來年에라도 及第해 大闕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든든한 조카 하나 얻었다 여겨주십시오.”

    떡쇠가 門을 드르륵 여는 瞬間 大廳마루를 急히 벗어난 그림자 하나가 쏜살같이 멀어지고 있었다. 떡쇠는 그게 응린의 아내일 거라 여기고 가볍게 웃어넘겼다.

    紅蓮의 煩悶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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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紅蓮의 이야기를 다 들은 禮曹判書의 얼굴이 森嚴한 緊張으로 떨렸다. 그가 물었다.

    “그날 밤 노응린과 네 男便이 나눈 對話를 다 엿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인 紅蓮이 울음을 삼키며 對答했다.

    “네! 男便은 그게 안房마님人 줄 알고 安心했지만 實은 쇤네였습니다. 전 그저 男便이 큰돈을 모아 漢陽 外郭에 近似한 살림집을 지을 줄로만 알고 있었나이다. 平壤에서 돌아온 後로 사람이 조금 바뀌어 疑訝했으나, 애써 外面하며 살던 참이었습니다. 그이는 表情부터 무섭게 바뀌기 始作했거든요.”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하던 禮曹判書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넌 어찌 對處했느냐? 다른 누군가한테 이 事實을 알렸느냐?”

    고개를 가로저은 紅蓮이 잦아드는 목소리로 힘겹게 對答했다.

    “그럴 餘裕가 없었습니다. 男便은 노 大監님 夫婦가 自身을 죽일지 모른다며 거의 每日 밤을 뜬눈으로 새우기 일쑤였나이다. 낮에 暫時 선잠이 들었는데 그땐 쇤네가 곁을 지켜야 했습니다. 地獄이 따로 없었나이다. 男便이 有婦男란 걸 안 後부터 그 사람이 正말 무서워졌는데, 이를 또 잘못 發說했다간 노 大監님 손에 저까지 죽어나갈 판이었습니다. 오로지 어찌하면 살 수 있을까 홀로 苦悶하고 또 했지요.”

    “祕密을 끝까지 지켰다?”

    “그 수밖엔 없었나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行動했습니다. 그래야 男便은 죽더라도 저만은 살길이 실낱같이 보였으니까요. 그러다 結局 떡쇠가 이기더군요. 執拗하고 끈질기게 노 大監님을 脅迫하더니 期於이 盧 氏 집안 族譜에 이름을 올리더이다.”

    “그者가 노정환이가 됐다? 只今 弘文館에 있고?”

    “네! 科擧及第까지 一瀉千里로 해치우더니 及其也 그 높은 자리까지 타고 오르더이다.”

    “그렇구나. 다른 奴僕들은 몰라도 너만은 살려둘 수 없었겠구나? 그렇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구나, 너무 많이.”

    禮曹判書의 말套에서 異常한 낌새를 느낀 紅蓮이 흠칫 몸을 움츠리며 입을 뗐다.

    “몇 年만 입 다물고 있으면 쇤네도 兩班 族譜에 올려 貞敬夫人 만들어주겠다 하더이다. 그 입에 발린 말, 어디 그게 可當키나 한 일입니까? 떡쇠, 아니 노정환 그者는 明禮坊에 따로 집을 얻어 나간 뒤로 절 다시 찾은 적이 없습니다. 노 大監님 夫婦는 제 周邊에 머슴 둘을 붙여 徹底히 監視했고요. 이미 죽은 목숨인 셈이지요.”

    고개를 끄덕인 禮曹判書가 불쌍하다는 表情을 지으며 속삭였다.

    “그래도 용케 오래 버텼구나? 노응린이 좀 모질지 못한 爲人이긴 하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紅蓮이 再次 하소연했다.

    “부디 이년을 살려주십시오! 잠자는 사람을 거적에 말아 두들겨 패는 걸 艱辛히 뿌리치고 이리 달려왔나이다. 오직 여기가 제 살 곳임을 알기에 죽기 살기로 왔나이다.”

    “그래, 그래. 잘 알겠다. 네가 怜悧해 老응린을 第一 미워하는 내 집을 알아뒀구나. 용하다, 아주 용해!”

    禮曹判書가 혀를 끌끌 차고 있을 때 紅蓮의 등 뒤로 누군가 살며시 다가왔다. 尋常치 않은 雰圍氣를 直感해 禮曹判書 집에서도 逃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紅蓮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女가 놀라 입을 막으며 벌떡 일어섰다. 그런 그女를 밀어 쓰러뜨린 노정환이 陰散하게 말했다.

    “어찌 찾아도 죽을 자리만 찾누? 寒心하긴!”

    아무도 모르는 죽음

    禮曹判書 집 후미진 광에 갇힌 紅蓮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서럽게 울고 또 울었다. 前날 노정환의 正體를 發告하기 爲해 義禁府 位置를 確認하고 돌아왔을 때, 잠자리가 유난히 두려워 부엌칼을 손에 쥐고 잠들었던 게 神의 한 首였다.

    그女를 거적으로 萬 노 大監 집 머슴들은 다짜고짜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女는 渾身을 다해 외쳤다.

    “移步시게들! 여기서 사람을 이리 죽이지 말고 苦痛 없이 죽여주시게! 제발! 칼을 써서 죽여주시게!”

    큰소리 나는 게 꺼려졌는지 머슴들은 거적을 풀고 낫을 가져왔다. 그 작은 빈틈에 부엌칼을 마구 휘두른 紅蓮은 어찌어찌 大門을 벗어나 義禁府를 向해 뛰었다. 그렇게 한참을 뛰다 길을 잃었고, 문뜩 義禁府에도 盧 大監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女는 黨派에 對해선 잘 몰랐지만 老응隣誼 敵手가 禮曹判書임은 男便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平素 알고 있던 禮曹判書 宅을 向해 無酌定 내달렸던 것이다.

    광의 門이 살짝 열리고 노정환의 얼굴이 빠끔히 나타났다. 그가 몸은 밖에 두고 얼굴만 들이민 채 말했다.

    “夫婦의 義理가 있어 얘기해 주는 건데, 넌 여기서 이따 목을 맬 거야. 限 많은 人生 끝내는 거지. 뭐 너무 슬퍼하진 마. 나 같은 사람하고 한番 살아봤잖아? 나 노정환과 살을 맞대고 살 수 있었던 者는 幸運兒야. 왜인 줄 알아? 내가 곧 老응린을 逆賊으로 朝廷에 告變할 거거든. 平安道 官兵을 멋대로 動員하고 公金을 橫領한 證據는 차고도 넘쳐! 그걸 내가 틀어쥐고 있어. 禮曹判書? 아직 몰랐어? 그는 내 便이야. 黨派를 갈아탔지. 於此彼 老응린 집안은 三族의 씨가 마를 거야. 靖難功臣이 될 이 노정환이가 집안을 繼承해 잘 가꿀 거야.”

    *이 作品은 朝鮮 後期 文人 안석경의 野談集 ‘삽교萬綠’ 속 一部를 모티프로 創作됐다.

    윤채근
    ● 1965年 忠北 淸州 出生
    ● 고려대 國語國文學 博士
    ● 檀國大 漢文敎育學科 敎授
    ● 著書 : ‘小說的 主體, 그 誕生과 轉變’ ‘漢文小說과 欲望의 構造’ ‘神話가 된 天才들’ ‘論語 感覺’ ‘每日같이 明心寶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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