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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幸福한 詩읽기] <431>月光(月光), 月光(月狂)|東亞日報 </431>

[황인숙의 幸福한 詩읽기] <431>月光(月光), 月光(月狂)

  • 東亞日報
  • 入力 2015年 6月 29日 03時 00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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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光(月光), 月光(月狂) ―김태정(1963∼2011)

불을 끄고 누워
月光을 듣는 밤
낡고 먼지 낀 테이프는
헐거워진 소리로 淡淡한 듯, 그러나
아직 삭이지 못한 傷處도 있다는 듯
이따금 톡톡 튀어 오르는 소리

소리를 離脫하는 저 소린
不幸한 音樂家가 남긴 狂氣와도 같아
까마득한 傷處를 일깨워주네

어느 生엔가 문득 世上에 홀로 던져져
月光을 듣는 밤은
미칠 수 있어서
미칠 수 있어서 아름답네
오랜만에 傷處가 나를 깨우니
나는 다시 世上 속에서 살고 싶어라

테이프가 늘어지듯 傷處도
그렇게 헐거워졌으면 좋겠네
소리가 톡톡 튀어 오르듯 때론
追憶도 그렇게 나를 일깨웠으면 좋겠네

불을 끄고 누워 月光을 듣는 밤
저 窓밖의 환한 빛은
달빛인가 눈빛인가


이 詩를 옮긴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은 끼끗하고 多情한, 그리고 슬픈 누이의 ‘저 푸른 어스름’ 같은 詩들이 담긴 아름다운 詩集이다. ‘삶의 안간힘 끝에 문득 찾아오는/환하고 쓸쓸한 꽃바구니 같은’(시 ‘冬柏꽃 피는 解憂所’).

‘불을 끄고 누워 月光을 듣는 밤’, 窓밖이 달빛으로 환하단다. 話者가 누워 있는 房은 不夜城과는 距離가 먼, 깊은 山中이거나 시골 벌판에 있을 테다. 話者는 가슴에 ‘아직 삭이지 못한 傷處’가 있는 사람, 그런데 그 傷處를 까마득히 잊고 살아온 사람. 생각하면 무얼 하나 해서 저 깊이 밀어두었을 수도 있지만, 사는 데 汲汲해서 가슴의 傷處를 돌아볼 새 없었을 수도 있다. 詩人 김태정에게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걸 斟酌할 詩가 詩集에 드물지 않다. 例컨대, ‘평창동 세검정 지나면/어김없이 나타나던 홍제동 再開發區域/저 高層 아파트 꼭대기쯤이었을까/발기발기 까뭉개진 山허리에/아스라이 들어서던 까치집 하나//夜間大學 늦은 講義를 듣고 歸家하던 내가/꾸벅꾸벅 졸다 깨다/버스 車窓에 열댓 番쯤 머리를 짓찧다가도/꼭 그쯤에서 잠이 깨 내어다보던/그 비탈 그 窓가의 기우뚱한 三十 燭 불빛/나처럼 늦은 歸家가 또 있어/이슥토록 꺼지지 않는//학비벌이 副業도 쫑나고/그나마 다니던 工場도 門을 닫아/터덜터덜 발품만 팔던 내가/졸다 깨다 졸다 깨다 다시 졸다/그쯤에서 잠이 깨 내어다보면’(시 ‘까치집’).

‘어느 生엔가 문득 世上에 홀로 던져져/월광을 듣는 밤’, ‘不幸한 音樂家가 남긴’ 音樂이 한 외롭고 고단한 靈魂에 흘러든다. 그 音樂으로 ‘오랜만에 傷處가 나를 깨우니/나는 다시 世上 속에서 살고 싶어라’. 이리 가슴 저려본 게 얼마 만인가! 아, 살아 있는 이 느낌!

황인숙 詩人
#月光(月光) #月光(月狂) #김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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