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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있는 便紙]떠날 때보다 즐겁게 돌아올 수 있는 旅行|東亞日報

[느낌이 있는 便紙]떠날 때보다 즐겁게 돌아올 수 있는 旅行

  • 入力 2005年 1月 21日 16時 55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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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펑펑 눈이 내리던 날, 葉書 한 張이 第 郵便函에 到着했습니다. 美國 샌타클래라에서 先生님이 보내주신 葉書예요. 누군가 손으로 눌러쓴 書信을 읽는 것은 얼마나 드물고 또 반가운 일인지요. ‘묵은 나무냄새가 나는’ 硏究室에서 한 字 한 字 葉書를 채우셨을 先生님 모습을 생각하니 제 마음도 따뜻하고 환해지는 듯했습니다.

葉書 뒷面에 印刷된 그곳의 寫眞을 오래도록 들여다봅니다. 先生님이 가 계신 그곳 샌타클래라는 참으로 고즈넉하고 平穩한 空間이군요. 문득 저도 어디든, 正말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집니다. ‘葉書’라는 詩에서, 황동규 詩人은 노래했지요. ‘…그 雪景 속에 모든 것은 只今 말이 없다. 너는 알리라, 떠날 때보다는 내 얼마나 즐겁게 돌아왔는가. 외로운 것보다는 얼마나 힘차게 힘차게 돌아왔는가.’

떠날 때보다 즐겁게 돌아오는 旅行이란, 先生님, 果然 어떤 意味일까요? 떠나서보다 오히려 떠나기 前, 떠날 計劃을 세우던 설렘의 瞬間이 저에겐 늘 그 旅行의 클라이맥스로 記憶되어요. 어린 時節 읽던 兒童文庫 全集에는 반드시 여러 卷의 ‘旅行敍事’가 끼어 있었지요.

걸리버 旅行記, 톰 소여의 冒險, 15少年 漂流記 같은 그 많은 ‘길 위의’ 이야기들. 해가 짧은 겨울放學의 午後, 房바닥에 배를 깔고 나른히 엎드린 채로 그들이 집을 떠나 맞닥뜨리는 놀라운 世界에 魅惑되곤 했어요. 그들이 겪는 갖은 어려움과 苦難은 不安하거나 不吉해 보였지만, 그래서 손에 땀이 나도록 조마조마했지만, 同時에 저에게 奇妙한 安堵感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들은 結局 저 모든 冒險과 放浪을 無事히 마치고 ‘새 사람’이 되어 安全하게 집으로 돌아올 테니까요. 歸還의 結末이야말로 旅行敍事의 慣習이라는 것을 그때 어렴풋이 알게 된 듯합니다.

그런데 先生님, 저는 怯이 많은 아이였나 봐요. 그들을 따라 길을 떠나고 싶다기보다는 그렇게 될까봐 內心 두려웠습니다. 낯선 곳에서 必然的으로 ‘또 다른 나’를 대면하고 凝視해야 한다는 데 對해 根源的 恐怖를 느낀 건 아닐까, 이제야 斟酌해 봅니다.

亡命이나 죽음이 아닌 以上 모든 旅行은 現實로의 歸還을 前提하고 있습니다. 돌아올 때의 ‘나’는 떠날 때의 ‘나’와 다른 存在일 수밖에 없겠지요. 김승옥의 小說 ‘霧津紀行’을 처음 읽었던 스무 살, 뒤통수가 얼얼해질 만큼 衝擊을 받았던 것은 ‘나는 甚한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마지막 文章 때문이었습니다. 旅行이 품은 祕密에 對하여 이만큼 銳利하게 드러낸 文章을 그 後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先生님, 旅行이 生에 對한 隱喩이기도 하다면, 우리가 사는 生의 時間 自體가 길고 먼 旅行의 時間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나 旅行者이거나 難民(難民)인 셈입니다.

‘이 世上 모든 길들은 危篤합니다. 危篤한 길을 따라 束手無策의 몸이여.’

異國에 머무는 詩人 허수경의 歎息이 지그시 이마에 닿는 아침입니다.

정이현 小說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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