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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의 冊쟁이들|新東亞

韓國의 冊쟁이들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講師 koyou33@empal.com│

    入力 2009-11-03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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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책쟁이들
    日本의 著述家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1940~ ) 先生의 著書 ‘나는 이런 冊을 읽어왔다’를 읽고 어안이 벙벙한 적이 있다. 至毒한 讀書家로 有名한 그의 行跡이 想像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冊 한 卷을 쓰기 爲해 500餘 卷의 參考書籍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藥果였다. 山더미처럼 쌓인 個人 藏書를 整理하려고 地下 1層, 地上 3層의 자그마한 서고 빌딩까지 지었으니 말이다. 이 빌딩으로도 모자라 그 附近에 새 貯藏所를 마련했단다. 좋게 말하면 冊에 쏟는 엄청난 熱情이 존경스럽고, 나쁘게 말하자면 거의 狂的(狂的)인 水準이어서 소름이 돋는다.

    아르헨티나의 大作家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1899~ 1986) 先生은 圖書館 司書로 일하며 冊을 너무 많이 읽어 눈이 멀었다. 勿論 視力이 나쁜 油田 體質을 가졌기도 했다. 아무튼 그는 눈이 멀고도 冊에 對한 未練을 떨치지 못해 “天國은 圖書館 模樣일 것”이라 중얼거렸다고 한다.

    韓國에도 다치바나나 보르헤스 같은 분이 계실까? 아마 적지 않으리라. 朝鮮時代의 學者 이덕무(1741~1793) 先生은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 불렀다. ‘冊만 읽는 바보’란 뜻이다. 그만큼 그는 讀書를 즐겼고 많은 冊을 모았다.

    그럼 요즘은 어떨까. 讀書 人口가 줄어들고 冊이 TV나 인터넷에 밀린다는 時點에…. 周圍에 讀書狂(讀書狂) 知人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極少數다. 名門大學 나오고 知識産業에 從事하는 사람조차 核心 자리에 앉으면 會食, 各種 行事, 골프에 時間을 뺏겨 冊을 들출 틈이 없다. 그러다보면 冊과의 因緣이 차츰 멀어진다. 그의 冊床 위엔 贈呈받은 冊들만 쌓인다.

    아름답게 미친 사람들



    오늘날 韓國人의 讀書 行態에 對해 걱정하던 次에 ‘韓國의 冊쟁이들’이란 冊을 發見하곤 적이 安心이 된다. ‘大韓民國 冊 高手들의 非凡한 讀書 遍歷’이란 副題를 단 이 冊은 書籍을 읽고, 모으는 데 거의 온 靈魂을 바치는 人物들을 찾아내 스물여덟 꼭지로 나눠 紹介했다. 이들 가운데 一部는 大學敎授, 學者여서 이런 일이 職業과 直接 關聯되지만 大多數 다른 분들은 職業과 無關한 愛好家다. 그저 子息처럼 冊을 아끼고 돌보는 사람들이다.

    現職 言論人인 著者는 全國 곳곳을 돌며 讀書家들을 인터뷰하고 寫眞도 直接 찍었다. 著者는 이들에 對해 “地下鐵과 버스 안에서 冊을 펴 읽고, 書店이나 헌冊房에서 주머닛돈을 뒤적이는 平凡한 우리들의 이웃”이라 말했다. 著者는 “조금 差異가 있다면 日常의 번다를 버리고 冊으로써 趣味를 壓縮했다는 點”이라면서 “이들이 있어 우리 社會가 이만큼 支撐된다고 본다”고 높이 評價했다.

    冊張을 넘기면서 이들의 面面을 살펴보니 可히 ‘冊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말이 誇張되지 않음을 알겠다. 이들은 미쳐도 아름답게 미친 게 아닐까.

    춘천시 석사동의 ‘피스오브마인드 베이커리 & 북카페’에 들어서면 100餘 坪의 널찍한 空間에 冊들이 그득하고 향긋한 빵냄새가 코를 刺戟한다. 북카페 김종헌 代表와 傳統製菓硏究所 이형숙 所長이 함께 꾸려가는 이곳엔 이들 夫婦가 모은 冊 1萬卷, 音盤 3000點, 書畫 300點이 所藏돼 있다. 남영나이론 代表理事를 지낸 金 代表는 2000年 辭任書를 내고 忽然히 會社를 떠났다. 辭任書에는 ‘북카페를 차리기 위해서’라 적었다고 한다. 金 代表가 獨逸 뒤셀도르프 支社長으로 勤務할 때 男便 따라간 夫人은 獨逸 製빵 技術을 배웠다. 이들 夫婦의 冊사랑 德分에 春川에는 名物 북카페가 생겼다.

    동두천시에서 傳統茶집 ‘한多元’을 經營하는 김경식·이주원 是認도 冊과 市에 삶을 쏟는 夫婦다. 이들은 地域 文人 모임인 이담文學會 會員인데 두 달에 한 番씩 이 茶집에서 만남을 갖는다. 이곳은 營業場이기보다는 地域文化의 産室인 셈이다. 車값도 아주 싸다. 茶집 한쪽 壁 書架에는 詩集이 꽉 찼다. 이들은 軍部隊·警察署·矯導所·洞事務所 等 冊이 궁한 곳에 冊을 寄贈하는 일에도 앞장선다.

    삼성그룹 創業者인 湖巖 李秉喆(1910~1987) 會長의 誕生 100周年이 來年이다. 湖巖과 關聯한 冊은 只今까지 數十 種이 나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評傳은 아직 없다. 湖巖의 生前에 出版된 ‘湖巖自轉’은 自敍傳이어서 第3字가 쓰는 評傳은 아니다. 湖巖評傳 執筆을 準備하는 박세록 先生은 冊 內功이 凡常치 않은 人物로 손꼽힌다. 그는 湖巖을 至近距離에서 補佐한 三星 祕書室 出身이다. ‘三星 祕書室’이란 著書를 내기도 했다.

    京畿 高陽市 가장동에 있는 그의 自宅에는 藏書 2萬卷이 있다. 私設 圖書館 水準이다. 그 冊들이 主題別, 크기別로 가지런히 整頓됐다. 그가 執筆을 構想 中인 冊은 湖巖評傳말고도 ‘簿記(簿記)導入社’ ‘戀愛 文化史’ ‘美人의 歷史’ 等이다. 關心 分野가 넓은 아마추어 讀書家가 功力을 쌓으면 이런 冊까지 執筆할 수 있다는 事例를 보여준다. 그는 生業 以外의 時間을 修道하듯, 戀愛하듯 讀書에 쏟는다.

    ‘冊에 미친 바보’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여승구 花峯冊博物館 館長은 開化期 古書를 모으는 일을 召命으로 여긴다. 甲申政變의 主役 金玉均을 暗殺한 洪鍾宇가 1892年 프랑스에 滯留할 때 東洋學者 로니와 함께 飜譯한 프랑스語版 ‘春香傳’ 等 歷史的 價値를 지닌 冊을 蒐集한 지가 30年 가까이 된다. 서울 仁寺洞 모란갤러리를 引受한 그는 來年부터 花峯갤러리로 이름을 바꾸고 美術展示會가 뜸한 1~2月, 7~8月엔 主로 古書 展示를 할 計劃이다. “冊들의 머슴에 滿足한다”는 與 館長은 머슴 노릇에 忠實하기 위해 七旬 肉體를 運動으로 담금질한다.

    컴퓨터 關聯 製品을 開發 販賣하는 이메이션코리아라는 會社의 이장우 代表는 ‘讀書經營’의 實踐家로 이름이 높다. 한 해에 精讀하는 冊이 100餘 卷, 훑어보는 冊은 數百 卷에 達한다는 李 代表는 任職員에게도 讀書를 强力히 勸奬한다. 讀書를 통해 世上의 흐름을 把握하면 製品 開發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것. 이런 實用的 目的 以外에 讀書는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信念을 가졌다. 任職員에게 冊값을 會社에서 대준다. 職員 1印堂 한 해 平均 100萬원어치쯤 산다고 하니 50~70卷씩 읽는 셈이다. 會社 안에 讀書 동아리가 活潑하게 움직이고 休憩室인 ‘創意실’에서 任職員들은 冊 이야기로 스트레스를 푼다. 李 代表는 海外出張을 갈 때마다 現地 書店에 들러 ‘最新間 사냥’에 沒頭한다고 한다. 뉴욕, 홍콩, 타이베이, 방콕 等에 단골 冊房이 있단다.

    職場生活을 하며 讀書의 魅力을 즐기는 성수선 三星精密化學 海外營業擔當 課長은 著書 2卷을 낸 著述家이기도 하다. 서강대 獨文科를 卒業하고 大企業에 들어가 化學製品을 輸出하는 業務를 맡은 그女는 잦은 海外出張 때마다 冊 5~6卷을 갖고 나가 讀破했다. 다양한 讀書 遍歷은 營業에도 큰 도움이 됐다. 獨逸에 갔을 때 마침 總選 期間이었다. 獨逸人 바이어와 相談을 벌이다 獨逸 外務長官을 지낸 요슈카 피셔 候補가 話題에 올랐다. 그는 마라톤으로 心身을 改造한 體驗을 밝힌 ‘나는 달린다’라는 冊의 主人公 아닌가. 그女는 이 冊이 韓國에도 飜譯돼 마라톤 붐을 일으키는 데 一助했다고 紹介했다. 獨逸 바이어는 關心을 나타냈고 對話 雰圍氣는 愉快해졌다. 그女는 出張 經驗을 整理한 ‘나는 오늘도 유럽 出張을 간다’와 讀書 에세이 ‘밑줄 긋는 女子’라는 著書를 냈다.

    冊 外에 별다른 趣味 없어

    職場生活 20餘 年 동안 보너스로 받은 돈 全額을 冊 購入에 쓴 송명근님의 ‘冊貪’도 돋보인다. 그는 1980年代 大學生 時節부터 冊 모으기에 耽溺해 只今까지 1萬餘 卷을 蒐集했다. 蒐集 對象은 主로 1950年代 以前에 나온 圖書 中心이다. 特히 天主敎 關聯 史料를 보이는 족족 사들였다. 그는 天主敎 집안 4貸損이므로 使命感이 發動됐다. 그가 가진 가장 오래된 天主敎 關聯 書籍은 1836年에 나온 ‘斥邪綸音’이다. 所藏 圖書를 體系的으로 分類해서 冊 博物館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다. 이 일을 남에게 맡기기보다 自身이 大學院에 進學해 專門知識을 배워서 이루어낼 作定이다. 그가 밝힌 冊 收集 要領은 △自身의 專攻을 定하라 △시리즈를 構想하라 △空間을 생각하라 △中心을 잡아라 △蒐集 뒤를 생각하라 等이다.

    ‘前作主義者’라는 單語를 創始한 조희봉 華川 上書郵遞局長은 讀書人 사이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人物이다. 이윤기 作家의 作品 全部를 꼼꼼히 읽고 作家에게 結婚式 主禮까지 付託하는 等의 逸話를 담은 ‘前作主義者의 꿈’이란 著書를 내 話題를 모은 바 있다. 電算 關聯業體인 東部情報技術에 6年間 다니며 晝耕夜讀하던 그는 會社를 그만두고 江原道 山골의 郵遞局長으로 갔다. 個人 別定 郵遞局의 하나인 이곳은 그의 父親이 開設했다. 父親이 정년퇴임하자 代를 이어 郵遞局을 맡았다.

    科學小說(SF) 마니아인 박상준 誤멜라스 出版社 代表는 SF를 읽고 모으는 재미에 魅惑돼 이를 專門的으로 펴내는 出版社의 經營까지 맡았다. ‘誤멜라스’는 SF 作家인 어슐러 르귄의 短篇에 나오는 假想 都市國家다. 朴 代表는 冊, 漫畫, 비디오테이프, 포스터 等 SF 關聯 資料 2萬餘 點을 所藏한 서울SF아카이브의 代表이기도 하다. 그는 “SF라 하면 애들이나 보는 幼稚한 것, 또는 科學을 제대로 알아야 읽을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면서 “旣成 文人들은 거들떠보지 않았고 學者들 亦是 硏究나 批評作業을 하지 않았다”고 指摘하면서 自身이 韓國의 SF 導入史를 主題로 한 碩士 論文을 準備한다고 밝혔다.

    이 冊의 著者는 ‘冊쟁이들과의 幸福한 만남’이라는 에필로그에서 冊 愛好家들의 特性에 對해 “冊 外에 별다른 趣味가 없고 輸入의 相當 部分을 冊 사는 데 쓸어 넣고 餘暇의 大部分을 冊 읽는 데 割愛한다”면서 “아내들이 처음에는 反對하다가 노름이나 誤入에 돈을 蕩盡하는 것도 아니니 그러려니 하고 접어주고 만다”고 썼다.

    ‘韓國의 冊쟁이들’ 임종업 지음/청림출판/338쪽/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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