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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새벽을 열다|신동아

르네상스의 새벽을 열다

  • 김학순 │高麗大 미디어學部 招聘敎授·北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入力 2014-11-19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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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의 새벽을 열다

    事物의 本性에 關하여<br>루크레티우스 지음, 강대진 驛, 아카넷

    ‘彷徨하는 나그네여, 여기야말로 當身이 眞正 居處할 좋은 곳이요. 여기에 우리가 追求해야 할 最高의 선(善), 즐거움이 있습니다.’ 古代 그리스 에피쿠로스학파의 庭園으로 통하는 門에는 이 같은 文句가 새겨져 있었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正門에 ‘幾何學을 모르는 者는 이 門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懸板이 내걸렸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에피쿠로스는 原子論的 唯物論과 快樂主義를 主唱한 것으로 有名하다. 그의 快樂主義는 放蕩이나 歡樂을 즐기는 게 目標가 아니라, 苦痛으로부터 解放되는 ‘마음의 平定(아타락시아)’과 節制를 좇는다. 富貴榮華가 아닌 博愛, 山海珍味(山海珍味)가 아닌 素朴한 飮食, 色慾보다 友情을 追求한다. 世上의 快樂으로부터 逃避하는 것이 快樂主義 哲學의 逆說 같다. 플라톤학파(아카데미學派), 아리스토텔레스학파(逍遙學派), 스토아학파와 더불어 헬레니즘 時代의 4代 哲學思潮로 꼽히는 에피쿠로스학파는 女性과 奴隸도 받아들여 眞正한 平等思想을 實踐했다. 紀元前 4~3世紀에 걸쳐 살았던 에피쿠로스는 無神論은 아니더라도 神을 崇拜하는 傳統을 깨뜨린 最初의 人物群에 屬하기도 했다.

    에피쿠로스 哲學은 2世紀쯤 뒤에 태어난 哲學者이자 詩人 루크레티우스가 없었다면 오늘날 널리 影響을 미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에피쿠로스가 300餘 卷의 冊을 썼다는 記錄이 있으나 現存하는 것은 3通의 便紙와 40個의 金言뿐이라고 한다. 루크레티우스가 紀元前 50年쯤에 쓴 ‘事物의 本性에 關하여’(원제 De rerum natura)는 에피쿠로스 思想을 가장 體系的으로 整理한 哲學詩集이다. 에피쿠로스학파의 宇宙論, 倫理學, 物理學을 傳해주는 代表 文獻인 셈이다. 루크레티우스가 남긴 唯一한 作品이기도 하다.

    美國 哲學者 조지 산타야나는 루크레티우스를 단테, 괴테와 더불어 ‘3代 哲學 是認’으로 꼽았다. 루크레티우스의 삶에 對해선 알려진 게 事實上 아무것도 없다. 貴族 出身이라는 主張이 있으나 아니라는 說도 만만치 않다.

    불경한 內容



    유럽 歷史에서 暗黑期로 불리는 中世가 저물고, 르네상스 運動이 始作될 무렵 루크레티우스의 ‘事物의 本性에 關하여’는 知識人들이 가장 注目한 作品이었다. 이 冊의 核心 思想 가운데 하나는 ‘原子論’이다. 모든 事物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粒子들로 만들어졌다는 게 原子論이다. 루크레티우스는 宇宙에는 創造者나 設計者가 없다고 했다. 오직 偶然이 支配하는 끝없는 創造와 破壞만이 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太古부터 宇宙에선 셀 수 없이 많은 粒子가 衝擊에 依해 뒤흔들리고 떠밀려 다양한 모습으로 온갖 種類의 움직임과 結合을 實驗해왔다. 그리고 最終的으로 現在 우리가 사는 世界를 創造하고 構成한 것과 같은 配列이 나오게 된 것이다.”

    世上을 움직이는 것은 神이 아니라 原子라고 루크레티우스는 主張한다. 에피쿠로스가 事實上 完成한 ‘原子論’은 萬物의 生成消滅을 合理的으로 說明하려는 唯物論이다. 예수와 基督敎가 誕生하기 前에 나온 冊이지만, 매우 不溫한 思想을 지닌 冊으로 取扱받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創造主가 있다고 믿은 反面, 루크레티우스는 神이 存在하나 絶對的인 權能을 지닌 造物主가 없다는 데 傍點을 찍었다.

    이 冊은 더 以上 쪼갤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 哲學用語 ‘原子’라는 單語를 使用하진 않았지만, ‘最初의 것들’ ‘物質의 本體’ ‘事物의 씨앗들’ 같은 말로 表現한다. 루크레티우스에게는 時間과 마찬가지로 空間도 無限하다. 이 世上에는 物質과 眞空 外에는 어떤 것도 存在하지 않는다.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죽으면 靈魂도 사라진다. 다시 태어나거나 天國이나 地獄으로 가는 일은 없다.

    人間은 한때 宇宙에 머무는 것이니, 모든 것이 덧없음을 認定하면서 世上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루크레티우스는 力說한다. 人生 最高의 目標는 快樂의 增進과 苦痛의 輕減이다. 當場 苦痛을 隨伴하는 快樂이나 언젠가는 苦痛을 가져올 快樂은 避해야 한다. 社會的 地位나 權力, 財産도 別 意味가 없다. 人間은 決코 이 世上에서 特權的 地位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게 루크레티우스의 持論이다. 우리는 이 世上의 다른 모든 것을 構成하는 것들과 똑같은 物質로 돼 있다. 人間은 物質界에서 벌어지는 훨씬 더 큰 物質循環 過程의 一部일 뿐이다. 人間 亦是 하나의 種으로서 永遠하리라고 믿어선 안 된다.

    中世 사람들은 이 冊의 內容을 理解할 수도 믿을 수도 없으며, 불경하다고 생각했다. 宇宙가 無限한 眞空 속에 存在하는 原子들의 衝突로 形成됐다는 內容은 터무니없게 들렸다. 總 7400行에 達하는 이 詩는 놀랄 程度로 水準 높은 知的 野望으로 가득하다. 詩의 言語는 까다롭고, 構文은 複雜하다.

    이 冊은 內容 못지않게 奇妙한 運命이 더없이 興味롭다. 紀元前 50年쯤 쓰인 ‘事物의 本性에 關하여’는 로마 最高의 詩人 베르길리우스부터 魅了했다. 同時代의 人物 키케로와 오비디우스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키케로는 루크레티우스의 哲學的 原理를 剛하게 批判했으나, 이 冊의 놀랄 만한 힘은 認定했다.

    奇妙한 運命

    하지만 서로마제국 滅亡 後 차츰 잊힌 것은 勿論 冊 自體도 求하기 어려워졌다. 9世紀 以後 프랑스와 獨逸 修道院 두세 곳에서 떠돌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敵對的인 異敎(異敎)에 依해, 그다음에는 亦是 敵對的인 基督敎에 依해 헛된 夢想, 危險한 생각으로 가득 찬 思想이라고 낙인찍혀 移動이 抑制됐다.

    500年 뒤쯤인 1417年 ‘冊 사냥꾼’이란 別名을 지닌 포조 브라촐리니가 獨逸의 한 修道院 書架에서 이 冊의 옛 筆寫本을 發見하면서 드라마 같은 未來가 始作된다. 에피쿠로스 哲學을 埋葬해버린 張本人이라 할 수 있는 가톨릭 修道院에 이 冊의 寫本 한 卷이 흘러든 것부터 偶然이었다. 썩어 없어질 運命을 기다리고 있던 그 寫本을 9世紀의 어느 날 한 修道士가 베끼기 始作한 것도 대단한 偶然이 아닐 수 없다. 그 筆寫本이 르네상스의 發祥地 피렌체의 인문주의자 포조의 손에 떨어지게 된 것 亦是 엄청난 偶然이었다. 루크레티우스가 이 冊에 “모든 事物은 定해진 運命의 쇠사슬에 매여 있다”고 쓴 그대로 말이다. 이 冊은 出刊 直後부터 無神論的 內容을 담았다는 理由로 非難받았다. 無神論뿐 아니라 가장 重要한 爭點이자 不溫한 論爭의 始發點이 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物質界였다. ‘事物의 本性에 關하여’는 無神論을 斷罪하는 宗敎裁判의 審問 敎本 役割을 했다. 포조의 再發見으로부터 100餘 年이 지난 後인 1516年 피렌체 宗敎會議에 모인 高位 聖職者들은 學校에서 이 冊을 읽는 걸 禁止했다. 구텐베르크의 活字 發明 以後 이 冊의 印刷本度 빠르게 나왔지만, 序文에는 警告文과 함께 印刷業者의 宗敎的 信念과 冊의 內容은 無關하다는 內容을 실어야 했다.

    그럼에도 文藝復興을 알리는 傳令使들은 이 不穩書籍에서 革命的인 靈感을 얻어 르네상스의 새벽을 열었다. 美와 快樂의 享有에 關한 루크레티우스의 생각을 가장 잘 體現하고 人間이 探究할 目標로까지 밀고 나간 게 르네상스 文化였다.

    魅惑的인 베누스(비너스)를 그린 산드로 보티첼리의 傑作은 이 冊이 낳았다고 해도 過言이 아니다. ‘事物의 本性에 關하여’는 사랑과 美의 女神 베누스에 對한 讚歌로 始作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科學技術 硏究,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생생한 天文學, 프랜시스 베이컨의 野心 찬 硏究, 리처드 후커의 神學 理論에도 이 冊이 스며들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政治學, 로버트 버턴의 精神疾患에 對한 百科事典式 技術, 월터 롤리의 기아나 探險記 같은 著作도 快樂을 極大化하는 形式으로 쓰였다. 조르다노 브루노, 토머스 홉스, 스피노자의 知的인 大膽性도 이 같은 革命的 思考 속에서 形成됐다.

    原子가 자유롭게 離脫한다

    ‘原子가 자유롭게 離脫한다’는 이 冊의 생각은 封建制의 束縛과 桎梏에서 벗어나려는 啓蒙主義·自由主義 思想家들에게도 큰 靈感을 傳해줬다. 몽테뉴는 ‘隨想錄’에 無慮 100餘 行에 達하는 ‘事物의 本性에 關하여’ 內容을 그대로 引用했을 程度다. 作家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에서 루크레티우스처럼 快樂을 追求하라고 激勵한다. 아이작 뉴턴은 神을 否定하지 않았지만 “神이 創造한 原子를 쪼갤 수 없다”고 했다.

    辨證法的 唯物論을 主唱한 카를 마르크스는 博士學位 論文이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自然哲學의 差異’였을 程度로 이 冊에 心醉해 있었다. 이 冊의 다섯 種類를 所藏하고 ‘에피쿠로스주의者’를 自處한 토머스 제퍼슨은 ‘美國 獨立宣言文’에 政府가 國民의 生命과 自由를 지켜야 할 뿐 아니라 ‘幸福 追求權’까지 保障하도록 明示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古代人의 原子論的 世界觀을 極讚하며 硏究 資料로 삼았다.

    유종호 藝術院 會長은 루크레티우스가 近代 形成에 影響을 끼친 過程을 읽고 ‘市道 歷史를 만든다’는 글을 남겼다. 한 卷의 冊이 知的 革命을 여는 드라마틱한 旅程을 創造해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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