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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號와 騷音|동아新春文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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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號와 騷音

by   이민희

  • 作品專門
  • 줄거리
  • 審査評
  • 當選所感
  •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기자 yankee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서장원 記者 yankeey@donga.com

    1. 觀察



    나는 요즘 CCTV로 사람을 본다. 좀 더 正確히 말하자면 CCTV 속의 顧客들을 觀察한다. 十六 分割 大型 모니터 여섯 臺가 設置된 Y마트의 地下 保安室. 나는 그곳에서 아흔여섯 個의 畵面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趣向과 嗜好를 瞬間瞬間 追跡한다. 마트 곳곳에 設置된 廣角 렌즈는 百八十五 度에 達하는 可視角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을 捕捉했고, QHD級 高畫質 카메라 亦是 證據 資料로 提出해도 될 만큼 픽셀이 촘촘했다. 最近에는 이미지를 分析하는 소프트웨어까지 더해져 顧客들의 滯留 時間은 勿論 訪問 카運팅 데이터까지도 簡單히 出力해냈다.

    勿論 아직까지는 機械가 모든 것을 다 말해 주지 못했다. 結局은 누군가가 디지털 길목을 지키고 서서 나름의 觀點을 갖고 信號와 騷音을 分別해야 했다. 그러므로 어떤 것이 意味 있는 信號이고 또 어떤 것이 노이즈인지는 解釋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나는 이 模糊한 作業을 마케팅 팀의 공계향 氏와 함께 하루 여덟 時間에 걸쳐 번갈아 하고 있다. 몇 가지 指標를 미리 定해둔 뒤, 顧客들을 觀察하며 그 內容을 데이터로 蓄積했다.

    그中에서도 우리의 觀察 對象은 혼자 쇼핑을 오는 사람들, 이른바 '魂쇼핑族'에 集中돼 있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映畫館에 가며, 自身만의 즐거움을 위해 單 한 張의 콘서트 티켓을 끊는 사람들. 부담스러운 關係와 不便한 社會性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자유로이, 그러나 孤獨하게 游泳하는 1人 家口 消費者가 Y마트의 새로운 타깃이었다. 1人 家口는 이제 大韓民國에서 가장 흔한 家口 形態 中 하나였다. 삶의 質을 重視하는 이들의 購買力만 해도 어느덧 120兆 원 規模에 다가서고 있었다.

    本格的인 마케팅을 위해 Y마트는 이들에 關한 데이터부터 蒐集했다. 購買 記錄을 包含해 數字로 表現될 수 있는 모든 定量的 데이터를 긁어모았고, CCTV 觀察과 인터뷰 房門을 더해 定性的 데이터까지 補完할 計劃을 세웠다. 이렇게 蓄積된 데이터에서 이름과 住所 같은 個人情報들을 除去한 뒤에는 具體的인 타깃 프로파일을 作成하는 것으로 一旦의 作業이 마무리될 豫定이었다. 말하자면 얼굴을 지워낸 데이터 위에 그 누구도 아닌 한 사람의 삶을 스케치해봄으로써 타깃을 特定化하는 作業이 마지막 段階로 남아 있는 셈이었다. 데이터로 始作해 데이터로 끝나는 이 薔薇빛 計劃에 조 理事는 누구보다 단단히 들떠 있었다.

    "大勢는 데이터野. 요즘은 그게 原油이자 資本이지."

    모두들 그렇게 말하는 時代이기는 했다. 다들 데이터에 물을 붓고 握力을 더하면 그럴듯한 반죽이 되리라고 믿었다. 將次 그 반죽이 꽈배기가 될지 도넛이 될지는 아무것도 確信할 수 없다 해도 말이다.

    데이터로 빚어낼 未來의 빵. 조 理事의 立場에서는 더더욱 拒否하기 힘든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가뜩이나 低調한 賣出 實績에 曺 理事는 안팎으로 壓迫을 받고 있었다. 무게가 나가는 生必品은 宅配로 陪送 받고, 新鮮度를 따져야 하는 菜蔬와 과일조차 이른 새벽, 玄關 앞에서 건네받는 時代였다. 便宜店을 除外한 모든 오프라인 流通業體가 赤字를 내고 있다는 事實은 이제 더 以上 業界 關係者들만의 祕密이 아니었다. 하다못해 株主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新박한 뭔가가 必要한 時點이었다.

    조 理事는 힘주어 말하고는 했다.

    "全 世界에서 하루 二十四 時間동안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量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해리포터』 冊으로 치면 六千五百億 卷 分量이야. 그나마 이것도 昨年에 나온 統計라고. SNS며 온갖 커뮤니티, 웹사이트, 携帶폰까지…… 이제 우리는 그 디지털 빵 부스러기에 死活을 걸어야 해."

    幽靈은 늘 所聞과 風聞을 타고 다가온다. Y마트의 마케팅 팀 亦是 實體가 模糊한 幽靈을 마주하고 있었다. 빅데이터 或은 제4차 産業革命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幽靈들. 이 幽靈들은 一種의 流行과도 같아서 海溢처럼 몰려들어 눈과 귀를 蠶食했다. 正말로 願하는 것이 아니라 願해야만 하는 것들을 부추기며 서로를 끝내 傳染시켰다. 綠色成長이라든가 創造經濟라는 이름標를 달고 나타났던 지난날의 그 幽靈들처럼 말이다. 트렌드와 이슈에 敏感한 企業 마케팅이란 事實上 이 幽靈들과의 鬪爭의 歷史와 다를 바 없었다.

    어쨌든 이 時代의 트렌드에 따라 Y마트는 시스템을 整備했다. 보다 쉽게 데이터를 蒐集할 수 있도록 各 分野의 特化된 裝備들을 들여왔고, 디지털 코인을 採掘하기에 앞서 알리바이도 마련해두었다. 賣場 內 코너마다 'CCTV 撮影中'이라는 案內文을 내걺으로서 高地의 義務를 다했으며 새롭게 바뀐 포인트 積立 制度를 빌미 삼아 긴 約款을 顧客들에게 들이밀었다. 깨알 같은 글씨로 羅列된 數많은 條項 속에 '個人情報 蒐集 利用 同意'와 '個人情報 第3字 提供 同意' 項目도 버젓이 넣어두었다.

    德分에 斷片的이나마 몇 가지 事實들을 確認할 수 있었다. 여덟 캔짜리 麥酒를 세 묶음 以上 購買하는 男性들이 主로 어느 年齡帶에 屬하는지, 間歇的으로 마트를 訪問하는 女性 顧客들에게는 어떤 서비스 쿠폰을 發送하면 좋을지. 우리는 顧客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지 않을 만큼의 距離를 維持하며 풋내기 探偵처럼 그들의 디지털 발자국들을 읽어나가기 始作했다.

    이 대목에서 小說 『1984』의 빅 브라더를 떠올리지는 않기를 바란다. 그는 監視하고 君臨하지만 우리는 觀察하고 便宜를 提供할 뿐이다. 더구나 權力으로 치자면 그것을 손에 쥐고 흔드는 者는 供給하는 우리가 아니라 차라리 CCTV 저便의 需要者들이라 해야 옳다. 缺乏을 느끼고 欲望하면서도 變德스러운 選擇과 模糊한 反應으로 番番이 달아나버리는 消費者들. 無心한 消費와 隱密한 熱望 사이에서 제各各으로 흩어져 움직이는 물음標 같은 存在들.

    이를테면 내게는 只今 CCTV에 비치는 저 女子가 그러하다. 女子는 벌써 十 分째 廚房用品 코너를 徘徊하고 있었다. 獨逸製 透刻 접시와 폴란드産 머그盞들을 次例로 만져보고 손에 실리는 무게를 一一이 가늠했다. 無彩色 테이블보와 빌레로이앤步흐 辭意 냅킨 세트를 三 分 가까이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陳列臺 아래로 늘어뜨린 廣告性 셸프토커와 價格表 또한 注意 깊게 살펴보았다. 하고 많은 魂쇼핑族 中 내게 女子가 捕捉된 理由는 그 때문이었다. 그저 이것저것을 둘러보는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視線이 자못 執拗하고 꼼꼼했다.

    다음 瞬間 女子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프라이팬 陳列臺 쪽으로 천천히 카트를 몰고 갔다. 짙은 草綠과 어두운 朱黃色으로 도장된 프라이팬들이 CCTV 畵面 아래쪽으로 가지런히 堵列했다. 熱傳導率이 높은 알루미늄 素材로 賣出에 꾸준히 寄與하는 商品이었다. 飮食이 쉽게 눌어붙지 않는 데다 팬 內部에 色이 배이지 않아 洗滌도 容易했다. 그러나 女子는 그쪽으로는 視線 한 番 던지지 않은 채 세라믹 프라이팬 陳列臺 앞에 홀린 듯 멈추어 섰다. 베이비핑크, 크림화이트 系列의 부드러운 파스텔 톤에 우드 材質의 손잡이가 感覺的인 느낌을 주는 商品이었다. 팬 內部가 하얗다 보니 使用할수록 痕跡이 드러나는 調理器具의 特性上 管理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女子 亦是 뭔가를 考慮하는 듯 表情이 골똘했다. 그 위에 내려앉을 炭化된 기름얼룩과 欠집이라도 想像해 보는 것일까.

    나는 펜을 쥔 채 잠자코 기다렸다. 묵직한 耐久性과 視覺的인 滿足感 사이에서 女子가 어서 決定을 내리기를, 마땅한 生活의 便利와 純粹한 所有慾 사이에서 趣向을 드러내 주기를 期待했다. 그 뒤로도 한참을 망설이던 女子가 마침내 집어든 것은 二十 인치짜리 크림화이트 色 프라이팬이었다. 저 팬 위에 달걀 프라이 세 個나 올릴 수 있을까 싶어 疑訝했지만 어쨌든 나는 女子의 選擇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時間도 체크했다. 女子가 廚房用品 코너에 들어선 지 正確히 二十三 分 만의 일이었다.

    그 끝에 어림짐작으로 '三十代 女性'이라는 메모를 덧붙이다가 나는 畵面을 擴大했다. 女子의 카트 안에 담긴 것들을 確認하기 위해서였다. 熱을 加하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冷凍 스파게티니 볶음밥 같은 卽席調理食品들이 더러 눈에 들어왔다. 낱個로 包裝된 바나나 세 個와 부채꼴 模樣의 箱子에 담긴 조각피자, 그 옆으로 열두 롤짜리 化粧紙도 카트에 담겨 있었다. 오늘부터 生活用品 코너에서는 三十 롤짜리 化粧紙를 사면 똑같은 商品을 덤으로 주는 1+1 行事를 하고 있었다. 週末을 앞두고 顧客들을 誘致하기 위해 構成한 미끼 商品이었다. 그럼에도 女子는 空짜 덤을 마다하고 열두 롤짜리 패키지만 단출하게 카트에 실었다.

    한 사람이 찾는 것은 많은 境遇 그 사람 自體에 對해 알려준다. 나는 적은 容量만을 꼼꼼히 카트에 옮겨 담는 사람에 對해 想像해 보았다. 미끼商品에 쉽게 誘引되지 않는 사람. 덤으로 안기는 化粧紙 더미를 負擔스러워하는 사람. 適當히 끼니를 때울 때가 많지만 廚房器具만큼은 自身의 趣向에 따라 까다로운 選擇을 내리는 사람에 對해.

    豫測컨대 女子는 自身이 무엇을 願하는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뚜렷한 目的 없이 서성이던 廚房 코너에서 自己 趣向에 맞는 商品을 찾아낸 뒤에는 곧장 그 場所를 벗어났다. 管理하기에는 多少 不便하더라도 感覺的인 디자인을 통해 더 큰 滿足感을 얻는 便을 擇했다. 勿論 가끔은 제대로 料理를 해서 近似한 한 끼를 즐길 생각도 있으리라. 苦悶 끝에 選擇한 프라이팬으로 언젠가 아기자기한 料理 몇 가지를 선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廚房은 薰김 가득한 作業場이기보다 洗練된 調理器具들이 놓여 있는 인테리어의 한 部分으로서 더 많은 充足感을 줄 確率이 높았다. 女子에게 消費란 이렇듯 自身의 趣向과 欲望을 愼重하게 追求하는 過程이었다. 苦悶 끝에 나는 女子를 '신중한 計劃家'와 '디자인을 重視하는 消費者' 項目에 重複 分類했다.

    "잘 돼 갑니까?"

    김중남 氏가 椅子를 끌며 다가와 슬며시 물었다. 한 손에는 오늘도 달큰한 커피 香이 나는 종이컵이 들려 있었다. 顧客들이 많이 몰리는 午後부터 子正까지 勤務하는 김중남 氏에게 커피는 익숙한 疲勞와 無聊함을 눅이는 그 나름의 手段이자 强壯劑였다. 三層에 達하는 마트 구석구석이 그에게는 어느새 닳고 닳을 대로 빤해진 탓이다. 그래서인지 三交代로 勤務하는 保安要員들 中에서도 그는 唯獨 내 作業에 關心이 많았다. 한때는 나를 警備 保安職들을 感謝하러 온 本社의 廉探꾼으로 여기고 冷冷한 態度를 풀지 않았으나 꾸준히 累積되는 作業物을 지켜보며 차츰 冷氣를 풀고 好奇心을 드러냈다.

    "그냥 그렇죠, 뭐."

    나는 김중남 氏의 視線을 의식하며 슬쩍 노트를 덮었다. 廚房코너 二十三 分 滯留, 파스텔 톤 프라이팬 選擇, 感覺的인 디자인 趣向, 빌레로이앤步흐 辭意 냅킨에 關心 있음, 三十代 女性……. 노트에 적힌 것은 보기에 따라 陰凶한 스토커의 끼적거림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이 프로젝트 自體를 크게 信賴하지 않는 김중남 氏에게는 터무니없는 헛수고처럼 비칠 수도 있었다. 사람들을 觀察하고 거기에서 어떤 機會를 發見한다는 아이디어에는 基本的으로 人間의 行動을 理解할 수 있다는 前提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는 그에게 虛無孟浪한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김중남 氏에게 人間이란 永遠히 理解할 수 없는 他人이었다. 끊임없이 疑心하고 牽制의 視線을 거두지 않는 것만이 彼此 얼굴 붉힐 일을 막을 수 있었다. 善良한 顧客과 변변찮은 좀도둑, 술 醉한 眞相들을 가려내는 데 이골이 난 十一 年 次 保安要員으로서 그는 人間이라는 存在에 對해 基本的으로 悲觀的인 見解를 갖고 있었다.

    "한瞬間 헤까닥하는 거죠. 사람이란 게 그렇더라고요. 쎄한 느낌이 들어서 잡고 보면 틀림없어요. 入城도 좋고 허우대도 멀쩡한 사람들이란 말이죠. 그런데 그런 짓들을 해요. 지난달에는 어떤 젊은 아줌마가 두 살짜리 아기를 乳母車에 태우고 와서는 글쎄 ……."

    김중남 氏의 이야기 속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있다. 진저리를 치면서도 그는 自身이 目擊한 사람들을 늘 생생하게 記憶했다. 미처 다 소화시키지 못한 人間의 面面이 어쩌면 끝없이 그를 흔들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인지 그가 說破하는 人間論을 듣고 있노라면 달의 뒷面에 對해 種種 생각하게 된다. 영미圈에서는 달의 뒷面을 '달의 어두운 面(the dark side of the mo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어둡다'는 것은 빛이 不足하다는 뜻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았다'는 意味에 가깝다. 내게는 그저 消費者일 뿐이었던 사람들의 다른 한쪽에도 그와 같은 달의 뒷面이 있다. 好奇心. 充足되지 않은 欲望. 지루한 日常으로부터 달아나고자 하는 마음. 或은 무엇이 缺乏되었는지 알지 못한 狀態에서 方向 感覺 없이 暴走하는 衝動. 地球에서는 觀測할 수 없는 달의 뒷面처럼 人間은 함께 公轉하면서도 서로의 反對便에 對해 알지 못했다.

    "…… 애는 애대로 울어대고 아줌마는 아줌마대로 눈물바람으로 흐느끼고, 아이 때문에 繼續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런 것 같다고, 自己도 大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그냥 조용히 보내줬지 뭡니까. 元來는 그러면 안 되거든요."

    뜻밖의 結末에 나는 김중남 氏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종이컵에 든 커피를 꿀꺽 삼키고 未練 없이 일어서더니 거울 앞으로 다가가 이름標를 고쳐 달았다. 곧 賣場을 한 바퀴 둘러볼 셈인 듯했다. 그는 어깨 너비로 다부지게 다리를 벌리고 선 채 허리에 힘을 주고 가슴을 限껏 폈다. 모든 채비를 마친 뒤 헛기침을 하며 保安室 門을 열었다. 나는 잘 다녀오라는 뜻으로 김중남 氏를 向해 한 손을 가볍게 들어보였다. 그는 顧客들을 鄭重하게 對하지만 굽신거리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親切해지곤 했다.



    2. 報告書



    午後 다섯 時. 마케팅 팀의 공계향 氏가 保安室 出入門을 열고 들어섰다. 普通은 午後 네 時쯤 出勤해 業務를 引繼받곤 했으나 오늘은 K硏究所에 들렀다 오느라 平素보다 조금 늦었다. 오늘 午前, K硏究所에서 데이터 分析 結果가 나왔다고 連絡해 왔던 것이다. 지난週 조 理事의 指示에 따라 分析을 依賴한 資料였다. 只今 공계향 氏가 들고 있는 두툼한 書類 封套가 바로 그 結果物이었다.

    事實 簡單한 統計나 傾向 分析 程度는 會社 內의 人力으로도 消化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 理事는 深度 깊은 데이터 分析을 통해 보다 幅 넓은 視線의 示唆點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랐다. 擴張 可能한 비즈니스 모델을 打診하고, 窮極的으로는 Y마트의 方向性 提示나 未來까지도 豫測할 수 있기를 期待했다. 마침 데이터의 量만 充分하다면 意味 있는 結果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K硏究所가 나서자 조 理事는 躊躇 없이 그들에게 일을 맡겼다.

    決裁를 받기 위해 때마침 조 理事의 事務室에 있던 나는 이러한 흥정이 오가는 現場을 本意 아니게 지켜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業界 動向을 推測하는 일 程度야 可能하다 해도 未來까지 豫測할 수 있다고 壯談하는 대목만큼은 어쩐지 信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不確實한 未來를 두려워하는 누군가의 軟弱함을 다른 누군가가 機會로 利用한다는 點에서 그러했다. 그보다는 차라리 Y마트가 直面한 現實을 認定하고 '最低價 100日 퍼레이드' 같은 行事를 한 番 더 企劃하는 便이 낫지 않을까. 檢證되지 않는 機關에 덜컥 일을 맡기기보다는 그 便이 機會費用을 아낄 수 있는 選擇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沈默했다. 人間의 行動에는 上水가 없으며 따라서 어떤 社會現象에 對한 豫測이란 不可能하다고 했던 한 經濟學派의 見解를 曺 理事의 面前에서 줄줄이 읊어댈 수는 없었다. 조 理事의 얼굴에 그야말로 모처럼 밝은 微笑가, 興奮을 감추지 못한 期待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世界的으로 모든 經濟 指標가 墜落하고 있다는 것, 日本의 잃어버린 20年처럼 早晩間 韓國도 長期沈滯의 그늘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洶洶한 所聞을 마케팅 經歷 二十 年 車에 達하는 조 理事가 모를 理 없었다. 그러나 조 理事는 結局 일을 推進했고, 나는 指示에 따라 一連의 데이터들을 K硏究所로 넘겼다. 成功的인 빅데이터의 分析 事例를 애써 想起하며 우리 또한 그와 같은 事例로 꼽히기를 바랐다.

    이를테면 서울市가 深夜버스의 運行 路線을 確定하기 위해 한 通信會社의 顧客 데이터를 活用한 境遇를 들 수 있다. 듣기로 서울市는 通信會社와 諒解覺書를 맺고, 子正부터 午前 다섯 時까지의 通貨 및 文字메시지 데이터 三十億 件을 分析했다고 한다. 顧客들의 通貨 基地局 位置 데이터와 携帶폰 料金 請求地 住所를 活用해 그 두 地點을 잇는 式으로 流動 人口를 推論해 낸 것이다. 그토록 夜深한 視角에는 다들 自己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法이니까 充分히 發生 可能한 시나리오였다.

    三十億 件까지는 아니었으나 우리가 넘긴 데이터도 적지는 않았다. Y마트의 賣出이 記錄된 POS 데이터는 勿論 最近 3年間 訪問 記錄이 남아 있는 顧客들의 購買 데이터까지 包含해 그 量이 相當했다. 거기에는 Y마트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팔로우한 顧客들의 데이터도 包含되어 있었다. 포인트를 積立해 주는 條件으로 情報 提供 同意를 마친 소셜 데이터였다. 只今 공계향 氏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이 바로 그 모든 빅데이터를 分析한 資料였다.

    "어떻든가요?"

    나는 공계향 氏가 들고 있는 書類封套를 가리키며 숨을 골랐다. 어쩐지 바로 報告書를 펼쳐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케팅 팀은 마케팅 팀臺로 顧客들을 觀察하며 데이터를 蒐集하고 있었으나 外部人의 視角으로, 그것도 廣範圍하게 蒐集된 데이터로 推論해 낸 Y마트의 現在와 未來가 神經 쓰이지 않을 수는 없었다. Y마트의 賣出 不振이 줄곧 內部에서 우리 自身을 바라보는 데만 익숙해 있었던 탓이 아닌가 하는 自責도 마음을 무겁게 했다.

    공계향 氏가 우물쭈물 封套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팀長님이 直接 보시는 게……. 전 잘 모르겠어요."

    封套를 열자 三十 餘 쪽 分量의 報告書가 두툼하게 손에 잡혔다. 뭔가 다르기는 달랐다. 페이지마다 華麗하게 印刷된 圖表와 그래프는 단박에 視線을 사로잡았고, 海上도 또한 完璧했다. 結果를 羅列하고 展示하는 方法에 있어서도 매우 能爛하다는 印象을 주었는데 이는 곧 그들이 그 分野의 專門家들이 분명하다는 確信으로 이어졌다.

    報告書는 莊嚴한 목소리의 序論으로 始作되었다. 情報 技術 時代를 지나 데이터 技術 時代에 到來한 昨今의 現實을 짚어가며 빅데이터의 出現 背景에 對해 說明했고, 世界的인 活用 趨勢를 列擧함으로써 빅데이터 硏究의 當爲性을 힘주어 强調했다. 低成長 時代를 克服하기 위해 빅데이터 産業을 政府와 企業 次元에서 보다 더 支援하고 活性化해야 한다고도 쓰여 있었다. Y마트의 賣出 增大를 위한 試圖가 빅데이터 支援 活性化와 무슨 뚜렷한 關係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一旦 페이지를 넘겼다. 그러자 本論이 始作되었고 나는 곧 本格的인 混亂에 빠졌다.

    相當 部分이 데이터의 蒐集 設計와 데이터 精製 및 抽出 過程을 說明하는 데 割愛된 탓이었다. R이니 파이썬이니 하는 分析 소프트웨어의 特徵이 이러저러한데 그中 이番 分析에서는 R을 適用했으며, 分類 알고리즘은 무슨 方法을 採擇했는지, 具體的인 商品名을 蒐集하기 위해 어떤 過程을 거쳤는지 段階別로 詳細하게 說明한 페이지만 해도 折半 分量이 넘었다. 어렵사리 그 대목을 艱辛히 읽어 내자 더 큰 고비가 닥쳤다. '復讐의 意思決定 나무(decision tree)를 만들고, 各 나무의 터미널 노드(terminal node)가 두 個로 分岐하는 地點마다…… 分類 結果를 多數決하여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安定性과 正確度를 向上시키기 위해…….'

    "공계향 氏는 이게 都大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所謂 專門家라는 이들과 現場 사이의 乖離感이 이런 것일까. 그들의 言語와 우리의 言語 사이에는 쉽게 가로지를 수 없는 까마득한 구렁이 가로놓여 있었다. 나는 기꺼이 나의 無知를 드러내며 공계향 氏에게 答을 재촉했다. 하지만 공계향 氏는 잘못 써온 反省文을 提出한 學生처럼 주먹 쥔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안절부절못할 뿐이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大部分의 페이지를 건너뛴 채 얼마 되지 않는 結果 分析 페이지를 펼쳐들었다. 나로서는 五里霧中인 이 嚴正한 科學의 言語들이 到達해 있을 結果를 듣기 위해서였다. 多幸히 말랑말랑한 俗世의 말들로 쓰인 몇몇 대목이 눈에 띄었다.



    ? 月別 購買金額이 百萬 원 以上인 顧客들 中 매우 트렌디한 傾向이 있는 顧客 세그먼테이션은 스포츠 스타 P氏를 좋아하는 傾向이 높다.

    ? 캡슐 커피 머신과 캡슐 커피를 同時에 購買한 顧客들은 白眉 十 킬로그램, 洗濯洗劑 四 리터, 샴푸와 컨디셔너를 한꺼번에 購買할 確率이 個別 顧客當 72.8퍼센트에 達했다.



    첫 番째 分析은 Y마트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팔로우한 顧客들의 소셜 데이터에 月別 累積 金額을 交叉 分析한 結果였고, 두 番째 것은 顧客들의 購買 記錄을 商品群別로 나누어 分析한 內容이었다.

    "VIP 顧客들에게 謝恩品으로 스포츠 스타 P氏의 브로마이드라도 나누어줘야 하나?"

    내가 듣기에도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공계향 氏도 왈칵 성을 내며 對答했다.

    "그런데 팀長님, 스포츠 스타 P氏는 누구나 다 좋아하지 않나요? 그 사람은 안티도 없다고요!"

    "어쨌든 캡슐 커피 머신을 使用하는 사람들도 꾸준히 밥을 먹고, 빨래하고, 머리를 감는다는 事實만큼은 분명하게 確認되었네요. 72.8퍼센트의 壓倒的인 確率로."

    몇 페이지 뒤에 나오는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結果는 더 暗鬱했다. 텍스트 마이닝이란 自然語, 그러니까 俗世의 言語로 쓰인 텍스트 가운데 意味 있는 情報를 發見하는 技術을 뜻한다. 言語學科 統計學, 機械 學習 等을 基盤으로 글에 담긴 主要 키워드들을 抽出하여 傾向을 把握하는 分析 技法이었다. 그림으로 說明하자면, 갖가지 色깔의 크고 작은 글씨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네모난 畵面을 떠올리면 된다. 이때 글씨가 클수록 比重이 높고 重要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었다.

    Y마트 顧客들의 소셜 데이터에서 抽出한 텍스트 마이닝度 꼭 그와 같은 그림으로 形象化되어 있었다. 다만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의 그것처럼 近似하지 않았을 뿐이다.



    最低價. 싼맛. 서비스 쿠폰. 句麗. 포인트. 曖昧함. 1+1. 化粧紙. No關心. 割引行事. 淸掃機. 조각피자…….



    나는 조용히 報告書를 내려놓았다. 나의 Y마트가 온라인에서 그와 같은 致命的인 낱말들로 난타 當하고 있다는 슬픔과는 別個로 머릿속이 複雜했다. 第4次 産業革命, 데이터 技術 時代에 걸맞게 素朴하나마 몇 가지 戰略을 樹立하고자 했던 조 理事와 우리에게 現實은 너무나 苛酷했다.

    報告書 끝에는 作成者의 意見도 添附되어 있었다. 自身들이 보기에도 分析 結果가 未盡하다 싶었는지 손으로 遑急히 덧붙여 쓴 메모였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有意味한 데이터가 充分히 確保되지 않아 結果 分析에 多少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좀 더 많은 量의 데이터가 確保된다면, 다양한 機械 學習 알고리즘을 통해 購買 豫測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期待합니다.



    이 사람들아, 問題는 데이터가 아니라 解釋이야. 나는 메모를 外面하며 끝내 報告書를 덮었다. 原因과 結果, 作用과 反作用. 우리에게 必要한 건 그와 같은 强力한 因果關係였다. 하지만 우리가 주운 디지털 빵 조각들은 어딘지 조금씩 異常한 模樣으로 어긋나 있었다. 萬能열쇠처럼 여겨지던 새로운 時代의 幽靈 亦是 決定的인 質問 앞에서는 느슨한 相關關係 以上으로 人間을 表現해내지 못했다.

    어쩌면 빅데이터가 問題가 아니라 우리에게 그것을 洞察할 만한 '빅인사이트'가 不足한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視線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소셜 미디어에서 眞率하고 正確한 意見을 求하려 했던 判斷 自體가 安易했는지도. 아니, 애初에 前提부터 잘못되었다. 數字로 産出된 데이터로는 그 要領不得意 存在들에 가닿을 수 없다는 것. 人間은 決코 그런 式으로 말끔하게 還元되지 않는다는 것. 시그널로 치자면 人間은 騷音이 많은 信號에 屬했다. 누구도 다른 누군가에게 自身의 뜻과 마음을 穩全히 電送할 수 없다. 우리의 疏通은 部分的으로 늘 어떤 그림자에 가로막히며 誤解와 歪曲과 偶然을 거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簡略한 眞實만을 서로의 손에 쥐어줄 따름이다. 하물며 그와 같은 深淵에서 果然 우리가 뭔가를 計量해 낼 수 있을까.

    "공계향 氏, 이 報告書 우리 말고 또 누가 봤나요?"

    "아직은 저희뿐이에요. USB에도 報告書 파일을 담아오긴 했는데 조 理事님께는 어떻게 올려야 할지……."

    採擇되지 않은 報告書는 費用이 된다. 어떻게든 報告書를 活用해 프로젝트를 살려야 했다. 所期의 成果를 거뒀노라고 說明할 만한 그 무언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 膾炙될 만한 그 무언가를…….

    나는 문득 스포츠 스타 P氏의 캘린더를 製作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에 사로잡혔다. 빅데이터의 分析 結果에 따라 P氏의 캘린더를 製作하겠다고 稟議書를 올리는 거다. 왜냐하면 빅데이터가 그렇게 말하니까. 깐깐한 任員陣들度 빅데이터라면 쉽게 딴죽을 걸지 못할 테니까. 또 사람들이 P氏를 워낙 좋아한다고 하니까. 하물며 요즘은 달曆을 나눠주는 곳도 別로 없지 않은가. 여기에 對外 活動에 消極的인 P氏의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입所聞을 살짝 얹어서……. 아니, 이참에 P氏를 Y마트의 모델로 起用하는 거다. 왜냐하면 曖昧하고 구린 이미지, No 關心인 Y마트의 이미지를 改善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救援投手가 없으니까. 캡슐 커피 머신을 購買한 顧客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으므로 그들을 對象으로는 '끓는點을 向해 마지막 1度를 올려라.'와 같은 P氏의 名言이 印刷된 머그컵을 謝恩品으로…….

    '스포츠 스타 P氏'와 '달曆'으로 點火된 뉴런 하나가 시냅스와 축삭돌기를 따라 달리며 前頭葉과 後頭葉, 側頭葉과 頭頂葉 사이에서 暴走하고 있었다. 나는 들불처럼 번져가는 頭腦 속의 電氣信號에 가까스로 制動을 걸었다. 왠지 자꾸만 잠겨 들어가는 목소리를 돋우며 공계향 氏에게 말했다.

    "一旦 여기 나온 內容을 最大限 活用할 수 있도록 苦悶해 봅시다. CCTV 觀察 데이터도 蒐集 中이고, 다음 週에는 인터뷰 日程도 잡혀 있으니까요."

    CCTV를 골똘히 들여다보던 공계향 氏가 네, 하고 조그맣게 對答했다. 테이블에 펼쳐놓은 그女의 노트에는 프레임 單位로 쪼개진 觀察 데이터 代身 헝클어진 線 模樣의 落書로 가득했다. 只今 우리가 處한 狀況을 꼭 닮은 저 落書는 信號일까, 아니면 騷音일까. 어쩐지 더 무거워진 듯한 報告書를 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계향 氏는 그럼 이만, 하는 듯한 고갯짓을 하고는 다시 CCTV 觀察 모드로 돌아갔다. 수고해요, 하고 退勤 人事를 하면서 뒤를 돌아볼 때까지도 공계향 氏는 한손에 펜을 움켜쥔 채 微動이 없었다.



    3. 逆觀察



    地下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을 때 재킷 주머니에 넣어둔 携帶폰이 짧게 振動했다. 나는 아마도 아내일 것이라고 推測하며 携帶폰을 꺼내들었다.



    오늘 金曜日인 거 알지? 아홉 時에는 집에서 出發해야 하니까 늦지 않게 와 줘.



    勿論 잊지 않고 있다. 벼락이 치고 바람이 去勢도 一步 後退 없이 前進하는 아내의 金曜日 徹夜禮拜 스케줄을 내가 어찌 잊겠는가. 나는 아내의 歸家 命令에 고분고분 알았노라고 答狀을 보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結婚 前부터 몰던 아내 所有의 2009年度式 소나타가 오늘도 無事히 아내를 敎會까지 실어다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내는 크리스천이었다. 그리스도의 軍兵답게 日曜日은 勿論 金曜日 밤의 徹夜禮拜度 빼먹는 法이 없었다. 그때마다 나는 아내 혼자 홀가분하게 敎會에 다녀올 수 있도록 어린 딸을 돌보며 내 나름의 配慮를 하고 있다. 말하자면 나는 敎會에 나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新婚 初에는 아내와 함께 駐日 성수라는 것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모든 건 變하는 法이다. 그저 一週日에 한 番, 主日禮拜에 參席할 뿐이었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熱血 信徒로 돌아선 것처럼. 공교롭게도 그 時期가 우리 夫婦의 미지근한 倦怠期와 맞물려 始作되었다는 事實은 그저 偶然의 一致일 것이다.

    아내의 金曜日 밤 外出은 一 年 前부터 始作되었다. 徹夜라고는 해도 子正께面 꼬박꼬박 집으로 돌아왔으므로 크게 問題 삼을 件 없었다. 하지만 金曜日 밤마다 잔뜩 눈이 부은 얼굴로 歸家한다는 事實만큼은 가만히 두고 볼 일이 아니었다. 무슨 緣由에서인지 그 뒤로도 아내는 每週 비슷하게 망가진 얼굴로 돌아왔다.

    그제야 나는 아내에게 車가 必要한 理由를 알 수 있었다. 부은 눈과 운 것이 분명한 얼굴을 他人에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정작 집을 나설 때마다 아내는 큼직한 自動車 열쇠를 손에 쥔 채 辨明하듯 이렇게 덧붙이고는 했지만 말이다. 醉客들 사이에 섞여 앉아 歸家하는 것도 不安하고, 버스가 끊길까 봐 祈禱를 하다 말고 종종거리며 敎會를 나서는 것도 싫다고.

    내가 弄으로라도 그럼 그냥 집에 있으면 되잖아, 하고 대꾸하지 않는 건 아내가 이 問題에 關한 限 대단히 眞摯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結婚을 約束할 때부터 아내의 宗敎에는 一切 關與하지 않기로 다짐을 해 둔 터였다(아내는 每番 이 '宗敎'라는 表現을 '信仰'으로 訂正했다). 一種의 神聖不可侵 領域을 일찌감치 設定해 둔 셈이었다.

    金曜 徹夜禮拜는 밤 열 時에 始作해 讚揚과 說敎로 一端을 맺었다. 그 뒤에는 出口 周圍의 照明 몇 個만을 남겨둔 채 禮拜堂 全體의 모든 불을 껐다. 周圍의 視線을 神經 쓰지 않고 저마다의 祈禱에 集中할 수 있도록 雰圍氣를 造成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適當히 떨어져 앉아 祈禱를 始作했다. 나직한 가스펠이 흐르는 가운데 혼잣말 하듯 무언가를 읊조리는 사람도 있었고, 두 팔을 치켜들고 목 놓아 懇求하는 이들도 있었다. 個中에는 解釋이 不可能한 異邦의 言語로 速射砲 같은 方言을 터트리는 사람도 있었다.

    아내는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렇다, 나는 信仰心 때문이 아니라 아내에 對한 好奇心 때문에 禮拜에 參席한 적이 있음을 告白한다). 어둠이 짙어 仔細히 볼 수는 없었지만 이따금 손手巾으로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그렇게 울다가 한숨과 함께 呼吸을 고르는 休止期를 거치고 난 뒤 다시 눈물을 닦아내는 過程이 三十 分 넘게 되풀이되었다.

    그날 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먼저 돌아오면서 나는 스멀스멀 치밀어 오르는 背信感에 몸을 떨었다. 아내의 속엣말들을 고스란히 傳해 듣는 神에게 嫉妬가 났다. 아내에게도 火가 났다. 自身의 가장 軟弱한 모습을 내가 없는 곳에서 드러낸다는 事實 때문이었다. 어떤 面에서 그것은 마치 伴侶者인 나에 對한 冷嚴한 評價처럼 느껴졌다.

    時間이 흘러 憤怒가 차츰 稀微해진 뒤에는 두서없이 떠오르는 質問으로 마음이 어지러웠다. 大關節 무슨 祈禱를 하기에, 어떤 아픈 속내를 묻어두었기에 사람이 저렇게 온 마음을 다해 울 수 있단 말인가? 무엇 때문에? 大體 왜?

    떵떵거리게 살게 해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꼬박꼬박 月給을 갖다 바치고 있었고(대부분의 男便들이 第一 먼저 내세우는 말이기는 하다), 딴 생각을 한 적도 없다(다른 男便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眞實하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購買한답시고 現金을 몰래 融通할 만큼 잔머리를 굴리指導 않았다(게임을 즐기지도, 잘 하지도 못한다). 一週日에 한 番뿐이기는 해도 딸에게 童話도 척척 읽어준다(그 아이가 내가 들려준 童話를 듣고 種種 惡夢을 꾸는 건 내 탓만은 아니다).

    이런저런 苦悶 끝에 到達한 結論은 아내가 나에게 無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란 듯이 눈물의 痕跡을 드러낸 건 아니었으나 애써 감추지도 않는다는 事實 自體가 하나의 信號가 아닐까. 어둠에 얼굴을 지운 채 캄캄한 禮拜堂에 앉아 있어야만 비로소 鎭靜이 되는 어떤 헝클어진 마음의 騷音이 있다는 것일까. 허나 어렵사리 그에 關한 말을 꺼내려 들면 아내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다가는 當身한테 고마운 게 참 많아, 하고는 이내 視線을 돌렸다.

    그래서 아내의 눈물은 信號 對 雜音比(Signal-to-Noise Ratio, SNR)로 치자면 데시벨이 낮은 死因처럼 느껴졌다. 모든 信號에는 騷音이 섞여 있다는 科學的 事實을 勘案하더라도, 어떤 것이 信號이고 어떤 것이 騷音인지 把握하기 힘들 만큼 노이즈가 많이 섞여 있었다는 뜻이다. 웬만해서는 이렇다 할 要求를 하지 않는 아내가 金曜日 밤만큼은 내게 配慮를 要求했고, 平素와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하고 歸家했다. 그러나 金曜日 밤을 除外하면 아내는 如前히 快活했으며 戀愛 時節처럼 間或 싱거운 장난을 치기도 했다.

    어쩌면 아내의 死因은 내 對答이 必要하지 않은 信號인지도 몰랐다. 노이즈의 波高가 높달 뿐 일方向으로 내달리는 저 自身만의 시그널로서 滿足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아내의 부은 눈에 끝내 淡淡해졌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아내의 모든 態度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뻔뻔하게도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白色騷音. 이를테면 나는 아내의 눈물을 바람 소리나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 같은 一種의 화이트노이즈에 不過하다고 여겼다. 그러므로 모든 건 前과 다름없다고. 아내의 定期的인 外出, 부은 눈만 빼면.



    미현이가 當身이 童話 읽어주는 날이라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 참, 엘사 人形 사오는 것도 잊지 말고.



    미현이는 디즈니가 膳賜한 판타지에 限껏 빠져 있는 우리 딸의 이름이다. 눈과 얼음을 操縱하는 그 아렌델 王國의 女王에게 여섯 살 우리 딸은 온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女王다운 成熟함과 氣品보다는 優雅하게 땋아 내린 金髮과 푸른빛 드레스에 더 빠져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비된 立場에서는 敎育放送의 뽀로로 동산에 딸아이가 되도록 오래 머물러 있기를 바랐으나 子息이란 本來 父母 마음대로 되지 않는 法이다. 어린이날, 職員 割引價로 購入한 뽀로로 버스를 건네자 아이가 마지못해 하던 말을 나는 只今도 또렷하게 記憶한다.

    "이런 건 아기들이나 가지고 노는 거야."

    아기가 아기 特有의 혀 짧은 發聲으로 그런 말을 할 때 어버이는 쏜살같은 歲月의 뒤便에서 홀로 鬱寂해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一週日에 單 하루, 오늘만큼은 더 以上 公式的으로 아기가 아닌 딸아이를 내가 재워야 했다. 두 週 前부터 손가락을 걸고 約束했던 膳物이 더해진다면 오늘의 마지막 日程은 큰 問題없이 終了될 것이다.

    나는 엘리베이터에 올라 三層 버튼을 눌렀다. 玩具 코너는 二層에 있었지만 엘리베이터 內部의 二層 버튼은 作動되지 않도록 잠겨 있었다. 따라서 마트 一層으로 進入해 賣場 內部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二層으로 오르든지, 三層 賣場까지 올라가서 그 안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로 다시 한 層을 내려가야만 했다. 狡猾한 마케터든 똘똘한 建築家든 누군가 顧客들의 移動 動線을 그렇게 設計해 두었다.

    그것은 곧 二層에 陳列된 샴푸 하나를 사기 위해 一層의 新鮮食品과(벌써 橘이 나왔네!) 加工食品 코너를 지나(집에 豆乳가 떨어졌는데 마침 30% 割引 行事를! 이참에 아예 두 박스 사서 쟁여 두자) 化粧紙나 키친타올 같은 生活 雜貨 코너를 두루 거쳐야 한다는 意味였다. 이런 事情은 三層에서 二層으로 進入하는 顧客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三層 出入口 近處에 布陣한 電子製品 코너를 于先 通過해야 했으며(SSD를 裝着한 노트북 價格이 七十九萬九千 원밖에 안 하다니!) 스포츠用品 賣場도 반드시 지나쳐야 했다(일 年에 몇 番 신지도 않을 機能性 러닝화를 말없이 만지작거린다). 이 複雜한 經路 때문에 顧客들은 알면서도 每番 걸음을 멈추고 紙匣 속 形便을 헤아려야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Y마트가 堅持하는 科學이었다.

    이러구러 二層에 到着한 나는 캐릭터 商品을 모아 둔 코너로 向했다. Y마트에 在庫가 있는 엘사 人形은 한 種類뿐이었다. 二萬 원짜리 엘사가 바로 그것이었는데 폭신한 三等身 솜人形으로 앞머리를 내려 동그랗게 萬 모습이 相當히 귀여웠다. 허나 바로 그 點 때문에 自身이 더 以上 아기가 아니라고 主張하는 딸아이에게는 아가들의 장난감처럼 비칠 憂慮가 있었다. 인터넷에서 봐두었던 엘사 人形처럼 팔다리의 關節을 구부릴 수도 없었고 부드러우면서도 斷乎한 눈매로 엘사 特有의 캐릭터를 再現해내지도 못했다.

    나는 別 道理없이 二萬 원짜리 엘사를 골라 玩具 코너를 빠져나왔다. 딸아이가 이걸로 滿足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러고도 왠지 失敗한 쇼핑이라는 느낌을 곱씹으며 計算臺를 向해 걷고 있을 때였다. 또 한 番 携帶폰이 짧게 振動했다. 이番에도 아내인가 싶어 確認해 보니 뜻밖에도 功계향 氏가 보낸 메시지였다.



    팀長님, 엘사 人形도 좋지만 엘사 드레스를 膳物하는 건 어떨까요? 저라면 人形을 가지고 놀기보다는 直接 엘사가 되고 싶을 것 같아요. 只今 서 계신 地點에서 오른쪽으로 다섯 걸음쯤 가면 캐릭터 코스튬 코너가 있답니다. 參考하세요. ^^



    나는 공계향 氏가 보낸 文字를 보면서 周圍를 두리번거렸다. 學習紙와 스티커 北 販賣臺 위쪽으로 'CCTV 撮影中'이라는 案內文과 카메라가 눈에 띄었다. 공계향 氏는 只今 저 카메라로 나를 본 것이 분명했다. 死角地帶 없이 賣場을 비추는 카메라가 나와 엘사 人形의 이미지를 공계향 氏에게 實時間으로 中繼한 것이다.

    CCTV 밖에서 사람들을 觀察하던 立場에서 이제 逆으로 觀察 當하는 立場이 되었다는 事實을 깨닫자 나는 좀 妙한 氣分에 휩싸였다. 공계향 氏가 일러준 코스튬 코너로 주춤주춤 걸어가던 길에 또 다른 CCTV 카메라를 發見하고 나는 結局 걸음을 멈췄다. 그 카메라 亦是 人氣 絶頂의 캐릭터 피규어와 三十 代 後半 職場인 男性의 이미지를 只今 고스란히 공계향 氏에게 送出하고 있을 터였다. 나는 한손에 엘사 人形을 든 채 어정쩡한 微笑를 지으며 카메라를 向해 손을 흔들었다. 그런 나를 보며 地下 保安室에서 공계향 氏도 손을 흔들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4. 趣向의 學習



    딸아이의 房에는 작은 寢臺와 키 낮은 冊張, 베이비張이라고도 부르는 크림色 서랍欌과 당근 模樣의 손잡이가 달린 옷欌이 있다. 자질구레한 장난감을 넣어두는 서랍式 收納帳도 있다. 노랑, 軟豆, 粉紅, 파랑. 제各各 다른 色의 플라스틱 收納 바구니가 달린 것으로 原木 프레임 안쪽의 파인 홈에 바구니를 걸어 서랍처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도록 製作되었다. 이 모든 家具들의 높이는 一 미터 內外로 내 가슴 언저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雅淡한 家具들로 가득한 房 한가운데 나는 구부정히 서 있다. 더 以上 아기가 아닌 딸아이가 아직 準備를 마치지 못한 까닭이다. 敎會에 간 아내 代身 도와주려고 해도 딸아이는 王位 繼承을 앞둔 女王이라도 된 羊 謹嚴하게 손을 내밀어 拒否 意思를 밝혔다.

    Y마트에서 사온 高級型 엘사 드레스에는 構成品이 여럿 包含돼 있었다. 팔꿈치까지 올라오는 掌匣 한 켤레와 잘못 만졌다가는 똑 부러질 것 같은 魔法棒, 푸른色 큐빅이 박힌 王冠 模樣의 머리띠까지 들어 있었다. 내 記憶으로는 엘사가 搖亂하게 治粧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것 같지만 애니메이션 原作을 본 지 워낙 오래된 탓에 確信할 수는 없다.

    어쨌든 그 탓으로 딸아이의 治粧에는 時間이 오래 걸렸다. 드레스라는 것이 本來 着用하기에 번잡스러운 옷이기는 했다. 게다가 期待하지 않았던 膳物에 對한 아이의 歡喜와 興奮으로 옷을 입고 머리띠를 두르는 모든 過程이 더디게 進行되었다.

    事實 딸아이에게 엘사 人形이 一種의 '니즈'가 된 지는 꽤 오래 됐다. 같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또래들이 大部分 이미 엘사 人形을 가지고 있었고, 魔法棒이니 머리띠니 하는 엘사 아이템을 着用하고 登院하기도 했다. 딸아이는 <겨울王國>을 보기도 前에 그 반짝거리는 것들에 먼저 眩惑되었다. 셀럽이나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에 팔로어들이 좋아요, 를 누르듯 또래들의 趣向을 學習하며 좋아요, 를 외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疏外되지 않기 위해, 또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나쯤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는 地境에 이르렀다.

    "내 親舊들은 다 가지고 있단 말이야!"

    딸아이가 사달라는 대로 손에 쥐어 주었으면 잠깐 가지고 놀다가 今方 싫症을 내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내는 冊에 비해 人形이나 장난감만큼은 함부로 사주지 않았고, 그 탓에 딸아이의 엘사 니즈는 充足되지 못한 채 '必要하다'가 아니라 어느덧 '꼭 갖고 싶다'가 되었다. 그리고 그 渴望은 또래 中 누군가 지니고 있던 엘사 人形이라는 具體的인 對象을 向해 集中되었다.

    "엘사 人形보다 이게 더 비싸고 좋은 거야. 이 하늘하늘한 시폰 素材의 망토를 보렴. 너는 이제부터 엘사가 되는 거야."

    나는 瞬發力 있게 판타지를 注入했다. 幸여나 엘사 人形을 찾으며 울어대는 不祥事를 막기 위해서였다. 多幸히도 딸아이는 人形 代身 드레스를 받고도 自身이 내내 願했던 바가 바로 이것이었다는 듯 와락 달려들어 그것을 所重히 품었다. 더 비싸고 좋은 것이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공계향 氏의 말대로 엘사가 되는 것이 아이 自身조차 認知하지 못했던 숨겨진 欲望이었던 것일까. 어쨌든 이 어린 顧客의 滿足은 나의 기쁨이었다.

    드디어 着裝을 마친 아이가 엘사 掌匣을 낀 팔을 쭉 뻗어 房 한쪽에 놓인 민트色 토끼 椅子를 가리켰다. 바른 姿勢로 앉는 習慣을 들인다는 그 플라스틱 椅子는 百 퍼센트 國內에서 生産된 믿을 만한 商品으로 나 같은 成人 男子가 무게를 실어 앉아도 끄떡없었다. 다리길이가 맞지 않아 조금 不便하다는 點만 빼면 토끼의 두 귀 模樣을 한 등받이가 荷重을 탄탄히 支撐해주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 椅子를 끌어다 아이의 寢臺 곁에서 童話를 읽어주고는 했는데 어느덧 이것이 一種의 點火 버튼이 되었다. 金曜日 밤, 童話 읽기, 토끼 椅子가 하나의 箱子에 담긴 構成品처럼 딸아이와 나의 한瞬間을 同心圓으로 묶고 있는 셈이었다. 언젠가 딸아이도 나만큼 키가 자라고 머리가 여물겠지만, "이런 건 애들이나 가지고 노는 거잖아"라는 말로 내가 사온 또 다른 장난감과 膳物들을 싱겁게 내칠 수도 있겠지만 그 鬱寂한 想像 속의 場面들은 아직 여기에 到着하지 않았다. 只今으로서는 엘사 드레스를 입고 寢臺에 얌전히 누워 있는 저 아이에게 이야기를 읽어줄 時間이 充分했다.

    딸아이가 嚴肅한 提議를 主管하는 祭司長처럼 내게 눈짓을 했다. 모처럼 騷音 없이 또렷한 그 信號에 나는 寢臺 곁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始作한다.

    응.

    題目, 개구리 王子

    응.

    옛날, 아주 먼 옛날, 한 王國에 예쁜 公主님이 살았어요.

    응.

    미현이 엄마나 미현이처럼 예쁜 公主님이었지요.

    히히.

    正말이에요. 어느 날 公主는 아버지인 王에게 黃金 공을 膳物 받았답니다.

    응.

    반짝반짝 金빛으로 빛나는 아주 멋진 공이었지요.

    응.

    公主님은 숲속에서 黃金 공을 갖고 혼자 놀고는 했어요.

    응.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했던 거예요.

    으응.

    公主님은 鬱蒼한 숲속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幸福해 했어요.

    鬱蒼한 게 뭐야?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졌다는 뜻이야. 그러면 숲속에 그늘도 많고 시원하겠지?

    응.

    그렇지만 너무 그늘이 많으면 어두워서 좀 무섭겠지?

    응.

    그래서 公主님은 햇빛도 잘 내리쬐고 蓮못도 있는 큼지막한 菩提樹나무 아래 앉아 있고는 했답니다.

    菩提樹나무 본 적 있어.

    그래?

    응. 엄마랑 植物園에 가서 봤어. 조그마한 빨간 열매가 이만큼 많이 달려 있었어.

    그랬구나. 菩提樹나무를 엄마랑 같이 봤구나.

    응.

    아무튼. 公主님은 蓮못 옆에서 第一 좋아하는 놀이를 하며 즐거워했어요. 黃金 공을 하늘 높이 던졌다가 두 손으로 다시 받았지요. 그렇게 黃金 공을 하늘 높이 던졌다가, 다시 받았다가, 또 다시 하늘 높이 던졌다가……

    繼續해, 아빠.

    아직 안 자는구나.

    응.

    公主님은 繼續 黃金 공을 가지고 놀았어요. 그러다 그만 蓮못에 풍덩 黃金 功을 빠트리고 말았답니다.

    어떡해.

    얼른 黃金 공을 꺼내려고 했지만 蓮못은 아주 깊었어요. 公主님은 속이 傷해서 울기 始作했지요. 처음에는 훌쩍훌쩍 작은 소리로 울다가 漸漸 더 크게 울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黃金 功을 蓮못에 두고 갈 수도 없었고, 혼자 힘으로 꺼낼 수도 없었죠. 그렇게 한참 울고 있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公主님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았어요. 그랬더니 개구리 한 마리가 蓮못 밖으로 머리를 삐죽 내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응.

    개구리가 말했어요. 公主님, 왜 그렇게 우는 거예요? 公主님이 말했어요. 내 黃金 공이 蓮못에 빠져서 울고 있어.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공이거든. 하지만 蓮못 깊숙이 빠져 버려서 꺼낼 수가 없어. 그러자 개구리가 公主님에게 말했어요. 제가 公主님을 위해 黃金 공을 꺼내 올게요. 그러니 그만 눈물을 닦으세요…….



    눈물 많은 公主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아내 생각이 났다. 只今쯤은 敎會에 到着했겠지. 부쩍 추워진 날씨에 종종걸음으로 어깨를 웅크리고 걷겠지. 드레스 차림으로 외롭게 氷山을 오르던 <겨울王國> 속 엘사의 모습도 불현듯 그 위로 겹쳐졌다. 내色하지 못했던 묵은 感情을 터트리고 아무도 없는 곳에 自身만의 얼음 宮殿을 完成한 뒤, 그女는 뭐라고 외쳤던가. 외롭다고, 하지만 자유롭다고 그랬던가.

    혼자 있을 곳을 찾아내기 위해 아마도 女子들은 恒常 어딘가로 가곤 하는가 보았다. 魔法을 統制할 方法을 찾지 못해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멀리 떠나던 엘사처럼 或은 나의 아내처럼 혼자 있기 좋은 얼음의 性, 혼자 있기 좋은 불 꺼진 禮拜堂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까무룩 잠이 든 딸아이를 한동안 내려다보다가 나는 그림冊을 덮었다. 일찌감치 잠이 든 딸아이 德分에 오늘은 世上에 하나밖에 없는 童話를 만들지 않아도 되었다. 蓮못에서 黃金 공을 꺼내 온 개구리가 그걸 빌미로 公主의 城에 쳐들어오거나 公主의 寢室에서 함께 잠들겠다고 우겨대기 前에 아이가 잠들어서 多幸이었다. 火가 난 公主가 개구리를 집어 들어 壁을 向해 세게 내동댕이치기 前에 말이다. 名作 童話라는 이름으로 流通되는 이야기에는 亂暴한 場面들이 慇懃히 많았다. 世界를 二分法的으로 바라볼 뿐 아니라 숱한 王子와 公主들을 動員해 偏見을 强化했다. 그래서 이야기 속 人物들은 穩全히 幸福하든지 完全히 不幸했다. 至極히 善하거나 至毒히 惡했다. 우리가 사는 世上이 꼭 그렇게 穩全하거나 至極하지 않다는 事實은 그래서 때로 慰勞가 되기도 하고 境界가 되기도 했다.

    드레스의 푸른빛 탓인지 아이가 조금 추워 보여서 나는 이불을 단단히 여며주었다. 窓門을 잠그고 보일러 溫度調節器를 調整했다. 그러고도 아이 房의 門고리를 잡은 채 나는 다시 한 番 房안의 모든 것들이 各自의 자리에서 제 機能을 다하고 있는지 確認했다. 불을 끄자 아이와 흰 寢臺 위로 어두컴컴한 그늘이 드리워지고 窓밖의 風景이 채도 낮은 그림처럼 壁 위에 걸렸다. 洞네 商店들의 노랗고 빨간 看板 불빛 사이로 두 個의 붉은 十字架가 일정한 距離를 두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작게 明滅하는 빛의 點들 사이에서 그것은 매우 뚜렷한 信號처럼 어딘가를 向해 붉은 빛을 送出하고 있었다.



    5. 인터뷰



    "緊張하실 必要 없어요. 그냥 자연스럽게 對答하시면 됩니다."

    공계향 氏가 男子12에게 말했다. 男子12街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거 처음이라서 좀 떨리네요. 入社 面接 볼 때 생각도 나고……."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平素 Y마트를 利用하면서 느꼈던 點들을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Y마트에서 한 行事 中에 좋았던 거라든지 改善해야 할 點이나 建議事項도 들려주시면 좋겠고요."

    공계향 氏는 잘 訓鍊받은 인터뷰어처럼 차분한 말套로 男子12를 안심시켰다. 인터뷰 對象者의 말에는 그처럼 淡淡하게 反應하는 것이 重要했다. 共感은 傾聽하는 눈빛 程度면 充分했다. 자칫 質問者가 지나친 共感을 표하면 相對 亦是 誇張된 答辯을 하거나 實際와는 다른 말을 늘어놓게 될 수도 있었다.

    激해진 感情만큼 情報를 表現하는 말들이 衆口難防으로 튀어나오는 것도 問題였다. 個人에 따라 매우 다르게 活用되는 形容詞와 府使의 境遇, 그런 現象이 特히 더 두드러졌다. 그 高低長短의 微妙한 뉘앙스를 吳와 熱을 맞춘 데이터의 形態로 蓄積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眞짜 좀 그랬어요."와 "그런 部分은 많이 改善되어야 할 것 같아요."하는 말에 담긴 失望感을 헤아리며 공계향 氏가 世上 多情한 얼굴로 "그걸 별점으로 表現하신다면 하나일까요, 두 個일까요?"하고 묻는 데에는 그런 까닭이 있었다.

    "저희가 報告書를 作成해야 해서요. 追後 正確한 答辯 作成을 위해 錄畫를 했으면 하는데 괜찮을까요? 不便하시면 언제든 錄畫를 中斷하실 수도 있습니다."

    공계향 氏가 캠코더의 버튼을 가리키며 男子12에게 말했다. 그러자 男子12街 順順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自身의 집까지 公開한 터라 그랬는지 男子12는 大體로 모든 提案에 肯定的인 便이었다.

    男子12는 오늘의 세 番째 인터뷰이로 三十 代 初盤의 職場人이었다. 작은 寢室이 딸린 스무 坪 남짓한 오피스텔에 혼자 居住하고 있으며, Y마트에서 每月 五十萬 원 以上의 商品을 購買하는 顧客이기도 했다. 또한 그는 Y마트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訪問 인터뷰를 申請한 百六十七 名 가운데 한 사람으로 우리가 찾는 1人 家口의 條件에 正確히 符合했다.

    本來 우리는 스무 名 內外의 對象者를 念頭에 두고 인스타그램에 公知를 올렸다. 우리가 내건 條件은 세 가지였다. 直接 顧客들의 집을 訪問해 그곳에서 인터뷰를 進行한다는 것과 열흘間 室內에 CCTV를 設置해 그 錄畫 內容을 마케팅 資料로 活用하겠다는 것이었다. 세 番째 條件은 外部에 調査 內容을 發說하지 말라는 當付였는데, 이 部分에 對해서는 처음부터 크게 期待하지 않았다. 認證과 誇示에 목마른 디지털 遊牧民들 탓에 빠르든 늦든 流出은 언젠가 한番은 벌어질 일이었다. 우리로서는 그 時間을 遲延시키고 若干의 注意를 喚起시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足했다.

    다만 私生活을 公開할 사람들이 있을지 그게 걱정이었다. 한 時間 남짓 進行하는 인터뷰라고는 해도 모르는 이들을 집안으로 들인다는 건 아무래도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오죽하면 申請者가 몇 名 나오든 一旦 作業을 進行해 보라고 조 理事 쪽에서 우리 팀을 督勵할 程度였다.

    그런데 事例로 提供하기로 한 五十萬 원 相當의 Y마트 商品券 때문인지는 몰라도 豫想보다 많은 사람들이 申請者 名單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는 쉽게 三十 名의 標本 集團을 추려냈다. 막상 對象者로 選定된 뒤 抛棄 意思를 밝혀온 사람들도 있었기에 그 빈자리를 채우느라 그저 하루이틀 時間이 遲滯되었을 뿐이다.

    公式的으로 우리는 이番 인터뷰 調査가 Y마트 顧客들의 滿足度에 關한 것이라고 說明했다. 하지만 그건 表面的인 理由에 不過했다. 正確한 意見을 들을 생각이었다면 인터뷰보다는 設問 調査를 하는 便이 나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말보다 活字로 疏通할 때 거짓말을 덜 하는 傾向이 있었다. 調査에 들어가는 費用으로 보나 人力 排置에 있어서도 設問 調査가 훨씬 合理的인 選擇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訪問 인터뷰를 强行했던 것은 우리의 眞짜 目的이 1人 家口를 訪問해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觀察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關心事가 어디를 向해 있는지, 무엇을 重要하게 여기며 어떤 값을 치르고서라도 所有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궁금했고 끝내 알아낼 作定이었다.

    공계향 氏와 나는 2人 1組로 움직이며 하루에 많게는 네댓 名의 對象者를 인터뷰했다. 미리 作成된 設問紙에 따라 공계향 氏가 質問을 하면 나는 答辯 內容 中 記憶해둘 만한 것들을 노트에 적으면서 틈틈이 그들의 집을 觀察했다. 內省的인 管理者처럼 實務者 뒤로 한 발 물러나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實은 다른 것들을 살피고 있었던 셈이다. 玄關 入口에 놓인 접이式 山岳自轉車가 準專門家用이라는 事實을 記憶해 둔다든가, 노트북 옆에 꽂힌 USB가 마블의 人氣 캐릭터 그루트임을 알아보는 式으로 그들의 趣味와 레저 生活을 가늠했다. 물 한 盞을 付託하면서 冷藏庫 事情을 슬쩍 훔쳐보기도 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친 뒤에는 4테라바이트 容量의 하드디스크가 裝着된 CCTV 카메라 세 臺를 居室과 廚房 곳곳에 設置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에 카메라를 收去해 오는 것으로 公式的인 調査 日程은 모두 끝날 豫定이었다.

    "그럼 始作하겠습니다."

    공계향 氏가 錄畫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男子12街 뭔가를 곰곰이 떠올리는 듯한 얼굴로 이건 重要한 얘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요, 하고 이야기를 始作했다.

    "Y마트뿐만 아니라 大型마트에 가면 느끼곤 하는 건데요. 제가 職場人이다 보니 主로 週末에 가거든요. 카트 하나 꺼내 갖고 1層부터 3層까지 훑으면서 一週日値 場도 보고 그 사이 무슨 物件이 나왔나 살펴보기도 하고요."

    공계향 氏가 男子12의 말에 愼重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뭐랄까. 週末에는 그 왜 家族 單位로 많이들 오잖아요. 애들도 데리고 같이. 오순도순 場 보는 모습이 좋아 보이기는 해요. 저도 運이 좋으면 언젠가 저렇게 아이들 데리고 場을 보러 나오겠구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率直히 좀 不便할 때도 있어요. 陳列臺 막 돌아서는데 애들이 튀어나와 카트에 부딪혀서 놀란 적도 있고, 뭘 좀 사려고 해도 그 앞에 몰려서서 사지 마라, 사야 된다, 집에 있는 거 다 떨어졌다 하면서 실랑이하는 家族들이 不便해 그냥 지나친 적도 있고요."

    나는 男子12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不便'과 '家族'이라는 單語를 노트에 적어 두었다. 인터뷰를 始作한 지 不過 五 分 餘 만에 두 番이나 言及할 만큼 거기에는 그 自身도 의식하지 못하는 重要한 뭔가가 담겨 있었다. 1人 家口 消費者로서 接할 수밖에 없는 感情의 實體. 홀가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문득 깨닫게 되는 뚜렷한 自覺. 나는 '不便'과 '家族'이란 낱말이 나란히 쓰여 있는 줄에 '疏外感'이라는 單語를 물음標와 함께 남겨두었다.

    "…… 會社나 出退勤길에서 아무래도 많이 지치게 되잖아요. 週末까지 그렇게 떠밀리면서 복작대기는 싫은 거죠. 그래서 저는 週末 아침 일찍 가든지 金曜日 밤에 退勤하면서 마트에 들러요. 그때가 그나마 閑散해서 좋더라고요. 제가 혼자라는 事實을 자꾸 喚起시키는 그런 環境이 아니라서요."

    男子12의 말을 듣고 있자니 엊그제 인터뷰했던 女性8의 말이 떠올랐다. 그女 亦是 비슷한 말을 했다. 다만 그女의 表現은 조금 더 感情的으로 치우쳐 있었다. 그女는 마트에서 혼자 場을 볼 때마다 凄凉한 氣分을 느낀다고 했다. 映畫를 혼자 보러 갈 때와는 또 다르게 여러 가지가 神經 쓰인다는 것이었다. 映畫館은 똑같은 스크린을 바라보며 다들 엇비슷한 姿勢로 앉아 있지만 마트는 複雜한 移動 動線만큼 사람들의 視線이 隨時로 서로 얽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면서. 고작 沙果 몇 알, 雜穀 몇 킬로그램을 사자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치여 가며 카트를 몰다 보면 먹고 사는 일에 對해 여러 생각이 들기 始作하면서 갑자기 모든 게 다 귀찮아진다고도 말했다.

    그와 關聯해 얼마 前 CCTV로 보았던 場面 하나도 생각났다. 어떤 男性이 自身이 가려던 方向의 通路가 사람들과 그들의 카트로 꽉 막혀 正體되자 그대로 方向을 돌려 곧장 計算臺로 向하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觀察 對象으로 삼은 魂쇼핑族 大部分이 그와 비슷한 行動을 할 때가 많았다. 賣場이 混雜하면 混雜할수록 귀찮은 일을 해치우듯 바삐 商品을 골라 셈을 치른 뒤 재빨리 마트를 빠져나갔다.

    "어떨 때는 그냥 패키지를 하나 집어 오는 걸로 場보기가 끝나면 좋겠어요. 그 왜 K文庫의 바로드림 서비스 같은 거요. 賣場을 一一이 돌아다닐 必要 없이 마트 入口에서 미리 包裝된 商品들을 한 番에 들고 오는 거예요. 그러면 正말 便할 거 같은데……."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箱子 模樣의 '1人 패키지' 같은 걸 생각해 볼 수 있겠다. 一週日値의 食料品과 生活用品들을 5萬원 以內의 패키지 商品으로 構成해서 賣場 한쪽에 내놓는 거다. 一一이 사람들과 부대끼며 쇼핑하기가 귀찮다면 이곳에서 箱子 하나만 골라 바로 計算을 치르면 된다. 顧客 立場에서는 패키지 單位로 每週, 每달 支出 規模를 豫想할 수 있어서 좋고, Y마트는 Y마트臺로 新商品 出市에 따른 賣出 增加 效果를 얻는다. 食習慣이나 趣向을 考慮해 '菜食主義者龍 비건 패키지'나 '이番週는 肉食!'처럼 食品의 構成을 달리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季節에 따라 수박이나 橘 같은 제철 과일을 包含시킬 수도 있을 테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割引 特價로 와인을 準備해도 좋으리라.

    그렇게 節約한 時間과 費用은 그들에게 特化된 商品을 쇼핑하는 쪽으로 誘導할 수도 있을 것이다. 家族 訪問客들이 豆腐와 洗濯 稅制, 生水 等을 카트에 힘겹게 옮겨 싣는 동안 홀가분하고 자유롭게 消費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패키지 코너 近處에 마이크로블록이나 五百 피스짜리 퍼즐처럼 價格이 低廉하고 進入 障壁이 낮은 趣味用品들을 展示해도 좋을 테고, 아예 極端的으로 루이스폴센 같은 프리미엄級 인테리어 小品들을 선보이는 企劃도 해볼 만했다. 이렇게 學習된 趣向은 언젠가 消費로 드러나기 마련이었지만 꼭 그렇지 않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 時點부터 Y마트는 그들에게 凄凉하고 疏外된 느낌 代身 새로운 趣向과 嗜好를 膳賜하는 氣分 좋은 空間으로 되새겨질 테니까.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팝콘처럼 튀어나오는 아이디어들로 조그마한 패키지 箱子가 漸漸 더 具體的인 形象을 띠어 갔다. 一旦 女性 혼자 들 수 있는 무게와 크기라야 했다. 너무 무거우면 들고 가기도 힘들뿐더러 簡便하게 마트에 들러 손쉽게 들고 간다는 便宜性을 强調한 애初의 趣旨가 흐려질 수도 있었다. 디자인에 敏感한 女性 顧客들을 考慮하자면 箱子의 外樣에도 神經을 써야 했다. 아무리 生必品과 饌거리가 든 패키지라고는 해도 模樣새가 빠져서는 곤란했다. Y마트에서 顧客들 各自의 住居地까지 가는 동안 패키지 自體가 또 다른 弘報가 될 수 있도록 세련된 印象을 주는 것도 重要했다.

    住居型 오피스텔과 大團地 아파트 사이에 位置한 Y마트의 地理的 利點도 十分 活用할 때였다. 요즘은 地下鐵驛에 近接한 驛勢圈이나 公園이 가까운 팍세권만큼 '瑟勢圈'李 뜨고 있지 않은가. 슬리퍼에 잠옷 차림으로 利用할 수 있는 近距離 便宜施設 가운데 Y마트가 除外될 까닭이 없었다. 瑟稅權이 뭐 別 건가. 슬리퍼를 신고 나와 Y마트의 패키지를 하나 購入해 돌아가면 一週日은 無事히 지나간다는 式으로 弘報를 할 수도 있었다. 웬만한 건 집 近處에서 다 解決하려는 最近의 트렌드를 勘案할 때 꼭 그렇게 엉뚱한 發想만은 아니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나는 공계향 氏와 近處 카페에서 暫時 整備의 時間을 가졌다. 노트에 휘갈겨 쓴 글씨들을 스스로도 못 알아보기 前에 반듯하게 덧쓰기 위해서였다.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마 윈스턴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더블샷라떼에 샷 하나를 더 追加했다. 高容量 카페인으로 더 異常 反應하지 않는 頭腦를 그렇듯 살살 달래고 있을 때였다. 携帶폰으로 電話가 걸려왔다. 조 理事였다.

    "金 팀長, 잘 되고 있나?"

    "그럭저럭요. 다음 週 中盤쯤 인터뷰를 모두 마치면 그 週 週末 지나서 報告書를 提出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報告書는 다음 週 週末 前에 提出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携帶폰을 귀에 댄 채 소리 없이 웃었다. 인터뷰는 事實 이番 週 안으로 모두 마칠 豫定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報告했다가는 週末에 나와서 報告書를 完成하라고 督促해 댈 게 뻔했다. 良質의 報告書와 서로의 平和를 위해 때로는 若干의 智慧를 發揮할 必要가 있었다.

    "時間이 좀 促迫하긴 하지만 알겠습니다. 다음 週 週末 前까지 어떻게든 報告書를 올리겠습니다."

    "그래, 自己가 힘든 건 나도 잘 아는데 우리가 只今 閑暇한 立場이 아니잖아. 참, 報告書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조 理事는 不便하거나 스스로도 껄끄러운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면 相對를 늘 '自己'라고 부르며 突然 親近함을 表示하곤 했다. 나는 決코 조 理事의 '自己'가 아니었으나 그러려니 하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K硏究所 건 말이야."

    조 理事의 말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始作했다. 問題의 그 報告書 때문에 공계향 氏와 나는 지난週에 이틀이나 夜勤을 했다. K硏究所에서 받은 內容을 그대로 윗線에 올릴 수는 없었기에 그걸 土臺 삼아 二十 쪽짜리 報告書를 다시 作成했다. 華麗한 그래프에 조금 더 陰影 效果를 주었고, 그들의 分析 結果를 張皇하게 引用함으로써 뭔가 宏壯한 事實을 發見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우리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事實을 감추었다.

    다음날 돌아온 건 '세 줄 要約 바람'이라는 曺 理事의 明快한 메모였다. 나는 別 수 없이 세 줄짜리 報告書를 다시 作成해 조 理事의 決裁 라인에 올렸다. 세 줄 要約에서조차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眞摯한 거짓말을 위해서는 二十 쪽에서 三十 쪽에 達하는 紙面이 必要한 反面 眞實을 말하는 데는 때로 한두 文章만으로도 充分했다.



    [세 줄 幹略 報告]



    ? K硏究所는 데이터의 不足이 問題라고 說明합니다. 그러나 問題는 데이터의 量이 아니라 解釋이 아닐까요. 그들은 우리 Y마트의 顧客에 對한 理解가 不足합니다.

    ? 스포츠 스타 P氏에 對한 顧客들의 好感은 謝恩品 等의 活用 方案을 생각 中입니다.



    조 理事가 願하는 세 줄짜리 報告書를 만들기 위해 나는 글字 間隔을 調整했다. 아무리 고쳐 써도 세 줄이 넘어가는 걸 어쩌란 말인가. 빤히 보이는 不滿을 앞으로의 計劃과 事實 報告 사이에 끼워 넣으려니 나도 모르게 자꾸 말이 늘어났다. 에라, 모르겠다 하는 心情으로 報告書를 올린 뒤 後悔로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조 理事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報告書를 올린 일 自體를 잊어버린 只今, 조 理事가 불쑥 다시 보고서 이야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조 理事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나는 말했다.

    "K硏究所가 말하는 건 저희가 期待했던 것과는 달리 大部分 平均값에 關한 거예요. 三十 名이 定員인 半 平均이 六十 點이라는 式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죠. 하지만 그 半에 屬한 아이들이 九十 點과 三十 點 近處에 極端的으로 分布해 있다면 事實上 六十 點이라는 平均은 敎授 學習 基準으로는 아무 意味가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學習 內容이 너무 쉽거나 如前히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電話機 저便이 너무 조용해서 나는 暫時 말을 멈추고 携帶폰 畵面을 確認했다. 電話가 끊긴 건 아니었다.

    "理事님, K硏究所가 말하는 平均은 實在하지 않아요. 데이터만 따르다 보면 存在하지도 않는 六十 點짜리 學生을 위해 무언가를 하게 될 수도 있는 거죠. 저희가 只今 며칠째 1人 家口를 訪問해서 인터뷰하고 있는데요. 고만고만한 살림살이 規模는 비슷해도 그 안에는 다 제各各 다른 삶이 있어요. 저는 이 個別的인 顧客 한 사람 한 사람에 集中할 必要가 있다고 봅니다. 只今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觀察을 통한 推論과 假說뿐이니까요. 그게 檢證을 통해 事實로 確認될지 아닐지에 對해서는 마지막 瞬間까지 아무도 壯談하거나 豫測할 수 없는 거고요."

    두서없이 떠들었지만 뭔가 후련한 氣分이 들었다. 조 理事와 通話를 始作할 때만 해도 테이블 건너便에 앉아 있던 공계향 氏는 어느새 카페 計算臺 쪽으로 건너가 메뉴板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暫時 뒤 조 理事가 말했다.

    "人間이라는 게 깊게 들여다보자면 深淵과 다를 바 없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우리 일을 해야 해. 者, 이렇게 하자고."

    조 理事는 깊은 한숨을 몰아쉰 뒤 나머지 말을 이었다.

    "할 수 있는 건 一旦 다 해 보자. 이건 이래서 아니고, 저건 또 저래서 아니고. 이런 式의 消去法으로 가만히 셈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난. 투 트랙(two track)으로 가자고. K硏究所는 K硏究所臺로 繼續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燃料를 供給해. 데이터가 不足하다고 하면 아무 거나 더 줘. 우리가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데이터로 그쪽에서 뭔가를 만들어 낼 수도 있는 거잖아.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그동안 해 왔던 일을 하자고. 스포츠 스타 P氏? 좋아. 그걸로 뭐든 만들어 봐. 一旦 그렇게라도 하나씩 實行해 보자고."

    조 理事의 마지막 말에 P氏의 名言이 들어간 머그컵을 發注하는 몇 달 뒤의 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 結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前에도 여러 次例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結局 各自의 자리에서 各自가 생각하는 人間의 模型을 빚어보다가 또 다른 時流의 幽靈에 휩쓸려 右往左往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의 科學은 빅데이터라는 패러다임을 中心으로 몇몇 例外的 現象을 論外로 치게 되겠지. 아직은 데이터가 不足해서 그런 거라고. 머신러닝을 통해 알고리즘 機能을 向上시키면 될 거라고. 그런 式으로 우리가 願하지 않았던 騷音들을 信號에서 除去해가며 보고자 하는 것을 끝내 보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이 時代가 選擇한 빅데이터가 그렇게 말하니까. '빅(Big)'은 크고 壓倒的이며 따라서 매우 옳고 妥當하니까.

    긴 通話를 마치자 공계향 氏가 테이블로 돌아와서 팀長님, 오늘은 커피 더 드시지 마세요, 하고 페퍼민트 車를 내 쪽으로 밀어주었다. 카페 안에는 어느덧 노마 윈스턴 代身 이브라임 페레르와 오마라 포르투溫度의 실렌猜惡가 느릿느릿 흘러나오고 있었다. 薔薇와 百合, 苦痛과 슬픔, 그리고 눈물. 나는 짧은 스페인語 實力으로 드문드문 들려오는 낱말들을 想起하며 왜 저 歌手는 人生의 괴로움을 이야기하면서 꽃을 바라보고 있을까,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다.



    6. 카메라에 찍힌 것



    "Y마트, 未安합니다. 오늘은 다이소에서 奢侈 좀 부렸어요. 단돈 萬 원으로 蕩盡하는 재미를 느낄 만한 게 Y마트에는 없잖아요. 아, 이런 거 말하면 안 되나요?"



    "보이세요? 이게 요즘 없어서 못 산다는 齒솔系의 샤? 켄트로얄이에요. 超克세모가 豐盛해서 잇몸이 弱한 사람도 負擔 없이 쓸 수 있다고 하네요. 프티 사이즈는 헤드가 작아서 어금니 닦을 때 眞짜 便利해요. 케이스는 또 어찌나 예쁜지! Y마트에도 이런 商品 좀 具備해 주세요."



    "스테이크는 이미 다 구워 놓았고, 이건 샐러드用 菜蔬예요. 로메인, 洋상추, 치커리, 비트, 방울토마토, 그리고 이건 리코打 치즈. 여기에 이탈리아 산 트러플 午日을 뿌릴 거예요. 普通은 샐러드에 發射믹 드레싱을 하는데 오늘은 제게 특별한 膳物을 주기로 했어요. 年間 事業 計劃書를 作成하느라 지난 몇 週 동안 戰爭 치르듯 살았거든요. 이런 때일수록 제대로 먹어야죠. 돈이 좀 들더라도 말이에요."



    유튜브에 올라온 먹放이나 商品 體驗 後記가 아니다. 顧客 滿足度 調査에 參與한 사람들의 CCTV 撮影 映像이다. 몇 週 前, 공계향 氏와 나를 앞에 두고 眞摯하게 인터뷰를 進行했던, 바로 그들 1人 家口 消費者들의 모습이었다.

    CCTV가 設置된 첫 날, 몇몇 사람들이 카메라를 向해 快活하게 말을 걸었다. 實時間으로 별風船을 쏘아주고 하트를 눌러줄 相對가 마치 카메라 건너便에 있기라도 하다는 듯. 그들은 熱心히 일한 自身에게 補償이 必要하다며 食材料를 아낌없이 投入해 近似한 샐러드를 만들어 보였고, 단돈 萬 원으로 蕩盡의 재미를 누렸노라고 카메라를 向해 뜬금없이 自身의 日常을 報告했다. 價格 對比 性能을 따지느라 몇 時間씩 쇼핑 사이트를 交叉 檢索한다고 告白했던 바로 그 사람이 오늘은 프리미엄級의 齒솔 세트를 購買했다면서 洽足한 微笑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카메라를 통해 主로 살피고자 한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지만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가 없지는 않았다. 이를테면 그들은 小小하게 돈을 支拂한 代價로 작지만 確實하게 幸福을 챙겼다. 이때의 消費는 徹底하게 自身을 위한 補償이자 投資였다. 於此彼 '티끌 모아 티끌'일 뿐이라면, 於此彼 집을 가질 수 없다면, 아무리 努力해도 바뀌지 않는 現實을 다른 재미들로 채워가며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一種의 智慧라고 할 수 있었다.

    大部分의 CCTV 카메라는 廚房이나 居室이 잘 보이는 곳에 設置되어 있었다. 지나친 프라이버시 侵害를 막기 위해 可及的 無難한 場所를 고르다 보니 位置 選定이 그렇게 되었다. 그런 까닭에 畵面은 사람들이 料理를 하거나 무언가를 먹는 모습, 居室에서 하는 行動 爲主로 채워졌다. 觀察 對象者들이 主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집안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살피고자 했던 意圖에 比較的 符合하는 映像들을 담아낸 셈이었다.

    勿論 처음에는 집안을 오가다가 불현듯 카메라의 存在를 깨닫고 視線을 돌리거나 가재걸음으로 카메라 앵글을 벗어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사나흘쯤 지나자 사람들은 카메라에 차츰 익숙해졌다. 빤히 들여다보는 視線에 無感해졌으며 어느 瞬間부터는 카메라의 存在를 잊은 듯 行動했다. 어쩌면 眞짜로 잊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여길 만큼 그들은 平素의 모습을 加減 없이 드러냈다. 1人 家口의 經濟的 主體로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삶은 늘 빤하게 분주했고, 카메라의 視線을 때마다 一一이 神經 쓰고 살기에는 生計의 무거움이 또렷하게 그들 앞에 버티고 선 탓이었다. 카메라에 대고 주절주절 日常을 읊는 달뜬 興奮은 얼마 지나지 않아 完全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때부터가 비로소 眞짜 觀察이 始作되는 時點이었다.

    本格的인 分析에 앞서 나는 一旦 한 사람 分量의 錄畫分을 빠르게 돌려보았다. 二十四 時間 錄畫된 세 臺의 카메라를 六十四 倍速으로 훑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나마도 對象者가 자리를 비운 時間帶는 건너뛰고, A카메라에서 仔細히 確認한 內容을 굳이 다른 角度에서 撮影한 B, C카메라로 再次 檢討할 必要가 없을 때 要領껏 省略한 結果가 그것이었다. 이런 作業을 每日 혼자 한다면 最小限 한 달, 공계향 氏와 둘이 終日 매달린다 해도 十五 日 가까운 時間이 必要했다. 나는 조 移徙를 찾아가 그 狀況을 報告했다.

    "檢討 過程을 一週日 程度로 더 短縮할 수는 없고?"

    조 理事는 어림도 없는 소리를 웃지도 않고 했다.

    "可能합니다. 平行宇宙 저쪽 世界에서 살아가는 공계향 氏와 저를 各各 열다섯 名쯤 이쪽 世界로 데려온다면 이틀 안으로 끝낼 수도 있죠. 勿論 그들이 協調的으로 나온다는 前提 下衣 이야기입니다."

    나는 列中쉬어 姿勢로 無表情하게 對答했다. 나 亦是 어림도 없는 소리를 웃지도 않고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 理事는 그런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아르바이트生 두세 名 程度 充員하면 되겠지?"

    "理事님, 아무리 그래도 여섯 名은 있어야죠. 對象者 한 사람當 錄畫된 映像이 七百二十 時間입니다. 하루에 한 사람 分量을 檢討하는 것도 事實 無理라고요."

    "그럼 그렇게 해. 여섯 名으로 하되 一週日 안에 끝내는 거야. 나중에 딴소리하지 말고."

    조 理事가 豫想 外로 順順히 나오자 조금 더 부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여섯 名이라도 잘 챙겨서 일을 進行할 수밖에.

    消息을 傳하자 공계향 氏가 여기저기 電話를 돌리더니 다음날 바로 社會學을 專攻하는 大學院生 여섯 名을 會議室에 앉혀 놓았다. 나는 그들에게 作業 過程 全般에 關한 保安維持 覺書를 받은 뒤 錄畫된 파일과 노트북을 支給했다. 그리고 映像에 나오는 사람들의 行動을 되도록 判斷이나 推測이 아닌, 눈에 보이는 그대로 적어달라고 付託했다. 이를테면 "宏壯히 疲困해 보였다."라고 쓰기보다는 "저녁 아홉 時 二十 分에 집에 돌아와 外出服 차림 그대로 三十 分 넘게 소파에 누워 있었다."라고 抽出 可能한 情報들을 빠짐없이 記入하기를 願했다. 그러자 곧 이런 式으로 作成된 忠直한 報告書들이 올라오기 始作했다.



    ? 火曜日 아침 여섯 時 三十 分, 女子6은 携帶폰 알람을 듣고 일어나 浴室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十五 分 뒤 浴室에서 나와 스킨과 로션, 아이크림과 水分 에센스, 선크림 等을 次例로 얼굴에 펴 발랐고 파운데이션 쿠션을 얼굴 全體에 두드린 다음 다시 그 위에 파우더 팩트를 얇게 덧발랐다. 눈썹은 津灰色 系列의 펜슬을 使用해 그렸고, 두 種類의 립스틱을 번갈아 입술에 섞어 발랐으며, 광대뼈 近處의 兩 볼에 블러셔로 陰影을 주었다. 아이섀도, 아이라인은 省略했고, 속눈썹에 마스카라만 덧발라 뷰러로 두 番에 걸쳐 固定했다. 以後 女子6은 칠 分 동안 드라이器로 머리를 말렸고 핑크色 헤어롤을 利用해 앞머리를 둥글게 말았다. 그 차림으로 안房에 들어간 女子6은 五 分 뒤 紺色 투피스에 검은色 핸드백을 어깨에 걸치고 나타나 廚房 쪽으로 달려갔고, 冷藏庫 門을 열어젖힌 뒤 그 안에서 레드비트 汁이 든 파우치와 요거트를 챙겨들고 午前 일곱 時 十 分 종종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一分一秒가 아까운 出勤 時間에 女性들이 얼마나 많은 품을 들여가며 꾸밈 勞動을 하는지에 對해 이보다 더 仔細히 쓸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事實을 꼼꼼히 記錄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問題 提起가 된다. 아침 食事 代身 火葬을 擇한 女子6의 모습에서 흔히 말하는 아름다움에 對한 自發的인 追求를 떠올리기는 어려웠다. 거기에는 그저 制限된 時間 안에 해치워야 하는 꾸밈 勞動의 再바름과 고단함이 있을 뿐이었다.

    고단함은 特히 이들 1人 家口 消費者들에게 共通的으로 드러나는 引上 中 하나였다. 職場으로 허겁지겁 달려갔던 이들이 밤이 깊어서야 느린 발걸음으로 歸家할 때 그들을 반겨주는 것은 많은 境遇 寂寞과 沈默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집에 돌아오면 보지도 않을 TV를 내내 틀어놓거나 携帶폰이나 태블릿__3 音樂을 再生해 日常의 背音을 먼저 채웠다. 그렇게 終日 무겁게 가라앉아 있던 空氣를 가벼운 소리들로 채운 뒤에야 廚房에서 居室로, 居室에서 浴室로 游泳하듯 움직였는데, 그런 가벼운 움직임만으로도 寂寞하던 空間에 活氣가 살아났다.

    이처럼 平日 저녁, 사람들은 臨界點을 넘어선 疲勞를 가까스로 統制하며 지내다가 金曜日이 가까워질수록 生氣를 띠기 始作했다. 꽁꽁 감아두었던 요가 매트를 意欲껏 居室 한가운데 펼쳐놓는 것도 이 무렵이었고, 自轉車 바퀴를 空回轉시키며 체인과 케이블에 乾式 午日을 발라두는 것도 이때였다. 食材料를 잔뜩 購買해 冷藏庫와 廚房 收納帳에 차곡차곡 넣어두며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마른오징어나 감자스낵 같은 주전부리를 한가득 옆에 쌓아 놓고 넷플릭스의 스릴러 시리즈를 檢索했다.

    굿즈로 代辯되는 事物이나 機械, 甚至於 特定 브랜드에 對해 남다른 愛着을 보이는 것도 이들 1人 家口 消費者들을 특징짓는 또 다른 모습 中 하나였다. 이들은 홀가분한 自由를 追求하면서도 事物이나 機械를 사람처럼 對했고, 번거로운 社會的 關係를 잘라낸 만큼 또 다른 想像의 共同體에 쉽게 情을 붙였다. 人間의 일자리가 早晩間 機械 勞動으로 代替되고 말 거라는 뉴스에는 憤慨하고 憂慮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로봇靑素旗에 이름을 붙여주었으며 '아이폰 유저'니 '나이키 마니아'니 하는 等의 表現으로 自身의 正體性을 브랜드에 빗대 表現했다.

    一週日 間의 映像 檢討를 끝낸 뒤, 공계향 氏와 함께 各自 印象的으로 보았던 場面이나 行動 패턴 等을 간추리고 있을 때였다. 조 理事가 텀블러를 옆구리에 끼고 事務室에 나타났다. 500ml짜리 草綠色 스웰 텀블러는 曺 理事가 日常에서 發生하는 炭素 발자국을 줄인다는 名目으로 늘 携帶하고 다니는 一種의 착한 消費 引證템이었다. 다만 여느 텀블러들보다 幅이 좁고 유난히 길이가 길어서 언뜻 보면 누군가를 攻擊하기에 딱 좋은 기다란 방망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六모 방망이를 차고 다니던 朝鮮時代 捕卒 앞에서 그러하듯 나 亦是 가끔은 조 理事 앞에서 罪 없이도 움찔하고는 했다.

    방망이, 아닌 텀블러를 옆구리에 낀 채 조 理事가 공계향 氏를 보며 물었다.

    "보니까 좀 어때?"

    공계향 氏가 차분하게 조 理事를 올려다보며 對答했다.

    "음…… 저는 이분들이 혼잣말을 많이 하던 게 記憶에 남아요."

    "그래?"

    "예, 누구랑 對話하나 싶을 程度로 아무도 없는 空間에서 自己 自身한테 혼잣말을 하고 그러더라고요. 마치 自己 自身을 다독이듯이요. 一一이 妨害하고 參見할 사람이 없다는 건 助言을 求할 相對가 곁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無意識中에 그렇게 스스로를 喚起시키고 일으켜 세우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조 理事가 그 말에 卽刻 反應했다.

    "너무 외로운 거지."

    "人間은 於此彼 다 혼자예요."

    "토끼 같은 處에, 깜찍이 같은 딸을 둔 金 팀長한테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건 너무 悲觀的인데."

    조 理事는 재미난 弄談이라도 한 양 洽足하게 웃었고,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

    "瞬間瞬間 느끼게 되는 외로움 같은 게 있잖아. 혼자 살든 같이 살든 겪을 수밖에 없는 感情이긴 한데, 그래도 옆에 있는 사람이 무심한 듯 한 마디 툭, 해주면 그게 참 別 거 아닌데도 慰勞가 된단 말이지. 顧客 프로파일을 作成할 때 이런 側面을 좀 생각해 봐. 우리 1人 家口 顧客들에게도 무심하게 툭, 다가설 수 있는 Y마트만의 그런 거 말이야."

    무심하게 툭, 이라. 두루마리 化粧紙와 白眉 十 킬로그램, 沙果 몇 알을 사서 돌아가는 Y마트의 顧客들에게는 어떤 慰勞를 건네야 할까. 그들의 紙匣을 喝取하는 데 血眼이 된 우리가 그런 慰勞를 건네는 일이 可能하기는 할까.

    "아, 그리고 이거. 自己들도 한 番 봤으면 해서 적어왔어."

    조 理事가 내게 메모 하나를 건넸다. 거기에는 女子3, 11. 2. p.m. 3: 12, 外時頃, …… 이런 單語들이 뒤섞인 채 쓰여 있었다.

    "나도 CCTV 錄畫分을 조금 봤는데 말이야. 여기 이 사람이 宅配를 받는 場面이 있어. 그거 좀 봐야 할 거 같아."

    공계향 氏와 나는 노트북에 貯藏되어 있던 女子3의 CCTV 錄畫 映像을 찾아내 조 理事가 이야기한 時點에 맞춰 畵面을 再生했다.

    土曜日 午後 세 時 十二 분. 女子3은 居室의 TV를 틀어놓은 채 소파에 누워 携帶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인터폰이 울리면서 玄關門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女子3은 벌떡 몸을 일으켰지만 곧장 그쪽으로 向하지는 않았다. 인터폰이 다시 울리고, 玄關 밖에서 門을 두드리는 소리가 漸漸 더 크게 들려왔다. 同時에 自身이 쥐고 있던 携帶폰마저 振動하기 始作하자 女子3은 多急히 携帶폰을 소파 쿠션 아래로 밀어 넣었다. 門밖에 서 있는 이에게 自身이 집에 있음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때 唐慌한 氣色으로 집 안을 오가던 女子3이 신발欌에서 男性用 구두 한 켤레를 꺼내 玄關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소리 없이 玄關門 가까이 다가가 外時頃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뭘까요?"

    "궁금하네."

    그때 女子3이 玄關을 向해 뭐라고 소리쳤다.

    "뭐라는 거지?"

    "뭘 付託하는 거 같아요."

    女子3은 그 뒤로도 한동안 玄關 앞에서 한참 서성였다. 그러다가 어느 瞬間 玄關門을 열어 그 옆에 놓인 자그마한 宅配 箱子를 재빨리 집어 들고는 곧장 門을 닫았다.

    "宅配技士였구나."

    "그러게요."

    공계향 氏와 나는 그제야 女子3의 狀況을 理解했다. 그러나 그 映像은 事情을 充分히 把握한 뒤에도 뭔가 未盡한 不便함을 남겼다. 나는 누군가 내 집 門 밖에서 門을 두드리고 인터폰을 울려대며 携帶폰으로까지 應答을 재촉하는 狀況을 想像해보았다. 成人 男子인 나라도 패닉에 빠질 법했다. 時間에 쫓겨 움직이는 宅配 記事의 形便은 納得이 가지만 週末 午後 나른하게 쉬고 있던 사람에게는, 特히 女性에게 그것은 襲擊과 다를 바 없는 일이었다. 實際로 女子3은 門밖의 相對가 누구인지 確認하기 前까지는 門을 열어주지 않았고, 宅配 記事임을 確認한 뒤에도 箱子를 門 앞에 놓아달라고 付託하며 그와 直接 대면하기를 꺼렸다.

    파티션에 기대 서 있던 조 理事가 노트북 속의 映像을 가리키며 불쑥 말했다.

    "저거 어떤 마음인지 나도 잘 알아. 혼자 사는 女子 立場에서는 充分히 저럴 수 있지."

    方今 뭔가가 나를 건드리고 지나갔다. 나는 그것이 날아온 方向을 올려다보았다. 조 理事가 공계향 氏의 어깨를 툭, 치면서 自己도 그렇지 않아? 하고 되묻고 있었다.

    "맞아요, 理事님. 그래서 玄關에 男性用 구두나 登山靴 같은 걸 놓아두는 분들도 꽤 많잖아요. 一種의 防犯用 小品인 셈이죠. 정작 宅配技士들은 바빠서 그걸 볼 餘裕가 없다는데도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저 方法도 흔해져서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공계향 氏의 말에 조 理事는 이番에도 맞아, 眞짜 그렇다니까,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甚至於 집 앞까지 商品을 配送해주는 서비스도 不便해 할 때가 있더라고요. 모르는 사람한테 玄關門을 열어주느니 차라리 품을 좀 들여서라도 賣場에서 直接 物件을 사오는 便을 擇하겠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공계향 氏의 말에 조 理事는 首肯이 간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조 理事가 結婚하지 않은 非婚 女性이라는 事實은 새삼스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좀처럼 自己 이야기를 하는 法 없는 曺 理事에게서 '혼자 사는 女子 立場'에 關한 말이 나오자 어쩐지 당황스러웠다. 조 理事는 내게 그저 上司일 따름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茂盛(無性) 人間에 가까웠다. 그女는 指示하는 機械에 不過했고, Y마트의 더 높은 윗線으로 우리의 意見을 移動시키는 알고리즘에 不過했다. 特히 내게는 顧客을 쥐어짜기 위해 血眼이 되어 있는 資本主義의 날름거리는 혀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조 理事를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그동안 내가 조 理事를 對해왔던 方式에 對해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人間조차 제대로 理解하려 한 적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이쯤에서 金 팀長도 뭔가 좀 意見을 말해 보는 게 어때?"

    그 瞬間 曺 理事가 고개를 획 돌리더니 멍하게 앉아 있던 나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공계향 氏를 向해 親近한 微笑를 띄우던 얼굴에서 익히 알던 平素의 그 성마른 모습으로 一 秒 만에 다시 變身을 完了한 것이다. 조 理事를 向해 헐거운 微笑를 짓고 있던 공계향 氏 亦是 움찔하면서 姿勢를 고쳐 앉았다.

    "음……. 저도 따로 생각한 게 있기는 한데요."

    이럴 때일수록 操心하자, 는 생각과는 달리 실없는 웃음이 비실비실 흘러나왔다. 하려던 말들이 헝클어지면서 왠지 자꾸 말이 꼬였다.

    "1人 家口 消費者들을 爲한 패키지를……그러니까 음……."

    "제대로 말해. 우물거리지 말고!"

    그렇지, 내게 조 理事는 이런 모습이라야 했다. 自己憐憫 따위는 개나 줘버릴 사람. 相對를 윽박지를 만한 機會는 絶對 놓치는 法이 없고, 다섯을 提示하면 그것을 半 토막 내어 두 個 班도 아닌 두 個를 내밀며 뻔뻔하게 再協商을 試圖하는 사람. 조 移徙가 그렇게 나와야만 나는 그 모든 것에 느슨하게 距離를 둠으로써 健康한 敵對關係를 維持할 수 있었다. 우리의 事務室에 必要한 건 바로 이와 같은 均衡이었다.

    "참, 金 팀長. 지난番에 얘기한 顧客 프로파일 作成해 올리는 것도 잊지 말고. 요즘은 스토리가 重要한 거 알지? 우리 1人 家口 消費者들의 스토리를 한 番 잘 만들어 보라고."

    조 理事는 밑 빠진 독에 물을 길어놓으라는 指示를 남기듯 나를 돌아본 뒤 事務室을 총총 빠져나갔다.

    스토리라. Y마트의 1人 家口 顧客들에게도 무심하게 툭, 다가설 수 있는 그런 이야기는 어디에서 어떻게 始作해야 하는 걸까. 이를테면…… 原稿紙 열 매 假量의 짧은 小說 形式은 어떨까. 날마다 剛하게 부딪치는 外延뿐 아니라 그 안의 脆弱함까지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무심하게 툭, 慰勞를 건넬 수 있는 이야기 말이다. 어깨를 한番 으쓱할 뿐 꿋꿋이 다시 日常으로 돌아가 빤하고 지루한 하루의 나머지 半을 견디게 하는 이야기. 어쩌면 1人 家口 消費者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必要한 건 그와 같은 이야기인지도 몰랐다. 72.8%의 確率로 存在하는 儼然한 事實이 아닌, 矛盾되고 兩面的인 行動을 보이며 時計錘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우리가 잘 아는 어떤 특별한 한 사람의 이야기.



    7. 當身의 프로파일



    當身의 나이는 서른둘. 居住地에서 四十五 分 距離에 있는 職場에 勤務합니다. 勤務 環境은 나쁘지 않습니다. 建物 中央에서 一括 統制하는 깨끗한 空氣와 快適한 冷暖房의 惠澤을 누리며 하루 여덟 時間에서 열 時間 假量 勤務합니다. 열두 時가 되면 會社 構內食堂에서 點心을 먹습니다. 間或 夜勤을 하게 될 때도 食堂을 利用할 수는 있지만 當身은 그보다는 會社 近處의 便宜店이나 패스트푸드店을 利用합니다. 會社 사람들과 굳이 저녁食事까지 같이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지요.

    누구의 얼굴도 바라보고 싶지 않은 저녁이라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때로 商店 琉璃窓에 비친 自身의 얼굴조차 消化시키기가 힘들어지는 그런 때, 當身은 都市 어딘가에 남아 있는 빈 테이블 하나를 찾아내 거기에 앉습니다. 注文한 햄버거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어폰을 귀에 꽂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짤막한 動映像 한 篇을 鑑賞하면서 當身은 따뜻하고 매운 飮食이 完成되기를 기다립니다. 곧 注文한 햄버거가 나오자 當身은 그것이 담긴 簡素한 錚盤 앞으로 바짝 다가앉습니다. 햄버거 소스에 담긴 매운맛을 입안 가득 느끼며 當身은 限껏 얼얼한 느낌을 吟味합니다. 部長과 次長과 課長에게 골고루 한 마디씩 들었던 탓인지 午後 내내 당겼던 그 매운맛이 平素보다 몇 倍는 더 다디답니다. 눈물이 찔끔 날 만큼 매운 것이 처음 社會生活을 始作했을 때 經驗했던 얼얼함과도 一見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합니다.

    當身은 올봄에 代理 職銜을 달았습니다. 入社한 지 3年 半 만의 일이지요.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時期에 피라미드 아래쪽 階段 하나를 이제 막 딛고 섰을 뿐인데 分期마다 構造 調整 消息이 들려옵니다. 아직은 當身의 次例가 아니라고 하지만 早晩間 닥칠 未來의 그 時間을 생각하면 뭐라도 해야 할 듯 싶어 當身은 꾸준히 英語會話 學院에 登錄합니다. 中國語도 놓칠 수 없습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과 스터디 모임을 結成하고 每週 時間을 定해 그들과 함께 工夫하며 情報를 交換합니다. 오늘 저녁 마침 그 모임이 있습니다. 혼자 工夫하기에 물어볼 것도 많고 받아야 할 資料도 꽤 됩니다. 그래서 夜勤을 해서라도 企劃書를 마치고 가라는 課長에게 當身은 쭈뼛쭈뼛 다가갑니다. 오늘은 先約이 있어 곤란하다고 率直히 事情을 털어놓지요. 代身 來日 아침 出勤 前까지 完成된 企劃書를 課長의 冊床 위에 올려두겠다고 當身은 여러 次例 허리를 굽히며 諒解를 求합니다. 그러고는 마치 도망치듯 外套와 핸드백을 챙겨들고 事務室을 나섭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참 利己的이야.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어허, 요즘은 그런 말 함부로 하면 큰일 나.



    世上은 참 異常한 곳입니다. 不斷히 自身을 갈고 닦지 않으면 언제든 冊床을 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한便으로 그런 當身에게 利己的인 사람이라는 딱紙를 붙입니다. 組織의 生理를 無視하는 個人主義者, 自己만 아는 破廉恥犯이 되는 건 한瞬間입니다. 어찌어찌 스터디 모임을 마친 뒤 當身이 주머니에 든 萬 원짜리 紙幣 한 張을 만지작거리며 Y마트에 들른 것은 그 때문입니다. 딱히 살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지만 當身은 이대로 혼자 사는 빈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終日 비어 있던 집 안에 고여 있을 寂寞과 沈默을 只今은 當場 대면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計劃 같은 건 없습니다. 自身도 어찌해 볼 道理가 없는 무언가를 解消해야 한다는 事實을 그저 어렴풋이 느낄 뿐입니다. 그렇게 當身은 賣場 一層부터 三層까지 빈 카트를 몰고 느릿느릿 걷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Y마트는 언제나 當身을 위해 門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當身의 외로움을 理解하며, 當身에게 缺乏된 것을 채워주기 爲해 오늘도 當身의 選擇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쓸데없는 物件을 사고 말았다는, 거추장스러운 罪責感 따위는 내려놓으세요. 當身에게는 오늘 慰勞가 必要하지 않습니까. 句句節節 다 털어놓지 않아도 좋습니다. 二十一 世紀를 살아가는 現代人에게는 늘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곤 하니까요. 只今 當身을 스쳐가는 저 無表情한 他人들 亦是 비슷비슷한 苦悶과 侮辱, 슬픔을 억누른 채 艱辛히 한 걸음을 옮기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當身에 對해 如前히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當身이 慰勞를 받을 資格이 充分한 사람이라는 것만은 分明히 알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充分히 괴로웠고 지나치게 消耗당한 當身은 이 모든 것을 누릴 資格이 充分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消費의 共同體에 屬함으로써 더 以上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Y마트는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當身에게 祝福을 내리기 위해 한결같이 이 자리에 있습니다. 當身을 眞心으로 歡迎합니다.



    8. 檢證



    只今 나는 地下 保安室에서 CCTV로 1層 賣場을 살펴보고 있다. 그中에서도 내 關心은 出入口 近處에 新設된 1人 패키지 코너에 集中되어 있었다. 지난달 처음 1人 패키지를 선보일 때만 해도 顧客들의 反應은 미지근했다. 好奇心에 한두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職員에게 津草綠 包裝 箱子 안에 어떤 商品들이 들어 있는지 質問을 하는 것이 全部였다.

    이에 挫折한 나는 趣向과 食性에 맞춰 세 種類로 出市된 五萬 원짜리 패키지를 三萬 원, 二萬 원, 萬 원짜리로 再調整해 내놓았는데 마침 이 商品이 한 인플루언서의 눈에 띄어 입所聞을 조금 탔다. 그 德分인지는 몰라도 내가 企劃한 1人 패키지는 體面을 차리는 程度로 販賣 實績을 올리고 있다.

    다만 主要 타깃層을 1人 家口 消費者로 設定한 것과는 달리 家族 單位로 마트를 訪問한 顧客들이 재미 삼아 두세 個씩 사간다는 게 問題라면 問題였다. 實際 購買者는 얼마 되지 않는 데 비해 陳列臺를 둘러싼 同行者들로 북적이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 탓에 그나마 關心을 보였던 魂쇼핑族들은 붐비는 사람들을 避해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가 結局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한 사람當 購買할 수 있는 數量을 制限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苦悶 中이긴 한데 아직 조 理事의 決裁가 떨어지지 않은 狀態였다.

    K硏究所에서 보내온 分析 結果는 스포츠 스타 P氏의 머그컵을 謝恩品으로 내놓는 線에서 整理되었다. 머그컵에 P氏의 寫眞을 새기는 건 印刷 費用도 費用이거니와 肖像權 問題가 걸려 있어서 그의 語錄 中 比較的 文章이 짧은 두세 個를 골라 呪文을 넣어두었다. 그러고는 別 期待 없이 試製品으로 나온 머그컵 몇 個를 P氏에게 보냈는데, P氏가 인스타그램에 그것을 寫眞으로 찍어 올리는 통에 벌써부터 顧客센터로 問議가 많이 온다고 한다. 그 뜨거운 呼應이 빅데이터의 分析 結果 德分인지, 아니면 스포츠 스타 P氏가 大衆에게 미치는 影響力 德分인지는 뚜렷이 알 수 없지만 어쨌든 Y마트로서는 반길 만한 일이었다.

    짧은 小說 形式으로 써낸 1人 家口 消費者의 프로파일은 한동안 Y마트의 홈페이지에 걸려있다가 곧 廢棄되었다. 그 안에 담긴 內容을 參考해 마케팅 戰略을 짠 뒤에는 서너 줄의 簡略한 形態로 縮約하여 Y마트 홈페이지와 마트 入口에 人事말 形式으로 내걸기도 했다. 勿論 크리스마스 시즌과 年末의 興盛한 雰圍氣 때문에 아무도 그것을 눈여겨보지는 않았다. 單 한 사람, 그 글을 注目한 이가 있기는 했다. 언젠가 늦은 밤, 인터넷 웹사이트를 떠다니다가 나는 그 顧客 프로파일 全文이 누군가의 블로그에 揭示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揭示物 下段에는 '氣分이 異常하다'는 所感 한 줄이 짤막하게 쓰여 있었다. 나 亦是 그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以上에 對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하자.

    Y마트는 陳列臺를 줄이고 賣場의 通路를 넓혔다. 바닥에 화살標를 標示해 各 層의 出入口에서부터 賣場 곳곳으로 移動하는 假想의 動線을 提示했다. 그러자 아무도 顧客들에게 强制하지 않았는데도 動線이 뒤엉키는 일이 多少 줄어들었다. 그로 인해 한때 우리의 關心을 사로잡았던 魂쇼핑族들이 좀 더 快適한 環境을 누리고 있을지 어떨지 아직까지는 確認되 바 없다.

    오랜 時間에 걸친 Y마트의 마케팅 企劃이 別 效果 없이 幕을 내린 가운데 얼마 前 曺 理事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제 大勢는 事物인터넷과 人工知能이라고 했다. 이番에 出現한 幽靈은 어디까지 Y마트와 같이 손을 잡고 가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모쪼록 그들이 우리에게 薔薇빛 未來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地下 保安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一層에 다다른다. 無電機를 든 김중남 氏가 1層 出入口 近處에 서 있다가 나를 보고 손을 들어 보인다. 나도 그를 向해 손을 들어 보이고는 걸음을 서두른다. 오늘은 金曜日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읽어주어야 할 아이와 홀로 울기 위해 집을 나설 아내를 위해 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携帶폰의 音樂 앱을 켠다. 지난週, 지난달에 들었던 音樂들이 一列로 가지런하게 目錄을 形成해 내 손 안에 들어왔다. 이른바 자주 듣는 音樂 데이터를 反映해 再生目錄을 만들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였다. 저들이 내 데이터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를 일이었다. 나 또한 記憶하지 못하는 過去의 어느 한때,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羅列된 情報 蒐集 및 提供 同意 約款에 적어도 한 番은 同意한 적이 있을지도.

    "우리는 알고리즘이 推薦해주는 音樂과 映像을 鑑賞하고 有用한 廣告를 제공받습니다."

    나는 廣告 박스 위쪽의 엑스 標示를 눌러 그것을 畵面 저便으로 넘겨버리고 音樂 앱을 껐다. 代身 오래 前 携帶폰에 다운받아 두었던 音樂 파일들을 찾아 그것들을 再生시켰다. 이브라힘 페레르의 목소리가 쌀쌀한 날씨와 제법 잘 어울렸다. 꽃들이 시들까 봐 沈默으로 苦痛을 감추려 한다는 그의 노랫말을 새겨들으며 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서서 信號를 기다렸다. 더러는 붉고 더러는 파란 제各各의 交通信號들이 어둠에 잠긴 都市 구석구석을 向해 어떤 메시지들을 쏘아올리고 있었다. (끝)
    이민희

    이민희

    1972年 春川 出生

    숙명여대 文獻情報學科 및 同大學院 碩士 卒業

  • 1. 觀察과 逆觀察

    오프라인 大型 마트인 Y마트는 尖端 技術과 機器를 活用해 賣出 不振을 打開하고자 한다. 이에 Y마트의 마케팅 企劃者인 나는 CCTV로 顧客들을 觀察한다. 十六 分割 大型 모니터 여섯 臺가 設置된 Y마트의 地下 保安室. 나는 그곳에서 아흔여섯 個의 畵面을 스쳐가는 사람들의 趣向과 嗜好를 瞬間瞬間 追跡한다.

    마트 곳곳에 設置된 廣角 렌즈와 QHD級 高畫質 카메라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꼼꼼히 捕捉해 畵面에 띄운다. 最近에는 이미지를 分析하는 소프트웨어까지 動員해 顧客들의 滯留 時間은 勿論 訪問 카運팅 데이터까지도 簡單히 出力해낸다.

    勿論 아직까지는 機械가 모든 것을 다 말해 주지 못해서 結局은 누군가가 나름의 觀點을 갖고 信號와 騷音을 分別해야 했다. 그러므로 어떤 것이 意味 있는 信號이고 또 어떤 것이 노이즈인지는 解釋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이 模糊한 作業을 마케팅팀의 공계향 氏와 함께 하루 여덟 時間에 걸쳐 번갈아 하고 있다. 그中에서도 마케팅팀의 主된 觀察 對象은 혼자 쇼핑을 오는 사람들, 이른바 ‘魂쇼핑族’에 集中돼 있다. 1人 家口는 이제 大韓民國에서 가장 흔한 家口 形態 中 하나였다. 삶의 質을 重視하는 이들의 購買力만 해도 어느덧 120兆 원 規模에 다가서고 있었다.

    本格的인 마케팅을 위해 Y마트는 數字로 表現될 수 있는 모든 定量的 데이터를 모으는 한便, CCTV 觀察과 인터뷰 房門을 더해 定性的 데이터까지 補完할 計劃을 세운다. 이렇게 蓄積된 데이터에서 이름과 住所 等의 個人情報들을 除去한 뒤에는 具體的인 타깃 프로파일을 作成하는 것으로 一旦의 作業을 마무리할 豫定이다.

    말하자면 얼굴을 지워낸 데이터 위에 分析 結果로 類推해 낸 한 사람의 삶을 스케치해 봄으로써 타깃을 特定化하는 作業이 마지막 段階로 남아 있는 셈이다. 데이터로 始作해 데이터로 끝나는 이 薔薇빛 計劃에 조 理事는 누구보다 단단히 들떠 있다.

    “大勢는 데이터野. 요즘은 그게 原油이자 資本이지.”

    조 理事는 데이터로 빚어낼 未來의 빵에 限껏 期待를 건다. 全 世界에서 하루 二十四 時間 동안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量을 擧論하며 Y마트 또한 그 디지털 빵 부스러기에 死活을 걸어야 한다고 强調한다.

    그러나 幽靈은 늘 所聞과 風聞을 타고 다가온다. 빅데이터 或은 제4차 産業革命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幽靈들. 이 幽靈들은 一種의 流行과도 같아서 海溢처럼 몰려들어 눈과 귀를 蠶食한다. 正말로 願하는 것이 아니라 願해야만 하는 것들을 부추기며 서로를 끝내 傳染시킨다. 綠色成長이라든가 創造經濟라는 이름標를 달고 나타났던 지난날의 그 幽靈들처럼 말이다. 트렌드와 이슈에 敏感한 企業 마케팅이란 事實上 이 幽靈들과의 鬪爭의 歷史와 다를 바 없다.

    어쨌든 이 時代의 트렌드에 따라 Y마트는 시스템을 整備하고 綿密한 데이터 蒐集에 나선다. 各 分野의 特化된 裝備들을 들이고, 포인트 積立 制度를 빌미 삼아 긴 約款을 顧客들에게 들이민다. ‘個人情報 蒐集 利用 同意’와 ‘個人情報 第3字 提供 同意’ 項目도 그 안에 버젓이 넣어둔다. 그렇게 顧客들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지 않을 만큼의 距離를 維持하며 풋내기 探偵처럼 그들의 디지털 발자국들을 읽어나가기 始作한다.

    이 대목에서 小說 ‘1984’의 빅브라더를 떠올리지는 않기를 바란다. 監視하고 君臨하는 그에 비해 Y마트는 고작 觀察하고 便宜를 提供할 뿐이다. 더구나 權力으로 치자면 그것을 손에 쥐고 흔드는 者는 供給하는 Y마트가 아니라 차라리 CCTV 저便의 需要者들이라 해야 옳다. 缺乏을 느끼고 欲望하면서도 變德스러운 選擇과 模糊한 反應으로 番番이 달아나버리는 消費者들. 無心한 消費와 隱密한 熱望 사이에서 제各各으로 흩어져 움직이는 물음標 같은 存在들.

    영미圈에서는 달의 뒷面을 ‘달의 어두운 面(the dark side of the mo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어둡다’는 것은 빛이 不足하다는 뜻이 아니라 ‘알려지지 않았다’는 意味에 가깝다. 내게는 그저 消費者일 뿐인 사람들의 다른 한쪽에도 그 같은 달의 뒷面이 있다. 好奇心. 充足되지 않은 欲望. 지루한 日常으로부터 달아나고자 하는 마음. 或은 무엇이 缺乏되었는지 알지 못한 狀態에서 方向 感覺 없이 暴走하는 衝動. 地球에서는 觀測할 수 없는 달의 뒷面처럼 人間은 함께 公轉하면서도 서로의 反對便에 對해 알지 못한다.

    午後 다섯 時가 되자 觀察 業務를 交代하기 위해 마케팅팀의 공계향 氏가 保安室로 들어선다. 공계향 氏의 손에는 오늘 K硏究所에서 받아 온 報告書가 들려 있다. 지난週 조 理事의 指示에 따라 分析을 依賴한 資料이다. 簡單한 統計나 傾向 分析 程度는 會社 내 人力으로도 消化할 수 있지만 조 理事는 深度 깊은 데이터 分析과 幅 넓은 示唆點을 얻기 바랐다. 마침 데이터의 量만 充分하다면 意味 있는 結果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K硏究所가 나서자 조 理事는 躊躇 없이 그들에게 일을 맡긴 터였다.

    곁에서 이 過程을 지켜보던 나는 疑懼心을 품으면서도 沈默했다. 人間의 行動에는 上水가 없으며 따라서 어떤 社會現象에 對한 豫測이란 不可能하다고 했던 한 經濟學派의 見解를 曺 理事의 面前에서 줄줄이 읊어댈 수는 없었다. 조 理事의 얼굴에 모처럼 微笑가, 興奮을 감추지 못한 期待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成功的인 빅데이터의 分析 事例를 애써 想起하며 나는 Y마트 또한 有用한 結果를 얻을 수 있기를 期待해 왔다.

    하지만 報告書를 펼쳐든 나는 곧 失望하고 만다. 原因과 結果, 作用과 反作用. Y마트의 賣出 不振을 打開하기 위해 必要한 것은 그와 같은 强力한 因果關係였으나 報告書에 드러난 디지털 빵 조각들은 어딘지 조금씩 異常한 模樣으로 어긋나 있다. 萬能열쇠처럼 여겨지던 새 時代의 幽靈 亦是 決定的인 質問 앞에서는 느슨한 相關關係 以上으로 人間을 表現해내지 못했다.

    하여 나는 새삼 切感한다. 數字로 産出된 데이터만으로는 그 要領不得意 存在들에 가닿을 수 없다는 것을. 人間은 決코 그런 式으로 말끔하게 還元될 수 없다는 事實을. 시그널로 치자면 人間은 騷音이 많은 信號에 屬했다. 누구도 다른 누군가에게 自身의 뜻과 마음을 穩全히 電送할 수 없다. 우리의 疏通은 部分的으로 늘 어떤 그림자에 가로막히며 誤解와 歪曲과 偶然을 거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簡略한 眞實만을 서로의 손에 쥐여줄 따름이다. 하물며 그와 같은 深淵에서 果然 뭔가를 計量해 낼 수 있을지 나는 自身이 서지 않는다.

    退勤길, 나는 이른 歸家를 當付하는 아내의 文字메시지를 받는다. 金曜日 밤마다 敎會에 徹夜 禮拜를 가는 아내 代身 딸아이에게 童話를 읽어주는 것이 내게 맡겨진 任務이다. 그러면 아내는 그 사이 禮拜를 마치고 子正 무렵 운 것이 분명한 얼굴로 돌아오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複雜한 마음으로 아내를 지켜본다. 어떤 아픈 속내를 묻어두었기에 사람이 저렇게 온 마음을 다해 울 수 있는지 疑訝해하며, 어둠에 얼굴을 지운 채 캄캄한 禮拜堂에 앉아 있어야만 鎭靜이 되는 헝클어진 마음의 騷音에 對해 推測해 보기도 한다.

    이런저런 苦悶 끝에 到達한 結論은 아내가 나에게 無言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인데, 그나마도 데시벨이 낮은 死因처럼 느껴져 곤혹스럽기만 하다. 모든 信號에 騷音이 섞여 있다는 事實을 勘案하더라도, 아내의 눈물은 어떤 것이 信號이고 어떤 것이 騷音인지 把握하기 힘들 만큼 노이즈가 많이 섞여 있다. 結局 나는 아내의 부은 눈에 淡淡해지기를 選擇한다. 바람 소리나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 같은 一種의 화이트노이즈에 不過하다고 여기며 애써 마음을 추스른다.

    나는 退勤하기에 앞서 마트 賣場으로 올라가 어린 딸이 오랫동안 졸라왔던 ‘겨울王國’의 엘사 人形을 고른다. 그때 地下 保安室에 있는 공계향 氏가 보낸 메시지가 到着한다. 공계향 氏는 조금 前 내가 그랬던 것처럼 CCTV로 賣場 내 顧客들을 觀察하다가 내 모습을 發見한 듯하다. 공계향 氏는 人形보다 엘사 드레스를 사다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親切하게 助言한다. 只今 내가 서 있는 地點에서 正確히 몇 걸음을 옮겨야 엘사 드레스를 찾을 수 있는지까지 일러준다. 나는 마음을 써준 데 對해 고마워하면서도 사람들을 觀察하던 立場에서 이제 逆으로 觀察 當하는 立場이 되었다는 事實을 깨닫고 妙한 氣分에 휩싸인다.

    2. 인터뷰

    나와 공계향 氏는 顧客 標本 集團을 對象으로 家庭 訪問 인터뷰와 CCTV 觀察 錄畫를 進行한다. 公式的으로 이 調査는 Y마트 顧客들의 滿足度에 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事實 그것은 表面的인 理由에 不過하다. 眞짜 目的은 1人 家口를 訪問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觀察하는 데 있다.

    공계향 氏가 設問紙에 따라 質問을 하면 나는 答辯 內容 中 記憶해 둘 만한 것들을 노트에 적으며 틈틈이 그들의 집 內部를 觀察한다. 玄關 入口에 놓인 접이式 山岳自轉車가 準專門家用이라는 事實을 記憶해 둔다든가, 노트북 옆에 꽂힌 USB가 마블의 人氣 캐릭터 그루트임을 알아보는 式으로 그들의 趣味와 레저 生活을 가늠한다. 물 한 盞을 付託하면서 冷藏庫 事情을 슬쩍 훔쳐보기도 한다.

    그렇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던 中 나는 조 理事의 電話를 받는다. 對話 끝에 얼마 前 K硏究所로부터 받은 報告書가 水面 위로 오르고, 조 理事와 나는 빅데이터 分析 結果를 놓고 對立한다. 有意味한 데이터가 充分히 確保되지 않아 結果 分析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K硏究所의 主張에 나는 同意하지 않는다. 問題는 데이터의 量이 아니라 解釋이며 Y마트의 顧客에 對한 理解가 不足하다는 點을 들어 나는 K硏究所의 立場에 反駁한다.

    그러나 조 理事는 本來 計劃대로 프로젝트를 밀어붙인다. 이에 나는 結局 조 理事와 自身이 各自의 자리에서 各自가 생각하는 人間의 模型을 빚어보다가 또 다른 時流의 幽靈에 휩쓸려 右往左往하게 되리라고 豫想한다. 빅데이터라는 패러다임을 中心으로 몇몇 例外的 現象을 論外로 칠 것이며, 그런 式으로 願하지 않는 騷音들을 信號에서 除去해가며 보고자 하는 것을 끝내 보고 말 것이라고. 왜냐하면 이 時代가 選擇한 빅데이터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다들 ‘빅(Big)’은 크고 壓倒的이며 따라서 매우 옳고 妥當하다고 여기니까. 나는 조 理事의 指示에 따르면서도 이 巨大한 것에 對한 흔들림 없는 崇拜에 씁쓸함을 느낀다.

    인터뷰를 끝낸 뒤, 나와 공계향 氏는 열흘間 錄畫된 顧客들의 映像 分析에 나선다. 그러다 이를 함께 지켜보던 조 理事의 입에서 ‘혼자 사는 女子 立場’에 關한 말이 나오자 나는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그때까지 조 理事는 내게 그저 上司이자 茂盛(無性) 人間에 가까웠다. 그女는 내게 指示하는 機械, Y마트의 더 높은 윗線으로 意見을 移動시키는 알고리즘에 不過했다. 나는 그동안 조 理事를 對해왔던 스스로의 方式에 對해 되짚어보는 한便으로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人間조차 제대로 理解하려 한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와 같은 一連의 過程을 거치며 느낀 것들을 나는 이야기 形式으로 顧客 프로파일에 녹여낸다. 人間의 脆弱함을 어루만지며 慰勞를 건넬 수 있는 이야기. 어깨를 한 番 으쓱할 뿐 꿋꿋이 다시 日常으로 돌아가 빤하고 지루한 하루의 나머지 半을 견디게 하는 이야기. Y마트가 타깃으로 삼은 1人 家口 消費者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必要한 건 그와 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고 斟酌한다. 矛盾되고 兩面的인 行動을 보이며 時計錘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우리가 잘 아는 어떤 특별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써내고자 한다.

    3. 檢證

    오랜 期間에 걸친 마케팅 企劃은 小小한 成果를 남기고 마무리된다. 그런 가운데 조 理事는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든다. 事物인터넷과 人工知能이 그것이다. 이番에 出現한 幽靈은 果然 어디까지 Y마트와 같이 손을 잡고 가게 될지 아직 어떤 것도 壯談할 수는 없다.

    退勤길, 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携帶폰의 音樂 앱을 켠다. 以前에 들었던 音樂들이 一列로 整列되어 손안에 들어온다. 이른바 자주 듣는 音樂 데이터를 反映해 再生目錄을 만들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우리는 알고리즘이 推薦해주는 音樂과 映像을 鑑賞하고 有用한 廣告를 제공받습니다.”

    나는 廣告 박스 위쪽의 엑스 標示를 눌러 그것을 畵面 저便으로 넘겨버리고 音樂 앱을 끈다. 代身 오래前 携帶폰에 다운받아 두었던 音樂 파일들을 찾아 再生시킨다. 꽃들이 시들까 봐 沈默으로 苦痛을 감추려 한다는 이브라힘 페레르의 노랫말을 새겨들으며 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서서 信號를 기다린다. 더러는 붉고 더러는 파란 제各各의 交通信號들이 어둠에 잠긴 都市 구석구석을 向해 어떤 메시지들을 쏘아올리고 있다.
    이민희

    이민희

    1972年 春川 出生

    숙명여대 文獻情報學科 및 同大學院 碩士 卒業

  • 구효서·은희경 小說家

    本心에 오른 應募作은 <몸의 일들>,<卒業猶豫>,<자메이카 블루 마운틴>,<妓生>,<英國庭園>,<그늘의 可能性>,<死語>,<드라마터그>,<親舊가 日베에요>,<밤에 지은 집>,<信號와 騷音> 等 11篇이다. 읽은 所感을 一一이 言及할 수는 없더라도 좋은 評價를 받았던 作品들이었던 만큼 感謝와 激勵의 마음을 담아 呼名하는 게 道理일 듯하다.

    그 中 比較的 길게 論議했던 作品은 세 篇이다. <밤에 지은 집>은 人物이나 事件이나 背景을 '小說的'이라는 말에 어울리도록 그려내는 솜씨가 拔群이다. 더할 나위가 없는데 그 좋은 재주로 何必 40餘 年 前의 그런 익숙한 人物, 事件, 背景을 다루어야 했는지 小說은 끝내 答하지 않는다.

    <親舊가 日베에요>는 妙하다. 답답한데 시원하고 거칠면서 애처롭다. 웃기면서 슬픈 건 덤이다. 決코 쉽지 않은 이 兩날을 自由自在로 휘두르며 오늘날 靑春의 問題를 가로지른다. 그런데 처음부터 품은 궁금症이 解消되지 않는다. 무엇을 '日베'라고 想定한 것인지.
    <信號와 騷音>은 무엇보다 正確하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그에 必要한 素材는 어떠해야 하는지, 素材가 所在답기 위해서는 디테일이 얼마큼의 分量과 專門性을 갖추어야하는지를 알고 그 計量과 適用에 成功한다. 그러한 正確한 計測科 文章으로 到達하는 地點이 아이러니하게도 '正確'에 對한 批判과 會議라니, 이 또한 印象的이지 않을 수 없다.

    위에 呼名된 題目의 應募者 모두에게 마음 돋우어 기운 내기를 다시 한 番 應援하며 當選者에게 祝賀의 말을 傳한다.*
  • 이민희

    이민희

    1972年 春川 出生

    숙명여대 文獻情報學科 및 同大學院 碩士 卒業

    보르헤스는 最終 原稿라는 槪念을 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에게 最終 原稿란 但只 作家의 脫盡으로 생기는 것이었지요. 서랍 속 原稿들을 뒤적거리며 끝없이 고쳐 쓰던 時間들을 돌이켜봅니다. 當選 消息을 듣던 午後에는 저도 모르게 조금 울먹였던 것 같은데 이제 世上에 小說 한 篇을 最終本으로 떠나보내자니 기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합니다.

    冊이 좋아서, 冊 곁에서 더 많은 時間을 보내기 위해 專攻을 選擇하고 職業을 選擇해 왔습니다. 그러다 문득 흐려진 길을 다시 고쳐 가보기로 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일은 없겠지요. 어제 그랬고 오늘 그랬던 것처럼 다만 來日도 꾸준히 目擊하고 觀察하는 體力을 維持하고자 합니다. 이야기 속 人物들을 公正히 다루며 그들의 목소리에 울림을 담아낼 수 있다면 그만한 幸福이 없을 테지요.

    새벽의 信仰을 물려주신 어머니, 아끼는 冊에 그려넣은 숱한 落書들을 눈감아 주셨던 아버지, 오랜 時間 한결같은 믿음으로 支持해 준 女同生 현주와 玄美에게도 애틋한 마음을 傳합니다. 멀리 K局에서 宣敎中인 男동생 聖水와 그의 家族들, 그밖에 미처 認知하지 못한 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견뎌 주었던 벗들에게도 安否를 傳합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걸음을 떼려 합니다. 쓰는 者로서의 態度를 일깨우던 先輩 作家들과 글만큼 삶도 重要하다는 事實을 가르치던 世上의 모든 健康한 生活人들에게 새삼 尊敬의 마음을 바칩니다. 數없이 드나들었던 서울市와 고양시의 圖書館들도 저처럼 홀로 걷는 이에게는 든든한 스승이었습니다.

    審査委員님들께 感謝 人事를 드리기에 앞서 不足한 글이 먼저 떠올라 부끄럽습니다. 他人의 希望을 欺瞞하지 않는 글로 오늘의 이 깊은 感謝함을 謙虛히 갚아 나가겠습니다.
  • 作品專門
  • 줄거리
  • 審査評
  • 當選所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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