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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女를 위해 살아남다” 新羅 戰爭英雄 祕史(?史) [幻想劇場]|新東亞

“그女를 위해 살아남다” 新羅 戰爭英雄 祕史(?史) [幻想劇場]

  • 윤채근 단국대 敎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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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入力 2021-03-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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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채근 단국대 敎授가 우리 古典에 記錄된 敍事를 現代 感性으로 脚色한 짧은 이야기를 連載한다. 歷史와 小說, 過去와 현대가 어우러져 讀者의 想像力을 刺戟할 것이다.
    고삐를 놓고 말의 갈기를 움켜잡은 설수연은 고개를 숙이고 痛哭했다. 바로 눈앞은 千 길 낭떠러지였다. 달릴 길이 더는 없었다. 말에서 내려 바위에 걸터앉은 그女는 먼동이 터오기만을 기다리며 어두운 밤하늘을 凝視했다. 아득한 北쪽에서 고구려군과 싸우고 있을 約婚者 嘉實을 떠올렸다. 

    徐羅伐 율리에서 함께 나고 자란 그女와 嘉實은 平素 눈도 마주치지 않는 사이였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病弱한 아버지를 홀로 돌봐야 했던 그女로선 또래 少年에게 곁눈질하는 건 그저 奢侈였다. 그女는 무던히 일하며 집안만을 돌봤다. 山에서 나무를 해오느라 손바닥은 거칠어졌고 남의 도움 없이 짓는 農事로 皮膚는 늘 까맣게 탔다. 본디 고운 外貌를 지니고 태어난 그女의 옛 모습을 記憶하는 마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徐羅伐 율리의 少女

    늙은 아버지를 아들 못지않게 잘 奉養하겠다는 그女의 氣魄이 單숨에 꺾인 건 戰爭 탓이었다. 이웃 나라와 戰爭을 일삼던 新羅 眞平王은 國境을 지킬 兵力이 모자라자 家口마다 한 名의 男性을 强制로 徵集하기에 이르렀다. 아들이 없던 그女 아버지는 入隊를 準備했지만 이미 죽은 者의 表情을 짓고 있었다. 수연은 煩悶했다. 어느 날 밤, 이웃집에서 빌린 甲옷을 입고 아버지 앞에 앉은 그女가 말했다. 

    “女子라고 싸우지 말란 法은 없잖아요? 於此彼 이리된 理想 眞짜 아들로 살겠습니다. 代身 出戰하게 해주셔요!” 

    물끄러미 딸을 바라보던 아버지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힘없이 對答했다. 



    “네가 아들이었다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한데 軍隊가 그리 碌碌한 곳이 아니야. 그 힘든 訓鍊은 어찌 견디며, 設令 견뎌냈다 쳐도, 막상 敵을 마주하면 칼을 쥘 勇氣도 내기 힘들 게다. 戰爭을 모르고 하는 소리니 甲옷이나 어서 돌려주거라.” 

    아버지를 說得하기 어려워지자 그女는 徵集館에게 찾아가 하소연했다. 

    “아비의 軍役을 代身하기 힘들다면 따라가서 扈從이라도 하게 해주셔요! 곁에서 지키며 수발드는 건 할 수 있지 않나요?” 

    어처구니없다는 表情을 한 管理는 팔짱을 끼고 對答했다. 

    “너 하나 때문에 軍律을 바꾸란 말이더냐? 어림도 없는 소리! 뭐 男裝을 하겠다고? 내 모가지 날아가는 소리 관두고 빨리 꺼져라.” 

    울相이 된 그女가 등을 돌리고 몇 걸음 뗄 때 徵集觀이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結婚하면 解決될 일을 가지고 寒心하긴!” 

    고개를 홱 돌린 그女가 急히 물었다. 

    “그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結婚하면 될 일이라 하셨어요?” 

    머리를 긁적이던 徵集觀이 귀찮다는 얼굴로 퉁명스레 對答했다. 

    “널 보아하니 열일곱은 돼 보이는데, 이미 婚期가 찼지? 사위가 代身 出戰한다면 누가 뭐랄 것이냐?”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수연의 눈瞳子가 기쁨으로 빛났다.

    千官馬와의 因緣

    [GettyImage]

    [GettyImage]

    아버지 付託으로 追擊에 나섰던 官兵과 율리 사내들이 낭떠러지 앞 바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수연을 發見한 건 날이 밝고도 한참 뒤였다. 이미 여러 次例 한 經驗인지라 官兵들은 어지간히 성난 表情들이었고 마을 사내들은 혀를 끌끌 차며 嘲弄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아비 속 그만 썩이고 새로 定해준 사내에게 媤집이나 갈 것이지, 아휴 이게 웬 騷動이람? 嘉實인지 뭔지 入隊한 게 벌써 언제야? 살아 있다면 벌써 돌아왔겠지!” 

    마을로 이끌려 돌아가는 동안 한없는 슬픔에 빠져 있던 수연은 嘉實이 決코 죽지 않았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嘉實은 그리 쉽게 목숨을 抛棄할 理 없는 强靭한 사내였다. 무엇보다 自身이 돌아올 때까지 잘 길러달라며 그가 남기고 간 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女는 只今 自身을 태우고 있는 말의 목덜미를 어루만져 體溫을 느꼈다. 嘉實의 손길을 數도 없이 거쳤을 바로 그 자리였다. 그女는 문득 嘉實과 헤어지던 瞬間을 떠올렸다. 

    高句麗와 熾烈한 戰鬪를 벌이고 있던 北쪽 浪費性으로 派遣되기 直前, 嘉實은 마지막으로 수연을 찾았다. 그는 말 한 마리를 그女에게 넘기며 말했다. 

    “이건 천관마라고 불리는 名馬野. 이걸 네게 맡길게.” 

    갈기가 유난히 길고 몸통이 검푸르게 潤氣 나는 말은 한눈에 봐도 특별했다. 수연네보다 집안 形便이 그리 좋을 것 없던 가실로선 갖기 힘든 말이었다. 그女가 물었다. 

    “이렇게 좋은 말이 어디서 났어?” 

    暫時 망설이던 嘉實이 속삭였다. 

    “貴한 분이 타던 말인데, 主人을 잃었어. 말을 맡아 기르던 어떤 분을 偶然히 길에서 만났는데 그냥 주시더라고.” 

    “어떤 분이 누군데 이런 말을 그냥 줘?” 

    수연의 눈瞳子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嘉實이 목소리를 더 낮춰 對答했다. 

    “사람 運命을 엿보는 분이었어. 그분께서 이 말의 主人은 나라며 주셨어.” 

    “그럼 元來 이 말을 타던 貴한 분은 누구셨어?” 

    침을 꼴깍 삼킨 嘉實이 고개를 저으며 對答했다. 

    “그건 몰라. 알 必要 없잖아? 어쨌든 이 말은 나와 運命으로 連結돼 있다고 하셨어. 그렇다면 너의 運命과도 맺어져 있을 거야. 잘 보살펴줘. 그리고 或是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쓸모가 있을 거야. 아주 怜悧한 말이거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던 수연이 흠칫 놀라며 물었다. 

    “여기 말의 목에 깊은 傷處 痕跡이 있네? 꽤 깊어 보이는걸?” 

    같은 部位를 만지며 嘉實이 操心스레 對答했다. 

    “처음 말을 받았을 때 이미 아물어 있었어. 그래도 或是 몰라서 몇 個月 동안 정성스레 藥을 발라줬지. 只今은 아주 멀쩡해.” 

    精神이 돌아온 수연은 눈앞으로 다가오는 율리의 風景을 바라보다 오래前 嘉實과 함께 어루만지던 말의 목 部位를 操心스레 손으로 훑었다. 마치 嘉實의 손을 맞잡은 氣分이었다.

    3年間 消息 없는 가실

    돌아온 딸을 앞에 두고 아버지는 激怒했다. 平素 棋力 없이 처져 있던 그는 이글이글 타는 눈빛으로 울부짖었다. 

    “都大體 이게 몇 番째냐? 아무리 嘉實이 이 아비를 위해 從軍하다 죽었다지만 이미 없는 사람이다! 살았다면 돌아와도 벌써 돌아왔어야지. 얼마나 훌륭한 婚處를 잡았는데 이리 怯 없이 날뛰는 것이냐?” 

    고개를 꼿꼿이 세운 수연이 앙칼진 音聲으로 對答했다. 

    “嘉實이 죽었다는 證據는 하나도 없습니다. 浪費性 戰鬪가 激烈해 交代를 못 하고 있을 뿐이에요! 꼭 돌아와요.” 

    벌떡 일어선 아버지가 주먹을 쥔 채 소리쳤다. 

    “嘉實과 네가 約婚할 때 난 그와 約束했다. 그게 3年이었어! 이미 期限이 지나고도 넘쳤다. 이 아비를 봐라. 늙고 병들어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世上 떠나기 前 믿음직한 사위를 보겠다는데, 그게 그리 問題더냐?” 

    따라 일어선 수연이 일그러진 表情으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嘉實이 아버지 代身 戍자리 살겠다고 했을 때, 그때 바로 結婚할 수도 있었습니다. 嘉實이 懇切히 願하는데도 제가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이미 마음으로 許諾했기 때문이었어요!” 

    “都大體 마음 따위가 뭐가 重要하니? 이미 婚處를 定했으니 넌 내 말만 따라라! 나중엔 고마워할 게 틀림없다.” 

    “마음이 없다면 사람이란 무엇인가요? 前 껍데기로만 살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嘉實은 絶對 죽지 않았어요! 그가 남기고 간 말이 밤마다 그렇게 말해 줍니다.” 

    갑자기 房門을 박차고 나간 아버지는 헛間에 있던 낫을 쥐고 馬廏間으로 걸어가며 신들린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다 저 말 때문이야. 저놈만 없었으면 착하던 네가 자꾸 도망갈 일도 없었을 거야. 가실이도 벌써 잊었을 테고. 내 오늘 죽이고야 말겠다.” 

    말 앞으로 다가서는 아버지를 가로막으며 수연이 외쳤다. 

    “말을 죽이시면 저도 오늘 죽습니다! 이 말은 저와 嘉實의 運命을 이어주는 마지막 끈이에요! 嘉實이 손을 부여잡고 고맙다고 우시던 아버지는 只今 어디 계신가요? 사람이 거짓말하는 게 第一 못쓴다고 하시던 분 아니셔요?” 

    손에서 낫을 떨군 아버지는 한참 말을 노려보다 천천히 房으로 돌아갔다. 홀로 남은 수연은 말의 목을 끌어안고 목 놓아 흐느꼈다.

    中唐堂主가 勇敢한 理由

    중원의 要塞였던 浪費性을 지키던 新羅軍은 여러 次例 城을 빼앗겨 後退했다 다시 收復하는 일을 反復하고 있었다. 그만큼 고구려군의 攻擊은 執拗하고 드셌다. 戰鬪가 얼마나 慘酷했는지, 처음 浪費性을 지키던 新羅軍 大部分이 戰死했을 程度였다. 嘉實은 살아남은 몇 안 되는 最初 兵力 가운데 한 名이었다. 그래서인지 徐羅伐 指揮部에서 새로 投入한 重당군의 指揮官 中唐堂主(中幢幢主)는 嘉實을 副官으로 삼아 새로운 戰略을 짤 때마다 陪席시켰다. 

    젊은 堂主는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무섭게 싸웠다. 말로만 勇猛을 誇示하다 막상 戰鬪에 臨하면 後尾로 숨거나, 甲胄와 防牌로 제 몸 하나 保身하기에 바빴던 다른 將校들과는 아예 다른 人物이었다. 그런 堂主를 嘉實은 眞心으로 尊敬했다. 그는 死力을 다해 堂主 곁을 지켰고, 先鋒에 설 때마다 番番이 그와 함께 敵陣 깊숙이 파고들어 외로이 싸웠다. 그 많은 戰鬪에서 둘 모두 살아남은 건 奇跡이었다. 

    戰鬪가 그치고 暫時 休息하던 어느 깊은 밤, 城郭 哨所로 嘉實을 불러낸 堂主는 空豁한 하늘에 위태롭게 걸린 初生달을 바라보며 물었다. 

    “嘉實은 무엇 때문에 그리 勇敢한 거지?” 

    堂主가 피로 얼룩진 甲옷을 푸는 것을 도우며 嘉實이 對答했다. 

    “뻔한 對答을 願하는 건 아니시겠죠?” 

    嘉實을 돌아보며 싱긋 웃은 堂主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옆에 나란히 서며 嘉實이 속삭였다. 

    “浪費性에 到着해 처음 싸움에 投入됐을 땐, 나라를 위해 싸웠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지요. 그러다가 我軍 大部分이 목숨을 잃거나 負傷을 當하고 제 周邊에서 하나둘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전 저를 위해 싸웠습니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서.” 

    嘉實의 어깨를 툭 친 堂主가 말했다. 

    “實은 나도 그래. 生死의 갈림길에서 칼을 휘두르다 보면 살고 싶은 欲望 하나만 남아. 新羅에 對한 忠誠心은 뒤집어쓴 敵의 피를 닦으면서야 되돌아오지. 그게 우리 運命이야.” 

    “堂主님께선 누군가를 그리워하진 않으십니까?”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라. 가실 자네는 그런가?” 

    “저는 그렇습니다. 그리운 정인이 있습니다. 敵들의 섬뜩한 눈초리와 마주할 때도 반드시 살아남아 만나고 싶은 사람이 떠오릅니다. 저보다 剛한 相對가 내리친 劍의 振動을 어깨로 받아낼 때도, 그 執念이 살려는 意志를 만듭니다. 敵들을 베며 앞으로 제가 살아갈 길을 여는 거지요.” 

    한숨을 내쉰 堂主가 어두운 表情으로 속삭였다. 

    “누구나 살아야 할 理由들로 이 地獄을 버티는 거지. 난 마음속 정인을 이미 베어냈네. 언제든 未練 없이 죽을 수 있도록!” 

    조용히 堂主를 돌아본 嘉實은 冷酷하고 沈着한 相對의 表情을 보며 戰慄했다. 그러다가 自己도 모르게 말했다. 

    “實은 理由가 하나 더 있습니다. 前 堂主님을 살리고 싶어서 힘써 싸웁니다. 그게 제 召命이라도 되는 양, 戰場에 뛰어들면 전 堂主님 그림자가 돼 함께 있게 됩니다.”

    맞붙은 두 個의 거울

    아침부터 아버지는 무척 신나 있었다. 그는 新郞을 맞을 채비로 분주한데도 자주 수연 房에 들러 딸 狀態를 거듭 確認했다. 시름으로 가득한 수연은 그런 아버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마침내 새新郞이 율리로 들어섰다는 傳喝을 받은 그는 딸에게 속삭였다. 

    “이番 일만 잘 치르면 우리 가난도 끝나는 거다. 내가 죽더라도 넌 어엿한 晉氏 家門 며느리가 돼 平安한 餘生을 보낼 거야.”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눈물을 흘리던 수연이 對答했다. 

    “아버님 所願이라 婚姻은 하겠지만, 설수연의 삶은 오늘로 끝입니다. 제게 무얼 앗아가고 있는지 아버님은 모르세요!” 

    아버지가 뭐라고 말하려고 할 刹那 大門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新郞이 벌써 到着했다고 여긴 아버지가 서둘러 뛰어나갔지만 洞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門間에 서 있는 건 낯선 女僧이었다. 그女는 新婦에게 祝言을 올려주겠다며 아버지를 說得해 수연 房으로 들어섰다. 

    房으로 들어선 女僧은 말없이 수연을 끌어안았다. 그런 相對를 疑訝하게 바라보던 수연이 물었다. 

    “스님께선 저를 아시나요?” 

    몸을 조금 물린 女僧이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암요. 제가 맡긴 말을 잘 보살펴주신 분이신걸요.” 

    말을 잊고 한참 女僧의 눈만 바라보던 수연이 겨우 입을 뗐다. 

    “가실이한테 말을 준 분이시군요? 맞나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던 女僧이 몸을 앞으로 굽혀 수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嘉實은 돌아옵니다. 그것도 오늘! 結婚式을 最大限 미루세요.” 

    수연이 무언가 더 물어보려 했지만 女僧은 서둘러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 그女에게 수연이 急히 물었다. 

    “姓銜이라도 알려주세요. 나중에 찾아뵙고 싶습니다.” 

    망설이던 女僧은 房門을 열며 낮은 音聲으로 속삭였다. 

    “천관사에 起居하는 천관녀라 합니다.” 

    女僧이 사라지고 난 後 수연은 온갖 핑계를 대며 婚禮가 始作되는 걸 미뤘다. 마음 急한 新郞이 억지로 新婦 집 門地枋을 넘으려 할 때는 西쪽 하늘로 노을이 차츰 번지고 있었다. 嘉實이 나타난 건 그 瞬間이었다. 처음엔 누구도 그가 嘉實임을 알아채지 못했다. 오랜 戰爭으로 衰弱해져 부쩍 야윈 嘉實에게 다가간 수연이 얼빠진 表情으로 물었다. 

    “그대가 鎭靜 嘉實이라면, 徵標를 보이시오.” 

    낮게 呻吟하던 嘉實이 품 안에서 쪼개진 손거울 半쪽을 꺼냈다. 急히 自己 房으로 가 나머지 半쪽을 가지고 나온 수연이 둘을 합쳤다. 거울 두 쪽이 正確히 들어맞자 그제야 大聲痛哭한 수연이 嘉實의 가슴에 쓰러지듯 안겼다. 그女 등을 어루만지던 嘉實이 뜨거운 눈물을 왈칵 쏟으며 마치 자장歌를 부르듯 되뇌었다. 

    “살아 돌아온다고 約束했지? 난 約束을 지켰어.”

    戰爭 英雄의 痛哭

    가실 夫婦는 幸福했다. 그들은 오래 떨어져 있던 거울이 한 치 어긋남 없이 아귀가 맞듯 서로에게 딱 들어맞는 짝이었다. 그들 앞에 嘉實의 옛 上官이었다는 젊은 장수가 나타난 건 高句麗와의 긴 戰爭이 마무리되던 해 가을 무렵이었다. 

    젊은 將帥는 嘉實을 親舊처럼 對했다. 그는 徐羅伐 自己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미룬 채 가실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술이 거나해지자 그가 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 娘子! 그댈 그저 이렇게 부르겠으니 容恕하시오. 嘉實이 當身을 얼마나 戀慕했는지 아시기는 하오? 돌아가셨다는 娘子 父親을 代身해 軍役을 했다 들었소. 우리 新羅엔 엄청난 幸運이었지.” 

    相對의 盞에 술을 가득 부은 嘉實이 들뜬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堂主님이야말로 新羅의 幸運이자 符籍이십니다. 單 한 次例도 敗한 적이 없으셨지요?” 

    술盞을 입에 가져가 單숨에 들이켠 堂主가 눈을 감더니 흐느끼듯 對答했다. 

    “그래, 單 한 番도. 單 한 番도 지지 않았어. 代身 많은 걸, 너무 많은 걸 잃었어. 負傷當한 嘉實도 繼續 내 옆에 있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重唐軍 太半이 목숨을 잃었지. 난 戰友들 屍身 위에서 名聲을 쌓은 惡鬼地. 너무 모진 運命이야.” 

    感慨에 사무친 表情의 堂主는 所避를 보고 오겠다며 房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이 된 嘉實 夫婦는 燈盞에 불을 붙이고 마당으로 나섰다. 차가운 空氣가 허름한 마당을 쓸고 지나갔다. 燈불을 廁間 쪽에 비췄지만 人기척조차 없었다. 堂主가 한 말로 不吉함을 느낀 수연이 奇異한 두려움에 男便 팔을 꼭 움켜쥐었다. 嘉實이 馬廏間을 向해 燈불을 비춘 瞬間, 얼어붙은 사람처럼 微動도 없이 말을 바라보고 선 堂主의 뒷모습이 나타났다. 

    操心스레 堂主에게 다가간 嘉實이 살며시 相對의 어깨에 손을 대며 물었다. 

    “왜 여기 이리 서 계십니까? 편찮기라도 하신 건가요?” 

    堂主는 對答하지 않고 燈불 빛으로 인해 더 환히 제 모습을 드러낸 말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마치 오랜 歲月 떨어져 있던 主人을 만난 것처럼 天官魔가 콧김을 내뿜으며 堂主를 向해 머리를 흔들었다. 堂主가 물었다. 

    “이 말, 어디서 났나?” 

    嘉實이 떨리는 목소리로 自初至終을 說明하자 黨注意 어깨가 무너졌다. 그는 조금씩 고개를 숙이더니 끝내 고요히 흐느끼기 始作했다. 술기운 탓이었는지, 아니면 사라진 戰友들에 對한 悔恨 때문인지 嘉實은 알 길이 없었다. 말 앞에 무릎 꿇은 堂主는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말한테 未安해서 이러는 거네. 저 목의 傷處, 저 傷處를 내가 낸 거거든.”

    新羅 花郞과 천관녀

    花郞 金庾信은 거나하게 醉해 酒店을 벗어나 自己 말에 올랐다. 시끌벅적하던 徐羅伐 中心地를 벗어난 말은 主人이 고삐를 쥐지 않고 잠들어 버리자 갈 곳을 모르고 이리저리 彷徨했다. 王宮 앞에서 暫時 망설이던 말은 제 몸에 익숙한 方向으로 발길을 돌렸다. 遺臣이 술에 醉하기만 하면 들르던 곳, 아니 時도 때도 없이 말을 몰아 當到하던 곳을 向해. 

    천천히 걸음을 옮겨 主人을 目的地에 이르게 한 말이 維新을 깨우려고 크게 한 番 울었다. 그 소리에 집 안에 있던 女人이 먼저 기척을 알아채고 뛰어나왔다. 女人은 말 위에 잠들어있는 維新을 發見하고 대뜸 흐느끼기부터 했다. 그女는 하염없이 울며 앞으로 다가가 維新을 부축해 말에서 내렸다. 

    겨우 精神을 차린 遺臣이 稀微하게 눈을 뜨자 오랜 歲月 情分을 쌓은 천관녀의 얼굴이 보였다. 술기운이 달아난 그가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외쳤다. 

    “네가 여긴 웬일이냐? 우린 이미 끝낸 사이 아니더냐?” 

    서러운 表情을 한 천관녀가 속삭였다. 

    “그건 維新 狼島 혼자만의 決定 아니었나요? 少女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하늘의 달과 當身의 말이 여기로 이끌었으니 이것 亦是 좋은 因緣입니다. 어서 제 房으로 드세요.” 

    그제야 周邊을 둘러보며 事態를 把握한 遺臣이 칼을 뽑아 들었다. 

    “妓女와 어울리는 삶을 整理하기로 父母님과 이미 約條했다! 大義를 위해 살 것이니 이제부터는 날 永遠히 잊어라.” 

    다시 말에 오르려는 유신에게 달려간 천관녀가 相對를 뒤에서 안았다. 그女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 大義에 왜 제가 없어야만 하는 건가요? 維新 郎徒와 少女가 보낸 歲月이 果然 얼마던가요? 제가 狼島 앞길이라도 막는다는 것인가요? 그저 남은 情愛를 다하려는 것뿐입니다. 우리 因緣을 부처님께서 맺어줬다고 한 건 바로 낭도셨어요!” 

    維新 몸이 暫時 흔들렸다. 그는 몸을 돌려 정인 얼굴을 한 番 더 보고 싶었다. 때마침 구름이 달빛을 가리자 밤은 더 깊어진 듯했다. 천관녀 집 馬廏間 쪽으로 고개를 돌린 말이 쉬고 싶다는 羊 히힝 울음소리를 냈다. 遺臣이 두 손으로 칼을 다잡으며 외쳤다. 

    “내 차마 널 벨 수는 없구나. 代身 이 말을 베어 내 마음을 보여주마!” 

    위로 높이 솟구쳤던 檢身이 斜線으로 빗기며 말의 목을 쳤다. 피를 뿜으며 말이 쓰러지자 유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向해 걸었다. 천관녀의 울음소리가 오래도록 귀를 맴돌았다. 그는 이제 됐다며 스스로를 說得하고 또 說得했다. 하지만 집에 當到할 즈음 維新의 얼굴은 예전과 달리 微妙하게 뒤틀려 있었다.

    * 이 作品은 ‘三國史記’의 ‘설씨녀展’을 천관녀 說話와 엮어 現代的으로 脚色한 것이다.


    윤채근
    ● 1965年 忠北 淸州 出生
    ● 고려대 國語國文學 博士
    ● 檀國大 漢文敎育學科 敎授
    ● 著書 : ‘小說的 主體, 그 誕生과 轉變’ ‘漢文小說과 欲望의 構造’ ‘神話가 된 天才들’ ‘論語 感覺’ ‘每日같이 明心寶鑑’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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