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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玆山魚譜를 찾아서’|신동아

‘玆山魚譜를 찾아서’

먼지 쌓인 苦戰에 生命을 불어넣다

  • 글: 안대회 / 영남대 敎授·漢文敎育과 ahnhoi@yumail.ac.kr

    入力 2003-12-29 18: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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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산어보를 찾아서’

    玆山魚譜를 찾아서(전5권)/ 이태원 지음/ 청어람미디어/ 各 400餘쪽/ 各 2萬3000원

    1年 前 알고 지내던 出版社 社長으로부터 電話를 받았다. 丁若銓의 ‘송정사의’라는 冊이 發見됐는데 飜譯을 해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이름만 남아 있던 그 冊의 出現에 놀라 나는 그 자리에서 그러마고 했다.

    이렇게 ‘송정사의’를 통해 이태원氏를 알게 됐다. 이 대단한 發見을 한 사람이 어떤 이일까 궁금해 直接 만나본 것이다. 나는 그때 그가 서른을 갓 넘긴 高等學校 生物敎師라는 事實에 놀랐다. 그리고 그 뒤 다시 한番 놀랄 일이 생겼다. 지난해 末 出刊된 ‘玆山魚譜를 찾아서’를 보고 아마추어답지 않은 筆力과 詳細한 考證, 흥미로운 敍述, 豐富하고 섬세한 圖版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던 것이다. 無慮 3卷 1200쪽에 達하는 量으로도 모자라 이番에 다시 2卷을 보태 5卷을 完成했다. ‘玆山魚譜’ 飜譯本이 겨우 文庫判 1卷 分量임을 생각하면 ‘玆山魚譜를 찾아서’가 얼마나 대단한 努力의 結實인지 알 수 있다.

    이 冊은 한마디로 興味와 知識을 同時에 만족시킨다. 理解를 돕기 위해 새로 製作한 圖版의 水準도 높아서 만든 이들의 精誠이 느껴진다. 이 冊은 1車本이 刊行된 後 言論의 好評을 받았고 一般 讀者들도 꽤 關心을 가졌던 것으로 記憶한다. 나 亦是 周圍 사람들에게 읽어보기를 勸했다. 決코 가볍지 않은 內容과 부담스러운 分量에도 讀者들의 反應이 좋은 理由는 冊이 發散하는 魅力이 작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黑山島 물고기 이야기에 반한 理由

    이 冊은 ‘玆山魚譜’의 著者와 그 속에 나오는 물고기를 追跡하는 過程과 그 結果를 報告한 글이다. ‘玆山魚譜’는 丁若銓이 黑山島의 물고기를 調査해 記錄한 魚類學 書籍으로 漢文으로 쓰였다. 旣往에 ‘玆山魚譜’라는 이름으로 두 次例 飜譯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耳目을 집중시키지 못했다. 理由야 當然하다. 물고기의 生態를 꼼꼼히 記錄한 學術的인 글에 눈길을 줄 讀者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내 書架에도 1977年에 나온 ‘玆山魚譜’ 飜譯本이 꽂혀 있지만 모르는 물고기 이름이 너무 많았다는 것만 떠오른다. 專門家가 아니라면 丁若銓의 說明은 單純히 물고기에 關한 嗜好에 不過하다. 그 點에서 이태원氏의 著述은 ‘玆山魚譜’에 對한 나의 생각을 完全히 바꾸어놓았다. 黑山島를 直接 찾아가 丁若銓이 文字로 옮겨놓은 물고기와 現場에 있는 물고기를 對照하는 作業을 통해 自然科學書 ‘玆山魚譜’를 새로운 人文書로 變身시켰다. 率直히 ‘玆山魚譜’의 著者 정약전이나 註釋을 단 이청은 그들이 見聞한 事實을 最大限 正確하게 傳達했을 뿐인데, 200年이란 時差를 두고 이태원의 손에서 興味津津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再誕生하게 된 것이다.

    이 冊은 探問過程에서 만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全羅道 사투리 그대로 옮겨놓았고, 偶然히 만난 어린아이들의 말과 表情까지도 놓치지 않았다. 現地에서 生活하는 漁夫들의 입을 통해 ‘玆山魚譜’의 물고기 畿湖가 再現되고, 漁夫의 아련한 記憶을 일깨운다. 아울러 著者의 推論을 통해 뒤엉킨 敍述의 問題點들이 解明된다.

    말미잘의 語源은 말의 肛門

    生疏한 記號를 解讀해나가는 過程도 흥미롭다. 그 가운데 白眉는 말미잘의 起源. 著者는 ‘말의 肛門’이란 뜻에서 말미잘이 나왔다는 것을 차근차근 追跡해간다. ‘玆山魚譜’에서 말미잘에 該當하는 魚類는 ‘席항호(石肛?) 俗名 홍말주알(紅末周軋)’이다. 丁若銓의 說明은 이렇다. “模樣은 오랫동안 異質을 앓은 사람이 탈항한 것 같고 빛깔은 검푸르다. 助手가 미치는 곳의 돌 틈에서 산다. 模樣은 둥글고 길쭉하게 생겼다. 그러나 붙어 있는 돌에 따라서 그 模樣이 달라진다.”

    丁若銓이 말미잘의 생김새를 보고 사람의 肛門을 聯想한 대목에 注目해서 著者는 말미잘이 肛門과 어떤 關係가 있지 않을까 疑心하고, 속名人 홍말주알은 어떤 意味일까 追跡하다가 말(末)李 美(未)의 誤字이며, 홍미주알은 다름아닌 붉은 미주알로서 탈항한 肛門이라는 丁若銓의 聯想과 正確하게 맞아떨어지는 이름임을 밝혀낸다. 結局 말미잘의 美잘은 미주알의 줄임말이요, 말미잘은 사람보다 훨씬 큰 肛門을 가진 魚類라는 意味라고 推定했다. 席항호란 이름에도 肛門이 있는 것을 보면 그의 追跡은 妥當하다.

    丁若銓의 딱딱한 說明은 이태원의 追跡過程에서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로 바뀐다. 張皇한 듯하지만 이러한 探訪과 追跡, 類推와 確認의 모든 過程이 讀者를 誘引하는 이 冊의 美德이다. 冊의 곳곳에서 물고기에 關한 知識과 흥미로운 事實이 번득인다. 靑魚가 잡히는 漁獲高에 일정한 週期가 있음을 發見한 丁若銓의 眼目을 說明하는 대목, 沿岸에 出沒하는 다양한 고래의 生態에 關한 說明, 洪魚의 生態와 특별한 맛을 說明하며 만만한 게 洪魚좆이라는 俗談의 由來를 紹介한 대목들 亦是 興味롭다.

    뻘떡기, 좆고기, 꾸죽, 黔處歸

    또 對立服에 對해 丁若銓이 매우 稀貴하다고 했는데, 이태원은 長壽삿갓조개에 該當하는 이 魚種이 現在 政府에서 保護野生動植物로 指定한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것은 ‘玆山魚譜’가 現在 海洋生物을 調査할 때 直接的으로 參照할 수 있는 責任을 의미한다.

    著者는 어느 地點에서 ‘玆山魚譜’라는 本流를 벗어나 雜談으로 흐르는 듯하다가 다시 本流로 돌아오곤 한다. ‘玆山魚譜’를 理解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다루어 보겠다는 著者의 左衝右突式 ‘探心’을 느끼게 된다. 勿論 非難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意圖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冊을 읽다보면 附隨的인 所得도 있다. 뻘떡기, 좆고기, 꾸죽, 黔處歸, 總低利, 弔電對美, 노래미, 五萬동, 존地絡 等等의 우리말 물고기 이름과 그에 對한 說明에서 손에 잡힐 듯한 귀여움과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또 ‘舊쟁기 뒤보레 街不敏 게드레기가 차지한다(소라가 똥을 누러 간 사이에 집게가 代身 집을 차지한다)’는 濟州島 俗談처럼 물고기를 둘러싼 俗談에도 專門的 知識이 動員된다. 中間中間에 정약전 周邊의 人物과 그 時代의 歷史的 事實을 비롯하여 博物學, 물고기와 關聯한 知識들은 덤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즐겁다.

    이 冊의 出刊은 적지 않은 意味를 지닌다. 무엇보다 우리 古典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죽은 글이 될 수도 있고 이렇게 興味롭고 顯在的 意味를 지닌 寶物倉庫度 된다는 事實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 冊은 人文敎養書이지만 그 안에는 學術的으로 새롭고 眞摯한 內容을 담고 있다. 나는 魚類分野에 關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著者가 探訪을 通해서 장창대라는 無名의 博物學者를 浮刻시키려 한 것이나, ‘송정사의’를 發掘하여 紹介한 것은 作業의 副産物로서 참으로 所重하다. 또 이 冊에 註釋을 단 茶山의 弟子 이청의 價値를 浮刻시킨 것 亦是 意味가 크다.

    여기서 우리 古典을 다루는 새로운 方法을 배울 수 있다. 各各의 古典이 서로 다른 意味를 發散하지만 이태원氏가 한 것처럼 새로운 生命力을 불어넣는 作業을 해야한다는 事實이다. 그러한 努力을 기울이면 過去의 著述이 過去의 生硬한 知識이 아니라 눈앞에 벌어지는 現實과 對話할 수 있는 眞正한 古典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한 著作이 ‘玆山魚譜’만은 아니다. 最近 ‘眉巖日記’ ‘熱河日記’, 退溪와 高峯의 便紙를 새롭게 解釋한 人文書들이 出刊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冊들은 苦戰을 舊態依然한 視角과 方法으로 理解하려 하지 않고, 斬新한 解釋과 視角을 動員하여 現代의 高級讀者들을 사로잡았다는 共通點을 갖고 있다. 또 原著者의 知識이나 學問的 力量을 뒤따라가기보다 한便으로는 壓倒하면서 텍스트를 磁氣化, 現代化하는 데 成功했다. 勿論 出版社와 讀者들의 높은 眼目도 加勢했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의 古典 目錄에는 ‘欠英’ ‘이재난高’ ‘連境’ 等 潛在力 面에서 決코 ‘玆山魚譜’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著述들이 있다. 그들이 현대의 讀者들과 다시 만나기까지 또 다른 ‘梨泰院’의 登場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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