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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奇談] 朝鮮의 虛風扇이 世上을 훔치다|신동아

[고담奇談] 朝鮮의 虛風扇이 世上을 훔치다

  • 윤채근 檀國大 漢文學과 敎授

    入力 2024-05-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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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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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虛風扇이 利弘은 漢陽 南村의 沒落 兩班이었다. 열여덟 살에 父母를 여의고 그가 손에 쥔 건 달랑 南山 밑 墨跡골의 草家집 한 채였다. 兄弟姊妹는 고사하고 도와줄 먼 一家親戚조차 없는 그로선 그나마 風餐露宿을 謀免한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利弘은 父母가 물려준 다부진 몸으로 물지게를 져 艱辛히 입에 풀漆했다. 南山 中턱에 자리 잡은 고래등 같은 大邸宅들은 北村 名門家 子弟들의 別莊이었는데, 밤낮없이 열리는 잔치 탓에 똥지게꾼과 물지게꾼이 끝없이 드나들었다. 利弘은 그들 가운데 하나였다.

    돈을 잘 벌려면 물지게를 빨리 버리고 똥지게를 져야 했다. 利弘은 지게 지는 法에 익숙해지자마자 똥지게로 갈아타 제법 큰돈을 만질 수 있었다. 온몸에서 振動하는 똥 냄새는 돈 냄새였고, 돈은 世上 온갖 시름을 잊게 해주는 도깨비 방망이였다.

    그는 처음으로 고운 韓服을 맞춰 입고 雲從街를 누벼보았다. 사람들 待接이 宛然히 달라졌다. 우쭐해진 그가 葉錢 몇 兩을 거지들에게 던져주자 그들 눈에 비친 自身은 나라님이 따로 없었다. 利弘은 내친김에 紅燈街에 들어서서 漢陽 甲富 行世를 해보았다. 처음엔 미심쩍어하던 우두머리 妓女가 그의 돈 씀씀이를 有心히 지켜보더니 바싹 다가와 앉으며 물었다.

    “못 뵀던 분인데, 어디 사시는 뉘슈?”



    술기운이 적잖이 돌았겠다 於此彼 똥지게꾼 人生에 두려울 것도 없었기에 그는 거침없이 소리쳤다.

    “날 몰라? 이 이홍이를? 그럴 만도 하긴 해! 淸나라에서 막 돌아왔다네.”

    “淸나라? 淸나라 어디? 여기 오시는 도련님들 다 淸나라 다녀오신 분들인데.”

    말門이 막힌 이홍이 天障만 바라보고 있을 때 옆을 지나가던 선비 한 名이 불쑥 다가와 말했다.

    “아니, 이거 利弘 아니신가?”

    첫 단추

    利弘은 相對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지만 全혀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 이홍이 語塞하게 일어서며 물었다.

    “누구신데 제 이름을 아시는지?”

    相對가 利弘을 덥석 끌어안으며 豪宕하게 말했다.

    “年庚에서 함께 어울리던 날 몰라? 나 백시봉일세!”

    “백시봉?”

    “그래! 내 아버님이 吏曹判書 되시는 백대붕 大監 아니신가? 벌써 다 잊었나?”

    이홍이 얼떨떨한 表情으로 相對 품에 안겨 있는 사이 우두머리 妓女가 큰소리로 외쳤다.

    “얘들아! 貴한 새 손님 오셨다! 侍奉 도련님이랑 燕京에 계시던 분이란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나타난 어린 妓女들이 利弘과 侍奉의 팔짱을 끼고 內室로 이끌었다. 영문도 모른 채 山海珍味를 배불리 먹은 이홍이 못내 不安한 마음을 숨기지 못해 侍奉에게 넌지시 물었다.

    “우리가 眞正 年庚에서 만났다고 믿으시는 게요? 或是 비슷한 얼굴을 混同하신 건 아니고?”

    소갈비를 뜯던 侍奉이 눈을 부라리며 對答했다.

    “뭔 헛소린가? 어서 먹을 것 챙겨 먹고 오늘밤엔 우리 집에서 자고 가시게!”

    相對를 빤히 노려보던 利弘은 마침내 自暴自棄의 마음에 빠져들었다. 그는 근심걱정을 내려놓고 술을 마시기 始作했다. 於此彼 始作한 虛風이라면 갈 때까지 가보고 정 안 되면 이番 生을 壯烈히 下直할 心算이었다. 그는 고주망태가 됐다.

    食事를 마친 侍奉은 외상 帳簿에 멋지게 署名하고 酒店 밖으로 나섰다. 비틀대며 그의 뒤를 따르던 이홍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물었다.

    “宅네가, 아니 宅이 어디슈?”

    默默히 뒷짐 지고 서 있던 侍奉이 빙글 몸을 돌리더니 매정한 말套로 속삭였다.

    “술은 왜 그리 많이 처먹는 거야? 자칫 失手할 뻔했잖아!”

    “무슨 失手를?”

    利弘 앞으로 다가선 侍奉이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對答했다.

    “너 眞짜 날 몰라? 나 너랑 같이 똥지게 지는 달보야. 백달보!”

    몽둥이로 뒤통수를 맞은 듯 衝擊에 빠진 이홍이 눈을 치켜떠 相對를 바라봤다. 醉氣가 달아나며 稀微한 理性의 빛이 깜빡이며 되돌아왔다.

    “백달보라면, 왜, 어쩌다 兩班 노릇을 하는 겐가? 걸리면 개죽음인데?”

    콧방귀를 낀 달보가 陰散한 表情으로 말했다.

    “걸리기 前에 사라지면 돼! 오늘 이 酒店 마지막 오는 날이었어. 조금 아쉬울 때 緣을 끊어야 하거든. 암튼 도와준 걸 감사히 여기고 앞으론 알은체 하지 마.”

    표표히 멀어지는 달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利弘은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날따라 달빛도 고왔고 灰色으로만 보이던 漢陽이 알록달록 潤氣를 머금고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래도 世上이 살 만하다고 여긴 첫 瞬間이었다.

    소매치기

    똥지게꾼 백달보는 그 後로 利弘을 본체만체했다. 平素 同僚들에게 別 關心이 없던 利弘은 달보의 行動擧止에 무섭게 集中했다. 그가 존경스러웠다. 약삭빠르기론 첫째라는 雲從街 酒店 主人을 속이고 兩班 行世를 해서가 아니라, 그러면서 그가 보여준 膽大함과 極度의 뻔뻔함이 너무 부러웠기 때문이다. 그건 當時 利弘으로선 꿈도 꿀 수 없는 卓越한 才能이었다.

    어느 날 곰방대를 물고 休息을 取하던 利弘에게 달보가 다가와 앉았다. 大家집 뒷間 하나를 말끔히 치운 뒤였다.

    “너 내가 警告했을 텐데?”

    相對의 音聲에서 危險을 느낀 이홍이 얼른 곰방대를 내려놓으며 자리를 옆으로 옮겼다. 달보가 다시 말했다.

    “왜 날 觀察하는 거지? 너 자꾸 날 훔쳐봤잖아? 무슨 꿍꿍이野?”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 이홍이 對答했다.

    “부러워서 그랬네.”

    “부러워? 내가?”

    “實은 尊敬하고 있네.”

    눈을 가늘게 뜬 달보가 利弘의 곰방대를 自己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尊敬이라. 너 한때 兩班이었다며? 난 父母 姓도 몰라. 白 氏라고 했다가 千 氏라고도 하고, 뭐 나중엔 萬 氏로 살 생각이거든.”

    “자네의 勇氣가 丁寧 놀랍고 본받고 싶다네.”

    “勇氣? 그게 勇氣로 보였어?”

    “分明 사내다운 氣槪였거든! 적어도 나한텐 말일세.”

    말없이 利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던 달보가 곰방대를 바닥에 툭 던졌다. 그에게선 백시봉을 假裝하던 때와 같은 威風堂堂함이 느껴졌다. 달보가 천천히 입을 뗐다.

    “난 序文 밖 소매치기 出身이야. 場터에서 잔뼈가 굵었지. 사람들 소매 째는 걸 누구보다 잘했어. 그런데 왜 똥지게나 지고 있냐고?”

    이홍이 고개를 끄덕이자 달보가 두 다리를 쭉 펴며 말했다.

    “소매치기는 혼자 못 해. 내가 소매를 쨀 동안 바람잡이가 옆에서 相對 視線을 흩어놔야 해. 안 그러면 銳敏한 것들은 今方 눈치를 채거든. 一旦 物件을 훔치면 난 그걸 재빨리 발 빠른 配達꾼에 넘겨. 繼續 가지고 있다간 狼狽를 보거든. 配達꾼은 뜀박질 잘하는 두세 名으로 무리를 이뤄서 움직이지. 한데 間或 捕卒들에게 걸리기도 해. 그럼 捕卒들 追擊을 막아주는 妨害꾼이 投入돼. 지게를 지고 있다가 物件을 길바닥에 엎어버리는 거야.”

    달보가 自身의 얘기를 傾聽하는 利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입을 뗐다.

    “나랑 함께 일하던 配達꾼 하나가 捕廳에 잡혔어. 何必 훔친 物件을 품고 튀던 놈이었지. 그 後 우린 뿔뿔이 흩어져 各自圖生하고 있어.”

    이홍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속삭였다.

    “내게 그 技術들을 가르쳐줄 순 없겠나?”

    世上을 훔치는 技術

    利弘은 스승인 달보로부터 많은 걸 배워나갔다. 멀쩡한 남의 物件을 훔치고, 거짓말로 大衆을 眩惑하며, 엉뚱한 말로 自身의 罪를 잡아떼는 方法을 次例로 익힌 그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이 났다. 배운 技術을 써먹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던 그는 全혀 豫想치 못했던 方式으로 自身 안에 숨어 있던 能力을 發揮했다.

    여느 때처럼 똥지게를 지고 南山 南쪽 기슭의 거름 保管所로 가던 利弘은 捕卒들에게 逮捕됐다. 捕廳 監獄에 가보니 이미 잡혀온 달보가 피투성이가 돼 누워 있었다. 雲從街 酒店에서 雇用한 왈짜牌 손에 잡혀 捕廳에 넘겨진 것이었다. 달보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놈이라도 共犯을 불면 살려주겠다는데 別수 없지 않아? 未安하지만 財數 없었다고 생각해.”

    利弘은 달보의 몸 狀態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於此彼 살아도 사람 구실하기는 힘들 程度로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監獄 壁에 기대 우두커니 생각에 잠겼던 이홍이 물었다.

    “旣往이면 世上을 훔치라고 했지?”

    힘들게 고개를 든 달보가 利弘을 올려다보며 對答했다.

    “그래. 넌 그래도 兩班이었잖아? 까짓 法 따위가 두렵다면 이 일은 못 하거든.”

    고개를 끄덕인 이홍이 沈着하게 속삭였다.

    “그럼 于先 살아야 하는 거 아닐까?”

    “그렇긴 하지.”

    “그럼 날 위해 죽어주면 좋겠어.”

    달보가 숨을 멈춘 채 利弘을 노려보았다. 이홍이 다시 말했다.

    “그 몸으론 더 뭘 하긴 힘들어. 차라리 날 위해 죽어주면 어떨까? 내가 달보 兄이 못 이룬 것들을 죄다 해보고 곧 따라갈 테니!”

    利弘은 달보가 當場 죽어야 할 여러 理由를 대며 끝없이 說得했다. 처음엔 憤怒하던 달보가 마침내 諦念한 表情으로 말했다.

    “그래 봐야 넌 여기서 못 나가. 뭘 어쩌려는 건진 몰라도 所用없어. 하지만 내 죽음을 팔아 마지막 詐欺를 치는 거라면, 어디 해보시지. 成功하면 기꺼이 祝賀해 주겠어.”

    利弘은 遲滯 없이 看守를 소리쳐 불렀다. 다가온 看守를 向해 이홍이 부르짖었다.

    “내 逆謀를 發告하려 하오. 그리고 내 身分을 밝히겠소. 난 平安道觀察使가 派遣한 譏察捕校 이정립이라 하오. 어서 從事官을 불러주시오!”

    從事官 앞에 불려간 利弘은 平壤에서 온 譏察捕校 이정립이 돼 漢陽 序文 밖에서 暗躍해 온 逆謀 勢力에 對해 술술 불기 始作했다. 從事官이 물었다.

    “네가 譏察捕校라면 어째서 時間을 끌었지? 달보 正體를 깨달은 瞬間 義禁府나 이리로 왔어야지.”

    “달보 놈이 나머지 殘黨들 있는 곳을 불지 않는데 어쩌란 말입니까? 요즘 西北度에서 逆謀를 꾀하는 奸凶들이 연이어 일어나 나라의 골치 아닙니까? 녀석들이 버젓이 漢陽 四大門 안까지 휘젓고 다닌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從事官이 利弘을 지긋이 노려보며 천천히 물었다.

    “너 譏察捕校 아니지?”

    “무슨 말씀이신지?”

    “넌 布敎가 아니다. 하지만 소매치기 牌거리도 아닌 듯한데. 都大體 무슨 꾀를 내려는 거지?”

    이홍이 길게 한숨을 몰아쉬고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前 布敎는 아닙니다. 하지만 從事官께서 節 譏察捕校로 만들어주시면 어떨지요?”

    “내가? 왜지?”

    “近者에 西北度 出身 逆徒들이 都城에 나타난다는 洶洶한 所聞에 나라님께서도 걱정이 泰山 아니신지요?”

    “그러하다.”

    “놈들 日當을 一網打盡한다면 이보다 더 큰 功이 어디 있겠습니까?”

    從事官이 빙그레 微笑 지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이홍이 다시 말했다.

    “譏察捕校는 從事官께서 隱密히 심는 者 아닙니까? 捕盜大將께서도 누가 譏察捕校인지 아실 길이 없습지요.”

    손가락으로 卓子를 톡톡 두드리던 從事官이 마침내 입을 뗐다.

    “布敎라고 해봐야 요즘엔 俸給도 없어 아무나 할 수야 있긴 하지. 한데 달보란 놈이 順順히 罪를 불겠느냐? 當場 목이 잘릴 것인데?”

    손을 깍지 낀 이홍이 낮은 목소리로 對答했다.

    “그건 問題없습니다. 序文 밖 逆徒들 사냥할 準備나 하십시오. 몸이 부서져라 돕겠습니다.”

    漢陽의 虛風扇이

    漢陽 序文 場터에서 暗約하던 逆徒들이 잡히자 世上은 온통 떠들썩했다. 달보를 首魁로 한 逆徒들은 모조리 목이 잘려 西門 入口에 展示됐다. 목 잘린 者들이 事實은 場터를 舞臺로 物件이나 훔치던 소매치기 組織이란 上疏文이 올라갔지만 王은 默殺했다. 어쨌든 韓孃은 森嚴한 秩序 속에 紀綱이 바로 선 것처럼 보였다.

    義禁府 都事로 昇進한 從事官은 利弘의 存在를 나라에 報告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공을 獨차지한 代身 奇拔한 꾀를 낸 利弘에게 다른 罪를 묻진 않았다. 아니, 利弘의 든든한 後見人이 돼주었다. 利弘은 제법 되는 褒賞金을 밑천으로 장사를 始作했는데, 실은 壯士라기보다 詐欺에 가까웠다. 그 모든 行脚은 義禁府 都事라는 뒷배가 있기에 可能했다.

    利弘은 三南 땅에서 軍役을 代身해 바치는 稅金인 軍布에 눈毒을 들였다. 軍布를 運搬해 漢陽에 올라오는 사람들을 노린 그는 麻布나루 近處에서 倉庫를 빌려주는 字로 僞裝했다. 義禁府 道士 親舊라는 倉庫 主人에게 속은 運搬業者들은 속절없이 軍布를 빼앗기고도 찍소리조차 할 수 없었다. 利弘은 그들에게 이런 말로 입團束을 하곤 했다.

    “맞소! 倉庫들은 내 것이 아니었소! 하지만 그게 누구 것인지가 뭐가 重要하오? 內 誠心껏 保管하려 했건만 도둑이 든 걸 어쩌란 말이오? 좋소! 官家에 날 告發하시구려! 내 지은 罪가 있다면 다 받아들이고 自決하면 그만이오. 하지만 우리 禁府都事 兄님께서 가만 계시지만은 않을 것이란 點은 아주 분명하오. 그건 내 責任 못 支持! 癌!”

    말을 마친 그는 가끔 眞짜 목을 매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於此彼 목을 걸어봐야 바로 끊어질 삭은 노끈이었지만 軍浦 運搬業者들은 그를 求하려 달려드는 시늉까지 해줘야만 했다. 勿論 더러 捕廳에 잡혀가기도 했건만 利弘은 前職 譏察捕校임을 내세워 쉽게 풀려나오기가 茶飯事였다.

    利弘은 밤낮없이 木鐸을 두드려 施主돈을 모은 僧侶를 꾀어 알거지로 만들어버리거나, 富者집 외동아들 흉내로 假짜 結婚式을 치르는 等 放恣한 奇行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漸漸 두려움을 잃어갔고 사람들은 그를 漢陽 最高의 虛風扇이라고 불렀다. 當然히 利弘의 行實을 非難하는 者들도 나타났지만 그는 나라의 禁法이 許容하는 어떤 線은 絶對 넘어서지 않았다. 그는 나라에 危險한 사람은 絶對 아니었다. 義禁府 道士 亦是 利弘의 詐欺 行脚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를 除去하기보다 그냥 웃어넘기는 게 낫다는 것 程度는 알았다.

    마지막 詐欺

    利弘은 平安道 按酒 땅에서 마지막 詐欺 行脚을 벌였다. 그런데 그 手法이 그답지 않게 殘忍해 한 집안을 風飛雹散 내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쪽박을 차게 된 집안은 按酒 地域에서 가장 큰 客店을 運營하던 郭 氏 집안이었다.

    郭 氏 夫婦는 외동딸의 美色을 利用해 隣近 守令들은 勿論이려니와 觀察使까지 녹여내 各種 官權에 介入했다. 겉으론 平凡해 보이는 客店 안에서 온갖 利權 事業이 去來됐고, 郭 氏는 中間에서 흥정을 周旋하며 莫大한 利文을 챙겼다. 돈과 權力을 다 가진 이들 夫婦는 自身들이 女眞族 出身이라는 事實을 대놓고 떠벌일 만큼 世上에 두려울 게 없었다.

    郭 氏 客店에 華麗한 옷으로 治粧한 낯선 사내가 나타난 건 鴨綠江 얼음이 막 녹는 初봄 무렵이었다. 사내는 自身을 이렇게 紹介했다.

    “난 利弘이라는 漢陽 市廛 商人이오. 淸나라로부터 緋緞을 사들여 이番에 크게 한몫 챙길 心算인데, 한 보름 程度 隱密하게 묵었으면 하오만.”

    사내를 疑心에 찬 눈초리로 뜯어보던 郭 氏가 물었다.

    “淸나라에서 緋緞을 들여오려면 나라의 許諾이 있어야 할 것이고, 設令 뒷배의 隱密한 도움이 있더라도 物件이 鴨綠江을 넘어 義州를 지나 이리 오려면 手續이 普通 까다로운 게 아닐 텐데? 곳곳마다 바칠 賂物이 어디 한두 푼이어야 말이지?”

    뒷짐을 진 채 郭 氏를 느긋하게 째려보던 이홍이 對答했다.

    “그건 宅이 알 바 아니고, 안전히 쉴 房이나 내주구려.”

    그날 머물 宿所를 定한 利弘은 함께 데려온 下人을 시켜 房 全體를 새로 塗褙하도록 했다.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自身이 臨時로 타고 다닐 專用 말을 사서 客店 入口에 묶어두게 했다. 그러자 郭 氏가 婦人에게 이렇게 말했다.

    “돈 써대는 낌새는 틀림없이 富者인데, 그렇다고 다 믿을 순 없지! 朝貢하러 오가는 使臣들도 몰래 팔 物件 들여올 땐 操心 또 操心하는 판局에, 무슨 임금님 동생도 아니고 제까짓 게 어찌 緋緞을 그리 많이 들여온담!”

    하지만 며칠 뒤 漢陽에서 利弘에게 到着한 便紙를 中間에 살짝 열어본 郭 氏는 疑心을 조금 풀기 始作했다. 便紙 속에서 스스로를 兄이라 부르며 利弘의 安否를 묻는 이가 義禁府 道士였기 때문이다. 郭 氏는 親한 고을 守令에게 便紙 內容이 틀림없다는 確認까지 받고 나서야 이를 다시 密封해 利弘에게 傳達했다. 그날 밤 郭 氏가 夫人에게 말했다.

    “저 兩班 漢陽에 엄청난 끈이 있어! 내가 便紙를 주니까 말이지. 열어보지도 않고 바닥에 던지더란 말이야. 내가 모른 척 누구냐 물었더니, 아는 兄들 中 하나니 神經 끄라는 거야! 아무래도 緋緞이 오고 있는 건 事實인 듯하이!”

    다음 날 郭 氏는 하루 終日 房에만 죽치고 있는 利弘 動態가 궁금해 몰래 房門 앞에 귀를 대고 있었다. 그러자 안에서 下人에게 말하는 利弘의 謹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짐들 안에 든 黃金과 銀貨를 합치면 都合 五萬 兩은 된다. 내 그래서 밖에도 못 나가고 있어. 義州에 物件이 到着했다는 消息이 여태 없으니 내 不安하구나!”

    郭 氏는 이홍이 왜 하루 終日 門을 잠그고 잠만 자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相對에게 잘 보여 自己도 크게 한 건 해야겠단 마음에 들뜬 그가 아내에게 말했다.

    “앞으로 저 兩班한테 至極精誠을 다하시게! 우리도 저 事業에 끼어 一攫千金 함 해야지!”

    그런데 다음 날 아침 蒼白한 表情의 이홍이 郭 氏를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 躁急症이 나서 견딜 수가 없구려. 當場 말을 타고 義州로 가보려 하는데.”

    “가보시면 되지요?”

    “重要한 物件을 몸에 지니고 갈 수는 없지 않소? 좀 잘 맡아주시겠소?”

    “重要한 게 뭔지요?”

    “그건 알 거 없고, 訪問 團束을 단단히 해주시겠소?”

    “그럼요! 걱정일랑 붙들어 매시고 어서 다녀 오십시오!”

    下人이 부리는 말을 타고 막 떠날 채비를 하던 이홍이 갑자기 狼狽한 表情을 지으며 郭 氏에게 말했다.

    “아뿔싸! 義州에서 物件을 引受하게 되면 곧바로 돈을 支給해야 될 터, 이를 어쩐다! 或是 主人丈께서 한 2萬 兩 程度 變通하실 수 있겠소? 내 돌아와 物件으로 바로 補償하리다!”

    平素 같았으면 決코 넘어가지 않을 뻔하디뻔한 속임數였지만 郭 氏는 뭔가에 홀린 듯 집안에 있던 어음과 땅 文書들을 擔保로 2萬 兩을 만들어 利弘에게 내줬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利弘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도 이홍이 돌아오지 않자 마음이 不安해진 郭 氏는 이홍이 머물던 宿所 房門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갔다. 壁欌을 열고 단단히 묶인 짐들을 풀자 자갈더미가 와르르 쏟아졌다. 한참 동안 얼어붙은 채 서 있던 그가 官衙에 利弘을 告發하고 뒤를 쫓았지만 이미 淸나라로 넘어간 뒤였다.

    달보와의 盟誓

    利弘의 터무니없는 提案을 受諾하던 날, 달보는 監獄 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萬若 그 꾀가 成功해 밖으로 나간다면, 너 이거 하나만은 꼭 約束해.”

    무릎을 꿇고 相對에게 다가간 이홍이 對答했다.

    “뭐든 내 그 約束 꼭 지키리다! 지키고말고!”

    힘을 내 上體를 艱辛히 일으켜 세운 달보가 말했다.

    “난 淸나라 가보는 게 所願이었어. 旣往 태어난 거, 大陸에 가서 世上을 훔쳐보고 싶었어. 그러니 나 代身 네가 그걸 좀 해줘. 여기서 끝내기 너무 抑鬱하지만, 그래 주면 조금 慰勞가 되겠어. 알았지?”

    *이 作品은 朝鮮 後期 文人 理獄의 ‘이홍전’을 모티프로 創作됐다.

    윤채근
    ● 1965年 忠北 淸州 出生
    ● 고려대 國語國文學 博士
    ● 檀國大 漢文敎育學科 敎授
    ● 著書 : ‘小說的 主體, 그 誕生과 轉變’ ‘漢文小說과 欲望의 構造’ ‘神話가 된 天才들’ ‘論語 感覺’ ‘每日같이 明心寶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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