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勝負의 美學? 0의 딜레마 [장환수의 數(數)포츠]

東亞日報
入力 2022年 1月 23日 09時 00分

장환수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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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스포츠로 밥을 먹은 지 江山이 세 番 넘게 바뀌었다. 내세울 건 없지만 수포츠(스포츠 數學)란 固有 브랜드를 만든 게 그나마 자랑이다. 스포츠部長時節에 쓴 칼럼이니 10年이 좀 더 됐다. 數學的으로 잘못된 用語인 投手防禦率이 平均自責으로 바뀐 건 記者가 主張한 德分이다. 늦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數字로 풀어보는 스포츠 이야기를 ‘수포츠 시즌2’ 삼아 써나가고자 한다.

프로야구는 2009년 무승부를 패배로 계산하는 다승제를 실시했다. 마침 그해 KIA(81승 4무 48패)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
SK(80승 6무 47패)를 제치고 정규시즌 1위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승률제였다면 SK가 승률
0.002 차로 앞서 정규시즌 1위가 됐을 것이고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프로野球는 2009年無勝負를 敗北로 計算하는 多勝制를 實施했다. 마침 그해 KIA(81勝 4無 48敗)는 이 制度의 惠澤을 받아 SK(80勝 6無 47敗)를 제치고 正規시즌 1位에 오른 뒤 韓國시리즈까지 統合優勝을 차지했다. 勝率制였다면 SK가 勝率 0.002 次로 앞서 正規시즌 1位가 됐을 것이고 歷史는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스포츠동아 資料寫眞

自己剽竊이 되더라도 이 말을 안 하고 數포츠를 始作할 수는 없겠다. 新聞을 펼쳐보면(역시 옛날 사람이다. 요즘은 携帶폰을 열어도 된다) 數字가 가장 많이 나오는 紙面이 어디인지 아는가. 거친 숨소리, 비 오듯 흐르는 땀, 날카로운 눈매, 울퉁불퉁 筋肉. 이런 게 먼저 떠오르는 스포츠는 알고 보면 數字의 集合體다. 初步記者들이 쉽게 보고 달려들었다가 難關에 부닥치는 게 바로 複雜한 數字들과의 싸움에서다. 그렇다고 스포츠 뉴스가 數字만 亂舞한다면 누가 읽겠는가. 스포츠 記者에겐 數字의 洪水를 걸러내고 이를 整理해서 먹기 좋게 食卓에 올리는 이야기꾼의 能力이 要求된다. 冷徹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손맛을 두루 갖춰야 한다. 記者이면서 作家이고, 프로듀서여야 하는 1人 3役이다. 디지털로 表現되는 數字의 뒷面에 選手들의 드라마 같은 삶과 勝負가 있기 때문이다.

▶序論이 너무 길었다(요즘 確實히 말이 많아졌다). 選擧철이기도 하니 스포츠에서 一等을 가리는 方法에 對해 한番 알아보자. 우리나라 大統領選擧는 심플 그 自體다. 滿 18歲以上國民이 한 票씩 行使해서 많은 票를 얻은 候補가 當選된다. 男女老少, 皮膚色, 地域에 따른 加重値나 過半, 決選投票 따위는 없다. 美國처럼 週마다 勝者를 가려 選擧人團을 獨食하는 變形이 아닌 그야말로 100% 직접선거다. 選擧뿐 아니라 入試, 福祉, 立法, 司法等에서도 單純함이 가장 공정하다고 한다. 하지만 스포츠는 이를 잘 따르지 않는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劇的인 드라마를 演出하기 위해 맞춤型 솔루션을 찾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無勝負란 골칫덩이 때문이다.

▶프로리그에서 優勝팀을 가리는 方式이다. 예전 칼럼을 대놓고 剽竊하면 ①3勝 2敗 ②2勝 2無 1敗 ③1勝 4無中 1位 팀은 어디일까. 퍼뜩 答을 내면 오히려 下手다. 그때그때 다르기 때문이다. 無勝負를 除外한 勝率로 順位를 가리는 野球에선 1勝 4無(勝率 1.000)가 2勝 2無 1敗(0.667)나 3勝 2敗(0.600)보다 順位가 높다. 半打作勝負인 1勝 1패보다 2無가 낫다는 얘기다. 反對로 勝率 5割以下의 下位圈 팀들에게 이를 適用해보면 거꾸로 勝率이 나온다. 數學의 奧妙함이다. 潔癖症이 있는 數學者라면 찝찝해 할 수밖에 없는 部分이다. 프로野球는 그동안 變形勝率制와 多勝制度施行해봤다. 變形勝率制는 1無를 0.5勝 0.5敗로 計算한다. 이 境遇 세 팀 모두 勝率 0.600으로 同率이다. 勝數만 따지는 多勝制에선 勝率制와 正反對順位가 나온다.

농구는 야구 축구와 달리 어떻게 해서든 승부를 낸다. 2009년 1월 21일 프로농구 동부 선수단은 삼성과 사상 처음으로 5차 연장(동부가 135-132로 승리)까지 가는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籠球는 野球蹴球와 달리 어떻게 해서든 勝負를 낸다. 2009年 1月 21日 프로籠球 동부 選手團은 三星과 史上 처음으로 5次延長(동부가 135-132로 勝利)까지 가는 死鬪를 벌이기도 했다. 스포츠동아 資料寫眞

千差萬別인 프로리그 順位算定方式

順位勝率第多勝制變形勝率第勝點第

① 1勝4無(1.000) 3勝2敗 3勝2敗(9點)

② 2勝2無1敗(0.667) 2勝2無1敗 모두 同率 2勝2無1敗(8點)

③ 3勝2敗(0.600) 1勝4無 1勝4無(7點)

▶왜 이런 相反된 結果가 導出될까. 眞正한 스포츠 마니아라면 이미 눈치 챘을 수도 있다. 數學에서 永遠히 풀리지 않을지 모르는 0의 딜레마가 無勝負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極端的인 例를 들면 理解가 쉽다. 勝率制에선 고작 1勝(99無) 팀이 99勝(1敗) 팀을 이긴다. 多勝制에선 99敗(1勝) 팀이 無敗(100無) 팀을 이긴다. 變形勝率制에선 半打作을 겨우 넘긴 팀(51勝 49敗)이 한 番도 안 진 팀(1勝 99無)을 이긴다. 이 때문에 美國 메이저리그에선 밤을 새든지 다음날 다시 하든지 無條件勝負를 가린다. 하지만 選手層이 엷은 KBO리그나 體力負擔이 많은 蹴球가 토너먼트나 포스트시즌이 아닌데도 無作定 서든데스를 하는 것은 無理이다.

▶이에 따라 蹴球는 勝點制를 만들었다. 無勝負를 줄이기 爲해서다. 勝點制는 이긴 팀에게 3點, 비긴 팀에게 1點을 준다. 1競技勝利가 無慮 3競技無勝負와 같으니 굳이 數學者가 아니라도 異常해 보인다. 이대로면 3勝 2敗(勝點 9點)가 2勝 2無 1敗(8點)나 1勝 4無(7點)보다 앞선다. 넓혀 보면 한 番도 지지 않은 팀(100無)李勝率 0.340에 不過한 팀(34勝 66敗)에 뒤진다. 프로排球와 아이스하키는 無勝負는 안 나오지만 迫眞感 있는 勝負를 誘導하기 위해 差等勝點制를 實施한다. 排球는 세트 得失率에 따라 敗北한 팀도 勝點을 가져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아이스하키는 正規 피어리드냐, 延長이냐, 勝負샷이냐에 따라 勝點이 달라진다. 亦是 이대로면 勝率이 낮은 팀이 높은 팀을 이기는 誤謬가 생길 可能性이 있다.

▶延長戰을 치르는 籠球 아이스하키 골프와 듀스 制度가 있는 排球 테니스 卓球, 그리고 바둑 e스포츠 等에선 無勝負가 나오지 않는다. 덤이 6輯半인 바둑은 三牌(三覇)나 長生(長生)같은 異例的인 無勝負가 몇 十年에 한番 나올 뿐이다. 그렇지만 이 種目들조차 問題가 全혀 없는 것은 아니다. 團體 프로種目은 大體로 正規리그를 치른 뒤 上位 몇 팀이 따로 챔피언 決定戰을 갖는다. 한 해 잘하는 것보다 포스트시즌 勝負가 더 重要하다. 10팀 中無慮折半인 5팀이 포스트시즌에 進出하는 KBO리그의 獨特한 方式은 훨씬 오랜 傳統의 美國과 日本에서 거꾸로 배워가기도 했다. 個人種目도 事情은 비슷하다. 大會優勝者를 가리는 데 滿足하지 않고 世界 랭킹制를 導入한다. 메이저 챔피언이 따로 있다. 美國프로골프는 페덱스컵 포인트에 따라 天文學的인 賞金을 놓고 王中王을 가리는 가을 시즌을 치른다.

▶엘리트 스포츠는 基本的으로 勝敗를 가려 順位를 定하는 게임이다. 이를 위해 果然 어떤 方式을 쓰는 게 正答일까. 쓸데없이 巨創해지자면 스포츠에서 工程이란 무엇일까. 한 발 더 나아가 單 하나의 完璧한 數式을 願하는 理想主義者들을 絶望시키지 않을 方法은 없는 것일까. 競技 그 自體를 鑑賞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스포츠를 아래위, 左右로 쪼개보는 것도 아주 재미있다. 앞으로 수포츠를 통해 함께 가보자. 大韓民國에서 ‘數抛者(수포츠를 抛棄한 者)’가 사라지는 그날까지.

장환수 記者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