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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에 홀린 者, 그의 이름은 이달|新東亞

2022年 8 月號

幻想劇場

詩에 홀린 者, 그의 이름은 이달

  • 윤채근 단국대 敎授

    入力 2022-08-15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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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근 단국대 敎授가 우리 古典에 記錄된 敍事를 現代 感性으로 脚色한 짧은 이야기를 連載한다. 歷史와 小說, 過去와 현대가 어우러져 讀者의 想像力을 刺戟할 것이다.

    [Gettyimage]

    [Gettyimage]

    平壤城 大同門 隣近 客舍에 到着한 僧侶 燈明 앞으로 客舍 主人이 허겁지겁 다가왔다.

    “燈明 스님! 깊은 밤에 罪悚합니다.”

    相對를 그윽이 바라보던 等名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느 房인가? 아직 목숨은 붙어 있나?”



    크게 고개를 끄덕인 主人이 속삭이듯 對答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걸 보면 아직 살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나저나 다른 投宿客들 不平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요. 이런 말 듣기 거북하시겠지만, 저런 손님은 차라리 빨리, 뭐지, 그 뭐냐, 아무튼 極樂으로 어서 떠나버렸으면 싶지 뭡니까요.”

    相對를 暫時 흘겨본 等名이 微笑를 머금고 말했다.

    “客死를 홀로 떠도는 者라면 이승의 告解에서 얼마나 苦生이 많았겠는가? 내 便히 떠나도록 引導해 줄 테니 걱정 말게. 어느 房인지 案內하게.”

    入口 돌階段을 오른 두 사람은 客舍 오른쪽 가장 후미진 房을 向해 移動했다. 울부짖음인지 呻吟인지 分揀하기 어려운 怪聲이 漸漸 크게 들려왔다. 자물쇠로 잠긴 房門 앞에 線 等名이 主人 옷소매를 잡고 낮게 속삭였다.

    “내가 들어가면 밖에서 다시 門을 잠그게. 소리를 들어보니 怨恨과 苦痛이 꽤 깊은 者인 듯하네. 숨을 거두면 내 卽時 부를 터이니.”

    죽음의 引導者

    房바닥을 뒹굴며 狂奔하는 相對를 말없이 노려보던 等名이 잽싼 動作으로 房 안으로 들어서서는 門을 도로 닫았다. 그 瞬間 燈明을 向해 몸을 튼 相對가 暫時 動作을 멈췄다. 빈틈을 發見한 等名은 날쌔게 相對 몸 위로 올라타 上體와 두 팔을 制壓했다. 둘의 昇降이는 마침내 相對가 氣盡脈盡해질 무렵까지 繼續됐다. 脫盡한 相對를 내려다보며 등名이 부드럽게 말했다.

    “난 宅에게 아무 怨恨이 없소. 그저 마지막 가는 길을 引導해 주려는 거요. 只今 갈 수 있으면 그저 便安히 눈을 감고, 或是 풀리지 않는 餘恨이 있거들랑 속 시원히 터놓고 떠나면 어떻겠소?”

    거친 呼吸이 조금씩 잦아들며 相對의 눈빛에 가득했던 狂氣도 차츰 누그러졌다. 等名이 물었다.

    “聲明이 어찌 되시나? 우리 通姓名이나 합시다.”

    깊은 한숨을 몰아쉰 相對가 천천히 對答했다.

    “그대는 날 모르나? 날 丁寧 모르는가? 나 蓀谷 이달일세! 詩人 이달이야. 朝鮮 天下 第一 名인 이달!”

    고개를 끄덕이며 등名이 속삭였다.

    “알겠소. 한때 詩人이셨구려. 난 楡岾寺에서 遂行하는 燈明이라 하오. 平壤城에 머물며 宅처럼 業場에 겨워 떠나기 힘들어하는 者들을 돕고 있소, 말하자면 뱃沙工이오.”

    “뱃沙工이라. 참 詩的인 말이로세!”

    “行色은 초라하나 文字는 꽤나 익힌 듯하고, 나이도 지긋해 삶의 理致쯤은 알고도 남을 터, 몸의 苦痛이야 議員을 부르면 되지만 마음의 苦痛일랑 내게 털어놓으시오. 알겠소? 내 이제 當身 몸에서 내려올 테니, 얌전히 있겠소?”

    이달이 微細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等名은 操心스럽게 相對 몸 위에서 벗어났다. 意外로 沈着해진 李達은 몸을 일으켜 壁에 기대더니 조용히 웃기 始作했다.
    念珠를 돌리던 손을 멈춘 等名이 긴 沈默을 깨고 慇懃한 音聲으로 혼잣말처럼 말했다.

    “낯빛을 보아하니 宅의 남은 壽命은 길어봐야 고작 하루나 이틀일 거요. 내 이런 境遇를 數도 없이 봐왔소. 몸이 버티는 게 아니라 마음이 버티고 있는 거겠지.”

    時人의 狂氣

    한참 동안 燈明을 쏘아보던 이달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보게, 뱃沙工 兩班! 內 뱃삯을 내려는데 돈이 없네. 宿泊費와 술값으로 모두 蕩盡해 버렸지 뭔가. 한데 술이 全혀 必要 없는 그대가 날 찾아왔으니 이 또한 참으로 기막힌 因緣이 아닌가?”

    “뱃삯은 받지 않겠소. 어디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들랑 다 하고 便히 떠나시오.”

    “서두를 必要가 있을까? 우린 이제 막 만났는데?”

    “괴로워하는 것 같아 하는 말이오. 몸이 아프다면 議員을 불러 痛症을 누그러뜨려 주겠소. 그게 아니라면 내게 事緣을 傳하고 부디 順하게 가시오.”

    이달이 다시 키득대며 웃었다.

    “이보게, 燈明! 내 나이 일흔을 넘긴 지 이미 오래. 몸뚱이가 죽기 直前이니 아예 아프지 않을 수야 없겠지? 그동안 써먹은 게 있는데 안 亞프길 바라면 도둑놈 아닌가?”

    침을 꼴깍 삼킨 等名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相對를 바라보다 낮은 소리로 물었다.

    “그럼 마음속 깊이 곪은 무슨 事緣이라도 있는 거요? 그리 狂亂을 벌인 理由가 必是 있지 않겠소?”

    가슴을 잔뜩 움켜쥐고 얼굴을 찌푸렸던 이달이 긴 숨을 몰아쉬고 힘겹게 對答했다.

    “이를테면 時人의 狂氣地! 李太白이 하던 神仙놀음이랄까. 내가 몸이나 마음이 아파서 이러고 있다 보는가?”

    “그럼 왜 그리 亂離를 치셨소? 그 울부짖음은 또 어떻고?”

    두 다리를 쭉 편 이달이 等名의 눈을 뚫어지게 凝視하며 對答했다.

    “내 어제부터 이 짓을 벌인 건 一種의 作別 人事지. 世上에 나왔을 때 燈明 자네도 울부짖지 않았던가? 막 胎줄을 잘린 아기들이 바닥을 뒹굴며 맘껏 울지 않던가?”

    “그럼 아기 흉내를 낸 거였소?”

    “그럼! 나왔던 모습 그대로 돌아가려는 거지. 生命을 만들어준 宇宙에 날 돌려주려는 中일세! 그래야 또 돌려받을 것 아닌가?”

    遊戱三昧

    客舍 主人이 차려낸 조촐한 酒案床을 마주한 이달이 等名에게 慇懃한 語調로 속삭였다.

    “다 죽어가는 無一푼의 詩人에게 이런 待接을 해주다니. 燈明 자넨 곧 成佛하고 말 거야. 한데 난 더는 마실 수 없으니 이를 어쩐다?”

    이달이 애써 잡은 술盞을 들어 올렸지만 甚하게 떨리는 팔 탓에 술을 모두 흘리고 말았다. 等名이 다시 술을 따라 이달의 입에 대보았지만 相對는 이미 물 한 모금 삼킬 氣力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달이 씩씩대는 숨소리를 내며 艱辛히 말했다.

    “겨우 말할 기운만 남아 있어. 자네가 代身 마셔주면 안 될까?”

    等名은 오래도록 이달을 바라보기만 했다. 李達은 빙그레 微笑 지었다. 初가을 새벽의 蕭瑟한 바람이 둘 사이에 있는 餘白을 채우며 밀려들었다. 그저 眞空에 不過하던 房 속으로 무언가 事緣이 채워진 듯했고, 둘은 조금씩 親密해졌다. 가볍게 盞을 움켜쥔 等名이 한 番에 술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이달이 다시 손짓하자 等名은 연이어 두 番째 盞을 비웠다.

    “燈明! 자네의 涅槃은 어디에 있나?”

    等名은 暫時 망설였다. 對答이 없자 이달이 이어서 말했다.

    “내겐 여기 이승이 涅槃 場所일세. 여기에서 못 하면 그 어디서도 못 해! 俗世에서 遊戱三昧(遊戱三昧·部處의 境地에서 노닐며 그 무엇에도 매이지 아니함)에 빠져 그 以上이 없을 涅槃에 드는 거지. 手段이야 뭐가 됐든 무슨 相關인가? 내겐 그게 詩와 술이었어.”

    相對의 한결 平穩해진 얼굴 表情을 바라보며 安心한 等名이 조용히 물었다.

    “只今 當身, 涅槃에 들고 있는 거요?”

    이달이 크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아니지. 遊戱三昧에 빠져 世上을 실컷 滿喫이야 했지만 涅槃은 어림도 없지. 이番 生엔 글렀어!”

    “왜 그렇소?”

    “三昧의 기쁨이 조금 不足했어. 유희가 不足했어. 난 俗世로 더 태어나야 돼. 내겐 缺乏이 너무 많았어.”

    乾川洞 꼬마

    同人의 領袖였던 秒當 許曄의 집은 漢陽 乾川洞에 있었다. 秒當 집안과 交遊가 깊었던 이달은 자주 乾川洞 집에 들러 許曄의 長成한 아들들과 詩를 짓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草堂이 늦은 나이에 얻었다는 막내아들 얘기가 나왔다. 李達은 弄談 삼아 그 아이를 가르쳐보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어린 許筠과 遭遇했다.

    열 살도 채 안 된 許筠은 홀로 退마루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이달이 기척을 내며 다가갔으나 許筠은 제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꽤나 건방진 꼬마였지만 이달은 싱긋 웃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그가 조용히 속삭였다.

    “난 이달이라 한다. 네 兄님들의 벗이지.”

    꼬마는 對答 代身 뒷짐을 지고 일어섰다. 한참 말없이 李達을 바라보던 꼬마가 冷冷한 말套로 말했다.

    “난 秒當 許曄 先生의 아들 균이라 하네.”

    李達은 처음엔 어린아이의 露宿한 말套에 코웃음을 쳤다. 익살맞다고 느낀 첫 感情이 제대로 整理되기도 前에 꼬마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가 비록 詩로 名聲이 자자하고 우리 兄님들과 交分이 있다고는 하나, 庶子는 庶子가 아니던가?”

    李達은 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暫時 말을 잊은 채 제 자리에 얼어붙어 버렸다. 비록 庶子로서 벼슬길은 막혔지만 타고난 詩的 才能에 더한 刻苦의 硏磨를 통해 文壇의 麒麟兒로 우뚝 선 그였기에 꼬마의 말이 준 衝擊은 자못 컸다.

    “그래. 난 庶子다. 하지만 著名한 兩班들과 두루 交際하며 下臺받은 적은 없지.”

    꼬마가 孟浪한 表情으로 곧바로 쏘아붙였다.

    “詩가 사람을 바꾸지는 못하는 法. 내 자네를 스승으로 待接할 테니, 자네도 날 班家의 子弟로 尊重해 주길 바라네.”

    생각지도 못한 侮辱을 받은 李達은 當場 江原道 原州에 있던 집으로 돌아갈까 망설였다. 그런 그의 氣分을 斟酌이라도 했다는 듯 꼬마가 말했다.

    “江原道 蓀谷 땅에 집이 있다고 들었네. 내가 그리로 갈 수도 있겠으나 부디 우리 집에 머물며 詩를 가르쳐주게. 요즘 黨風詩로는 자네가 으뜸이라 들었네만.”

    그 말을 듣는 瞬間, 부아가 솟던 이달의 마음이 異常하게 가라앉았다. 宋나라風의 한時가 主流를 이루던 朝鮮 文壇에 唐나라風 漢詩를 大流行시킨 當事者가 바로 그였다. 꼬마는 이달이 스스로 自負해 온 바로 그 地點을 正確히 건드릴 줄 알았다.

    嫉妬

    許筠 이야기를 다 들은 등名이 낮게 한숨 쉬며 물었다.

    “그래서 그 꼬마와는 잘 지냈소?”

    稀微한 웃음氣를 머금은 이달이 가는 音聲으로 되물었다.

    “燈明, 자넨 許筠에 對해 잘 모르는군? 그렇지?”

    “平壤에 사는 가난한 僧侶가 漢陽 消息을 어찌 一一이 알겠소?”

    “壬辰年 倭亂 때도 쭉 여기 머물렀나?”

    “平壤城 벗어난 건 宣祖 임금께서 漢陽 都城 버리고 저 北쪽 邊方으로 蒙塵하실 때 따라나섰던 게 全部였소.”

    길게 한숨을 내쉰 이달이 두 손을 포개 가슴에 얹으며 속삭였다.

    “亂 꼬마를 訓育하며 制壓해 버리고 싶었어. 그 아이 아버지나 兄들 모두가 대단한 文士들이었지만, 적어도 詩만큼은 내가 앞선다고 믿었지. 난 詩에 미쳐 살았던 사람이거든. 그 누구에게도 주눅 들거나 굽혀본 적이 없었지. 限時 韻律 程度야 工夫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 하지만 말로 說明할 길 없는 다른 領域이 있거든. 그건 가르칠 수 없는 言語道斷의 境地지.”

    “或是 그 꼬마가 그런 境地에 올랐단 거요?”

    “처음엔 想像도 못 했지. 그 집안 來歷이 記憶力은 非常하지만 性情이 乾燥했거든. 제법 詩를 잘 외운다고만 생각했지. 그런데 가만 보니 暗記한 시들 사이에 全혀 들어본 적 없는 異常한 詩들이 끼어 있는 거였어. 아무리 冊들을 뒤져봐도 前例가 없었어.”

    “그 꼬마가 지은 거였소?”

    “그렇지! 처음엔 알면서도 모른 척했지. 잘못 외워온 詩라며 面駁을 주기도 했고. 그런데 내가 興奮할수록 녀석은 싱글싱글 웃으며 오히려 더 滿足하는 거였어. 내 心中을 다 꿰뚫어보고 있었던 거지. 그 어린 녀석이 말이야!”

    李達은 한참 동안 말을 멈추고 呼吸을 골라야 했다. 興奮 탓에 벌게졌던 顔色도 차츰 되돌아왔다. 等名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嫉妬를 하신 게로군? 決코 넘어설 수 없는 相對를 말이오.”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이달이 나른한 表情으로 對答했다.

    “맞아. 난 嫉妬에 눈이 멀었어. 그 아이가 내 나이를 通過할 때면 더는 겨룰 수 없는 境地에 到達할 게 눈에 빤히 보였지. 그 後로 난 香油가 사라졌어. 즐거움을 잃었지. 이리저리 떠돌며 벗들과 風流를 누렸지만 내 안에선 이미 무언가가 사라져버린 뒤였어. 平生 詩에 모든 걸 걸었건만 그게 더는 내 것이 아닌 氣分이랄까, 所重한 걸 도둑맞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애初부터 남의 것이었다는 깨달음이랄까. 난 태어난 意味를 잃어버리고야 말았지”

    等名은 죽어가는 老人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괴벽스러워 보이는 날카로운 印象에 유난히 튀어나온 광대뼈가 結合돼 相對는 이미 屍身이 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等名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없소?”

    明禮坊 무신

    許筠 집안이 乾川洞에서 明禮坊으로 移徙한 뒤에도 이달은 띄엄띄엄 弟子를 訪問해 漢詩를 指導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地圖라기보다 討論에 가까웠다. 早熟한 天才였던 許筠은 李達이 30代에 읽은 冊들을 이미 讀破하고 난 뒤였다.

    破落戶들과 아울려 全國을 떠돌던 李達은 술과 女子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고, 弟子는 그런 스승을 憐憫했다. 어느덧 李達은 自身이 弟子를 가르치기보다 그로부터 慰勞받기 위해 明禮坊을 찾는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이길 수 없는 競爭者를 弟子로 둔 것도 福이라면 福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明禮坊을 訪問한 이달 앞에 낯선 무신 한 名이 나타났다. 許氏 兄弟들이 마침 모두 자리를 비운 터라 그는 홀로 마당을 거닐며 詩를 읊조리고 있었다. 등 뒤로 人기척이 느껴져 반가운 表情으로 몸을 돌린 그의 눈앞에 體軀가 크진 않지만 단단하고 날렵해 보이는 무신 한 名이 서 있었다.

    “뉘신지?”

    質問을 하면서도 이달은 警戒를 늦추지 않았다. 許氏 집안이 武臣들과 交遊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던 터였다. 相對는 操心스레 손을 모아 禮儀를 갖추고는 鄭重한 態度로 입을 뗐다.

    “한때 乾川洞에 살며 秒當 先生 宅을 往來하던 사람이올시다. 近者에 邊方에서 돌아와 漢陽에서 勤務하게 되었기에 人事次 들렀습니다. 訓鍊院 奉仕 李純信입니다. 先生께선 뉘신지요?”

    헛기침을 한 이달은 조금 唐慌해 하늘만 멀뚱히 쳐다보았다. 내세울 官職이 없던 그로선 번거롭게 自己 處地를 說明하기가 마뜩잖았다. 그런 그를 銳利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純臣이 愉快한 音聲으로 말을 이어갔다.

    “乾川洞에 함께 살던 유성룡 공이 所信의 어릴 적 벗이올시다. 有 공이 같은 同人의 先輩이신 秒當 許曄 先生과 매우 親했지요. 그렇게 서로 알게 된 사이입니다.”

    어떤 죽음

    말을 마친 純臣은 이달이 警戒를 풀고 自己紹介 하길 조용히 기다렸다.

    “난 이달이오. 변변한 벼슬 한 적이 없소. 한리학관이라고 들어는 봤는지? 그걸 제안받고 拒絶한 적은 있지 뭐요.”

    視線이 흐트러지는 이달을 꼼꼼하게 觀察하던 純臣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리학관이라면 火魚에 能通하시겠군요?”

    “조금 할 줄 아오. 詩人이니까.”

    純臣의 表情이 밝아졌다. 환하게 웃던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말했다.

    “所信도 본디 文科를 準備하며 詩를 배운 사람이올시다.”

    默默히 얘기를 듣고만 있던 等名이 好奇心 가득한 表情이 돼 속삭였다.

    “그분이 忠武公이셨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이달이 술盞을 잡으려던 손길을 거두며 呻吟하듯 對答했다.

    “그랬지. 지나고 보면 참으로 奇異한 因緣이었어. 壬辰年에 벌어질 倭亂은 꿈도 꿀 수 없었던 평화로운 時節이었거든. 그는 그저 그런 초라한 巫夫로 보였었지.”

    이달 옆으로 다가앉은 等名이 처음으로 相對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런데 戰亂 中에 돌아가신 忠武公 얘기가 왜 마지막 遺言인 거요?”

    거칠게 숨을 몰아쉰 이달이 空虛한 눈빛으로 天障을 바라보며 對答했다.

    “아까 말했는데, 벌써 잊었는가? 난 香油가 멈춘 사람이라고. 快樂을 좇긴 했으되 決코 삶을 제대로 누리진 못했노라고.”

    “그게 李舜臣 將軍과 무슨 關係요?”

    “그가 南쪽 바다에서 戰死했다는 消息을 듣고, 난 또다시 巨大한 嫉妬에 휩싸이고 말았어. 붓을 쥔 以後로 칼을 쥔 者를 부러워한 적이 없었지. 決斷코 난 칼을 輕蔑했었어. 單 한 番도 칼을 쥔 삶을 想像해 본 적이 없었지. 그런데 倭亂을 겪으며 들개처럼 逃亡이나 다니다 보니 깨달았지. 붓은 칼의 힘으로 지켜지는 거야.”

    “忠武公이 부러우셨던 게요?”

    “그의 죽음이 부러웠어.”

    “詩人인데 武裝의 죽음이 어찌 부러울 수 있소?”

    “그의 죽음은 視野. 詩人은 말이지, 結局엔 自己 삶으로 詩를 쓰는 거거든. 李舜臣의 죽음은 말하자면 가장 完璧한 押韻이야. 그가 나보다 열 倍는 偉大한 詩人인 거지.”

    고개를 갸웃한 等名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를 바라보던 이달이 흐느끼듯 말했다.

    “난 글字로 된 市에서 弟子에게 敗北했고, 삶으로 쓰는 詩에서도 完璧하게 敗北했어. 李舜臣은 내게 가장 徹底하게 勝利한 자야. 다시 태어난다면, 난 그로 살고 싶어. 아주 懇切히.”

    作別 人事

    許氏 兄弟들은 그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둘이서 마당을 함께 거닐며 談笑하던 이달과 李舜臣은 午後 늦게 明禮坊 골목에서 헤어졌다.

    “機會가 된다면 다음에 봅시다.”

    말을 꺼내며 李達은 속으로 다시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와 달리 眞摯한 表情의 純臣은 꼭 다시 만나자며 握手를 請했다. 붓이 더 어울릴 부드러운 손이었다.

    “훌륭한 詩人을 뵙게 되어 榮光이었습니다. 北쪽 邊方이 平穩하니 當分間 漢陽에 머물 것 같습니다. 부디 所信에게도 詩를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李達은 語塞하게 웃었다. 純臣이 성큼성큼 걸어 골목길 저便으로 먼저 멀어져갔다. 이달이 소리를 질러 그를 멈춰 세웠다. 若干 놀란 表情의 相對를 向해 이달이 소리쳤다.

    “아깐 말하지 못했소만, 나 庶子요.”

    純臣은 아주 暫時 땅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들어 이달을 向해 크게 손짓하더니 우렁차게 외쳤다.

    “詩人이시지 않소이까? 곧 뵙겠습니다.”

    그 瞬間 이달 內部에서 不吉한 劣等感과 屈辱感이 뒤섞여 피어올랐다. 市는 鄙陋한 巫夫 따위가 犯接하지 못할 영험한 世界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그곳을 지키는 星州였고 守門將이었다. 詩의 나라, 그곳은 弟子 以外에는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은 땅이었다. 그는 다시는 李舜臣 같은 者와 말을 섞지 않으리라 決心하며 술親舊들이 모여 있을 酒幕을 向해 터덜터덜 걸었다.

    * 이 作品은 許筠의 ‘손곡산인전’을 모티프로 創作됐다.


    윤채근
    ● 1965年 忠北 淸州 出生
    ● 고려대 國語國文學 博士
    ● 檀國大 漢文敎育學科 敎授
    ● 著書 : ‘小說的 主體, 그 誕生과 轉變’ ‘漢文小說과 欲望의 構造’ ‘神話가 된 天才들’ ‘論語 感覺’ ‘每日같이 明心寶鑑’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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