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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術社 장한웅과 오니(鬼)|신동아

2022年 6 月號

幻想劇場

道術社 장한웅과 오니(鬼)

  • 윤채근 단국대 敎授

    入力 2022-06-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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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채근 단국대 敎授가 우리 古典에 記錄된 敍事를 現代 感性으로 脚色한 짧은 이야기를 連載한다. 歷史와 小說, 過去와 현대가 어우러져 讀者의 想像力을 刺戟할 것이다.


    [Gettyimage]

    [Gettyimage]

    興仁門 밖 凶家에 장한웅이 到着했을 때 이미 날이 저물어버렸다. 惡鬼 退治를 다음 날 아침으로 미룬 그는 客舍에 旅裝을 풀고 뜨락을 거닐며 달구경을 하고 있었다. 심심하던 次에 凶家 主人이 어린 꼬마 한 名을 데리고 찾아왔다. 主人이 말했다.

    “이 아이는 天涯孤兒로 제가 데려다 기르는 아이입니다. 마침 腸 道士님을 뵙고 싶다기에 함께 데려왔습죠.”

    아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한웅이 물었다.

    “符籍이나 만들고 鬼神이나 물리치는 날 왜 보자 했는고? 或是 이 일이 훌륭해 보여 부러웠던 거라면 그냥 물러가거라. 돈이야 좀 벌지만 險難한 일이다.”



    총명해 보이는 검고 큰 눈瞳子를 이리저리 굴리던 꼬마가 唐突한 音聲으로 對答했다.

    “道術社님 名聲이나 財物이 부러워 뵙고자 한 게 아닙니다.”

    무릎을 굽혀 相對와 눈높이를 맞춘 한웅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弟子가 되겠다고 온 게로군? 그렇지? 그게 그거 아니더냐? 道士 소리 들어가며 돈도 벌고 天下 遊覽이나 하겠다는 거지? 어린놈이 心보가 고약하다.”

    입술을 뒤틀며 야릇한 微笑를 짓던 꼬마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實은 저도 鬼神을 봅니다.”

    한참을 꼬마를 노려보던 한웅이 몸을 일으켜 세운 뒤 主人을 向해 물었다.

    “이 꼬마 말이 事實인가? 괜히 날 試驗해 보려는 酬酌이라면 只今 바로 돌아가려네.”

    어깨를 움츠린 主人이 꼬마 어깨를 어루만지며 對答했다.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언제부턴가 이 녀석이 鬼神을 본다고 하지 뭡니까? 처음엔 惹端을 쳤지만 또 가끔 神通하게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이 아이 神通力도 眞짜인가 確認할 兼 데려온 게 맞습니다. 容恕하십시오. 그리고 道士님을 부르자고 먼저 提案한 것도 이 꼬마였습죠.”

    神通力 가진 아이

    興仁門 밖 最高 富者였던 칠봉의 집에 異常한 일들이 벌어진 건 數個月 前이다. 안房 깊숙이 감춰둔 貴한 物件들이 자주 사라졌고 멀쩡하던 家族들이 시름시름 앓기 始作했다. 집 안엔 鬼氣가 가득했다.

    어느 날 칠봉이 運營하는 客舍 從業員으로 일하던 꼬마 업동이 帳簿를 傳達하러 訪問했다.장부를 傳한 後 마당을 거쳐 大門으로 向하던 업동이 갑자기 멈춰 섰다. 그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던 칠봉이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業東亞. 네 녀석이 鬼神을 볼 수 있다고 했었지? 가끔 客舍에서 뭘 쫓아냈다고 자랑도 했지 않느냐? 或是 여기서 뭐가 보이는 게 있니? 내 그래서 널 부른 거야.”

    마당 한가운데 있던 홰나무를 노려보던 업동이 들릴 듯 말 듯 속삭였다.

    “뭐가 있긴 있습니다.”

    잔뜩 緊張한 칠봉이 業洞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뭐냐? 저 나무에 붙어 있느냐?”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은 업동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여 나무를 仔細히 觀察하며 對答했다.

    “異常하게 안 보입니다. 뭐가 있긴 있는데, 제 눈을 避합니다.”

    “氣가 센 놈이로구나? 그치?”

    어깨를 움찔한 업동이 怯도 없이 나무를 向해 다가갔다. 밑동부터 어루만지던 業洞은 及其也 두 팔로 나무를 끌어안고 귀를 가져다 댔다. 한참을 혼잣말처럼 중얼대던 업동이 所重한 걸 힘겹게 놓아주듯 나무를 감싼 두 팔을 풀고 칠봉에게 돌아왔다.

    “뭐냐? 뭐가 있느냐?”

    焦燥하게 묻는 칠봉을 向해 업동이 不吉한 音聲으로 對答했다.

    “뭐가 있는 게 아닙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없으면 좋은 것 아니냐?”

    兩眉間을 찌푸리며 고개를 세게 저은 업동이 다시 對答했다.

    “모든 生命에는 生氣란 게 있습니다. 그게 人間에겐 英입니다. 오래된 나무에도 그 비슷한 靈이 있게 마련인데, 그게 아예 없습니다.”

    “안 좋은 거냐?”

    “아주! 저 나무는 진즉에 죽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무언가가 차지해 自己 집으로 삼은 지 오래입니다.”

    침을 꼴깍 삼킨 칠봉이 두 손을 떨며 艱辛히 다음 質問을 했다.

    “只今은 어디 있느냐? 내 나무를 차지한 그놈 말이다.”

    팔짱을 낀 채 업동이 稀微하게 웃었다.

    “제가 다가가자 나무를 벗어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 神通力 程度로는 어림도 없을 듯하오니 영험한 道術社를 부르시면 어떻겠습니까?”

    內功 對決

    客舍 마루에 마주 앉아 칠봉의 얘기를 다 들은 한웅이 마당에 서 있던 業洞을 向해 손짓을 했다.

    “이리 와 앉아보거라.”

    칠봉 옆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은 업동이 달빛에 드러난 한웅의 얼굴을 힐끗 보며 싱긋 웃었다. 그 모습을 한참 凝視하던 한웅이 물었다.

    “내 너의 來歷은 이미 들어 알겠고. 하나만 묻겠다. 네 父母는 누구더냐? 아예 낳자마자 버리진 않았을 것 아니냐?”

    칠봉이 불쑥 끼어들었다.

    “全혀 記憶을 못 합죠. 그 갓난 게 어찌 父母를 記憶할 수 있었겠습니까?”

    턱을 어루만지던 한웅이 疑心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平凡한 갓난 게 아니라서 하는 말이지. 到骨(道骨)을 지니고 태어난 人間이 제 父母도 찾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어서 말을 해보래도?”

    오래 망설이던 업동이 느릿느릿 對答했다.

    “찾아보려 努力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다만 異常하게 다가갈수록 父母 實體를 보는 게 두려웠습니다. 가까이 다가갔다 되돌아오길 反復하다 요즘엔 아예 抛棄했습니다. 그저 몸뚱이를 만들어준 父母가 무슨 所用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입니다. 나이가 더 든 뒤에 그때도 보고 싶다면 또 試圖하려 합니다.”

    業洞을 쳐다보는 한웅의 볼이 몇 次例 씰룩거렸다. 그가 몸을 뒤로 물리며 말했다.

    “네 녀석 나이가 몇인데 그런 節制力을 갖췄단 말이냐? 甚히 의심스럽지 않은가? 게다가 네 이놈 아까부터 숨도 쉬지 않고 있었지? 都大體 나이를 가늠하질 못하겠구나! 正體를 밝혀라!”

    당혹스러운 表情이 된 업동이 急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亦是 듣던 바대로 朝鮮 最高 道術社다우십니다. 呼吸하는 흉내를 내며 살아온 게 맞습니다.”

    벌떡 일어선 한웅이 소매에 감춰뒀던 짧은 陰陽劍을 꺼내 들었다. 곧 業洞의 목을 내리칠 氣勢였다. 칠봉이 挽留하며 외쳤다.

    “이게 都大體 무슨 소린지요? 自初至終이나 說明해 주십시오. 칼은 어서 거두시고.”


    칠봉의 손목을 꺾어 뿌리친 한웅이 銳利하게 빛나는 눈瞳子로 業洞을 注視하며 말했다.

    “저 녀석 아까부터 單 한 次例도 숨을 쉬지 않더군. 나이를 속이려는 酬酌이지. 呼吸은 나무 나이테와 같아서 絶對 속일 수가 없는 法이거든. 어서 숨을 뱉어보아라! 어서!”

    고개를 든 업동이 소리가 나도록 숨을 몰아쉬더니 천천히 空中으로 뿜어냈다. 呼吸으로 輩出된 空氣가 코끝으로 傳해지자 한웅이 이를 吟味하듯 들이마셨다. 한참 동안 감았던 눈을 뜨며 한웅이 속삭였다.

    “이 늙은 녀석이 사람을 잘도 속였구나! 都大體 몇百 살이더냐?”

    다시 고개를 조아린 업동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對答했다.

    “헤아려보진 않았으나, 대충 300살 程度입니다.”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칠봉을 向해 한웅이 속삭였다.

    “태어나면서부터 呼吸法을 할 줄 안 녀석이었어. 사람이 늙는 건 結局 呼吸 때문일세. 呼吸을 멈추거나 느리게 하면 남들보다 길게 사는 法이지.”

    제자리에 앉으며 陰陽劍을 소매에 道路 넣고 한웅이 또 말했다.

    “날 試驗했구나? 그렇지? 내 內功을 엿보려고 했어. 그럼 어디 네 녀석 솜씨를 좀 볼까? 이 客舍에 只今 鬼神이 여럿 숨어 있다. 손으로 가리켜보아라.”

    몸을 일으킨 업동이 周邊을 둘러보더니 客舍 大들보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음으로 마당 花壇을 가리키고 한웅의 兩옆과 칠봉의 等을 가리켰다. 칠봉이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빙그레 微笑를 띤 한웅이 살짝 興이 올라 말했다.
    “제법이구나.”

    홰나무

    날씨가 우중충했다. 칠봉 家族이 居處를 옮기면서 放置된 凶家는 괴괴하며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弟子로 받아들인 業洞과 집主人인 칠봉을 帶同하고 빈집에 들어선 한웅이 곧장 홰나무를 向해 걸어갔다. 그가 業洞에게 물었다.

    “分明 여기에 뭔가 있었다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 업동이 한웅 뒤에 서서 나무를 찬찬히 觀察했다. 褓자기에서 紙筆墨을 꺼낸 한웅이 符籍을 쓰기 始作했다. 總 여섯 張을 쓴 그가 홰나무의 東西南北 方向에 符籍을 파묻었다. 그렇게 나무 周邊을 封印한 한웅은 業洞에게 물 한 바가지를 떠오게 했다. 남은 符籍 두 張을 태운 재를 물에 섞은 한웅이 呪文을 걸었다. 때마침 비를 부르는 바람이 휘몰아쳤다. 淨化된 물을 입에 머금은 한웅은 쏜살같이 나무로 달려들어 내뿜기 始作했다. 噴霧처럼 퍼진 井華水가 나무에 닿자 怪常한 呻吟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홰나무가 마치 살아 있는 動物처럼 가지를 흔들었는데 한웅을 밀어내려 안간힘 쓰는 것처럼 보였다. 천둥소리가 振動한 뒤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렸다. 한웅이 業洞을 向해 외쳤다.

    “비가 내리면 井華水 效力이 사라져 封印이 풀린다. 홰나무 周邊에 빨리 八卦를 긋고 負債를 꺼내 오너라!”

    나무 周邊 八方에 各各 八卦를 그은 업동이 한웅에게 負債를 건넸다. 마지막 井華水 한 모금을 입에 머금은 한웅이 나무 周邊을 向해 부채질을 했다. 그러자 내리던 빗방울이 홰나무를 비켜 흩어졌다. 그 瞬間 나무 밑동이 꿈틀대며 움직였다. 밑동 아래 뿌리가 뱀처럼 땅에서 기어 나와 한웅을 向해 달려들었다. 한웅이 입속 井華水를 뿜자 뿌리 끝이 사람 얼굴 形象으로 變했는데, 눈은 初生달처럼 처져 있었고 입술은 化粧한 것처럼 붉고 도톰했으며 달걀처럼 갸름한 얼굴은 粉漆한 듯 하얗게 빛났다. 朝鮮에선 본 적 없는 怪奇한 形象에 한雄途 暫時 주춤했다. 얼굴이 웃으며 말했다.

    “더 큰 災殃이 찾아온다. 막을 수 없는 災殃이 찾아온다.”

    소매에서 꺼낸 陰陽劍을 힘차게 휘둘러 怪異한 얼굴의 兩眉間을 찌른 한웅이 自身의 道力을 凝集해 살기를 퍼부었다. 나무는 끝내 徐徐히 시들기 始作했고 뱀처럼 요동치던 怪物은 쓰러졌으며 덩달아 날씨도 快晴해졌다.

    操心스레 나무로 다가간 한웅이 말라서 비틀어진 뿌리를 살짝 밟아보았다. 밟자마자 작은 조각들로 散散이 부서졌다. 邪惡한 기운은 사라졌지만 後患을 아예 없애는 게 重要했다. 그가 칠봉에게 말했다.

    “이 홰나무를 불로 태워버리게. 온 집안을 사흘 낮 사흘 밤 동안 횃불로 밝히고, 내가 일러주는 注文은 定해진 時刻에 꼭 외우도록 하고.”

    아버지의 失踪

    腫氣나 부스럼을 고치는 議員이었던 한웅의 아버지는 그가 열아홉 살이 되던 해 갑자기 世上에서 사라졌다. 어머니가 한웅을 낳다 死亡했기에 그는 猝地에 孤兒가 됐다. 患者들을 받던 診療室 房을 아무리 뒤져도 아버지의 遺書는 發見되지 않았다. 或是나 싶어 먼 親戚들을 次例次例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아버지는 世上에 어떤 痕跡도 남기지 않았다.

    오래 彷徨하던 한웅은 아버지가 사라지기 直前까지 耽讀하던 醫學書들을 보며 傷心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했다. 그렇게 醫書들을 讀破해 가던 어느 날, 冊들 사이에서 都家 術法書들을 發見했다. 異常한 일이었다. 留學에 造詣가 깊던 아버지는 남몰래 祕訣書를 숨겨두고 읽을 사람이 아니었다.

    永生不死를 이루기 위한 運技法부터 神仙이 되는 데 必要한 藥물 製造法을 담은 冊까지 아버지의 書庫에는 없는 게 없었다. 冊들을 건성으로 들춰보던 한웅은 어떤 冊 하나에 눈길이 꽂혔다. 아버지는 該當 冊을 다 읽은 날 그 所感을 表紙 겉面에 적어뒀는데, 그 날짜가 正確히 失踪되기 열흘 前이었기 때문이다. 冊 이름은 ‘韻기현화(運氣玄化)’였다.

    한웅은 冊을 읽기 始作하자마자 그 內容에 빠져들었다. ‘韻기현화’는 그가 허황되리라 斟酌해 왔던 흔한 道가 書籍이라기보다 生命 現象의 本質을 追跡한 玄妙한 理論書에 가까웠다.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症이 쌓여갔다. 때로는 漠然한 두려움에 막아뒀던 죽음이라는 問題에 切實히 直面하게 됐다. 죽음이란 問題를 模糊한 狀態로 미뤄둔다는 것이 얼마나 미련하고 卑怯한 짓인지에 對해서도 새삼 깨닫게 됐다. 죽음에 맞설 勇氣를 얻게 된 것이다.

    그는 冊을 萬 番 反復해 읽었다. 理由가 없지 않았다. 失踪되기 前날 診療室 앞에서 偶然히 마주친 아버지는 그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雄兒. 뭘 하든, 아니 무얼 하지 않더라도 좋다만, 或是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생긴다면, 絶對 抛棄하지 말고 萬 番을 반복해라. 萬 番을 한다는 氣分으로 해봐.”
    萬 番이란 數가 너무 非現實的이어서 弄談 좋아하는 아버지가 또 실없는 말씀을 하신다고 尋常히 여기고 말았지만, ‘韻기현화’를 마주한 한웅은 異常하게 그 말을 문득 떠올렸고, 뚜렷한 理由도 없이 반드시 지켜야겠다는 決心을 했다. 運命이란 때로 그렇게 固執의 産物일 수도 있었다.

    冊을 萬 番 讀破한 後, 한웅에겐 飛上한 洞察力과 理解 能力이 갖춰지기 始作했다. 그는 道術書들에 담긴 修鍊 要領을 손쉽게 把握해 應用할 줄 알게 됐다. 鬼神들을 볼 수 있었고, 符籍을 쓸 줄 알게 됐으며, 生命과 죽음의 境界를 自由自在로 오갈 수 있었다. 朝鮮八道를 주름잡는 道人이 된 그는 아버지가 끝내 永生을 이뤄 神仙이 됐다고 結論 내렸다.

    受諾定社

    水落山에 달이 휘영청 떠올랐다. 山 中턱에 자리 잡은 한웅의 情事는 넓지는 않았지만 規模가 있었고 정갈했다. 平牀에 마주 앉은 업동이 한웅의 아버지 얘기를 다 듣고 나서 물었다.

    “스승님의 父親 이야기는 正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萬 番 努力해야 한다는 말씀은 가슴을 깊이 울리는군요.”

    業洞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한웅이 微笑를 띠며 말했다.

    “내가 아버지 얘기를 한 건 感動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죽음에 對해 말하고자 한 것이다.”

    疑訝한 表情을 짓던 업동이 혼잣말처럼 물었다.

    “죽음. 죽음이라. 죽음이라는 그걸 우리 같은 사람들이 왜 걱정해야 합니까?”

    暫時 실눈을 뜨며 業洞을 注視하던 한웅이 悲壯한 音聲으로 對答했다.

    “네가 呼吸을 참는다 한들 그게 永遠하겠느냐? 언젠간 너도 죽는다. 나 亦是 마찬가지고.”

    배시시 입가에 웃음을 흘린 업동이 조금 强勁한 語調로 말했다.

    “스승님 父親께선 永生을 얻으신 게 아닙니까? 저와 스승님도 더욱 精進하면 그럴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設令 그렇지 않더라도….”

    “않더라도?”

    “네. 그렇게 될 수 없다고 해도, 적어도 壽命이 數百 年은 더 남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鄙陋한 人間 世上에서 그게 永遠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그건 永遠과 분명코 다르다. 그리고 아버지는 永生을 얻은 게 아니었다.”

    “그리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조금 前에?”

    “어릴 때는 그렇게 믿었다는 말이다. 只今은 생각이 다르다.”

    “어떻게 달라지셨습니까?”

    “弑害(尸解)라고 하지? 神仙이 되어 감쪽같이 世上에서 사라지는 것 말이다. 그건 모두 빈말일 뿐이다. 그런 멋진 弑害는 없다. 남들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 뿐, 우리도 道力이 衰하면 平凡하게 죽는다.”

    “그럼 父親께선?”

    “나도 모른다. 最後를 直感하시고 어디론가 죽을 자리를 찾아가셨겠지.”

    업동이 고개를 숙인 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한웅이 속삭였다.

    “네놈 생각을 내가 안다. 自己 最後를 미리 알 수 있는지 궁금한 게 아니더냐? 내가 내 最後를 알고 있는지도 몹시 궁금하겠구나?”

    그 말을 들은 業洞의 態度가 조금씩 放恣하게 바뀌더니 及其也 키득거리기 始作했다. 한웅이 다시 말했다.

    “알려주마. 아주 잘 알고 있다. 네 녀석 停滯도 진즉에 눈치채고 있었고. 숨을 멈춰 나이만 들지 않으면 뭐하느냐? 智慧가 고작 그 程度인 것을.”

    업동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이 차츰 變하더니 홰나무 뿌리에서 돋아난 뱀 怪物의 形象으로 化했다. 陰散한 목소리로 업동이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 깨달았지? 내 正體?”

    느긋하게 몸을 일으켜 平常 밖으로 벗어난 한웅이 對答했다.

    “내가 八方에 八卦를 그으라고 하지 않았더냐? 네 녀석은 일부러 卦 하나를 그리지 않았다. 그 때문에 홰나무 怪物이 封印을 풀고 脫出할 機會가 딱 한 番 열렸지. 난 널 끝까지 疑心했기에 陰陽劍으로 對備 態勢를 갖추고 있었다. 네놈은 禍根이다. 오늘 여기서 나와 함께 사라져줘야겠다!”

    弑害

    江華島의 용한 曆術家 정붕은 平素 親分이 두터웠던 한웅이 찾아오자 몹시 놀랐지만 내色하지 않았다. 정붕이 떨리는 音聲으로 물었다.

    “자네 眞正 살아 있었는가? 南쪽 어느 山城에서 倭軍에게 殺害당했다 들었네만.”

    벗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던 한웅이 快活하게 對答했다.

    “道士가 죽는 척하는 게 어디 한두 番인가? 實은 내 요상한 걸 만나 조금 苦生은 했지.”

    “요상한 거라니?”

    “倭亂이 일어나기 直前이었어. 興仁門 밖 凶家에서 退魔를 할 때 異常한 어린놈을 만났거든.”

    “大槪 어린놈은 危險하지 않나?”

    “危險하지! 암 그렇고말고. 그래도 꽤 興味를 느꼈어. 못 보던 물괴였거든.”

    “物怪?”

    “그래. 홰나무에 깃든 妖怪를 退治하는 걸 놈이 도왔네. 그런데 그 짓을 하고 있는데 말이지. 홰나무 妖怪를 그 어린놈이 돕고 있는 거였어. 가소로웠지만 워낙 特異해 一旦 살려뒀지.”

    “바로 除去했어야지! 이 사람아.”

    입맛을 다시고 먼 山을 한 番 應試한 한웅이 親近한 語套로 말했다.

    “濁酒나 한 沙鉢 주려는가?”

    정붕이 술동이를 내와 섬돌에 받치고 한 沙鉢 가득 떠 한웅에게 내밀었다. 시원하게 들이켠 한웅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놈은 日本에서 건너온 오니였어. 來歷을 알아내려 父母에 對해서도 묻고 이것저것 試驗도 해봤지만 잘 안 넘어오더군. 水落山까지 데려가 마지막으로 떠봤더니 亦是 朝鮮 貴物이 아닌 日本 妖怪 오니였어. 父母가 애初에 없는 물괴였지. 어그러진 自然이 잘못 빚은 物怪 말일세!”

    “그래서? 곧장 退治했나?”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은 한웅이 沈痛한 表情으로 對答했다.

    “난 말일세. 내 죽음을 記憶한다네. 異常하게 들리겠지만 늘 죽음을 記憶하며 살아왔어. 그날 밤, 水落山이 내 죽을 자리였어.”

    정붕이 말없이 한웅의 손에 들려 있던 沙鉢을 건네받아 다시 술을 담아 勸했다.

    “자넨 여기 이렇게 살아 있지 않나?”

    술을 벌컥벌컥 들이켠 한웅이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잘 마셨네! 汚泥는 말이야. 分身術을 한다네. 하나를 죽여봐야 所用없거든. 正말 끈질기게 따라붙는 놈이지. 그나저나 자네 丁酉年에 特히 操心하게. 亂離가 또 벌어지네. 이만 가네.”

    정붕은 멀어져가는 親舊 等을 向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한웅이 얼굴에 하얀 粉漆을 한 어느 倭兵 손에 죽임을 當했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死亡한 한웅의 몸에서 흰 피가 솟아났다는 消息까지 接했더랬다. 그건 最終的 弑害의 證據였다. 그런 벗이 어떤 幻術로 다시 自身 앞에 나타났는지는 正말 모를 일이었다.

    * 이 作品은 許筠의 ‘壯山인전’을 모티프로 創作됐다.


    윤채근
    ● 1965年 忠北 淸州 出生
    ● 고려대 國語國文學 博士
    ● 檀國大 漢文敎育學科 敎授
    ● 著書 : ‘小說的 主體, 그 誕生과 轉變’ ‘漢文小說과 欲望의 構造’ ‘神話가 된 天才들’ ‘論語 感覺’ ‘每日같이 明心寶鑑’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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